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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쇄 인쇄 | 2010년 7월 5일
1쇄 발행 | 2010년 7월 12일
지은이 | 김학중
펴낸이 | 이재석
책임교정 | 길정은
마케팅팀장 | 이정호
펴낸곳 | 울림사
출판등록 | 1993년 4월 20일 제13-147호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중학동 111 경통빌딩 702호
대표전화 | 736-4464
영업부 | 725-5808
팩시밀리 | 736-4467
homepage | www.woolimsa.co.kr
e-mail | woolimsa1016@naver.com
ISBN : 978 -89 -86423 -45-7 03810
제작 : (주)한국이퍼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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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김학중
각종 방송 출연과 대학교 강의, 세미나, 출판 등을 통해 오히려 일반 대중에게 친근감과 호소력이 있고 인기가 있는 사회 명사다. 특히 레포츠와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교회 시설과 프로그램을 통해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목사로 유명하며, 불신자가 좋아하는 교회로서의 신선한 패러다임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또한 가정의 소중함을 알고 가정의 화목과 행복을 위해 열정과 소명을 가지고 한국 교회의 모범과 모델이 되는 건강한 교회를 만들어 가는 영적 리더이다. 그는 한국의 미래를 짊어질 영적 리더를 육성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 안정된 가정,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참된 인격과 품성을 소유하고 국제적 감각을 겸비한 미래의 인재들을 길러내고자 행복과 희망의 비전을 품고 있다.
그는 꿈의 교회를 담임하고 있으며, 한국 NCD 이사장, 굿프랜드복지재단 이사장, 안산시 기독교연합회장, 연세대 겸임교수를 맡아 섬기고 있으며, 저서로 《믿음불패》《불신자도 좋아하는 교회를 만들라》《 남편으로 행복하게 살기》《아내로 행복하게 살기》외 다수가 있다.
책 머리에
미국의 가족치료 권위자 고트맨 박사(John Gottman)는 많은 임상경험을 통해 부부의 대화를 몇 마디만 들어도 이혼의 위험성을 직감한다고 합니다. 불행한 부부에게는 이혼으로 가는 네 가지 위험한 대화 방식이 있다고 하는데, 바로 ‘비난, 경멸, 자기변명, 담쌓기’입니다.
자신의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상대방을 비난하고, 용서하기보다는 경멸하고, 사과 한마디 없이 자기변명만 늘어놓고, 갈등을 해소하지 않은채 상대방을 피하기만 하면 결국 감정의 골이 깊어져 마음의 문은 닫히고야 맙니다.
사소한 말 한마디가 모여 이혼의 원인이 된다니, 참 정신이 번쩍 드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작은 말 한마디, 작은 배려 하나하나가 모여서 부부 행복의 열쇠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명심해야 합니다.
부부가 행복하면 자녀들도 행복하고 부모들도 행복하고 이웃도 행복하고 그 사회가 행복해집니다. 행복의 가장 기초는 가정이고 그 중에서도 아내와 남편, 두 사람의 행복입니다. 그럼 부부가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보통 부부는 둘이 하나가 되는 거라고 합니다. 두 개의 물방울이 모여 하나가 되는 것처럼 말이지요. 하지만 이 말은 누구 하나가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맞춰주라는 뜻이 아닙니다. 서로 간의 대화를 통해 서로의 차이를 알고, 이해하고 받아들여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어야 합니다.
‘미운오리새끼’라는 동화를 아시지요? 못생겼다는 구박에 슬픔과 자괴감에 빠져 방황하던 미운오리새끼는 다른 백조들이 너는 아름다운 백조가 될 거라고 말해 주었기 때문에 진정한 자신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내 남편, 내 아내도 한 마리의 아름다운 백조입니다. 이 사람에게 아름다운 자화상을 그려주는 것은 누구일까요? 바로 나 자신입니다. 옆에서 작은 것 하나에도 긍정적인 말을 해주고, 칭찬해 주고, 격려하고 축복하는 것,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여러 가지 사회 문제나 경제 문제, 또는 개인적인 일로 부부는 때로 무기력하거나 냉랭한 사이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때일수록 아내는 남편의 안식처가 되고, 남편은 아내의 피난처가 되어 행복한 가정을 세상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기본으로 삼아야 합니다.
