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란
하얀 배꽃 휘날리는 밤에
내 배를 찔러
오른쪽으로 힘차게 긋는
할복의 칼날이다
단번에 죽지 않으면
시가 망나니가 되어
단숨에 내 목을 잘라 줄 것이다
시는 내 사는 이유고
시로 문신을 새기고
시를 뼈에 새기며 밤을 보낼 것이다
시가 내 부활의 무덤이자
치욕이며 내 영혼의 요람이다
*디카시집 3권 외 시작에서만 일곱 번째 출간이다
내가 주주로 있는
시작과 시작 식구는 늘 든든하고 믿음직스럽다
고집이 세다. 똥고집이다.
역대급 고집이다.
죽음도 고집을 꺾지 못한다.
첫 시집을 천년의시작에서 내기 시작해
벌써 6번째 시집마저 천년의시작에서 낸다.
시집을 천년 우물물 같은
푸른 시로 채우는 고집도 부렸다.
푸른 시로 채우기 위한 고집은
끝내 휘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