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KE 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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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일 VS 진짜 일
지은이 브렌트 피터슨 · 개일런 닐슨 | 옮긴이 송영학 · 장미자 · 신원학 | 펴낸이 최승구 | 펴낸곳 세종서적(주) | 출판등록 1992년 3월 4일 제4-172호 | 주소 서울시 광진구 천호대로 132길 15 3층 | 전화 영업 (02)778-4179, 편집 (02)775-7011 | 팩스 (02)776-4013 | 홈페이지 www.sejongbooks.co.kr | 블로그 sejongbook.blog.me | 페이스북 www.facebook.com/sejongbooks | 원고모집 sejong.edit@gmail.com | 발행일 2016년 11월 4일 | ISBN 978-89-8407-595-5 05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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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R. 코비
이 책은 한마디로 대단한 책이다. 그래서 당장 꼭 필요한 책이기도 하다!
다음 이야기를 생각해보자. 당신은 현재 시카고에서 갖기로 약속한 업무상 미팅에 참석하러 가는 길이다. 정시에 도착해서 렌트카 업체로 가서 차를 한 대 빌린다. 담당자가 지도를 한 장 건네준다. 당신은 이제 주차장으로 가서 기분 좋게 차를 몰기 시작한다. 하지만 곧 문제가 발생한다. 해당 직원이 실수로 그만 필라델피아 지도를 준 것이다. 당신에게 지리 정보를 줄 수 있는 자료라고는 이것이 전부인데 말이다. 완전히 길을 잃어 난처해진 당신은, 미팅 장소에서 기다리는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공항에서 나와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동료는 좀 더 열심히 찾아보라고 능란한 솜씨로 말하고, 당신은 속도를 배로 올리지만 그럴수록 길을 잃는 속도도 점차 배가되는 느낌이다. 완전히 낙심한 나머지 다시 그에게 전화를 걸어 지도에 나와 있는 것과 유사한 지형지물을 찾지 못하겠다고 불평한다. 동료는 당신에게 부정적 에너지가 솟구침을 알아채고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말한다. 심지어 긍정적인 정신 자세Positive Mental Attitude의 중요성에 대한, 자신이 좋아하는 연설 내용도 전해준다. ‘태도가 당신 인생의 위치를 결정한다Your altitude is governed by your attitude’라는 노래도 일부 불러준다. 그러자 당신도 긍정적인 사고를 하기 시작하고 길을 잃은 것에 대한 걱정도 하지 않게 된다. 그런 상태에서도 만족하고 행복해하는 것이다. 미팅에 꼭 가야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당신의 행위나 태도와는 상관이 없다. 오히려 잘못된 지도가 문제의 발단인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런 부분을 다룬다. 이 책은 일에 대한 올바른 지도를 제시한다. 물론 당신이 정확한 지도를 가지고 있다면, 행위나 태도가 중요하다. 그렇지만 올바른 지도를 구비할 때까지는 행동을 바꾸거나 올바른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 의미 없는 일일 수 있다. 대부분의 일의 경우, 중대한 돌파구는 무언가를 깨어버리는 데 있다. 즉 낡은 사고방식이나 정신적 모델 등을, 간단히 말하면 나쁜 지도를 없애는 것이다.
잠시 다음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자. “살면서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일은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중요한 활동이다. 그러므로 진짜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정확한 지도나 바른 시각을 갖는 것은 중차대한 일이다.
지금의 우리에게 이 책이 중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산업시대에서 지식 노동자 시대로 넘어왔다. 산업시대에는 물품과 서비스에 대한 부가가치의 80% 이상이 기계 및 육체노동에서 비롯되었다. 이런 일과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 사이에는 잘 부합되고 연결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그러나 지식 노동자 시대에는 그런 부가가치의 70~80%가 지식 노동에서 나오며, 인적 자원 투입의 경우 해당 일과 원하던 결과 사이에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구별이 쉽지 않다. 오늘날의 디지털 글로벌 경제에서는 경쟁이 과거보다 10배나 더 치열해졌고, 가짜 일fake work을 피하고 진짜 일real work을 해야 할 필요성이 일의 성패를 가름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일에 대한 올바른 지도를 갖춰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오늘날의 조직들이 더 적은 자원을 투입해서 더 많은 결과물을 생산해야 하는 엄청난 압력을 받고 있다는 데 있다. 대개의 직원들 또한 자신의 역량과 지식, 그리고 재능과 열정을 십분 발휘할 처지나 입장이 아니다. 이런 딜레마가 또 있을까! 더 적게 들여서 더 많이 만들어낸다면서 정작 재능을 활용하지 못한다니 말이다. 가짜 일은 사기를 떨어뜨리고 영향력을 빼앗는다. 또한 사람 사이의 마찰, 부서 간 경쟁, 숨겨진 현안, 불만, 비난, 분노 섞인 논쟁, 심각한 냉소주의 등과 같은 감정의 암 덩어리들을 전이시킨다. 한편으로 사람들은 시스템이나 고약한 상사 혹은 질 나쁜 직원들의 희생양이 된다고 느끼기도 한다.
