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걸음과 시선이 머무는 곳에서 변변치 못한 감정과 상상의 물꼬를 열고 시랍시고 쓰며 여기까지 왔다. 내 안의 것을 알지 못하면서 밖의 것을 알려고 하는 것, 나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밖의 것만 보려고 하는 것이 자신과 세상과의 관계를 오도하게 되는 일이라는 생각에 내 안으로 들어가 많은 시간들을 나에게 천착하며 살아왔다.
너무 내 안에 갇혀 있는 글들이 아닌가 하여 조금은 머쓱하다. 제대로 다듬지 못해 거칠고 정성을 다하지 못하여 조심스럽기도 하다. 향기를 풍기지 못하는 글들을 내놓는 것은 아닐까….
학교!
내겐 8살 때부터 43년을 다닌 곳,
모든 감정을 다 경험한 곳,
지식을 배우기도 하고 가르치기도 했지만
인생을 더 많이 배운 곳,
생의 추억이 가장 많이 깃든 곳이다.
27년간의 교사생활을 하며
학교 안에서 쓴 글들을 담아 본다.
돌아보니 참 서툴렀다.
부끄러운 게 참 많다.
나빠지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부족했다.
좋아지려고 노력했지만 부족했다.
은행잎이 노랗게 떨어져 내리는
가을 교정을 걷다가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노란 은행잎 하나 땅으로 내려앉는 것을 보았다.
문득,
아주 문득
내 삶의 무늬도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선생님, 교사라는 이름!
얼마나 아름답고 예쁜 이름인지
학교를 떠나고 1년이 지나는 이제쯤에야 알겠다.
함께했던 아이들과
함께했던 선생님들에게
이제야 비로소 입을 연다.
미안했다고,
고마웠다고,
…….
치악산이 바라다 보이는 다담심리상담소 창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