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에서 바라보는 과거는 정말 투명한가? 현재에서 미래를 바라볼 때만 아니라, 현재에서 과거를 되돌아볼 때도 보기를 방해하는 또 다른 안개가 자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망각의 안개 말이다. 그것은 과거 속 현재에 서려 있는 안개, 밀란 쿤데라가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안개와 다른 성격의 안개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 뒤에 있는 과거는 두 겹의 안개 속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는 그 짙은 안개 속 역사의 폐허에 존재하는 파편들을 주목한다. 망각의 안개 속에서 서성거리다가 그 너머 어둠 속으로 사라지지 않도록 그것들을 하나하나 주워 기록하고 음미하는 기획인 것이다.
- 만든 이들을 대표하여 오창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