이 책에 실린 51가지 부부들의 사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부부 간의 사랑의 대화가 무엇인지를, 부부 행복을 위해 실천할 조건들이 결코 어렵지 않음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여러분의 가정생활이 좀 더 행복해지고 웃음이 넘쳐나길 소망합니다.
김 학 중
차례
이야기 하나
부부가 평생 아끼지 말아야 할 말 ‘미고사축’
이야기 둘
당신은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
이야기 셋
칭찬 일기
이야기 넷
우리 부부의 아름다운 원칙
이야기 다섯
대장님 먼저
이야기 여섯
언제나 당신 편에 있을게
이야기 일곱
딱 한마디 말이 어려워
이야기 여덟
된장찌개와 장미꽃 한 송이
이야기 아홉
울지 않는 바이올린
이야기 열
애인이 되어 주세요
이야기 열하나
올 결혼기념일 선물은 뭘로 할까
이야기 열둘
당신이 떠난 빈자리
이야기 열셋
아내의 비상금 챙겨주기
이야기 열넷
시련의 순간, 그대 곁에 아내가 있다
이야기 열다섯
시장은 바꿀 수 있어도 남편은 바꿀 수 없지요
이야기 열여섯
남편 발자국 소리를 반기는 ‘식물 아내’
이야기 열일곱
기쁨도 함께 고통도 함께
이야기 열여덟
소리를 찾아준 남편의 한마디
이야기 열아홉
남편이 말을 잃은 이유
이야기 스물
아들이 존경하는 아빠
이야기 스물하나
잃어버린 40년의 세월
이야기 스물둘
와이셔츠를 걷어붙이고
이야기 스물셋
장인을 몰래 살린 사위
이야기 스물넷
재만 씨의 결혼기념 5천 일 이야기
이야기 스물다섯
안마 백 번
이야기 스물여섯
임신한 어린 딸의 결혼
이야기 스물일곱
아내를 위한 293만 원
이야기 스물여덟
가족 모임에서 이룬 화해
이야기 스물아홉
남편의 어린 시절 사랑하기
이야기 서른
어느 화가의 그림
이야기 서른하나
1년을 꼬박 새운 사랑의 새벽 기도
이야기 서른둘
서로의 아픔을 달래며
이야기 서른셋
사랑을 담고 달리는 택시
이야기 서른넷
부부 싸움은 칼로 물베기
이야기 서른다섯
밥상 차려주는 남편
이야기 서른여섯
잔소리가 칭찬으로 바뀔 때
이야기 서른일곱
꽃다발 속의 편지
이야기 서른여덟
아름다운 행복의 조건
이야기 서른아홉
놀라운 숙제
이야기 마흔
남편이 사온 사골
이야기 마흔하나
어느 눈 오던 날
이야기 마흔둘
아빠가 달린다
이야기 마흔셋
네 커플링이 쓸쓸할까 봐
이야기 마흔넷
떠나보내려는 사랑, 지키려는 사랑
이야기 마흔다섯
남편의 폭력으로 깨어진 가정
이야기 마흔여섯
아내의 언어
이야기 마흔일곱
사소한 갈등이 ‘이혼 불씨’ 된다
이야기 마흔여덟
좋은 부부 관계란 어떤 풍경일까
이야기 마흔아홉
부부 싸움의 원칙
이야기 쉰
70세 할머니의 결혼식
이야기 쉰하나
까치네의 부부 싸움
- 행복한 부부가 되기 위한 10가지(부부 10계)
이야기 하나 부부가 평생 아끼지 말아야 할 말 ‘미고사축’
남편의 구두 한 켤레를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영희 씨는 마치 자기 구두를 새로 산 것처럼 기분이 좋고 뿌듯했다.
