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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박남준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57년, 대한민국 전라남도 법성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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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안녕 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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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진다 꽃이 핀다

다시 내 남루하고 부끄러운 삶의 나날들을 내보인다. 책 한권을 위하여 지상의 나무는 몇 그루가 쓰러져야 하는가 세상의 일로 지친 이들, 그들의 머리맡에 놓여 한숨 곤한 잠이, 밝은 낮잠이 될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정말이지 그럴 수만 있다면.,,

낙엽

한 바퀴 돌았다. 솔직히 이 나이까지 살 줄 몰랐다. 내 인생을 돌아보면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고향으로 오는 데 사십 년이 걸렸다. 친구들에게 감사드린다.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

내일의 일보다는 지나온 길을 반문하는 일이 그리하여 가위눌리는 일이 내겐 익숙하다. 얼마나 흔들리며 여기에 이르렀는가. 조금은 나아가고자 했으나 나의 삶이며 시의 발길은 여전하다. 이제 버리기 위해, 나의 시를 위해 이 시집을 묶고 이 시집을 버린다. 마흔이 넘어서도 이 따위의 시를 쓰다니..... 이 시집은 그에 다름아니다. 나는 이렇게 흘러왔다. (自序 중에서)

박남준 산방 일기

물론 나는 철학자도 구도자도 아니다. 내가 보고 듣고 말하며 풍경을 대하듯 대상의 그것들로부터 내 안에서 들고 일어나는 마음속의 소소한 느낌들을 일기장에 적듯이 쓰고자 했다. 어떤 이가 내게 "당신은 참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일기장 같은 것을 책으로 묶어 남에게 보일 수 있냐는 것이었다. 아, 저 사람은 세상에 내놓는 한 권의 책이 도도한 사유의 산물이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모양이구나. 순간순간 깨닫지 않는 사람들이 어디 있을까. 문제는 그것이 삶으로 옮겨지거나 지속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전부인양 하는 것은 곧 거짓이요, 거짓된 삶을 살며 독자들을 현혹시키는 것이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나에게 쓰는 편지요, 일기와 같다. 누군가 작은 위안을 얻어 세상이 조금쯤 맑고 따뜻해질 것인가, 혼탁을 더 할 것인가.

안녕 바오

바오밥 나무에 내려온 별들이 유혹했다 사막이 자욱한 날들 바오밥 나무에 내려온 별들이 유혹했다. 앞마당에 왕마사토를 깔았다. 그때부터였다. 부르지 않아도 마땅히 그랬을 텐데 꿈꾸었으며 그 꿈을 같이한 이들과 마다가스카르 바오밥 나무를 여행했다. 바오밥 나무가 내 안에 메아리쳤다. 이명을 일으켰다. 속절없구나. 나는 충분히 바오밥 나무의 말씀에 병들었으며 이렇게나마 쓰지 않으면 안 되었다. 딱 여기까지다. 원고를 넘기며 쓸개를 뺀다. 재주 없는 문장을 탓한다. 원고를 넘긴 후 보낸 원고가 너덜거리도록 퇴고를 거듭했음에도 따뜻하게 지켜봐 준, 나 살고 있는 지리산 같은 품 안의 인내심으로 기다려 준 출판사에 감사드린다.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풍경이 있었다. 불편한 여행을 완주한 이들이 바오밥 나무에 내려오는 별들의 은하수, 그 별빛 초롱초롱한 아이들을 담아 더불어 책갈피를 빛내주셨다. 고맙습니다. 또한, 나눠드린 바오밥 나무 씨앗을 심고 키우며 아이들의 일기를 주신 얼굴을 떠올린다. 야~ 박봉남, 김태영, 강재현, 곽재환, 이현주, 박봉한, 이 이 고마운 이름들아~. 2024년 4월 심원재에서 박남준

어린 왕자로부터 새드 무비

돌아보는 영혼에 화끈거리던 열기 얼굴을 감싸던 두 손이 기억하리라 낯 뜨거운 시의 문을 언제 닫을까 그러나 또한 고쳐 생각한다 저만큼 재촉하는 바람의 시간이 탄식으로 눈 내리는 시베리아 자작나무 숲으로 그늘 깊은 사막의 사구 너머 별들이 기다리는 바오밥나무 아래로 나를 이끌고 갈 것이므로 신파처럼 낡은 창을 열어 놓고 있네 지리산 자락 심원재에서

적막

사십대에 내는 마지막 시집이다. 불혹의 얼굴이 궁금하던 날이 있었는데 어느새 반백의 머리칼, 오십을 지척에 두고 있다. 오십이 되면서 내 시가 좀 변해지기는 할 것인가. 어둡고 습한 모악산 외딴집에서 쓴 시들과 이곳 따뜻하고 환한 지리산 자락으로 이사를 와서 씌어진 시들을 보태고 작년 생명평화 탁발순례 길에 쓴 시편 중 몇편을 덧붙여 엮었다. 시를 찾아, 시에 갇혀, 결국 여기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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