직원들은 일종의 활동의 덫에 걸려 있다. 쉴 틈 없이 분주하지만, 철두철미하게 짜인 전략들이나 원하는 결과와 보조를 잘 맞추지 못한다. 충분히 생각해서 전략이 세워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도 직원들이 이것을 전면적으로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다. 간혹 전략을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역할이 그러한 전략적 목표들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모르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되면, 전반적인 작업의 세계는 실행의 갭execution gap 주위를 빙빙 도는 결과를 낳는다. 활동의 덫은 제도로 자리를 잡거나 조직의 문화가 되어, 종국에는 이것을 다 그러려니 생각하면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지도 모른다. 좀 더 덧붙이면, 보고서 대부분은 읽혀지지도 않으며 대부분의 미팅은 할 필요도 없다고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이처럼 손실이 큰 가짜 일을 이어가는 데 서로 발을 맞추거나 한몫 거든다. 그렇게 되면 불평과 비난을 쏟아내고 계속 뭔가를 탓하는 사람들의 수는 더욱 늘어난다(이를 두고 자기 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라고도 하는데, 이 경우 사람들은 본인의 인식을 뒷받침할 증거를 만들어낸다).
나는 이 책을 열독하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은 훌륭한 양서로서, 다음과 같이 두 부분으로 순차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가짜 일과 그 원인을 파악하라’ ‘2부 가짜 일에서 탈출할 방법을 찾아라’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이 과정에서 제시된 각 포인트를 일목요연하게 나열하여 보여준다. 그 순서를 잘 따라가다 보면, 내가 그랬듯이, 당신도 가짜 일과 진짜 일의 차이점을 분명히 알게 될 것이다. 나아가서 문제를 바로잡는 기쁨과 열정도 생겨날 것이다.
문제를 바로잡는 그 과정은 매우 실용적이며 직접 실행에 옮기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이것들은 어디까지나 원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 따라서 당신은 이러한 원리들을 대부분의 상황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가짜 일을 하거나 그에 대해 조사를 하는 일에 장기간 관여했었다.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나는 신중히 설정한 전략적 결과와 부합하는, 진짜 일을 하는 데서 오는 만족감과 성취감을 알게 되었다. 가짜 일 및 진짜 일의 패러다임과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서로 결부시켜봄으로써, 당신은 대부분의 조직에 만연해 있는 실행의 갭을 자신 있게 해결하거나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시너지 synergy란 전체가 부분들의 합보다 효과가 더 크다는 의미이다. 이 책의 두 저자는 매우 중요한 사안에 대해 탁월하면서도 시너지 효과가 큰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개일런 닐슨은 내가 잦은 출장으로 자리를 비우는 동안 프랭클린코비 선임 리더로 있었다. 그렇다고 그와 사적인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가 이룬 업적과 우리 컨설팅 그룹과 함께 한 일은 잘 알고 있다. 그는 우리가 새로운 서비스를 구축하는 일에 도움을 주었으며,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우리 측 고객과 장기적 관계를 수립했다. 이런 참신한 관점은 하나의 새로운 각도에서 모습을 드러내면서 이 책에도 독창적인 기여를 했다. 또한 그는 브렌트 피터슨과 공조해 몇몇 회사들을 지금의 워크 잇셀프 그룹Work Itself Group으로 성장시키기도 했다. 브렌트 피터슨과는 오랜 세월 알고 지냈고, 내가 아는 한 그는 최고 교육자 중 한 명이다. 그가 저술한 책들은 출중하며 사람들도 그 우수함을 인정하고 있다. 우리 둘은 어느 대학의 교수로 함께 재직하기도 했고, 그 뒤로는 저명한 트레이닝 전문 업체에서 컨설턴트, 트레이너, 연구원 및 저술가로 일했다. 브렌트는 진짜 일의 리더, CEO, 기업인, 사업주, 개발자 등으로도 오랜 경력을 쌓았다. 이 놀라운 책에는 엄청난 시너지가 내재해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조직을 정비하는 데 일조한다고 감히 추천하려고 한다. 또한 역점을 둘 만하다고 전략적으로 결정한 것들을 실행하는 데도 근본적인 도움을 준다고 말하고 싶다. 이 책은 리더, 관리자, 트레이너, 직장인의 필독서이다. 당신이 이 책의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충분히 연구하면서, 활동의 덫에서 벗어나 진짜 일을 제도 안에 뿌리내리게 하고, 이를 조직 문화로 정착하게 해주는 새로운 툴과 스킬을 잘 습득하기를 바란다.
이 책은 일, 그중에도 특히 능률적으로 일하는 방법과 개인과 조직이 성과를 거두도록 일하는 방법에 대해 다룬다. 가짜 일fake work은 회사의 전략과 목표를 타깃으로 하지 않거나 그에 정렬되지 않는 일을 말한다. 이것은 단순한 문제 같지만, 우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너무도 많은 회사들에서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이는 회사들이 소위 ‘가짜 일’에 시달리고 있어서이다. 간단히 말하면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는 일, 즉 회사의 자금을 축내고 사기를 저하시키는 일들을 하기 때문이다.
