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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양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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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비밀의 문>

그 너머가 궁금해

잘 찾아가셔요 황금 가루도 눈에 들어가면 티끌입니다. 아무리 귀한 것도 자리가 있는 법이지요. 뒤집어 생각하면 티끌도 황금 가루가 될 수 있습니다. 동시는 티끌이 모여 황금이 되는 과정이라고 우기고 싶습니다. 2002년 <웃긴다 웃겨 애기똥풀>이 나왔습니다. 2008년 <뒤뚱뒤뚱 노란 신호등>을 펴냈습니다. 2017년 9년 만에 세 번째 동시집 <그 너머가 궁금해>를 낳았습니다. 참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2년에 한 번씩 동화책은 출간했어요. 긴 이야기 쓰기가 더 좋았나 봅니다. 난 항상 궁금한 것이 많았어요. 산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비행기를 타고 가면 어디가 나올까? 궁금해? 궁금해? 조금씩 티끌 같은 시간이 나면서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왜?’ ‘어떻게’를 입에 달고 살지요. ‘왜?’ ‘어떻게’ 그러는지? 매미는 왜 17년 동안이나 땅속에서 사는지. 내가 하는 일은 뭐든 기특하다고 하던 할아버지는 한번 가시더니 왜? 다시는 볼 수 없는 것인지. 왜? 왜? 왜? 그러다가 어느 날 보니, 책을 여러 권 내놓는 행복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뿐 아니죠. 2013년에는 이현이가, 2015년에는 서현이가, 동화책이 나올 때마다 외손자들이 한 명씩 늘었어요. 내년에 세 번째로 태어날 손자 아이의 손에 <그 너머가 궁금해>를 줄 수 있어서 기쁩니다.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이, 동심을 잃지 않는 어른아이들이 행복을 나누며 살 수 있도록 티끌을 모아 황금을 만드는 그런 재미있는 글을 쓰겠습니다. 동시 속에 조금씩, 조금씩 숨겨 놓을게요. 잘 찾아가셔요.

달을 건진 소녀

이야기 속의 지혜 신화나 전설에는 아주 재미난 이야기가 숨어 있어요. 그 이야기들은 오랜 세월 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 왔지요. 할머니ㆍ할아버지가 무릎에 앉은 손주에게, 손주가 할머니ㆍ할아버지가 되면 그 손주에게 다시 이어져 오던 얘기들이, 핵가족 시대가 열리고부터 시나브로 사라지고 있어요. 이야기 속에 담긴 지혜가 사라지는 것이지요. 삶 속의 지혜가 사라지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오순도순 이야기 나눌 시간이 부족한 가족 사이의 정이 엷어지는 게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있는 친구들은 그렇지 않을 거예요. 왜냐고요? 할머니ㆍ할아버지가 들려주듯, 신화 속에 숨어 있는 재미난 이야기를 끌어왔거든요. 처음 들어보는 것들이 있을 거예요. ‘삼시충’이란, 기생충도 아닌 것이 내 안에 살면서 나를 자꾸만 부추기는 녀석이에요. 내 안에서 내 마음을 움직이는 이 녀석은, 별일도 아닌 것에 짜증내고 화내고, 불평하고 불만스러운 말을 하게 해요. 나를 부추겨 못된 일을 하게 해 놓고선 염라대왕에게 가서 이른대요. 염라대왕은 삼시충의 말을 듣고 잘잘못에 따라 나를 빨리 죽게 만들기도 한답니다. 삼시충은 내가 죽으면 차려 놓은 제삿밥을 먹어야 산다나요. 매튜 존스톤은 ≪굿바이 블랙 독≫에서 삼시충을 ‘검은 개’로 나타냈지요. 신화 속에서는 상충ㆍ중충ㆍ하충으로 나누어서 표현했답니다. 더 자세한 것은 이 책 속에서 찾아보세요. 이 동화 속에는 신화에 나오는 두 가지가 더 있어요. ‘제강’이라는 신이 있는데 눈ㆍ코ㆍ입ㆍ귀가 없는 ‘혼돈’이라는 신입니다. 우리들이 보지 않고 맡지 않고, 말하지 않고 듣지 않으면 스스로 즐거운 것처럼 제강도 노래를 잘하고 춤도 잘 추며 늘 즐겁고 행복한 신입니다. 그런데 친구들이 눈ㆍ코ㆍ입ㆍ귀를 뚫어 주는 바람에 죽고 말았답니다. ‘일목삼신어’는 그림 속에 꼭꼭 숨어 있어요. 이 신은 삼태성을 의미한다고도 하고, 또는 삼정승을 나타내기도 한다는데 아마도 세 가지 의미를 둔 것 같아요. 나 하나가 이 세상에 있기 위해서 하늘과 땅, 인간, 즉 부모님이 계셨기에 가능했다는 의미가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무엇을 하든지 우리는 혼자서는 할 수 없어요. 그것을 글자가 없던 시대에 이처럼 눈 하나에 몸이 셋인 물고기로 표현했던 것입니다. 궁금하지요? 얼른 책장을 넘겨서 그림과 함께 담은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덕보야, 용궁 가자!

