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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신재훈

최근작
2023년 11월 <비욘드 스트래티지>

비욘드 스트래티지

전략이라는 말은 언제나 나의 가슴을 뛰게 한다. 하지만 전략만큼 나를 좌절하게 만드는 말도 없을 듯하다. 1980년대 후반에 마이클 포터의 『경쟁전략』과 『경쟁우위』를 통해 경영전략을 배웠다. 그 영향 때문인지 사회 초년 시절, 나에게 있어 전략은 청명한 가을 하늘처럼 명확하고 분명해 보였다. 여러 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하면서 체계적 분석을 통해 도출된 자명해 보이는 전략을 경험 많은 경영자들 앞에서 발표할 때면 철없이 우쭐한 기분이 들기도 했었다. 삼국지에 나오는 제갈공명처럼 현재는 물론 미래에 있을 환경 변화를 예측하고 그에 맞춰 경영자가 취해야 할 전략을 수립하는 일은 정말 신나는 일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두려움과 회의가 들었다. 그토록 명쾌해 보였던 전략이 실행을 통해 성과로 나타나는 일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전략의 효용에 대한 고민은 컨설팅 회사를 떠나 일반 기업으로 옮겨서도 계속되었다. 아니 오히려 더 심해졌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 같다. 컨설팅은 전략에 대해 조언을 해주는 것으로도 역할을 다할 수 있었지만, 일반 기업에서는 전략 수립만으로는 부족하고 실행을 통한 성과 창출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마이클 포터의 경쟁전략 이후 전략 분야는 백가쟁명(百家爭鳴)이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다양한 학자들이 다양한 이론을 주창하며 발전하였다. 자원기반이론, 핵심역량, 블루오션, 파괴적 혁신 등은 그러한 이론 중 대표적 예이다. 기존 이론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새로운 전략 이론이 등장할 때마다 학계는 물론이고 기업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난다. 행여나 경쟁자에게 뒤처질까 노심초사하는 경영자들이 기존의 전략 이론이 해결하지 못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앞다투어 새로운 전략 이론을 도입하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30년이 넘도록 기업 현장에서 다양한 전략 이론에 따라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 본 결과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다. 대부분의 전략 이론은 기존 이론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새로운 이론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한 주장들이 부분적으로 맞는 때도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이론이 주장하는 만큼 성공적이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대개의 전략 이론은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에서 일반성을 도출하여 이를 이론화한 것인데 그러한 전략 이론의 기반이 되는 사례와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같은 조건을 갖춘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개의 전략 이론은 기존 전략 이론과의 차별화를 위해 특정 측면을 강조하는 데 비해 현실 경영에서의 전략은 기업의 모든 부분을 다뤄야 하므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략을 통한 성과 창출이라는 현실적 문제에 부딪히자 음식을 먹다 체한 것처럼 늘 마음 한구석이 답답하고 무거웠다. 이 책은 그러한 답답함을 해결하기 위해 오랜 기간 고민한 끝에 나름대로 찾은 해법을 정리한 것이다. 이 책에서 내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전략으로 성과를 창출하려면 역설적으로 전략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망치를 가진 사람에게는 모든 문제가 망치로 보인다는 말처럼 전략을 공부한 사람은 모든 문제를 전략으로 풀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바로는 전략 이론은 성과 창출을 위한 기초에 불과하다. 전략 이론만으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이 대학교에 입학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리라 생각하는 것처럼 유치한 발상이다. 나는 전략을 넘어(Beyond Strategy) 비즈니스 모델과 디지털 기술 그리고 사람에 대한 이해(행동전략)를 아우르는 통합 관점에서 접근해야 전략을 통한 성과 창출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이 책에서는 IMPECS(Integrated Model for Performance Enhancing and Creating Strategy)라는 통합 전략 모델을 성과 창출 전략의 비밀로 제시한다. IMPECS는 왜 전략 이론만으로는 성과 창출이 어려운지, 전략을 넘어 비즈니스 모델과 디지털 기술 그리고 행동전략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왜 중요하며 그것이 어떻게 성과를 창출하는 비밀이 되는지를 설명해 준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영화나 드라마 같은 소재를 많이 활용하였다. 소개한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책을 읽는다면 내용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인생은 배움의 연속이다. 이 책은 현재까지의 배움을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 새로운 배움이 더해지면 그에 맞춰 수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이것이 진심을 담은 나의 최선이다. 부디 이 책이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독자들에게 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부족한 책을 세상에 내놓는 저자에게 그보다 더한 보람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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