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숲에 서 있었다.
살아 있는 것들은 모두 기억을 가진다.
기억을 지워내는 유장한 세월의 강을 건너왔어도
다시 촘촘하게 새겨지는 게 기억의 지문이다.
흔적은 천년의 숲에 지금처럼 남을 것이다.
빗방울 하나에도 절절하던 멍울이 남아
맹수의 퀭한 눈으로 숲속을 응시하듯
천년의 숲이 말을 건다.
길들여진 모든 것을 묻고 야생으로 호흡하라고.
머문다는 게 세상살이의 큰 틀이라면
서성거리며 차지하는 잠깐 동안의 그것들,
머뭇머뭇 비우고 덜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