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라는 막연하고 철학적인 물음에서 시작되는 자화상이 화가로 하여금 붓을 들게 했다면, 글쓰기 역시 같은 이유와 맥락에서 시작되는 행위다. 그림이 ‘색’과 ‘빛’을 통해, 글이 ‘언어’를 통해 표현된다는 방식의 차이가 존재할 뿐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자아를 잘 이해하는 과정은 나와 세계, 나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비판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와 소통’을 하는데서 출발한다. 자신에 대한 이해 없이 타인에 대한 이해는 쉽지 않다. 이 말은 자화상이 자기 내면만이 아닌 타인을 향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세상에 비춰진 우리의 모습이 바로 자화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