“당신 구두가 늘 마음에 걸렸는데, 내 마음이 다 후련하네.”
“더 신어도 되는데. 그나저나 이번 달은 생각지 못한 지출이 생겨서 어떡하지?”
“당신도 참, 이게 다 투자라고. 이제 새 구두 신고 더 열심히 일하면 되지.”
“알았다, 알았어.”
며칠 전 일이었다. 오랜만에 회식이 있었다며 남편이 12시가 넘어서 술에 취해 들어왔다. 구두를 제대로 벗지도 못하고 거실 바닥에 쓰러져 자는 남편의 모습을 보고 화가 머리끝까지 솟았다. 하지만 곧 그 화는 눈물로 변했다. 뒤집어진 채 거실까지 따라 들어온 남편의 구두 한 짝 때문이었다.
영희 씨가 신혼 시절에 사준 것이었는데, 그때는 분명 매장에서 가장 멋있고 비싼 구두였다. 그런데 어느새 밑창이 다 헤지고 장식이 떨어져 나갈 듯 겨우겨우 붙어 있는 낡은 구두가 되어 있었다.
영희 씨의 남편은 자동차 세일즈맨이다. 남들보다 많이 돌아다니기 때문에 구두가 빨리 낡기는 했지만, 항상 부지런하고 검소한 남편이 닦고 손질해서 지금껏 주인의 힘겨운 발걸음을 지탱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영희 씨는 꼭 그 낡은 구두가 자신과 아이들을 위해 일해온 남편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아 가슴 한 구석이 묵직하게 아파왔다.
영희 씨는 아직 아이들이 어려 맞벌이를 하지 않는다. 남편 혼자 버는 돈으로 아이 키우고 살림도 하다 보니, 그들 부부에게는 절약이 몸에 배었다. 하지만 그녀도 이번만큼은 남편에게 새 구두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주말에 남편과 함께 나가 구두 한 켤레를 산 것이다.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그 일이 있은 후에 영희 씨는 남편의 일을 도와줄 만한 방법이 없을까 하고 고민했다.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난 오전 시간밖에 짬이 나지 않아 새로 직장을 알아보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이대로 절약만 하기엔 남편의 짐을 덜어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 끝에 영희 씨는 남편 몰래 남편이 책상 위에 쌓아둔 자동차소개서인 팸플릿 한 뭉치를 들고 밖으로 나섰다. 남편의 회사 차량의 사진을 실은 그 작은 책자 맨 앞에는 남편의 이름과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지하철 역 앞에 선 영희 씨는 자신에게 무심하게 시선을 던지며 지나치는 사람들 틈에서 창피해서 고개를 들 수도 없었다. 한참을 가만히 서 있기만 했지만 고생하는 남편의 모습과 남편의 낡은 구두를 떠올리며 다시 한번 용기를 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팸플릿을 주며 차가 필요하면 연락을 달라고 부탁도 했다. 어떤 사람은 받아가고 어떤 사람은 무심하게 지나쳐 갔다.
그렇게 영희 씨는 며칠 동안 길거리에서 남편의 팸플릿을 나눠주었다. 남들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쳐다보거나 책자를 내민 그녀의 손을 매섭게 뿌리칠 때 영희 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그만두고 싶었지만, 남편이 매일 이보다 더 어려운 일을 반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굳게 먹었다.
어느 더운 여름날, 낮에 그렇게 팸플릿을 나눠주고 들어온 영희 씨는 그만 가벼운 일사병 증세로 앓아누웠다. 그러다보니 미처 저녁 반찬을 준비하지 못했다. 눈을 떠보니 남편은 이미 퇴근해서 욕실에서 세수를 하고 있었다.
“여보, 미안해요. 금방 저녁 차릴게.”
“…….”
