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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를 위해 다이어리를 새로 정리할 때 친구들의 생일과 가족들의 생일을 옮겨 적는다. 요즘 시대에도 음력으로 날을 챙길 때가 있기에 음력 달력을 찾아가며 그해의 날을 기록한다. 1월부터 12월까지의 쉬는 날을 확인하다가 잊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날에 표시가 없으면 체념하듯이 고친다. 2.18, 4.3, 4.16, 4.19, 5.18, 6.29, 7.15, 10.21, 10.29…. 그리고 우리가 다 기억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날들을 생각한다. (여러분은 앞선 날짜들이 어떤 날인지 다 알고 계십니까? 당연히 다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정말로 '왜 우리는 쉽게 잊고' 세상에 이런 '비슷한 일은 반복될까?'
사회학자 노명우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났던 재난을 잠정 국면, 전조 국면, 사태 발생 국면으로 나누어 각각의 국면에서 우리가 할 수 있었던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이야기 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재난을 두루 살펴 재난의 구조와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비슷하게 윤리적이고 비인간적이며, 비슷하게 비이성적이고 불평등했던 세계/현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우리는 각각의 재난을 넘어 해야 할 일을 모색할 수 있다.
4월, 누군가는 가장 비통한 달이라 한다. 감정만 남은 기억은 제자리에 머무는 시간만 늘릴지도 모르겠다. 기억하겠다는 외침과 약속은 우리가 사건을 잊지 않고 계속해서 호명하겠다는 증인 선언과도 같다. 올해도 어김없이 눈물은 뒤로하고 말한다. 잊지 않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