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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왕노

출생:, 경상북도 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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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수원 아가(雅歌)>

도대체 이 안개들이란

시란 하얀 배꽃 휘날리는 밤에 내 배를 찔러 오른쪽으로 힘차게 긋는 할복의 칼날이다 단번에 죽지 않으면 시가 망나니가 되어 단숨에 내 목을 잘라 줄 것이다 시는 내 사는 이유고 시로 문신을 새기고 시를 뼈에 새기며 밤을 보낼 것이다 시가 내 부활의 무덤이자 치욕이며 내 영혼의 요람이다 *디카시집 3권 외 시작에서만 일곱 번째 출간이다 내가 주주로 있는 시작과 시작 식구는 늘 든든하고 믿음직스럽다

말달리자 아버지

시에서 일탈하면 자유롭지만 거기서 얻어지는 신분은 좀비 나 다시 시로 돌아온다 시가 내 살의 각을 뜨는 시의 백정이 있는 시의 천장사가 있는 시의 아편쟁이가 있는 곳으로 푸른 부메랑이 되어 일탈이 가르쳐준 길 따라 무덤이고 부활인 곳으로

복사꽃 아래로 가는 천년

고집이 세다. 똥고집이다. 역대급 고집이다. 죽음도 고집을 꺾지 못한다. 첫 시집을 천년의시작에서 내기 시작해 벌써 6번째 시집마저 천년의시작에서 낸다. 시집을 천년 우물물 같은 푸른 시로 채우는 고집도 부렸다. 푸른 시로 채우기 위한 고집은 끝내 휘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슬픔도 진화한다

시가 피고 지는 언덕에서 별빛에 털을 말린 적이 있었다 말려도 눅눅했던 몸을 십자가에 매단 적이 있다 내 피로 죄사함 받지 못했던 시들 내 피로도 구원받지 못한 세월 밤마다 나는 시를 앓는다 밤마다 나는 세월을 앓는다 밤마다 나는 너를 잃는다

아직도 그리움을 하십니까

세상이 참 나로 인해 많이 더럽혀졌다. 그 더러움을 닦을 자는 결자해지라 나밖에 없다. 내가 닦을 수 있는 방법으로 찾은 것이 나의 시다. 오늘도 견디지 못해 발기해 꺼덕이는 정신으로 여기저기 남기는 얼룩들 나는 또 열심히 시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이별 그 후의 날들

참 열심히 시를 썼다. 시에 쏟는 열정으로 살았더라면 거부가 됐다. 시를 쓸수록 닥쳐오는 가난이지만 난 가난을 즐긴다. 시를 즐겨야 하므로 시 부자가 세상에 가장 큰 부자라는 것을 마음에 새긴 지 오래다. 2017.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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