남편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영희 씨는 남편이 힘들게 일하고 들어왔는데 태평하게 잠들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화가 났거니 하고 얼른 찌개도 끓이고 김치도 썰고 분주하게 상을 차렸다.
“여보, 저녁 먹어.”
“…….”
“여보?”
욕실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남편은 아직 욕실에 있는 모양이었다. 혹시 화가 많이 났나 싶어 욕실을 들여다 본 영희 씨는 깜짝 놀랐다. 거울 속에 비친 남편의 눈이 벌겋게 충혈되어 눈시울에 눈물자국이 묻어 있었던 것이다. 남편은 황급히 눈물 방울을 닦아 냈다.
“여보,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남편은 영희 씨를 덥썩 끌어안았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여보,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남편은 땡볕 아래서 자신을 도와주기 위해 광고 책자를 돌리는 아내의 모습을 본 것이다.
“당신, 봤구나.”
“…….”
“왜 당신이 나한테 미안해하고 그래? 오히려 내가 미안하지. 여보, 항상 고마워.”
영희 씨 부부는 찌개가 다 식을 때까지 그렇게 서로를 껴안고 있었다.
부부가 함께 평생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바로 이 세 마디 말이다. 여기에 한마디 더 추가하면 ‘축복해요’라는 말이 있다. ‘미고사축(미안해요/고마워요/사랑해요/축복해요)’이란 말? 바로 이 ‘미고사축’은 부부 사랑 확인에는 필수적이면서도 아무리 낭비해도 괜찮은, 아니 낭비하면 할수록 좋은 말이다. 우리가 평생을 살면서 이 말만 아끼지 않는다면 세상에 행복하지 않은 부부란 없을 것이다.
이야기 둘 당신은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
나는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같은 버스를 타고 출근한다. 그렇게 몇 년을 다니다 보니 타고 내리는 정류장에서 친숙한 얼굴을 많이 알게 되어, 눈인사를 건네거나 서로 날씨 얘기를 건네기도 한다.
어느 날부턴가 회사 앞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면 항상 길 건너편에 누군가가 서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이제 중년에 접어든 듯한 남자는 매일 아침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보고 있다가 사람들이 각자 흩어지면 그제야 자기 갈 길을 가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무심코 지나쳤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한 달 가량 지나도 그 사람을 계속 보게 되자 나는 호기심이 생겼다. 저 사람은 도대체 왜 저기 서서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고 있는 것일까?
어느 월요일, 호기심이 극에 달한 나는 용기를 내어 그 사람에게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길을 건너 그 사람을 따라가 미리 준비한 캔 커피를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저 버스에 타고 있던 사람인데요.”
놀라는 그에게, 나는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그동안 궁금하게 여기던 것을 물어보았다. 그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이윽고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실은 제 아내가 매일 저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합니다. 저는 평범한 회사원이고요. 제 아내는 전화 상담원이지요. 우리는 맞벌이 부부로 하루하루를 정말 바쁘게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인가 아내가 자꾸 눈이 아프다지 뭡니까. 사는 게 바쁘다보니 병원에 가는 것도 하루 이틀 미루게 되고, 그러다가 견딜 수 없다고 해서 병원에 갔더니 각막염이라고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너무 늦게 와서 염증이 이미 눈 전체에 다 퍼졌다고요. 일주일 뒤 수술을 받았는데 회복하기까지 또 꼬박 일주일이 걸렸습니다.
그래도 그때까지는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설마 하는 마음은 가지고 있었지만 수술도 했겠다, 별 일 아니라고 생각했었지요. 그렇게 7일이 지나고 아내는 내 앞에서 눈에 감고 있던 붕대를 풀었습니다. 저는 다급하게 물었지요.
‘나 보여?’
그런데 아내가 아무것도 안 보인다지 뭡니까. 그 순간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아내에게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고 말한 후 의사 선생님을 찾아갔지요. 그 분께 세상이 다 무너지는 듯한 말을 들었습니다. 염증이 너무 많이 퍼져서 손을 댈 수가 없었다고 하더군요. 그 순간 제 머릿속에는 아이들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물론 가장 걱정이 되는 건 아내였지요.
