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스윗비(이단비)
평범한 체격이었지만 중학생 때부터 따라다닌 ‘하체 비만’ 딱지 때문에 다이어트가 평생의 관심사였다. 그러다 하루아침에 쿠싱증후군이라는 희귀병에 걸려 진짜 비만이 되었고 이후에는 고혈압, 고지혈증, 골다공증, 척추압박골절, 관절염까지 가진 그야말로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 되었다. 시중에 유행하는 다이어트 방법이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그때까지 쌓은 의학과 영양학 지식을 두루 활용해 다이어트가 아닌, 나를 돌보는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식사, 운동, 수면, 스트레스 관리 등 생활을 조금씩 바꾸어나가다 보니 수년이 흐른 지금, 이제는 다이어트가 필요 없는 몸이 되었다.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하고 영양사 면허를 취득한 후 식품 기업의 기획팀을 거치며 영양과 식품에 대한 지식을 두루 쌓았다. 인체에 대한 호기심과 배움에 대한 갈증으로 새롭게 의학 공부를 시작해 현재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 환자들을 만나는 동네 의사로 활동 중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으로 나이 들어가는 것이 꿈인 워킹맘이기도 하다.
영양학과 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하며 과학적인 건강한 생활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많은 사람에게 이를 전하는 것을 소명으로 여긴다. 작은 진료실에서 못다한 건강과 다이어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나누고 있다.
instagram @doctor_sweet.b
blog @sweetdrlee
다이어트를 포기했더니,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 한순간에 비만이 된, 어느 의사의 다이어트 이야기
체지방률 38%. 출산 후 체성분 검사 결과, 처음 보는 숫자에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았습니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비만에 해당하는 수치였습니다. 몇 개월 전만 해도 건강했고 평생 적정 체중을 유지해왔었는데 말이죠.
저는 임신 후 비만이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그렇듯 ‘출산만 하면 다이어트에 성공할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출산 후에도 오히려 살이 더 찌기만 하더라고요. 무언가 이상해 정밀 검사를 받아보니 몸속에 작은 혹이 있었습니다. 그 혹은 살을 찌우는 호르몬을 내뿜고 있었죠. 그렇게 저는 ‘쿠싱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을 진단받았습니다.
쿠싱증후군은 살이 찌고, 근육과 뼈는 사라지는 병입니다. 문제는 비만과 함께 다양한 합병증이 찾아와서 혈당도 높아지고, 고지혈증도 생긴다는 거였어요. 약을 네 알이나 먹어도 혈압이 떨어지지 않기도 했죠. 다행히 수술로 혹은 무사히 제거되었지만, 이미 쌓인 살들은 저절로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사라진 근육들도 돌아오지 않았고, 약해진 뼈는 제 몸무게를 버티지 못해 결국 척추뼈 다섯 개가 으스러졌습니다.
비만,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골다공증 환자를 진료하면서도 내가 그런 환자가 될 거라는 상상은 해본 적이 없었기에 매우 당혹스러웠습니다. 특히 외모 변화는 스스로도 낯설고 괴로웠죠. 동료들이 저를 알아보지 못하고 스쳐 지나갈 땐 마음이 많이 무너져 내리기도 했어요. 인생이 망했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습니다. 그제야 환자분들이 다이어트에 얼마나 절실한 마음을 가지고 병원에 왔었는지, 그 마음을 알게 됐어요. 처음에는 저도 당연히 다이어트를 해서 꼭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약을 먹어볼까, 식단이나 운동은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기도 했죠.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저는 흔히들 생각하는 다이어트가 가능한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척추뼈 골절로 하루 종일 통증에 시달렸고, 근육이 사라져 혼자 계단을 오르는 것조차 버거웠거든요. 수술 후에 갑자기 류마티스 관절염까지 진단받은 상황이었죠. 조금만 무리하면 관절이 아프고 물이 찼습니다. 이런 뼈와 근육 때문에 살을 빼겠다고 무작정 덜 먹을 수도 없었고, 힘든 운동도 절대 할 수 없었죠. 영양가 있게 먹어야 했고, 운동은 걷기 정도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저는 힘든 결심을 했습니다.
‘다이어트는 일단 잊자. 대신 건강해지도록 최대한 노력하자. 그러고 나서 다이어트를 해도 늦지 않다.’
어찌 보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었습니다.
