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내지 말고 살아야겠다고 거듭 나를 재촉했다. 상심 없이 살 수 있도록 가만가만 다독이면서 뭣이든 조금씩만 해야 한다고 설득시켰다. 빨라지려는 걸음을 무릎을 톡톡 건드리면서 멈췄다 나서고 보폭을 줄였다.
나에게 하듯 다른 이에게도 상처를 주지 말아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내가 아플 일을 만들지 않으려 하는 것처럼 내가 아는 사람, 누구에게도 같은 아플 일을 하지 않기를. 그래야 한다고, 그럴 거라고 두 손을 마주 합장했다.
그런데 맹세 같은 다짐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 아프지 않으려 할수록 허전한 구석이 넓어진다. 나에게 다가온 누군가를 구석으로 끌어들인다. 상처는 피한다고 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긁히기만 해도 피 멍울이 지고 붉은 자국이 퍼렇게 멍이 된다.
생채기가 나는 것을 두려워 말아야겠다. 피가 나야 딱지가 진다. 상흔에 단련되야 아픔에 둔해진다. 다만, 짜내고 긁어내도 다시 곪아터지지 않도록 상하지만 말자.
투병을 하다 끝내 떠나버린
아내의 곁을 지키며
나는 끝없이 무너지고 엎어졌다.
이제 겨우 나로서 살아야겠다는
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내가 나를 먼저 치유하지 않고서는
어떤 것도 의미가 없다는 작은 이유를 끈으로 잡고 있다.
“내가 답이다. 나는 나를 믿는다”
쉼 없이 중얼거리면서 산다.
이제 다시 시와 산문의 경계를 허무는
에세이집을 낸다.
삶은 끊임없이 경계에 서고
경계를 허무는 일임을 깨닫는다.
시적 치유 감성의 에세이가
모든 이들의 마음의 경계선을 무너뜨려주기를 바란다.
사는 동안 나에게 치열해지자고 다짐을 여러 번 한다.
모든 것을 잘하며 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를 포기하는 순간이 단 한 차례도 없도록 끈질기게 나를 사랑하며 살 수는 있을 것이다.
또 한 권의 책을 낸다. 눈물이 뜨거울수록 나는 나에게 간절하고 지치지 않았다는 증거다.
시집이든 산문집이든 일년에 최소한 두 권 이상은 책을 내면서 살려고 한다.
글을 쓰는 일은 고된 작업이기도 하지만 나를 올곧게 삶의 터전에 있게 만들어 주는 강력한 지줏대이기도 하다.
선뜻 출판을 허락하고 작업을 해준 출판사에 깊이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