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술사에서 패트런의 역할에 흥미를 갖게 된 것은 15년도 더 된 일이다. 그때까지 내가 배운 서양미술사는 예술사의 생애는 사회적 배경과 관한 연구, 도상해석이나 양식분석 등 한마디로 말해 예술가는 왜 어떻게 그 작품을 낳았는가 하는 창작론의 미술사였다.
물론 그것이 예술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 동시에, 사회가 그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였는가 또는 주문주가 무엇을 바랐던가 하는 수용론 내지 사회사의 시각에서 본 미술사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했던 것이 그 동기였다. 사실 주문주의 의향에 따라 작품의 내용이 좌우되는 예는 수없이 많다. 그렇다면 작품을 이해하는 데서 그 점을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