‘아내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까. 사실을 알면 얼마나 괴로워할까.’ 하는 생각으로 정신이 없었습니다.
앞이 안 보이는 상태로 하루를 지내고 나자 아내도 어느 정도 눈치를 챈 듯했습니다. 퇴원 수속을 밟고 집으로 왔지요. 처음에 아내는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아내의 마음이었습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절망감과 아이들이나 내게 예전처럼 해줄 수 없다는 죄책감 같은 것들로 많이 괴로워하더군요. 전 그런 아내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려고 오히려 더욱 밝은 모습으로 아내를 대했습니다.
3개월쯤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아내는 예전 직장에 다시 다니고 싶다고 하더군요. 전 물론 말렸습니다. 내가 벌어오는 돈으로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아내가 밖에 다니는 것이 걱정스러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전의 밝은 모습을 되찾고 싶다는 아내의 강한 의지에 저도 굳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아내가 일하던 회사에서도 다시 오라는 제의를 받아 아내는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출퇴근이었습니다. 아내의 직장과 제 직장은 정반대 방향이거든요. 처음 한 달 동안 저는 아내의 회사 앞까지 손을 잡고 데려다 주었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아내는 차츰 예전의 밝은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사람들하고도 어울리기 시작했고, 아이들의 얘기에도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 참 좋아 보였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자 아내는 이제 출근도 자기 힘으로 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보이지 않는 눈으로 홀로서기를 하려는 아내에게 저는 용기를 주고 싶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하라고 했지요. 지역 자원봉사 단체의 도움으로 맹도견을 얻어, 이제 아내는 개와 함께 출근을 합니다. 그리고 저는 매일 아내를 이렇게 멀리서 지켜본답니다. 아내가 잘 해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지요. 저는 매일매일을 힘차게 살아가는 아내가 정말로 자랑스럽습니다.”
말을 마친 그는 웃음 띤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의 웃음 속에서 진실된 사랑을 볼 수 있었다. 아내가 퇴근할 때쯤 와서 집에 가는 버스를 타는 것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하며 뒤돌아서는 그에 게 나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당신은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
이야기 셋 칭찬 일기
신혼 시절의 달콤함이 끝나고 서로에게 슬슬 실망감을 느끼는 부부가 있었다.
‘꼼꼼한 여자인 줄 알았는데 돈 쓰는 게 좀 헤픈 것 같아.’
‘남자가 어떻게 형광등 하나 못 달아주니.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살게 해 준다더니.’
‘말투 좀 사근사근하게 해 주면 안 되나? 어휴, 사나워.’
‘자기 부모님한테는 저렇게 잘 하면서 어쩌면 우리 집에는 한 번가는 것도 싫어할까.’
‘왜 만날 이 반찬만 하는 거야. 점점 아침을 안 차리는 날이 늘어나고. 나를 소중하게 대하지 않는 것 같아.’
‘늦게 들어오고, 주말에 애랑 놀아주지도 않고 잠만 자고. 실망이다, 실망이야…….’
부부는 서로 소리 높여 싸우진 않았지만, 그런 마음이 얼굴에 드러나다 보니 점점 대화가 줄어들고 냉담한 기운이 흘렀다. 화목하고 웃음이 피어나야 할 집안에는 서로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실망감만이 가득했다.
이러다 안 되겠다 싶었는지, 어느 날 아내는 두 권의 노트를 사 들고 와서 남편에게 내밀었다.
“이게 뭐야? 칭찬 일기?”
“어제 부부 프로그램에서 봤어. 그냥 정말 사소한 거라도 좋대. 하루에 한 가지씩 쓰자.”
“사소한 것도 괜찮다고?”
“응. 자, 내가 쓴 것 봐.”