20년 넘게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우리는 사람들이 일을 수행하는 방식과 일에 대한 다양한 접근방법을 연구해왔다. 이 연구에는 과학적 관리 운동에서 시작해서 인간관계론 운동을 지나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들이 포함된다. 우리가 인간관계론 운동의 산물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과학적 관리 접근방법과 인본주의적 접근방법 사이의 스윗 스팟sweet spot(배트로 공을 치기에 가장 효과적인 곳-옮긴이)을 찾기 위해 중대한 변화를 기하고 있다. 즉 우리는 사람에게 관심을 두고 신경을 쓰되, 올바른 일right work에 대한 포커스도 해당 상황 안에서 재검토해보아야 한다. 그 오랜 기간 동안, 우리는 조직을 더욱 강화시키고 생산성도 향상시킬 목적으로 고안된 여러 가지 트레이닝 및 개발 프로그램을 참관하거나 시행했고, 그에 직접 참여한 적도 있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충격적인 결론을 얻었다. 덧붙이자면, 사람의 상호 작용에 역점을 두는 개발 프로그램들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맞지만, 이것들이 조직의 실제 목표에는 거의 기여를 하지 못하는 듯하다. 회사를 비롯한 조직들은 당연히 그 구성원들을 제대로 대우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성과를 올리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일은 결과를 향한 눈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 팀 그리고 조직이 자신들이 하는 일에 초점을 맞출 때, 생산성의 기적이 일어나게 된다. 일에 초점을 맞춰 연구하면서 우리는 중요한 사실을 찾아냈다. 다시 말하면, 조직을 위해 열심히 일은 하지만 조직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세운 전략과 조직원이 서로 연계가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우리의 연구 대상인 조직들을 보면, 전반적으로 사람들이 하는 일의 절반 정도는 조직의 전략을 제대로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 필자들은 이 비효율적인 일을 ‘가짜 일fake work’이라고 부른다. 이 일은 중요한 듯 보일 수 있고 시간을 소모시키는 경우도 종종 있으며 성취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지만, 사실상 이것은 전략적으로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다. 직원들이 진짜 일real work, 즉 전략에 정렬되는 일을 하도록 돕는 조직이 있다면, 이 조직은 주요 과업을 더욱 잘 실행하고 더 나은 결실도 거두게 될 것이다.
연구 조사와 경험을 통해 일에 초점을 맞춰야 함을 알게 되다
이 책은 수년간의 연구 조사와 광범위한 경험을 집적한 것이다. 우리는 다양한 규모의 회사, 정부 기관, 비영리 단체, 학교, 그리고 지역사회 단체와 공조했다. 모든 사례에서 가짜 일이 생산성 및 조직의 성과와 관련해서 심각한 적으로 대두되고 있었다. 전략을 개발하여 실행하고, 팀과 개인을 그 전략에 정렬하도록 하며, 전략과 관련된 주요 과제들을 원활히 이행하도록 구성원들을 돕기 위해, 우리는 여러 조직과 협력했다. 또한 측정 연구들measurement studies을 실시하여 가짜 일이 조직의 성과에 미치는 실제 영향도 분석했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는 숙제를 마쳤으며, 거기서 얻은 답을 앞으로 당신과 공유하고자 한다.
이 책은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우리는 이 책을 일을 하는 사람들 모두를 위해서 썼다. 기업, 정부 기관, 지역사회 단체, 심지어 가족 등 어디에서 일을 하든지 모두가 그 대상이다. 그와 동시에 우리는 리더나 관리자 같은 특정의 대상에게만 초점을 두지는 않았다. 사실상 일에 대한 책임의 사슬chain of responsibility에는 모든 차원의 사람들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대개 ‘회사들’을 지칭하고는 있지만, 우리는 좋은 사람들이 좋은 일을 함으로써 소중한 성과를 내려고 하는 모든 조직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우리는 거의 모든 조직들이 고객과, 이보다 더 넓은 의미인 사회를 효율적으로 응대하기 위해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전하려고 노력 중이라는 점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각계각층의 조직들과 함께 조사를 하거나 혹은 그 조직들을 위해서 작업했다. 훌륭한 일을 하고자 엄청난 헌신을 하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각별한 공감과 존경을 표한다. 바로 그런 이유로, 가짜 일 때문에 이 헌신적인 사람들과 조직들이 고객을 최대한 잘 응대하지 못하는 현실을 지켜보는 것은 애석한 일이기도 하다.
스토리 북
지난 몇 년간 가짜 일의 개념을 관찰 혹은 설명하면서, 우리는 직장에서 가짜 일에 시달린 사람들에게서 나온 이야기와 설명들을 차고 넘칠 만큼 모을 수 있었다. 결국 우리는 이 책에 그들이 해준 이야기의 상당 부분들을 포함시킴으로써 우리가 전하려는 요지를 더 정확하게 명시할 수 있겠다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각양각색이기는 하지만 가짜 일의 부담과 위험성이 어떤 것인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우리는 책에서 그것들을 공유하기 위해서 가명을 사용했고, 특정 인물과 조직에 관한 세부 사항들은 임의로 바꾼 것도 있음을 밝힌다. 이야기들은 어디까지나 개인 및 팀의 고통스런 실책들을 보여줄 목적으로만 사용할 것이다. 이러한 실책들이 향후의 성공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우리가 여기서 익명으로 전하는 설명들이 조직 내의 가짜 일을 근절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우리의 여정: 공통된 뿌리, 다양한 길
우리 둘은 모두 시골 출신이고, 일은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성장하면서 일이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과 어떻게 직결되는지를 배웠다. 누군가가 풀을 키웠다가 건초로 만들어 거둬들이지 않을 경우, 소들은 먹이를 얻을 수 없었고 녀석들에게서는 젖이 나오지 않았다.