일단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수면, 식사, 운동, 스트레스 등 건강과 관련된 모든 것을 점검했습니다. 가장 먼저 아이처럼 일찍 자기로 했습니다. 평소 해오던 일상생활 중 정말 급한 것이 아니라면 모두 수면보다 우선순위를 미루었습니다. 대신 깨어 있는 시간에 최선을 다해 일하며 공부했고, 통증이 없는 한 되도록 많이 걷고 움직이려고 노력했습니다. 유일하게 가능한 운동이었던 걷기를 위해 최대한 계단으로 오르고, 아이 유모차를 끌고 자주 산책을 나갔습니다. 물론 항상 뜻대로 되지는 않았습니다. 걷다가 생긴 고관절 통증으로 열 걸음도 걷지 못하고 주저앉았을 때는 무력감과 절망감에 엉엉 울기도 했습니다. 이것마저 못하게 되다니! 희망과 절망을 오가던 환자분들의 심정을 그때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달까요.
다행히 친구의 추천으로 좋은 선생님을 만나 재활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훈련은 고작 일주일에 한 번이었고 누군가에게는 너무 쉬운 동작들일 수도 있었지만 저에게는 무척 힘든 도전이었습니다. 그렇게 꾸준히 몸을 바르게 쓰는 법을 배우자 통증이 조금씩 나아졌고, 어둠 속에 갇혀 있던 마음도 서서히 밝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운동은 저에게 건강과 몸매를 위해 억지로 해야 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실패하면서 보람과 성취로 내 마음을 채우는, 진짜로 나를 위한 일이었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비루한 몸이라며 한없이 낮아져 있던 자존감도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꼭 근육량을 늘리고, 무거운 아령을 들어야만 좋은 운동은 아니었습니다. 작은 움직임이라도 내 신체 능력에 맞게 운동하고, 스스로를 격려하면서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면 충분했습니다.
식탁도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명색이 가정의학과 의사이자 영양사였지만, 전에는 음식을 탐닉할 줄만 알았지 특별히 건강을 생각하며 먹어본 적은 없었거든요. 아침을 먹으면서 점심, 저녁을 고민하고, 항상 맛있는 음식을 찾아 헤매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게 쾌락만을 추구하던 식사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나와 가족의 건강을 위해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어야 할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덜 먹는 것보다 영양가 있게 잘 먹는 데 집중했습니다. 최대한 규칙적으로, 천천히 먹으며 건강한 식습관을 가지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식사라는 것은 지식만으로 해결되는 영역이 아니었습니다. 어느 순간 건강하게 먹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기더니 ‘이런 음식들이 내 몸을 망치면 어떻게 하지? 더 살찌게 되면 어쩌지?’라는 생각들이 슬금슬금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자꾸 음식을 저울질하고, 편 가르기를 하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떠오른 것이 바로 학부 때 배웠던 ‘균형, 적정, 다양’이라는 영양학의 기본 원칙이었습니다. ‘음식은 약도, 독도 아니며 기본 원칙을 바탕으로 무엇이든 골고루, 적당히, 다양하게 먹으면 큰 문제가 없다.’ 또 음식을 대하는 마음가짐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제아무리 훌륭하다는 식단도 불편한 마음으로 억지로 먹으면 득이 될 수 없습니다. 누군가는 정크푸드라고 말하는 음식도 감사한 마음으로 먹으면 그 또한 훌륭한 영양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최고의 식단은, 감사한 마음을 갖고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식사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어떻게 지내냐고요? 갓난아기도 안아주지 못했지만 이제는 여섯 살짜리 아이를 번쩍 들며 놀아줍니다. 잃어버린 근육을 다 회복하진 못했지만 플랭크나 스쾃 같은 맨몸 운동도 제법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람들과 즐겁게 외식도 하고, 간식도 먹지만, 대체로 균형 잡힌 식사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억지로 건강식을 챙겨 먹지 않아도 균형, 적정, 다양을 지키며 먹을 때 가장 만족스럽고 행복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어떤 음식이든 감사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태도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건강해지면 하기로 했던 다이어트는, 결국 하지 않았습니다. 내심 포기했던 체중이 저도 모르게 아주 천천히 조금씩 줄어들었거든요. 생활을 바꾸고 1년 반 정도가 지나자 적정 체중, 적정 체지방률에 도달했습니다. 참 오래 걸렸지만 중요한 것은 저는 한 번도 다시 되돌아가지 않았다는 겁니다. 다이어트를 포기하고, 진짜 다이어트에 성공하게 되었습니다.
