“타이포그래피에 새로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전혀! 나는 새로운 방향성을 보고 싶다. 타이포그래피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타이포그래피를 하는 미치광이들을 보고 싶다.”
볼프강 바인가르트는 1980년 『타이포그래피 투데이』 발행에 부쳐 나에게 이런 글을 보냈다. 그의 바람이 현실로 되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컴퓨터 덕분에 ‘타이포그래피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인스턴트 디자이너로 승격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타이포그래피는 그저 이미 있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는 것 그 이상이다. 타이포그래피와 타이포그래피를 가르는 것은 세부이다. 타이포그래퍼와 타이포그래퍼를 가르는 것은 전념이다.
타이포그래피에는 두 측면이 있다. 하나는 작업에서 실무적 기능을 요구하는 것,
다른 하나는 예술적 조형에 관계된 것’이라는 에밀 루더의 말은 타이포그래피의 정의와
이 책의 목적을 잘 표현한다.
타이포그래피의 목적은 전달하고 자극하고 활성화하는 것이다. 타이포그래피는 그 배치보다는 메시지에 의해 살아난다.
‘이 세계를 사랑할 때 우리는 여기에서 살아간다고 하겠다.’
인도 시인 라빈드라나트 타고르의 이 아름다운 표현은 현대나 고전 타이포그래피에 모두 적용될 수 있다. 마음을 끄는 타이포그래피에도 또는 무성의한 타이포그래피에도 메시지는 변치 않는다.
진정한 타이포그래퍼는 메시지가 말하게끔 한다. 의지와 말이 세계를 바꿀 수 있다.
‘스무 번 작업 책상으로 다시 가라. 그리고 만족할 때까지 몇 번이고 처음부터 시작하라.’는 앙리 마티스의 말이 생각난다. 타이포그래피는 글꼴과 글자들의 조합과 디테일에서 시작되지만, 무엇보다도 내용에서 시작된다.
한국어판 『타이포그라피 투데이』가 한국 디자이너들에게 그들만의 타이포그래피를 찾아가는 방법과 과정을 찾을 수 있도록 열정과 풍요로움, 그리고 영감을 주었으면 한다.
『타이포그라피 투데이』를 정열과 열정을 가진 모든 한국 디자이너들에게, 한국 타이포그래피에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