브렌트 교수는 지난 30년간 조직들과 함께 일해오면서 그들이 더 효율적으로 일을 하도록 협력했다. 특히 과거 10년 동안에는, 전략, 전략과 일의 정렬, 그리고 실행에 관해 조직들에게 혁신적인 전도사 역할을 했다. 또한 직접 여러 컨설팅 업체들을 세워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도록 했다.
저술가이자 극작가였던 개일런은 비즈니스 세계로 진입했다. 이 세계에 대해 문외한이자 조금은 불편해하는 방문객인 그는, 자신을 아웃사이더라고 생각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바로 그런 특성이 오히려 컨설팅에 대한 주요 부분을 알게 하고 관련된 시각을 키우는 텃밭이 되었다. 몇몇 회사를 설립하여 브렌트와 함께 이를 워크 잇셀프 그룹으로 성장시켰으며, 현재도 여러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는 당신이 이 책을 읽는 희열을 느끼는 가운데, 가짜 일을 제거하여 생산성 높은 진짜 일의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기를 바란다.
좋은 일이 쌓이면 마음이 즐겁다
붓다
당신이 자신의 새로운 통나무집 부지로 이어지는 산비탈에 길을 내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은 몇 달 동안 수풀과 포플러 나무를 자르는 작업을 했다. 사람을 맥 못 추게 하는 땡볕 혹은 매섭게 퍼붓는 폭우, 더러는 때 이른 눈 속에서도 돌을 옮기고 그 자리에 자갈 같은 것을 채웠다. 공사 책임자의 계획을 충분히 숙지하면서 일을 진행해갔다. 당신이 가야 할 길은 먼지 자욱한 언덕 너머로 구불구불 이어져서 나무숲을 지나 돌투성이의 산마루를 따라 나 있는데······ 그런데 이것이 어찌된 일인가. 당신은 지금 벼랑 끝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가짜 일이란 바로 위와 같이 보이고 느껴지는 일이다. 길을 낸다는 자체는 의미심장한 것이다. 그 노력 또한 칭찬받아 마땅하다. 당신이 프로젝트에 쏟아부은 피땀과 눈물은 진정한 것이며, 그에 대한 헌신 또한 대단했다. 그렇지만 그 어느 것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가 없다! 당신은 여전히 성과도 내지 못하는 길에 남아 있다.
많은 이들이 수없는 낮과 밤을 프로젝트, 제안서 혹은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면서 보내지만, 이것들은 결국 취소되거나 무시되거나 거절되곤 한다. 이것은 아무 곳에도 도달하지 못할 길을 간 것과 같다. 모든 노력 또한 수포로 돌아간 것이나 다름없다. 이것이 곧 가짜 일로 이르는 길이다. 다시 말하면, 며칠, 몇 주, 몇 달을, 때로는 몇 년까지도 공들인 끝에 결국에는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듯 보이는 길에 도달한 셈이다.
우리는 인생의 절반 이상을, 엄청난 양의 시간을 직장을 오가며 일을 하는 데 보낸다. 일터에 없을 때조차 일에 골똘하기도 한다. 우리는 일에 대해 생각하면서도 그 결과는 놓칠 때가 종종 있다.
필자들은 진짜 일이란 조직의 주요 목표 및 전략에 중추적이면서 그에 정렬되는 일이라고 규정한다. 이것은 기업, 비영리 단체, 회사, 정부 기구, 교회, 학교, 가족 등 어떤 조직에나 해당되는 말이다. 조직의 장,단기적 생존에 필수적인 일을 의미하기도 한다.
반면, 가짜 일은 가치의 환상 illusion of value하의 노고를 말한다. 가짜 일은 회사의 전략과 목표를 타깃으로 하지 않거나 그에 정렬되지 않는 일이다. 가짜 일은 사람들이 자신이나 회사의 목표 —매출을 올리거나, 새 사무실을 열거나, 신상품을 디자인하는 등의 일 —를 망각했을 때 생긴다.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든지 사실상 목표를 성취하려고 그것을 수행한다. 개인이나 회사 모두의 진이 빠져나가게 하는, 가짜 일의 대표 사례로는 의미 없는 서류 작업, 시간만 낭비하는 미팅들, 알맹이 없는 교육 계획, 개인이든 회사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데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하는 기타 활동들이 있다.
가짜 일을 찾아내기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왜냐하면 이것은 확연하게 드러나며 어리석어 보이기 때문이다. 리키라는 관리자는 한 가지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 발탁되었다가 제 시간만 허비했죠 |
저는 위원회에 투입되어 회사의 출장 방침을 조사하게 되었어요. 많은 불만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직원들은 방침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 애를 먹는 듯했습니다. 위원들 대부분은, 위원회를 만든 경영진의 진짜 의도는 현재의 방침을 그저 용인하는 데 있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종전의 다른 문제들도 이와 똑같은 가식적인 절차를 밟았거든요.
