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수천만 독자들이 할런 코벤에 열광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가독성. 스피디하게 진행되는 스릴러 소설의 가장 큰 미덕은 재미와 가독성이다. 코벤은 그 두 마리 토끼를 완벽하게 잡아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작가다. 특히 가독성에서는 따라올 적수가 없을 정도. 스토리의 밀도를 기발하게 조절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최대한 쉽게 플롯을 따라갈 수 있게 배려할 줄 안다.
후킹. 스토리 초반에 매혹적인 ‘떡밥’으로 독자를 몰입시키지 못하면 그 독서는 십중팔구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다. 또한 초반에 독자의 호기심을 최대한 증폭시켜놓지 못하면 효과적인 반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코벤은 최면술사처럼, 독자를 조종하고 다루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호감 가는 캐릭터. 독자는 스토리 속 인물들과 동질감을 느끼고 싶어한다. 코벤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우리 중 누구라도 될 수 있다. 그들은 우리의 이웃이고, 친구이고, 동료이며, 가족이다. 쉽게 공감할 수 있고, 일체감이 느껴지는 인물들의 기구한 이야기는 마치 4D영화를 보는 듯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안전한 나의 집》은 오해와 실수, 세월이 흘러도 떨쳐지지 않는 가족 갈등에 대한 소설이다. 이 책의 옮긴이이기 이전에 소설 속 주인공과 같은 해외교포 1.5세로서, 아이들의 정체성 혼란을 걱정하는 부모로서, 인물들의 시련과 불화가 특히 섬뜩하게 와닿았다. 부디 이 책이 독자 여러분께도 오늘의 시선으로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을 선사하기를 바란다.
《옥토버리스트》는 스토리가 거꾸로 흐르는, 매우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메멘토>를 떠올리면 대충 감이 올 것이다. 물론 이런 리버스 내러티브 구조를 가진 소설은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어떤 작가도 디버의 제프리 디버의 《옥토버리스트》처럼 완벽에 가까운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충분한 마음의 준비 없이 《옥토버리스트》를 펼쳐든 독자라면 한동안 고전하게 될지도 모른다. 전통적인 내러티브 구조를 완전히 뒤엎은 소설이기에 내용과 등장인물들을 파악하는 데 몇 배 더 애를 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부디, 절대 포기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 과정을 잘 버텨내야 소설의 결말, 아니, 도입부의 충격적인 반전을 십분 누릴 수 있다. (반전도 달랑 하나가 아니다!) 처음 읽을 때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폭주하는 스토리에 넋을 놓아버릴 것이고, 두 번째 읽을 때는 디버의 테크닉을 꼼꼼히 분석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한 번은 앞에서 뒤로, 두 번째는 뒤에서 앞으로 읽는 것도 추천한다.
존 그리샴의 신작 스릴러가 서점에 깔리면 독자들은 자동적으로 충격적인 반전과 사악한 악당과 호감이 가는 주인공을 기대한다. 「나는 결백하다」 역시 그 모든 요소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하지만 그의 다른 작품들과 다른 점이 딱 한 가지 있다. 이것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논픽션이라는 점이다. 그의 열아홉 번째 작품인 「나는 결백하다」는 존 그리샴이 처음으로 발표한 논픽션이라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주목할 만 하다. 어쩌면 이 작품은 작가로서의 그의 생애에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히 그렇게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소설 속 캐릭터들과 소설 속 법정 이야기는 독자들로 하여금 법률 제도에 대해 잠시 진지한 생각을 갖게 만든다. 하지만 「나는 결백하다」는 독자들에게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는 법률 제도를 진지하게 의심해보도록 강요한다.
존 그리샴과 론 윌리엄슨에겐 공통점이 많다. 그들은 남부의 작은 마을 출신이었고, 나이도 비슷했다. 게다가 두 사람 모두 어릴 적에 메이저리거를 꿈꿨었다. 어쩌면 그리샴은 이 작업을 숙명으로 받아들였는지도 모른다.
「나는 결백하다」는 미국의 비극인 동시에 존 그리샴의 가장 강렬한 법정 스릴러이기도 하다. 게다가 가장 매력적이기까지 하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 엄청나고, 믿기 힘든 이야기가 전부 실화였으니까.
그리샴은 탁월한 이야기꾼이면서 어느 작가보다도 진지하다. 그의 논증은 올바르고, 그의 열정은 전염성이 강하다. 「나는 결백하다」까지 총 네 권의 존 그리샴 작품을 옮겼지만 이번처럼 여운이 길게 남는 작업은 처음이었다. 이 책 한 권이 잘못된 시스템을 대번에 바로잡아주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이겠지만 결백한 이가 한순간에 사형수로 돌변해버릴 수 있는 이런 무서운 세상을 살고 있는 독자들에게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던져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잘 만들어진 범죄 영화를 보듯 플롯을 따라 조금씩 나아가는 이야기는 점점 극단적으로 치닫는 한 청년의 병적인 집착을 섬뜩하게 그려낸다. 브라질이라는 생소하고 흥미로운 배경은 독자에게 익숙한 영미권 소설들과는 확실히 다른 매혹적인 분위기를 선사한다. 『퍼펙트 데이즈』에는 어둡고 불온한 분위기와 소름이 돋을 만큼 적나라한 디테일, 빠르고 현란하기보다는 차분하고 신중하지만 그래서 더욱 소름 끼치는 묘사, 불쾌하지 않을 만큼의 음탕함이 있다. 수위 높은 폭력과 성적 묘사도 브라질 삼바 축구 특유의 유연함을 보는 듯한 뛰어난 완급 조절로 읽는 이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제3세계 범죄문학에 관심이 많은 독자의 입장에서도, 브라질의 토머스 해리스 혹은 스티븐 킹으로 불리는 라파엘 몬테스의 앞으로의 행보가 무척이나 기대된다.
《피처럼 붉다》는 살라 시무카의 ‘스노우화이트 트릴로지’를 여는 첫 작품이다.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진행되는, 그럼에도 청소년 시절의 순수함이나 풋풋함과는 거리가 먼 이 ‘범죄 스릴러’는 놀랍게도 북유럽에서 시작되어 전세계인들에게 친숙한 구전동화 ‘백설공주’ 이야기를 교묘히 변주한 것이다. 작품을 번역하기로 계약하던 당시 36개국에 판권 계약이 되어 있던 이 소설은 번역을 끝마친 지금은 48개국에 수출되어(그 숫자는 지금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가히 ‘스노우화이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사실 비영어권 작가가, 그것도 첫 장편소설로 이 같은 성과를 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에 살짝 고개를 갸웃했지만, 책을 받아들고 눈으로 확인하니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작가 살라 시무카의 문체는 무척이나 신선했다. 불필요한 치장 없는 심플한 문장은 몰입을 도우면서도 묵직한 감정적 충격을 선사한다. 젊은 작가답지 않게 글을 가지고 노는 실력이 탁월한데, 특히 《흑단처럼 검다》는 그 남다른 재능의 ‘쇼케이스’다 싶을 만큼 인상적이고 매혹적인 문장들이 넘쳤다. 번역자로서 느낀 ‘옮기는 즐거움’이 독자 여러분의 ‘읽는 즐거움’으로 온전히 전해지기를 소망하며 한 줄 한 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