평소 의사로서 다양한 약이나 보조제, 시술이 있음에도 비만만큼 치료하기 어려운 질환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상 그 누구도 해답을 알려줄 수 없는 난치병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일련의 일을 겪으며 저는 비만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우리는 다이어트를 잊을 때 비로소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몸무게에 대한 조급함과 집착을 버리고 건강한 몸을 만들어가는 데 초점을 맞출 때, 우리 몸은 알아서 적정 체중으로 돌아갑니다. 건강한 몸일 때 비로소 살도 빠질 수 있죠.
음식을 억지로 절제하거나 과하게 탐닉하는 일이 없다면, 복잡한 계산 없이도 저절로 적당히 먹을 수 있습니다. 균형과 다양성만 기억하면 평범한 음식들로도 평생 건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살찔까 봐 두려워서가 아니라, 운동 후의 성취감과 스스로를 격려하는 마음이 동력이 된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꾸준한 운동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우리 몸과 마음이 진정으로 변해야 요요 없는 진짜 다이어트 성공과 건강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당연한 이 진리를 그동안 우리는 잊고 지냈습니다. 그저 빠르게 무언가 바꿔보겠다는 조급함에 빠져 효과 좋다는 식단이나 운동, 보조제가 있는지 기웃거리면서 시간과 돈을 버리죠. 매일매일 체중계에 올라가 500g 단위로 몸무게를 재며 내가 뺀 것이 수분인지 지방인지 근육인지 구분도 못하는 의미 없는 저울질을 합니다. 혹시라도 내가 모르는 마법의 비결이 있을까 기대하면서 인터넷을 헤매기도 하죠.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내 몸에 이런저런 실험을 합니다. 그 결과는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모른 채요. 이 모든 일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세상에 사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모릅니다.
게다가 미디어는 어찌나 요란한가요. 온갖 자극적인 정보들을 듣고 있으면 배웠다는 저조차도 겁이 나기도 합니다. 심지어 그 정보들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늘어놓아 우리를 더 혼란스럽게 합니다. 한쪽에서는 과일은 독이니 절대 먹지 말라 하고, 한쪽에서는 과일을 먹어야 살이 빠지고 건강해진다고 합니다. 누구는 붉은 육류는 절대 먹지 말라 하고, 누구는 마음껏 먹어도 된다고 합니다. 같은 영양제도 누구는 소용없다고 말하고, 누구는 꼭 먹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건강에 대해 이야기하고, 전문가처럼 보이는 사람들조차 서로 이야기가 다르니 대체 뭐가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나만의 균형을 잡고 내 몸을 지켜내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모두가 다른 말을 한다는 것은, 사실 정답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몸과 영양은 0과 1의 학문이 아닌, 무지개 스펙트럼 같은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상황과 사람에 따라 영양은 다르게 적용됩니다. 누군가에게는 이런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저런 이야기가 맞을 수도 있습니다. 또 끊임없이 연구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결과에 따라 어제까지는 맞던 이야기가 내일은 틀린 이야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항상 자신의 말이 절대 진리라고 주장하는 이야기를 경계해야 합니다. 동시에 무엇이든 맹신도 배척도 하지 말고 항상 열린 마음, 중용의 마음 또한 가져야 합니다. 나의 상황에 맞게 적용할 줄 아는 능력이 그 무엇보다 필요하죠. 그것이 제가 의학과 영양학을 배우면서 알게 된 유일하게 변치 않는 진리입니다.
이 책은 단순한 다이어트 비법에 대한 내용이 아닙니다. 유행하는 다이어트들을 떠나서 어떻게 내 몸을 지키며 건강한 삶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책입니다. 이 책은 절대적인 진리가 아닙니다. 모든 지식은 개개인에 따라 각기 다르게 적용되어야 하며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여지 또한 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변하지 않는 본질과 방향성은 존재합니다. 여러분이 그것들을 잊지 않고,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휘청거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난 뒤 여러분이 보다 자유롭게 먹고, 더 즐겁게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이 이야기가 또 하나의 강박이나 소음이 되지 않고, 행복한 삶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또 기도합니다.
2025년 1월
닥터스윗비 이단비
Contents
프롤로그 다이어트를 포기했더니,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Part 1
다이어트에 대한
생각 바꾸기
우리는 왜 다이어트를 하는 걸까?
다이어트 권하는 사회 | 다이어트가 건강관리라는 허상 | 진짜 다이어트는 숫자가 아닌 삶을 바꾸는 것
다이어트 늪에 빠지는 다섯 가지 이유
음식, 덜 먹어야 빠진다는 착각 | 운동, 무조건 힘들어야지? | 목표, 3개월 동안 무조건 10kg은 뺀다 | 정보, 그 언니가 이걸로 반쪽이 됐대 | 습관, 내일부터 진짜 다이어트 시작!