첫 미팅에서 카트리나라는 위원은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혹시 우리가 어떤 획기적 변화를 가져올 거라 생각하는 분이 계신가요?” 전부들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습니다. 또 다른 동료인 커트가 이렇게 덧붙였죠. “달라질 건 없어요. 그러니 제안서나 작성하고 이만 끝냅시다.”
전에도 이런 위원회에 참여한 적이 있었어요. 현재 저는 인사부 소속인데, 작년에 회사의 복리 후생 플랜을 갱신해서 바꿀 부분이 있으면 알려달라는 부탁을 받았었죠. 그래서 장문의 분석표를 작성해 상당 부분 변경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 뒤 한 동료에게서 그런 변경 제안사항들 대부분이 이미 결정된 적이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어요. 그들은 제게 의견 제시만 요청했을 뿐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거겠죠. 저를 포함한 대부분이 아는 얘기지만, 우리는 무엇이든 제안을 하거나 작성을 할 수는 있었어요. 경영진은 모든 이슈에 대해 타당한 주의를 기울였다고 말하곤 했죠, 속으로는 현재 방침이 효과적이라고 자신하면서 말입니다.
위원석에 본인 자리가 있다는 걸 명예롭게 여기는 위원도 더러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니었어요, 대부분 그리 생각하지 않았죠. 저는 경영진이 왜 절 뽑은 건지 의문이 들었어요. 시간만 다 낭비했거든요.
어쨌든 우리는 할 일은 해나갔습니다. 출장 방침을 검토했고, 다른 회사의 방침들과 비교하며 벤치마킹도 했죠. 데이터를 수집하고, 비난에 대응하려는 듯한 주요 방침도 네 가지는 바꿔야 한다고 권유했습니다. 보고서들도 정리해서, 우리의 권고사항을 요직에 있는 분들에게 전해드렸어요.
그 뒤로 어떤 일이 생겼을 것 같으세요? 얼마 후, 회사 경영진은 모든 데이터를 확인하며 보고서를 검토하고 나더니, “이번에는 아무것도 변경하지 않겠다”고 발표를 했어요. 어이가 없었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약은 많이 올랐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가짜 일을 찾아내기가 아주 어려울 수 있다. 이 책의 이어지는 부분들에서 그에 대해 탐구할 것이다. 다음 이야기에서 볼 수 있듯이, 진짜 일과 가짜 일을 구분하기란 그리 만만한 사항이 아니고, 큰 대가를 치러야 하며, 시간 소모도 많다.
엔지니어링 대(對) 보고하기
한 대형 엔지니어링 회사가 우리에게 엔지니어들과 관리자들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영역을 정확히 지적해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경영진 생각으로는 좀 더 효율적으로 일을 계획하고 정리하지 못하는 엔지니어들에게 잘못이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우리가 찾아낸 바에 따르면, 확실한 진범은 따로 있었다. 이것은 매주, 고객 중심으로 돌아가야 할 필수적인 작업 시간 중 상당량을 훔쳐가고 있었다. 엔지니어들이 작성해서 제출해야 하는 장문의 활동 보고서가 그 장본인이었다.
경영진은 매주 각 엔지니어로부터 완벽한 활동 보고서가 나오기를 원했다. 게다가 엔지니어들은 월례 보고서도 정리해서 제출해야 했다. 분량도 적지 않아 평균적으로 각각 15페이지 정도였다. 사실상 엔지니어 한 명당 매월 보고서 준비에 4일 정도를 투자했다. 경영진은 우리에게 그 보고서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견을 달지는 않았지만 슬며시 걱정이 앞섰다. 일례로, 주간 혹은 월례 보고서 내용의 대부분은 일일 업무 일지에 이미 담겨 있는 긴 내용들인 것이 확인되었다.
우리는 일부 관리자에게, 엔지니어들의 보고서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또한 거기에서 어떤 중요한 정보를 찾아냈는지 보여줄 수 있을지 물었다. 라파엘이라는 관리자가 여타 관리자들의 현황까지도 잘 대변해주는 듯했다. 그는 서류함에서 잔뜩 쌓인 보고서 더미를 꺼내며, 그것들을 다 읽어보는 일은 절대 없다고 푸념했다. 우리는 라파엘에게 흥미롭게 읽은, 가장 중요한 보고서들에다 노란색 형광펜으로 표시를 해달라고 했다. 그는 읽다 말고, 관련 있는 정보를 찾으려고 보고서의 맨 앞에서 뒤로 건너뛰더니, 각 페이지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다 마쳤을 때 보고서를 어떻게 했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과거의 보고서들이 잔뜩 꽂혀 있는 책꽂이를 보여주었다.
이어서 우리는 마지막 페이지를 그렇게 먼저 읽은 이유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보고서의 중요한 내용들은 대부분 가장 마지막 몇 페이지에 나와 있더군요.” 그런 다음에는, 그가 무엇을 찾고 있었는지 확인에 들어갔다. 우리는 형광펜 표시가 된 내용을 검토하면서 라파엘이 세 가지의 중요한 정보를 찾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1. 해결되었어야 할 문제들
2. 문제 해결을 위해 관리자나 기타 사람들이 좇아야 했을 권고 사항들
3. 프로젝트에서 나온 결론. 최종적으로 중요한 사항
대부분의 관리자들이 라파엘과 유사한 필요사항이 있음을 고려해서, 우리는 해당 회사를 도와, 현재의 방식대로 엔지니어들이 매주 15페이지짜리 보고서를 작성하는 대신, 2페이지 분량의 요약문을 보고서로 제출하도록 했다. 여기에는 다음의 세 가지 제목이 붙어 있다.
