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클래식 DVD가 나오기 시작했을 때, 나는 이것에 묘한 거부감을 느꼈다. 그것음 음질에 집착하는 태도에 대한 거부감과 비슷한 종류의 것이었다.
하지만 클래식 DVD를 가지고 강의를 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영상을 보여주면서 강의하는 것이 음반으로 들려주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평소에 클래식을 어려워하던 초보자들도 생전 처음 보는 카를로스 클라이버, 글렌 굴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클라우디오 아바도, 프리드리히 굴다, 요요마, 길 샤함, 막심 벤게로프, 로스트로포비치의 연주에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특히 초서체의 현란한 지휘를 구사하는 클라이버, <부활>의 마지막 합창을 눈물을 글썽이며 따라 부르는 아바도, 피아노를 치면서 끊임없이 허밍을 하는 글렌 굴드, 막춤에 가까운 지휘를 선보였던 프리드리히 굴다의 모습을 보면서 때로는 감동을 받기도 했고, 때로는 마냥 즐거워하기도 했다.
연주가 끝났을 때 마치 음악회 현장에 있는 것처럼 박수를 치는 수강생들을 보면서, 나는 음악 감상에서 이른바 현장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절감했다. 클래식 DVD는 이런 음악회 현장의 감동을 생생하게 안방으로 전달해준다. 이 책이 그 감동의 깊이를 더하는 친절한 길잡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글 속에는 총체적인 내가 담겨 있다. 때로는 '음악'보다 나 개인의 느낌과 경험이 더욱 크게 부각된 탓에 객관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나 자신의 경험을 통해 클래식을 이런 식으로 바라보고 느낄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공감하고, 내가 사랑하는 음악을 함께 사랑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