아내가 쓴 남편 칭찬 노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오늘 남편이 스스로 양말을 챙겨 신고 나갔다. 그리고 어제는 양말을 잘 정리해서 흰 빨래통에 넣었다. 참 잘했어요.’
“하하, 이게 뭐야. 어린애 일기 같다.”
“뭐, 어때. 처음이니까 재미있게 시작하려고 이랬지. 당신도 하나 써줘.”
남편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렇게 적었다.
‘오늘 된장찌개가 내 입맛에 딱 맞았다. 여보, 잘했어요.’
“와, 정말 사소하다.”
“하하, 내일은 다른 거 칭찬해 줄게.”
부부의 칭찬은 그렇게 작은 것으로 시작되었다.
‘오늘은 남편이 저녁을 먹고 그릇 정리를 도와주었다.’
‘아내가 어머님께 전화할 때 사근사근하게 말하는 게 참 좋았다.’
‘아이와 함께 목욕을 하면서 욕실 청소도 해주었다.’
‘일주일 치 와이셔츠를 정성스럽게 다려주었다.’
‘일찍 온다고 약속했는데 정말로 일찍 왔다. 내가 좋아하는 떡볶이도 사 왔다.’
‘출근할 때 아이와 함께 배웅해 주었다.’
칭찬 일기를 쓰면서 부부는 깨달은 바가 있었다. 그 깨달음이 그대로 일기에 전해져, 부부의 칭찬은 점점 정답고 따뜻하게 발전했다.
‘남편의 든든한 어깨와 등이 고맙다. 언제든 기댈 수 있는 나만의 남자.’
‘내 아이를 낳아 주고 이렇게 행복한 가정을 꾸려 주는 소중한 여자.’
‘힘든 회사일 마치고 들어와서 오히려 내게 오늘 하루 수고했다며 손을 만져주는 사랑이 넘치는 사람.’
‘자기 몸 아프고 괴로운데도 끝도 없는 집안일에 매여 쉬지도 못하는 가엽고 고마운 사람.’
두 사람은 서로의 존재 자체가 고마운 선물이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서로 흠집만 보고 실망만 했던 그 시간들이 얼마나 불행했는지, 그리고 서로의 좋은 점을 칭찬해주고 고마워하는 이 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부부는 마음속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칭찬을 해서 변화한 건지, 변화를 해서 칭찬을 하게 된 것인지 순서는 알 수 없게 되었지만, 부부는 오늘도 서로에 대한 칭찬 일기를 계속 쓰고 있다.
이야기 넷 우리 부부의 아름다운 원칙
우리 부부는 신혼 때부터 지켜온 한 가지 원칙이 있다.
남을 위해 봉사할 때는 반드시 함께한다는 것이었다. 좋은 일을 하는 데 한 사람만 하고, 다른 사람은 뒤처져 있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에서 나와 남편이 합의한 원칙이었다.
우리 결혼을 주례하신 분께서 당부하신 말씀이 바로 ‘무엇인가 부부가 함께하는 일을 만들라는 것’이었다. 그분의 당부를 듣고 우리 부부는 무엇을 같이 할 수 있는가를 생각했다. 취미 생활을 같이해볼까 생각도 하고, 같은 책을 읽자는 의견도 냈다. 그러다가 상대방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서로 말해보기로 했다.
남편은 대뜸 남을 위해 무엇인가 봉사하며 살고 싶다고 했다. 그 순간 나는 ‘그래, 바로 이거다’라고 생각했다. 남을 위해 봉사하는 좋은 일에 부부가 함께하는 것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그런 원칙에 따라 우리가 하고 있는 작은 일거리가 하나 있다. 고아원을 2주마다 한 번씩 찾아가 아이들의 머리를 깎아 주는 일이다.
남편은 본래 직업이 이발사다. 남편 가게에는 매일 수십 명의 사람들이 머리를 깎기 위해 드나든다. 우리 동네에서는 제법 남편의 솜씨에 대한 평이 좋아서 옆 동네에서 찾아오는 단골 손님도 많았다.