마음속의 다이어트 신화 부수기
내가 정말 비만일까? 네 가지 측정 방법 | 마른 몸은 진짜 좋을까? | 누구에게도 체중 낙인을 찍지 말자 | 더 알아보기 다른 이유 때문에 살이 찐다면? 다이어트 하기 전 병원에 꼭 가봐야 하는 이유
Part 2
평생 다이어트 필요 없는
식사 이야기
다이어트에서 자유로워지는 다섯 가지 식사 습관
몸과 식욕을 안심시키는 습관 | 더 알아보기 간헐적 단식은 효과가 있을까? | 저절로 절반을 덜 먹게 된 비결 | 무심코 눌러온 체중 적립 버튼 | 먹는 걸 좋아한다는 착각, 감정 식사 | 음식과 화해하기
식단은 그만두고 식사를 시작할 것
칼로리 계산을 잊어도 되는 세 가지 이유 | 체중과 건강을 지키는 식사의 기본기 셋
체중이 저절로 변하는 식탁의 비밀
다이어트를 안 해도 저절로 살 빠지는 마법의 식품 | 더 알아보기 과일, 먹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 밥, 빵, 면은 최악의 음식일까? | 더 알아보기 혈당 다이어트는 정말 효과가 있을까? | 더 알아보기 대체당은 과연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까? | 더 알아보기 술자리, 꼭 피해야 할까? | 내 몸을 위한 최고의 재테크 음식 | 더 알아보기 단백질 보충제는 어떻게 먹어야 할까? | 지방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 더 알아보기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면 지방을 어떻게 먹어야 할까?
Part 3
아무도 모르는
다이어트 식품과 약의 진실
그거 먹으면 정말 살 빠져? - 식품 편
식사 전에 필수? 애플사이다 비니거 | 그리스인은 모두 날씬할까? 그릭 요거트의 비밀 | 바르기만 하면 뱃살 쏙? 땅콩버터 | 독소 배출의 비결? 레몬수, 레몬즙
그거 먹으면 진짜 살 빠져? - 약과 보조제 편
내 몸으로 하는 다이어트 실험 | 비만을 완치하는 약은 없다. 다만…
Part 4
식사만큼 중요한
세 가지
뱃살로 돌아오는 수면 빚 청구서
비만을 부르는 수면 빚 | 다이어트가 되는 꿀잠 | 지금부터 갚아나가야 할 수면 빚 | 더 알아보기 수면 장애가 있을 땐 어떻게 할까요?
왜 먹어도 먹어도 자꾸 먹고 싶은 기분일까?
식욕과 살을 부르는 호르몬 | 나를 지키는 마음 훈련 | 더 알아보기 나를 바라보는 나 바꾸기
많이 먹어도 살찌지 않는 비결
진짜로 몸을 바꾸는 운동의 비밀 | 더 알아보기 운동 없이 식단으로만 다이어트가 가능할까? | 살 빠지는 최고의 운동은? | 운동에서 꼭 기억해야 할 두 가지 | 더 알아보기 운동이 처음이라면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 운동보다 중요한 ○○
머리로는 알아도 실천이 어려운 당신에게 당부하는 다섯 가지
하나, 체중 목표가 아닌 행동 목표를 정합시다 | 둘, 한 번에 한 가지만 공략합니다 | 셋, 성공은 크게, 실패는 작게 생각합니다 | 넷, 일희일비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합니다 | 다섯, 무엇보다 나를 잘 돌보아줍시다 | 더 알아보기 닥터스윗비가 제안하는 차근차근 몸 바꾸기 플랜
참고문헌
“약을 끊으니까 자꾸 또 먹고 다시 쪄요. 45kg까지 뺐는데 그새 또 늘었잖아요. 제가 식탐이 워낙 강해서요. 네? 비만이 아니라고요? 그냥 주시면 안 돼요? 이번까지만요.”
