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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원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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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한국의 채색화 - 전3권>

나는 공부하러 박물관 간다

저자가 말하는 문화재 감상법(문화일보 1997년 7월 23일) 우리의 문화유산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사뭇 고조됨은 바람직한 일이라 하겠다.일본에 의해 30여년간 병탐되었던 금세기 전반은 우리민족에 있어서는 치부와 같은 부끄러운 시기였다.그 후유증 또한 큰 바,무엇보다도 과거 우리 조상들이 이룩한 문화유산 전체에 대한 폄하와 자긍심의 상실을 들 수 있다. 해서 우리는 일본에 의해 조직적으로 말살되려던 과거 문화유산에 대해 드러내면 부끄러운 것으로 인식하기도 한다.이를 증좌하는 것으로 57년부터 2년간 미국 8개 도시에서 열린 '한국고대문화전' 개최에 앞서 미국에 있던 우리 유학생들 중 "누구 창피를 보이려고 이런 것을 가져왔느냐"고 항의한 이도 있었다고 한다.근대화의 미명하에 어엿하고 보배로운 문화유산까지 홀대와 방치 그리고 파괴에도 망설임이 적었던 것은 아닌지. 모든 것에의 관심은 애정에서 싹튼다.문화유산에 대한 관심도 예외는 아니어서 무엇보다도 이들에 대한 사랑의 마음이 우선될 일이다.그러나 한편 우리 것만 무조건 최고로 치는 우월이나 국수주의적인 우리 것 제일주의도 문제가 크다.실상에 대한 바른 이해,보편 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에 의해 확립된 바른 시각과 사고로 이들을 대해야 한다. 우리는 교육과정을 통해 긴 역사 ·화려한 금수강산 ·찬란한 문화유산이 뇌리에 입력되어 있으나 머리가 아닌 마음과 가슴으로 이를 완상하고 감상하며 감동할 수 있는 시간은 부여받지 못했다. 자긍심을 고취키위한 의도적 목적보다는 감상을 통한 바른 이해와 이를 통한 기쁨의 획득이 보다 큰 의미를 지닌다 하겠다. 문화유산의 이해에 길잡이가 되는 책들도 적지 않게 나와 있어 이 분야에 대한 지적욕구를 어느 정도 채워줄 수 있으나 무엇보다 특히 뛰어난 걸작과의 만남은 그자체가 중차대한 의미를 지닌다.사전 지식도 요구되긴 하지만 자꾸 바라보면 눈이 트임을 스스로 깨닫게된다.

홀로 나귀 타고 미술숲을 거닐다

박물관 안에서의 생활이 훌쩍 32년 지났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0년 남짓 그리고 공주, 청주, 광주에 이은 전주에 이르기까지 지방 생활이 11년에 이릅니다. 호남에 온 지 6년을 바로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그동안 적지 않은 문화의 정화精華인 명품名品들과의 만남, 가슴 뛰는 조우遭遇가 이루어졌습니다. 발표한 논고들을 주제별로 몇 권의 저술을 추진하는 중 잠깐 숨 돌리는 과정에 에세이 풍의 글들을 먼저 간행하게 되었습니다.

회화

서양과 달리 동양의 전통사회에서는 "본다see"는 말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읽는다read"고 표현합니다. 글과 그림과 작가의 정신이 한데 어우러진 우리의 옛그림은 그냥 눈으로 훑어보는 것만으로 결코 충분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옛사람의 마음으로 돌아가 옛사람의 눈으로 보고 느껴야 옳습니다. 그림 속에 담긴 풍취와 먹빛으로 우러나온 올곧은 선비정신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역사의 순간들을 읽고 되새김해야 합니다. 선과 색채 너머의 세계에 있는 보이지 않는 멋과 그 시대 삶의 긴요한 가치들을 더불어 만나보아야 합니다. 민족정서와 작가의 영혼의 담긴 고유한 전통예술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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