1. __________프로젝트에서 확인된 문제들
2. 행동에 옮길 권고 사항들
3. __________프로젝트에 관련된 결론
그에 이어 우리는 월례 보고서도 완전히 없애버렸다. 간단한 요약문으로도 관리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모두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만 바꿨는데도, 관리자들이 보고서를 검토하는 데 할애하던 시간이 상당히 줄었다. 누구보다도 많은 시간을 절약하게 된 사람들은 바로 엔지니어들이었다. 그들의 보고 시간은 75%나 줄었다. 그 결과 각자가 매월 진짜 일을 하는 데 3일을 더 짜낼 수 있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결실도 나왔다. 경영진이나 엔지니어 모두의 시간을 잡아먹었던 정말 많았던 가짜 일을 없앰으로써 일에 대한 즐거움이 늘어났고, 직원 유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일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 역시 향상되었다.
때로는 질문에 응답하는 것 못지않게 어렵고 힘든 부분이 있다. 다음과 같이 중요한 사항을 자문해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가 가짜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가짜 일의 덫에 걸렸는지 일단 자문했다면, 또 다른 중요한 질문이 생길 수 있다. 동료들이 가짜 일을 하고 있을까? 가짜 일은 어디서 시작될까?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관리자들은 가짜 일에 어떤 영향을 줄까? 업무팀은 자신의 일의 가치를 조절할 수 있을까? 각 개인들은? 우리는 이 책 전반에 걸쳐 이러한 문제들을 조명하면서 의미 있는 답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독자들에게, 타당한 질문을 제기하고 해당 이슈를 파악하여 성과도 내지 못하던 길에서 벗어나 정도를 찾아가라고 권할 것이다.
어느 날 밤 술집, 레스토랑, 호텔 혹은 스포츠 행사에 가보라. 휴대전화로 업무 관련 음성 메시지를 확인하거나 이메일을 읽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어느 날에는 아침 6시 통근 열차 안에서도 콘퍼런스 콜conference call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공항에서는 업무 차 낮 동안에 먼 도시로 정기 출장을 갔다가 밤 10시에 귀가하는 사람들도 보게 되는데, 일주일에 며칠을 이렇게 하는 사람도 종종 있다. 하나의 문화라고나 할까. 우리는 일의 규제를 받으며, 대다수는 항상 일을 함으로써 그에 매인다. 과거보다 더 열심히 더 빨리 일을 하고 있고, 일주일에 7일, 하루 24시간 빼곡한 스케줄에 따라 일을 한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가 연구 조사한 것을 보면, 안타까운 현실이 드러난다. 어떤 프로젝트나 과제에 매달려 엄청나게 열심히 일하는 것이 다반사인데, 정작 이것이 회사의 목표를 달성할 목적으로 꼭 해야 할 일들과는 거리가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바로 가짜 일이다. 일을 하는 의도는 좋은 일을 성취하는 데 있다. 또한 그 의도는 책임을 지는 데 있다. 동시에 우리의 일에서 자부심을 갖는 데 있다. 그런데도 당신은 좋은 의도를 갖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열심히 일하지만, 여전히 가짜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유감스럽지만 그 답은 ‘그렇다’이다.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런 암울한 현상이 대두된 주된 이유는 일이 달라졌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사실상 일을 인식하고 평가하는 방법은 단기간에 극적으로 바뀌고 달라졌다. 우리는 이러한 변화의 맥락에서 진짜 일과 가짜 일을 파악해야 한다. 재화에서 서비스로, 제조업에서 지식 및 정보 산업으로, 기술을 적게 이용하는 데서 많이 이용하는 쪽으로 변화한 것을 다루는 다양한 저술들이 그동안 출간되었다. 이러한 모든 변화는 우리가 일을 인식하는 방법에도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
다음에 나오는 것은 기술 컨설팅 회사 CEO인 콜린이 들려준 이야기이다. 그는 본인의 업무 환경을 둘러보면서 일종의 정신적 여행을 다니다가 자신이 마주하게 된 행동들에 의문을 품는다.
| 일이란 것이 대체 뭐지? |
사옥 주변을 걷고 있다. 바쁘기 그지없는 사람들. 한적한 공간이 많고,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도 많다. 고객들이나 세상 어딘가에 있는 동료와 통화 중일 테지. 미친 듯이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는 사람도 적지 않군. 사무실 유리창 블라인드를 통해 혹은 벽 너머로, 그 컴퓨터 화면에서 무슨 일이 진행되는지 훔쳐보는 느낌이다. 그 휴대전화 통화를 내가 엿듣는 기분도 들고. 우리는 하는 일에 대해 보상을 청구한다. 하지만 얼마나 정당하게 그러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다시 말해, 우리는 얼마나 진짜 일을 하며 돈을 달라는 것일까? 과연 우리는 어느 정도나 능률적인 것일까? 일을 하고 있기나 한 건지 모를 때도 있다. 난 분명히 바삐 일하고 일의 참여도도 높은 인재들을 채용한다. 그런데도 우리의 포커스가 뭔지 잘 모르겠다. 어떤 활동이 어느 만큼 집중을 방해하는지도 모르겠고.