160cm에 47kg. 누가 봐도 호리호리하고 마른 체격인 그녀가 비만약 처방을 요구합니다. 자신이 비만이 아니란 사실, 식욕 억제제는 비만 환자만 사용해야 한다는 원칙은 그녀에게 이미 중요하지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진료실에서 이런 일이 흔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지극히 보통의 체격인, 아니 심지어 마른 사람마저 다이어트에 열중하는 이상한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한 사람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다이어트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건강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평범한 체격이었지만, 두 다리가 드러나는 교복 치마를 입기 시작했던 때부터 친구들에게서 일명 ‘하체 비만’이라는 말을 들었죠. 이후로 수십 년 동안 다이어트는 빠질 수 없는 숙제였습니다. 조금이라도 몸무게가 늘었다 싶으면 자기 관리에 소홀하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항상 먹는 음식과 체중을 관리해왔습니다.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도 몸매나 다이어트는 빠지지 않는 뜨거운 소재였습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제 다리는 뚱뚱했던 게 아니라 그저 근육이 많고 튼튼했을 뿐이었는데 말이죠. 여러분은 어떤가요? 지금 이 책을 왜 펼쳐 들게 되었나요? 혹시 스스로를 뚱뚱하다고 생각하나요? 지금보다 더 마른 몸을 원하나요?
우리 주변에는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그들이 정말로 모두 다이어트가 필요한 사람일까요? 한 통계에 따르면 표준체중 여성의 절반 이상이 다이어트를 시도한 경험이 있습니다. 다른 연구에서는 저체중 여성의 38%가 자신이 표준체중이라고 답했고, 표준체중 여성의 4분의 1은 스스로를 뚱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과체중인 사람이 자신을 비만이라 생각하고, 비만인 사람이 자신을 초고도비만이라고 보는 비율도 해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1-1] 스스로 살이 쪘다고 생각하는 비율
저체중 여성이 자신을 보통 또는 비만이라고 생각하는 비중은 증가 추세로, 2021년 저체중 여성의 약 38%는 자신을 보통 또는 비만이라고 생각했다. 표준체중 여성이 자신을 비만이라고 생각하는 비중 역시 증가 추세로, 2021년 조사에서는 표준체중 여성의 25% 이상은 자신을 비만이라고 인식했다.1
이처럼 자신을 실제보다 더 살이 쪘다고 인식하는 경향은 점차 늘고 있습니다. 왜곡된 신체 인식뿐 아니라 그 결과로 반복적인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신체 불만족’ 현상 또한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에서 더 높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지난 30여 년간 전 세계 200여 개국의 체중 변화를 조사했을 때, 대한민국은 드물게 비만과 저체중이 함께 늘어난 나라이기도 합니다.
“매일 술 마시는 우리 남편이 이거 먹고 뱃살이 쏙 빠졌잖아요!”
“이거 먹으니까 식욕이 완전 사라져서 다이어트 성공. 대박이죠?”
진료실 밖에서 더 많은 사람을 만나보겠다는 작은 포부로 처음 인스타그램을 시작했을 때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야말로 온 세상 사람들이 다이어트만을 위해 살아가는 느낌이었죠. 건강한 식사는 외면받지만 같은 내용을 ‘일주일 만에 5kg 뺀 식사’라고 올리면 조회 수가 늘어납니다. 꾸준한 운동은 힘들고 귀찮지만 ‘살을 깎는’ 운동법에는 ‘좋아요’가 넘칩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바디 프로필 사진을 올리고, 감량 비법을 나눕니다. 인기를 얻은 인플루언서들은 옆집 언니 같은 친근한 얼굴로 “너도 나처럼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멋진 몸매를 가질 수 있어!”라고 속삭입니다. 수많은 다이어트용 식품과 보조제를 자신의 생활에 교묘하게 녹여 보여주기도 합니다. 친근함을 무기로 한 엄청난 광고죠.
그렇게 ‘살이 빠지는’이라는 문구를 붙이기만 하면 평범한 가루도 명약이 됩니다. 보다 보면 내 말랑한 팔뚝 살이 거슬리고 나도 저렇게 마른 몸을 가지면 행복할 것만 같습니다. 게다가 인기 많은 언니가 보증해주고 후기도 좋으니 제품도 당연히 효과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처럼 멋진 몸과 인생을 가질 수 있다는 환상과 희망을 품고 결국 지갑을 열게 되죠.
마른 몸과 극단적인 식단을 칭송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이런 다이어트의 일상화에 한몫합니다. 미디어에서는 직업 특성상 감량이 필요한 연예인들의 다이어트 비결로 극단적인 식단을 소개하며 ‘자기 관리의 끝판왕’이라고 묘사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봅니다. 요즘은 일반인들도 다이어트에 성공한 본인의 열정과 인내력을 바디 프로필 촬영으로 증명하기도 합니다. 친구들이 올린 일명 ‘바프 사진’은 연예인의 누드보다 더 강한 충격과 비교 의식을 불러일으킵니다. ‘아니 똑같이 출산했는데, 저 친구는 어떻게 저렇게 살을 뺐지?’ 나도 모르게 나와 사진 속 친구의 몸을 비교해보게 됩니다. 나만 의지박약이고 실패자인 것 같은 기분도 듭니다. 무리한 다이어트로 바디 프로필을 찍은 이후에 요요나 폭식에 시달린다거나 부종, 간 기능 이상, 식이 장애 같은 부작용으로 병원을 찾는다는 이야기는 SNS에 올라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고 말이죠. 이런 다이어트가 정말 자신을 위하고 돌보는 ‘자기 관리’일까요?
