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책을 낼 때의 두근거림만큼은 아니지만 언제나 책을 낼 때는 온갖 생각이 오간다. 그중에서도 과연 이런 글을 인쇄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의문이 늘 나를 오그라들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내는 건, 절반은 뻔뻔한 내 천성 탓이고, 나머지 절반은 무인도에서 병에다가 편지를 담아 던지는 조난자의 심정이다. 어차피 이 책의 운명은 독자들에게 달려 있다. 어디론가 흘러가 단 한 구절이라도, 단 한 명에게라도 써먹을 만한 소재가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