멀리서 제니스가 웃는 소리가 들린다. 사무실 벽 너머로 떠드는 사람들도 있네. 일의 개념이 내가 어렸을 때와는 달라졌다. 정보라는 개념도 아리송하고. 우리는 생각의 대가로 급료를 받는다. 그러니 생각을 방해하지 않게 조심해야지. 그런데 걱정되는 건, 사람들이 우리 일에서 무엇이 진짜 가치 있고 중요한지를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나 자신도 그걸 분명히 알렸는지도 모르겠다. 스스로도 무엇이 가치 있고 소중한 건지 늘 아는 것 같지도 않고.
빈센트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이메일에 회신하거나 이를 작성하고, 아이디어를 개발해서 말레이시아의 직장 동료들과 공유하는군. 웹을 검색하기도 하네. 저러는 게 그에게든, 우리 모두에게든 필요한 일일까. 자렛은 자신이 검토한 200페이지 분량의 디자인 관련 기사를 내게 가져온다. 그를 실망시킬 생각은 없지만, 그 기사들에는 우리의 심각한 현안들이나 고객 응대를 다루는 것은 하나도 없었어. 우리가 어느 정도로 위기에 빠진 건지 모르겠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모든 일들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해서겠지. 고객들이 가치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도 충분히 모르겠고. 상당수 활동을 보면 일을 하고 있는 거 같기는 한데······ 직원들은 늦게까지 남아 있고, 아침에도 일찍 출근한다. 주말에도 일 때문에 시끌벅적하고, 이메일은 나를 비롯한 모두에게 밀려들어. 주말까지 업무와 씨름해도 의미 없는 토론으로 이어질 뿐. ‘중요한’ 걸 제대로 규정하고 그 밖의 것들은 되도록 없애버리기만 해도, 누군가의 삶을 바꿔놓을 것만 같다.
콜린은 이처럼 사유하며 일의 변화하는 본질에 대해 탐구한다. 그러면서 때로는 일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저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거나 웹 검색을 하는 것은 가짜 일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이 변화되면, 사고방식이나 어떤 일의 효율과 관련성을 파악하고 측정하는 방법에도 환기가 필요하다. 행동 하나만으로는 일의 가치를 충분히 규정할 수 없다. 제조업 환경에서는, 구멍을 뚫어 거기에 나사를 박는 것으로도 일을 규정하여 일과 그 목적을 쉽게 연계시킬 수 있다. 들판에서 건초 더미를 만드는 것도 진짜 일로 어렵지 않게 인식할 수 있다. 농부의 손길은 무엇인가를 거두고 있거나 다른 일들을 할 뿐이다.
직원들이 해야 할 실제 일에 대해 콜린이 좀 더 분명히 깨닫지 못하거나 그의 평가 스킬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그는 회사가 정상 궤도에 있는지 알 수 없을 것이다. 콜린은 자신이 할 일을 했나, 즉 직원들이 중요하게 처리해야 할 요소들을 규정하고 명시했는지 의문을 품고 있다. 본인도 그 요소들이 어떤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스스로에게도 그렇듯 의심이 간다면, 사내의 다른 사람들도 본인이 할 일을 잘 하고 있는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원격 재택근무를 하거나, 근무 시간 시차제로 일하거나, 연구 조사 파트나 비교적 상품과 관련이 적은 일을 하는 사람들의 채용이 늘어갈수록, 일을 바라보는 시각도 조정되어야 한다. 그동안 효율적 관리 모델, 성과 측정, 가치에 대한 생각들이 많이 달라졌다. 그런데도 여전히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일에다 쏟은 시간을 회사에 정말 유용한 것과 동일시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 사무실에서 밤마다 가장 늦게 퇴근하거나, 모든 프로젝트에 관여해서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 되고자 애쓰는 직원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다고 과연 이들이 훌륭한 작업자가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MIT 대학의 한 연구를 보면, 근로자들은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은 시간을 직장에 할애한다고 한다.
생산성을 측정하기란 쉽지 않다. 공식 통계들은 이를 단순히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노동 시간의 총합으로 나눈 국내총생산GDP으로 측정한다. 이러한 측정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해본다면, 1950년대 근로자 1명이 주당 40시간 일해서 생산한 것을 오늘날의 근로자 1명이 생산하려면 주당 평균 11시간만 일하면 된다는 것이다(이 데이터는 어디까지나 미국의 사례이고, 유럽의 생산성은 향상되고 있으며 일본도 같은 정도를 보여왔다). 우리는 여기서 이런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오늘의 근로자 1명은 1주당 11시간 노동으로 1950년대 근로자 1명이 누리던 생활수준을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 출처: 미국 노동 통계국. http://swiss.csail.mit.edu /~rauch/misc/worktime/ 참조.