“선생님, 저 살 뺐어요. 잘했죠?” 약 없이 식사와 운동 관리로 혈압과 콜레스테롤을 조절해보기로 했던 환자분. 하지만 체중 감량이 필요한 상태는 아니었기 때문에 살을 빼라고 말씀드린 적은 없어서 조금 당황했습니다. 환자분은 몸무게를 3개월 동안 5kg이나 뺐으니 당연히 결과도 좋을 것이라는 확신에 가득 차 있었죠.
이처럼 다이어트는 흔히 건강관리와 동의어로 쓰입니다. 진료실에서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을 처음 진단받는 분들도 “살 빼면 나아져요?”라는 질문을 자주 합니다. 과연 살만 빠지면 다른 건강 문제도 함께 해결될까요?
일단 체중과 건강은 동의어가 아닙니다. 체중이 많이 나간다고 해서 모두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고, 마르거나 정상 체중이라고 해서 모두 건강한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환자분들에게 이렇게 대답합니다.
“살을 빼면 좋아질 수도 있죠. 하지만 단순히 몸무게만 줄이는 게 다는 아니에요. 어떤 방식으로 뺐느냐도 중요하고, 어떤 살이 빠졌는지도 중요해요. 제가 얘기한 대로 식사, 운동, 생활을 관리하다 보면 살이 저절로 빠질 수도 있습니다. 혹여 그렇지 않더라도 검사 결과는 좋아질 거고요.
반대로 체중이 줄었지만 검사 결과는 그대로거나 오히려 나빠질 수도 있어요. 그러니 몸무게를 자꾸 확인하기보다는 식사를 어떻게 하는지, 운동을 어떻게 하는지, 잠은 잘 자는지 등 나의 행동 변화를 중심으로 생각해보세요.”
다이어트와 건강관리가 동의어가 아닌 이유는 모든 지방과 살이 나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내 살의 특징, 즉 체지방의 위치와 종류에 따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다릅니다. 지방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팔다리에 주로 있으면서 우리가 흔히 보기 싫다고 생각하는 출렁이고 부드럽게 접히는 살은 피하지방입니다. 피하지방은 우리 몸의 잉여 에너지를 저장하는 창고 역할을 합니다. 체온을 유지해주고 장기를 보호해주기도 하지요. 뿐만 아니라 건강에 유익한 여러 호르몬도 분비합니다. 대표적으로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렙틴(leptin)이라는 호르몬은 우리의 식욕을 잠재워주고, 아디포넥틴(adiponectin)이라는 호르몬은 혈당 조절을 돕고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낮춰줍니다.
반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흔히 말하는 내장지방입니다. 내장지방은 피부 아래가 아니라 간, 근육, 심장, 혈관과 같은 장기나 비어 있어야 할 복부 공간에 쌓이는 지방을 말합니다. 대체로 잘 접히지 않고 단단합니다. 지방간이 대표적인 예죠. 내장지방은 피하지방에 비해 혈액 속으로 지방산을 더 잘 방출하고 각종 염증 물질도 분비하며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암과 같은 질환과 연관이 있습니다.
[1-2] 피하지방과 내장지방의 비교
이러한 지방 종류의 차이는 건강에 다른 영향을 미칩니다. 여성의 엉덩이나 허벅지에 존재하는 피하지방은 심혈관질환의 발생을 막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된 바도 있습니다. 실제로 비만을 진단받는 사람 중 10~20%는 대사적으로 건강한 상태입니다. 겉으로는 체중이 많이 나가 보일 수 있지만 내장지방은 적고, 풍부한 피하지방 덕분에 심폐 능력이 좋습니다. 염증 수치와 지방세포 기능, 혈당 조절 능력도 정상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겉모습이나 체중계의 숫자만으로 건강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다이어트를 생각하기에 앞서 내가 정말 체지방 감량이 필요한 상태인지, 어디에 어떤 지방이 많은지, 근육량은 충분한지,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과 같은 대사 지표들은 어떤지 등을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이 사실을 모른 채 체중계의 숫자에만 집중하는 순간 어떤 부작용이 생길까요? 단기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들은 목표 달성 이후 건강을 위한 좋은 습관들까지 덩달아 중단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살이 생각만큼 잘 빠지지 않는다며 건강을 위한 노력까지 포기하는 경우도 봅니다. 체중에 당장 큰 변화가 없다고 해서 이러한 노력들이 무의미한 것은 아닌데 말입니다. 드물지만 무작정 굶거나 검증되지 않은 방식으로 체중을 감량해 건강에 도리어 해가 되는 경우도 종종 봅니다.
