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가 타자를 배제하는 과정, 즉 정상과 비정상, 이성과 광기의 분리에 초점을 맞춘 푸코의 시각에서 벗어나 세르토는 이 책을 통해 타자가 주체에 도전하면서 만들어내는 ‘놀이’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민중을 지배 권력에 저항하는 혁명적 투사로 보지 않는다. 다만 일상 속에서 기존 질서와 지배 문화를 비웃고, 흠집을 내고, 조롱하는 배우들로 민중을 상정한다. 20세기 후반기에 세르토가 다시금 주목을 받은 것도 바로 이러한 새로운 시선 때문이다. 잔 데장주, 그리고 이후 쉬랭에게서 나타나는 미시 전복의 놀이는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기존에 맛보지 못한 해방감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