업무나 프로젝트에 필요 이상 많은 시간을 쏟는 것은 대부분 잘 아는 사항이다. 그런데 이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주요 질문들을 던진다. “업무에 꼭 필요한 주요 과제를 성취하려면 몇 시간을 일해야 할까? 경쟁자들보다 훨씬 더 적은 시간을 일해도 정말 성공할 수 있을까?” 한 젊은 교수가 우리에게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 일의 환상에 대한 보상 |
우리는 일하는 시간에 따라서 돈을 받으므로, 20분짜리 일을 2시간 분량으로 만들어 보상을 받죠. 늦게까지 자지 않는다고 칭찬받기도 하고요. 장시간 일한다는 건 인사고과가 좋다는 뜻입니다. 우리 관리자가 그러는데, 제 동료 칼라는 새벽 2시에 온라인으로 일을 할 만큼 헌신적이랍니다. 그래서 저도 인스턴트 메신저를 밤새도록 띄워놨죠, 저 또한 온라인으로 일하는 것처럼 보이려고요. 그 덕에 그 다음번 그룹 미팅에서 칭찬을 들었고요, 사실은 자고 있었는데. 도대체 일이 어찌 돌아가는 건지! 이건 누군가에게 들은 얘기인데요, 베트남 전쟁 당시 병사들에게 구멍을 팠다가 다시 메우라는 명령이 떨어진 적이 있답니다. 검열을 받는 동안, 바쁘게 일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그런 거였죠. 제 일도 때론 그와 다를 게 없어요.
“주당 40시간 근무는 이젠 사라졌어 — 60시간 근무의 세계로 어서들 들어오게나”라고 말한 관리자가 있다더군요. 사람들은 곧 이를 따라가게 되었고요. 사실은 새로운 현상도 아닙니다. 지난 몇십 년간 점점 확대되어온 사안이니까요. 사람들은 예전만큼 행복하지 않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도 줄어들었습니다. 집안일에 참여하는 것도 물론 줄었고요. “언제나 박 터지게 일만 해”라고 다들 인식하고 있죠. 그렇다고 사람들이 능률적으로 일하는 건 아닙니다. 모든 것에 너무 많은 시간들을 쏟고 있어요. 쓸 데 없이 일만 부풀리기도 하죠(특히나 미팅과 콘퍼런스 콜 같은 것 말이죠). 이런 게 바로 일의 환상을 만들어내지 않나 싶습니다. 일하는 것처럼 보이면 그 보상을 청구하죠. 바쁜 듯 보이면 그걸로 되는 겁니다. 하지만 이건 진정으로 일하는 게 절대 아니에요.
모든 회사가 앞에서 말한 문제들로 힘들어한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는 효율과 생산성 측면에서 두드러지는 성과를 올린 사례들도 목격했다. 그런데 개인이나 관리자나 회사 모두 자문해야 할 사안이 하나 있다. 진정하고 중요한 일에 그저 초점을 두기만 한다면, 어떻게 주 11시간 근로에 근접할 수 있겠는가? 그런 뒤에는 다음의 질문도 던져야 한다. “추가로 어떤 일을 해야, 회사와 직원들에게 부가가치를 제공할까?”
이상적인 직장이라면 모든 직원이 중요하면서도 성과를 내는, 진정으로 가치 있는 일들을 하고 있을 것이다. 모두가 시간이 아닌 결실로 보상을 받을 것이다. 또한 사람들도 시간을 우선적으로 잘 관리하면서 회사에 가장 소중한 일에다 역점을 둘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짜 일을 직접 하거나 하는 것을 보거나 그 희생양이 되어본 경험이 있다. 이들에게서 공통으로 나오는 불만이 하나 있다. “우리 회사는 가짜 일에 파묻혀 있어요.” 그럴지도 모른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미팅, 이메일, 끝없이 이어지는 휴대전화 통화 등이 금세 떠오를 테지만, 늘 이것들만 문제의 장본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과거 몇십 년 동안 업무 환경은 크게 변했고, 새로운 형태의 일들이 개발되었다. 이로 인해 가짜 일을 찾아내기가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워졌지만, 그래도 우리는 그것을 탐구할 생각이다. 때로는 진짜 일과 가짜 일이 판박이 같으며, 단지 놓여 있는 상황만 서로 다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양자 간의 차이를 밝히는 데 미묘하고도 힘든 문제점들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겠다.
인터넷으로 조사를 하는 작업 시간이 진짜 일인가, 가짜 일인가를 구별하기도 쉽지는 않다. 당신이 다음의 것들을 하고 있을 경우도 회사에 진정한 의미의 기여를 하고 있는지 판단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 밤새 들어온 137통의 이메일을 다 처리하기
• 검토를 위해 남겨진, 무한정 길고 지루한 컴퓨터용 회계 처리 자료를 철저히 분석하기
• 동료나 고객에게 음성 메시지를 끝도 없이 계속 남기기
• 하나의 계획에 대해 7번이나 초안을 작성하기
• 적어도 누군가가 보기에는 중요한, 또 다른 주요 미팅에 참석하기
• 시장 실사를 하여 엄청난 양의 새로운 데이터 수집하기
이 책의 나머지 부분들에서는 무엇이 당신의 회사를 가짜 일에 매몰시킬 수 있는지 알아볼 것이다.
사람들은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가운데 가짜 일이라는 무시하지 못할 사슬에 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