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오일 글
몇 개의 문학상을 받은 뒤 시와 동화를 쓰고 있어요. 따뜻하면서도 감동과 힘이 있는 글을 쓰고 싶어 노력하고 있답니다. 여러분 마음에 늘 푸르른 나무 한 그루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요. 덕분에 세상도 한껏 맑아지고요. 지은 책으로는 몇 권의 시집과 동화책 『올챙이 아빠』 『천하무적 왕눈이』 『막난 할미와 로봇곰 덜덜』 등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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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배 그림
힐스에서 그림책을 공부했고 제3회 한국 안데르센상 미술 부분 특별상을 받았어요. 마음을 담아 유쾌하고 따스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답니다. 그린 책으로 『하늘天 따地』 『별명폭탄 슛!』 『손가락 아저씨』 『빙하쥐 털가죽』 『까닥 선생 정약용』 『생명 탐험대 시간 다이얼을 돌려라』 등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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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오일 글 | 김선배 그림
처음 찍은날 | 2015년 2월 24일
처음 펴낸날 | 2015년 3월 3일
펴낸이 | 정세민
펴낸곳 | (주)크레용하우스
출판등록 | 제5-80호
주소 | 서울 광진구 천호대로 709-9
전화 | (02)3436-1711
팩스 | (02)3436-1410
홈페이지 | www.crayonhouse.co.kr
이메일 | crayon@crayonhouse.co.kr
글 ⓒ 안오일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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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8-89-5547-356-8 7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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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가 아닌 여러분들을 위해
저는 어릴 때부터 배우고 싶은 악기가 참 많았어요. 그래서 이것저것 배웠는데 끝까지 제대로 배운 건 하나도 없답니다. 금방 싫증 내고 조금만 힘들어도 포기하고……. 욕심만 많았지 끈기가 별로 없었지요. 지금은 많이 후회하고 있어요. 조금씩 다룰 줄은 알아도 제대로 연주할 수 있는 악기는 하나도 없기 때문이에요.
나무는 오랜 시간을 견뎌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요. 애벌레도 좁고 어두운 허물 속에서 지루한 시간을 버텨 나비가 되지요. 이렇게 뭐든 이루어 내려면 끊임없이 노력하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해요. 이대로는 참 다행이에요.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면 뭐든 할 수 있다는 걸 어른이 되기 전에 알았으니까요.
좋아하지 않는 일을 끝까지 할 필요는 없어요. 좋아하는 일만 해도 부족한 시간이니까요. 다만 하고 싶은데도 힘든 게 싫어서, 인내심이 부족해서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언젠가는 꼭 후회하게 될 거예요.
여러분, 나무속에 여러 개의 방이 있다는 거 모르죠? 저도 이 책을 쓰기 전에는 몰랐어요. 이대로를 따라 나무속을 여행하면서 정말 많은 일을 겪었어요. 그리고 이 세상에는 그냥 되는 게 하나도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어떤 일들을 겪었는데 그러냐고요? 이 책을 읽으면서 직접 느껴 보세요. 이대로가 아닌 이대로가 다람이와 함께 마중 나와 줄 거예요.
나무뿌리가 어두운 땅속을 깊게 뻗어 내려갈수록 그 나무의 잎은 무성하다고 해요. 여러분, 삽 한 자루씩 준비해서 두려워 말고 팍팍 파내려 가 보아요. 무성한 푸른 잎으로 하늘을 가득 메울 수 있도록 말이에요.
2015년 봄을 기다리며
애롱이가 되기 싫은 안오일
“나 그만 집에 갈래.”
내가 벌떡 일어나면서 말했다.
“뭐? 그럼 숙제는?”
짝꿍 기준이가 오백 원짜리 동전만큼 눈을 크게 뜨고는 물었다.
“너희들이 알아서 해.”
“우리는 한 조니까 같이해야지!”
내 말에 아이들이 어이없다는 듯 외쳤다.
오늘 숙제는 네 명씩 한 조가 되어 애벌레를 관찰하는 거다. 생김새나 움직임을 잘 관찰해서 적어 내야 한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서 애벌레를 계속 지켜보는 건 정말 짜증 나는 일이다. 엉덩이가 근질거려서 도저히 못하겠다. 그리고 애벌레는 너무 징그럽다.
나는 가방을 들고 집으로 향했다.
“야, 이대로! 너 선생님한테 다 이른다!”
이르든 말든 내가 알 게 뭐야. 싫증 나는 걸 어떡해!
나는 대답하지 않고 못 들은 척 걸었다. 아이들이 째려보고 있는지 뒤통수가 따가웠다. 하지만 할 수 없다. 하기 싫은 걸 계속할 수는 없으니까.
집에 도착하자마자 초인종을 여러 번 눌렀다. 잠깐이라도 기다리는 게 싫었다. 엄마가 문을 열자 나는 인사도 하지 않고 집 안으로 휙 들어가 신발을 훌러덩 벗어 던졌다. 신발 한 짝이 현관 구석으로 처박혔다.
초인종은 한 번만 눌러라, 신발은 가지런히 벗어 놔라 하면서 엄마가 또 잔소리할 거다. 나는 얼른 귀를 막았다. 어이없어하는 엄마 표정이 느껴졌다.
가방을 던지며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소파가 방귀 뀌는 소리를 냈다. 리모컨으로 텔레비전을 켰다. 그때였다.
“야, 이대로!”
나는 찔끔했다. 엄마가 이 정도 일에 사나운 목소리로 부르지는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