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학자이기에 도킨스의 탁월한 과학적 견해에 대해 논쟁할 만한 자격이 없다. 비록 내가 한 번도 과학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아 본 적이 없으며 되는 대로 대중적인 과학서적을 통하여 개략적인 현대 과학의 내용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 분야의 비전문가가 어찌 세계적인 생물학자의 학문에 대하여 이러쿵저러쿵 말할 수 있단 말인가? 물론 도킨스는 신학에 대해 그렇게 하고 있다. 나는 비전문가로서 다만 현대 과학이 설명하는 자연과 우주에 관한 흥미로운 내용을 접하면서 어떤 부분은 더 재미있고 어떤 부분은 덜 재미있다는 느낌 정도밖에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반대로 어떤 과학자가 종교 또는 신학의 내용에 대해서 단순한 견해 표명이 아니라 완전히 단정적인 판정을 내린 것을 보면서, 비록 내가 뛰어난 신학자는 아닐지라도 일정 부분 응답하는 것이 크게 주제 넘는 짓은 아닐 것이다.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밈meme 개념을 통하여 종교 현상을 설명하는 것은 아주 흥미롭지만, 《만들어진 신》에서 종교 전반에 대하여 최종 심판자를 자처하면서 종교에 대하여 사형 언도를 내린 것에는 무언가 응답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을 펼칠 때 과학과 종교가 적대적이라는 선입견을 가진 독자가 책을 덮을 때면 양자가 하나의 진리를 향한 인간 정신의 두 갈래 여정임을 인정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마침내 산정에서 기쁘게 만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열심히 올라갈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