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친구들도 ‘호랑’이라는 말을 듣고 나를 놀리려고 했던 게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저 신기했을 뿐인데 내가 미리 속상해한 건 아닐까요?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내가 살던 곳에서는 호주머니를 호랑이라고 해. 재밌지? 너희들도 해 봐. 호랑, 호랑, 자꾸 말하면 기분이 좋아져.”
살던 곳이 다르고 말이 다르고 좋아하는 음식이 다르다는 건, 우리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건데 그때는 왜 몰랐을까요?
『산내리 국제 학교』는 내가 쓴 다른 어떤 책보다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왕칭링, 황옥봉, 안나 드보레츠카야, 푸르바 쿠마리 라나(아이유), 전영호, 제임스……. 이 이름들 뒤에는 많은 분들과의 만남과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낯설지만 다정했고, 어렵지만 기뻤던 시간들이 모여서 『산내리 국제 학교』를 완성했습니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떠드는 소리가 벌써 그립습니다. 제임스 선생님의 ‘하이’와 전영호 할아버지의 호루라기 소리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