이 동화책을 읽는 어린이들에게 주름방죽 이야기를 들은 것은 4년 전, 보성문화원에서 향토사 수업을 맡게 되었을 때였습니다. 같이 수업을 진행하던 김용국 선생님이 우리 가까운 곳에 전설이 깃든 방죽이 있다고 했습니다. 전설! 전설 속에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도, 가슴 절절한 이야기도, 되돌아볼 이야기도 많은데 종합 정리를 해 놓고 보면 희ㆍ노ㆍ애ㆍ락을 근간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것입니다. 참여한 초등학생 친구들과 현장 체험을 나갔습니다. 주름방죽은 크지 않았으나 지금처럼 발달하기 전에는 무시무시한 이무기가 살 수도 있었겠다 싶었습니다. 그날 밤, 집에 돌아와서 방죽의 모습이며 연잎 등등을 상상하며 곰곰 생각해 보았습니다. 내 안에 이무기는 없을까? 용이 되고 싶은데 못 되니 심술을 부리는. 내 안에 용녀는 없을까? 많은 능력을 지니고,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휘두르며 살고 싶은 용왕의 딸이었으면. 내 안에 덕보는 없을까? 어머니와 오순도순 살아가는 바보 같은 덕보는. 내 안에 어머니는 없을까? 아들을 지극히 사랑하고 걱정하며 행여 내 자식 울 일이 생길까 근심하며 안절부절못하는. 내 안에 샌님은 없을까? 창고를 가득 채워 놓고 배를 두드리면서도 남이야 어찌되든 말든 나만의 욕심을 채우며 살고 싶은. 생각해 보니 내 안에는 이무기도, 용녀도, 덕보도, 아들을 사랑하는 어머니도, 샌님도 다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내 안에 살고 있는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나의 감정들의 활동일 수도 있습니다. <덕보야, 용궁 가자!>는 그렇게 태어났습니다. 한창 이야기를 꾸려 가던 더운 날, ‘이현’이가 태어났습니다. 나에게는 외손자가 되는 셈입니다. 아기를 안고 그림을 그리는 나를 보고 딸이 도와주기도 하고 그림에 소질이 없는 나를 대신해 필치를 더해 준 동료도 있고 진영이, 서영이, 다현이, 유민이는 단락별 그림을 그려 주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이 아니다 보니 표지 그림이 미흡하여 김세영 님이 거들어 주었습니다. 참 어렵게 책이 태어났지요. 전남문화재단에서는 이 글이 책으로 태어날 수 있도록 재정적 도움으로 발간비 일부를 지원해 주었습니다. 앞으로 이현이를 비롯한 많은 친구들이 생각과 지혜를 키워 나갈 수 있는 글을 쓸 것을 약속합니다. 내가 글을 쓸 수 있도록 바탕을 마련해 준 가족들과 많은 도움 주신 분께 풍성한 가을 같은 고마움을 한 아름 안겨 드립니다. - 꼬리말

복숭아는 무서워!

우리는 신神이 따로 있는 줄 안다. 그러나 신은 내 안에 있다. 어려서 아버지는 뭔가 잘못하면, “정신이 있냐? 없냐?” 꾸중하셨다. 그 정신精神은 쌀처럼 잘 다듬어진 맑은 신이다. 우리 안에 맑은 신이 살고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그의 소설 <신>6권에서 밝히고 있다. 주인공 미카엘은 신들의 게임에서 지게 되고 그 벌로 지구별 18호로 떨어지는데 결국 지구별에서 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 두 눈이 우리가 들어 있는 이 우주를 존재하게 한다.”635쪽고 했다. 우리 두 눈 속에는 그 사람의 우주, 신이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들의 생활 속에도 신들은 존재한다. 제사를 모시는 것, 신녀들이 씻김굿을 하는 것, 간절히 기도하면 이루어진다는 것 등……. 이러한 일들을 모두 미신이라 보기는 어렵다. 다만 인간의 학문인 과학으로 증명되지 않았을 뿐이다. 신은 내 안에도, 그대의 안에도, 우리 모두의 안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전통 속에서 살고 있는 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충분하지 않은 신화 해석으로 이 동화책을 읽는 독자들의 신을 어지럽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신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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