[1-3]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 vs. 대사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비만
같은 키, 체중이어도 일부 비만은 대사적으로 건강해 내장지방 비율이 낮고 하체의 피하지방 비율이 높으며 높은 심폐 능력과 양호한 인슐린 호르몬 반응, 염증 지표, 지방세포 기능을 보인다. 물론 피하지방의 저장 용량을 넘어설 만큼 잉여 에너지가 체내에 유입되면 내장지방이 축적되며 대사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 하지만 적정량의 피하지방까지 깎아내야 할 만큼 체지방이 우리에게 불필요한 존재는 아니다.2
체중은 건강을 나타내는 지표로 참고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숫자 자체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사람들이 건강관리와 다이어트를 헷갈리는 이유는 아마도 질 낮은 식사, 부족한 활동량,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수면 불량 등 건강을 해치는 습관들이 결국 살도 찌게 한다는 것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건강을 위해 공략해야 하는 것은 체중계의 숫자 그 자체가 아니라 건강을 해치고 살을 찌게 하는 생활 습관 아닐까요?
앞에서 소개한 환자분도 안타깝지만 검사 결과에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실망하셨지만 이런 이유를 설명드리자 곧 납득하고, 앞으로 꾸준히 건강관리를 하기로 약속하셨죠. 아마도 좋은 습관들이 결국 환자분을 건강하게 하리라 믿습니다.
이렇게 다들 열심히 다이어트를 해서 비만 유병률이 줄거나 세상에 날씬한 사람이 더 많아졌을까요? 아쉽게도 아닙니다. 대한민국 성인 비만율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해 2022년 조사 결과 전 국민의 38.4%가 비만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의 비만이 아주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비만은 그 자체로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과 심혈관계질환의 위험을 높입니다. 관절염을 악화시키고 일부 암 발생의 위험도 증가시킬 수 있죠. 또 실제로 체중 감량을 했을 때 만성질환의 위험이 감소한다는 여러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그래서 당뇨병이나 고혈압과 같이 꾸준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비만병’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또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결국 살찌는 생활 습관들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건강 상태를 반영하는 지표로 체중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무작정 다이어트를 하지 말라거나 모든 체중 감량이 의미 없다고 말하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생각해온 것처럼 체중이 전부는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모든 살이 질병 위험을 높이는 것은 아니며, 매일 힘들게 운동하거나 엄격하게 식단을 관리해야만 건강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모두가 모델처럼 마른 몸을 가져야만 아름다운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우리는 기존의 다이어트 방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밀려오는 다이어트 산업의 파도에 맞서 자신의 삶과 건강을 지켜내야 합니다. 극단적인 방식이나 몇 달 만에 몇 킬로그램을 빼야 한다는 마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기존의 다이어트 방법과 자극적인 상품들은 오히려 내가 원하는 몸과 멀어지게 만듭니다. 반복하면 할수록 오히려 다이어트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해서 건강을 해치고 살이 더 잘 찌는 몸으로 변하게 되는 안타까운 경우를 너무 많이 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당장 몇 달 안에 살을 빼는 것이 아닙니다. 삶을 조금씩 천천히 바꾸어 장기적으로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닥터스윗비의 질문
당신이 다이어트로 얻고 싶은 것(건강, 자기만족, 인정, 과시욕, 통제 욕구 등)은 무엇인가요? 꼭 살을 빼야만 그것을 얻을 수 있을까요?
1 「한국 여성의 체형 양극화: 비만 혹은 저체중」, 『성인지통계시스템 분석리포트 23-01』, 2023.05.02.
2 Matthias Blüher, Metabolically Healthy Obesity, Endocrine Reviews, Volume 41, Issue 3, June 2020, bnaa004.
To. 닥터스윗비 선생님
예전에는 제가 가진 병들이 다 살 때문이라고만 생각해서 몸무게에 집착하게 됐어요. 하지만 선생님 이야기를 들으며 조금씩 제 생활을 돌아보게 되었어요. 다이어트와 체중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고 먹는 것과 움직이는 걸 좀 더 신경 쓰게 되었죠. 그러다 보니 혈압이 어느새 정상이 되었어요! 당뇨약도 많이 줄였고요.