남편은 손님들에게 더 잘해야 한다고 늘상 입버릇처럼 말하곤 한다. 좌우지간 남편은 손님이 정말 왕인 것처럼 행동한다. 비록 동네의 친한 이웃집 아저씨라고 하더라도 손님으로 오면 최고의 서비스를 베풀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한달에 두 번 그 왕 같은 손님들조차 물리치고 가게 문을 닫는다. 바로 고아원에 봉사를 가기 때문이다.
고아원은 작지 않은 곳이라 2주에 한 번씩 가도 하루 종일 깎아야 한다. 아직 가위를 겁내는 꼬맹이들을 달래기 위해 진땀을 빼기도 하고, 정신없이 움직이는 통에 혹여 상처라도 낼까봐 조심하며 손을 움직인다.
처음에 나는 이 이발 봉사를 하는 게 은근히 걱정스러웠다. 같이 봉사를 하자는 원칙 때문에 따라나서긴 했지만, 나는 이발 기술은커녕 내 앞머리 하나도 제대로 자르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처음에 나는 그저 이발하는 아이들을 씻기거나 혹은 보자기를 털어주거나 하는 보조 역할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좀더 본격적으로 남편과 동일하게 봉사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도 가위를 들기로 했다. 남자애들 머리 깎는 법을 남편에게 배웠다. 처음 가위를 들고 머리를 깎을 때는 쉽지가 않았지만 남편의 가게에서 가발을 갖고 연습을 하며 노력했다.
차츰 익숙해질 무렵 나는 여자아이들에게 맞는 미용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예뻐지고 싶고 멋을 내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기 때문이었다. 어디 나가면 고아원 아이라서 대충 머리 손질한다는 말을 듣지 않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학원에 등록해서 따로 미용 기술을 익혔다. 그렇게 노력하다보니 지금은 나도 미용실을 경영하고 있다.
이제는 나 역시 한 달에 두 번은 남편과 함께 가게 문을 닫는다. 부부가 함께 봉사해야 한다는 원칙을 어기지 않기 위해서다. 이웃에게 봉사하는 일에 있어서는 남편은 나의 든든한 동료이다.
언젠가 남편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나 혼자 이 일을 하는 것보다 당신과 함께 하는 것이 훨씬 더 의미 있고 보람 있다고 생각해. 당신이 함께 해줘서 고마워.”
나 역시 그런 마음이다. 남편이 함께 있기에 나의 봉사활동은 훨씬 더 보람 있고 즐겁게 느껴진다. 선한 일을 함께 하는 것은 그 얼마나 좋으랴. 우리 부부는 경험으로 그 맛을 알게 되었다.
이야기 다섯 대장님 먼저
어느 가정이거나 그 집안에 항상 웃음이 가득하려면 부부 사이의 관계가 원만해야 한다고 봅니다.
남편은 남편대로 가정에 마음을 두어야 하고, 아내는 아내대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잘해야 합니다. 남편이 가정에 마음을 두도록하기 위해서 아내는 남편 스스로가 우리 가족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느낄 수 있도록 그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저는 아이들이 말을 할 무렵부터 제 남편에게, 여느 집 아빠들처럼 누구누구 아빠가 아니라 새로운 애칭을 붙여서 불렀습니다. 또 아침이면 아이들 셋을 깨워 저와 함께 넷이서 허리를 굽혀 아빠에게 “대장님, 안녕히 다녀오세요”라고 인사를 합니다. 그리고 음식을 먹을 때도, 언제 어디서든 아빠부터 챙기려고 노력합니다.
“대장님 먼저…….” 하고요.
이렇게 하다 보면 없던 애교도 저절로 생기는 것 같습니다. 또한 아이들 역시 아빠의 소중함을 이해하고서 스스로 “대장님, 감기 조심하세요.”, “대장님, 힘내세요. 저희가 있잖아요.”, “대장님, 사랑해요, 대장님이 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