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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소연

최근작
2024년 11월 <불안>

사랑의 내막

사랑은 삶의 명령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고갱이다. 하지만 모든 사랑은 실패한다. 모든 인간은 허약하고도 미약하기에. 다만 실패를 딛고 일어나 또다시 실패할 때까지, 더 이상 실패하지 않으려는 분투만이 있을 뿐이다. 사람은 실패하더라도 사랑은 실패하지 않게 하려는 분투. 그래서 애초에 이 책의 가제는 ‘라캉과 김기덕, 그리고 (불)가능한 사랑’이었다. 사랑이 어떻게 불가능한 동시에 가능한지, 남자와 여자가 어떻게 그 불가능성과 가능성에 (무의식적으로) 참여하는지, 그 차이가 어떻게 개인의 사적 경험을 넘어 사회구조적 경험의 차원에서도 작동하는지를 살피는, 요컨대 이 책은 그런 책이었으면 싶었다. 계급, 인종, 성별, 세대, 지역 사이의 적대가 날이면 날마다 선량한 인간들을 괴롭히는 시대에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은 쉽고도 어렵다. 뻔한 소리로 들릴 수도 있고 뻔뻔한 소리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랑이야말로 교조주의자의 상투어이거나 투쟁하지 않는 자의 자기변명이기를 넘어 적대를 극복할 가장 고통스러운 전략일 수 있고 또 그래야 하지 않을까. 결여와 결여의 만남으로서의 사랑은 자기 자신의 가장 깊숙한 밑바닥을 헤집어야만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대와 배제보다는 사랑과 치유가 더 근원적이고 더 무한하며 더 성찰적일 수 있다. 나아가 더 윤리적일 수 있다. 냉엄한 관찰자의 위치에서 이러쿵저러쿵 판단만 내리는 자는 결코 사랑 속으로 들어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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