예전에는 단순히 살을 빼야만 건강이 좋아질 거라는 생각에 무얼 먹든 항상 마음이 불편했어요. 이렇게 즐겁고 행복하게 먹으면서도 건강이 좋아지는 경험을 하니 너무 기뻐요. 앞으로도 계속 좋은 이야기 나눠주세요!
(ID: *st**ll**e님)
“진짜 이번이 마지막이야. 이번에는 꼭 다이어트 성공할 거야.” 흔하게 듣는 다짐입니다. 다이어트를 평생 딱 한 번만 하는 사람, 본 적 있나요? 저는 거의 없습니다. 많은 사람이 다이어트에 실패하거나 잠시 성공하더라도 다시 요요를 겪어 무한 다이어트 사이클을 돌게 됩니다. 이렇게 다이어트가 만연하다 보니 “나 다이어트 하는 중이야.”라고 말해도 아무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기도 하죠. 그리고 실패를 반복하는 이유를 대부분 의지 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이건 절대 의지의 문제가 아니에요. 실패했던 일을 또다시 시도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여러 번 실패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시도했다는 뜻이고 누구보다 건강하고 멋진 몸을 만들고 싶은 의지가 있는 사람이란 뜻입니다. 다만 문제는 방법입니다.
기존 다이어트 방식들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우리 몸을 ‘에너지를 쓰지 않고 저장하려는 몸’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저는 이걸 ‘비상 신호’라고 말합니다. 인류 역사에서 지금처럼 음식이 풍족해진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쌀밥을 먹는 게 부의 상징이었던 시절이 불과 몇 십 년 만에 달라졌습니다. 인간은 식량이 충분하지 않았던 과거에, 몸에 비상 신호를 켜고 최대한 에너지 소비를 줄여 생존할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기간에는 최대한 에너지를 저장해 다음 기아 상태를 대비했죠. 그 형태가 바로 ‘체지방’입니다.
기존의 다이어트 방식들은 대부분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체지방을 쌓는 ‘비상 신호’를 켜버립니다. 그래서 보통 처음에는 살이 잘 빠졌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 갈수록 효과가 없어져 더 살이 잘 찌고, 나중에는 물만 먹어도 살찌는 것 같다고 느끼게 되죠. 이렇게 다이어트를 하면 할수록 ‘살이 잘 찌는 체질’로 바뀌는 이유를 하나씩 살펴봅시다.
“제 체중이 주식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다이어트를 열심히 시도해왔지만 체중은 자꾸 우상향하기만 합니다. 다이어트만 하고 나면 요요가 와서 전고점을 돌파해버리니 주변에서 차라리 다이어트를 하지 말라는 조언을 할 정도입니다. 반복적인 다이어트는 이렇게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그 원인의 핵심은 바로 과도한 칼로리 제한에 있습니다. 다이어트 한다고 굶어본 적, 있으신가요? 많은 사람이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식사량을 줄이는 ‘절식’을 시도합니다. 저녁을 굶거나 매끼 밥을 덜 먹거나 간헐적 단식을 하는 등 형태는 다양하지만, 전체적인 식사량을 줄인다는 것은 동일합니다.
이론적으로 지방 1kg을 감량하려면 약 7,700kcal를 소모해야 합니다. 하루에 550kcal, 일주일 동안 약 3,850kcal를 덜 먹으면 지방 0.5kg을 감량할 수 있죠. 이 정도의 칼로리를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매끼 밥을 반 공기씩 덜 먹는 겁니다. 이렇게만 들으면 다이어트에 아주 쉽게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체중이 중요한 운동선수들은 이처럼 정교한 칼로리 계산으로 몸을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혼자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평범한 사람들, 대사가 원활하지 않은 비만인에게는 그다지 유용하지 못합니다. 처음에는 좀 빠질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그다지 효과가 없습니다. 특히 체구가 작은 여성이나 다이어트를 반복하는 사람일수록 더 그렇죠.
그 이유는 앞에서 언급한 우리 몸의 비상 신호 때문입니다. 소식은 장수의 비결로 알려져 있지만, 갑작스러운 칼로리 섭취 변화는 몸의 입장에서 생존의 큰 위협입니다. 칼로리 섭취를 약 25% 줄인 식단을 2~4주만 지속해도 비상 신호가 작동해 기초대사량은 20~30%가량 줄어듭니다. 즉, 우리 몸이 에너지 소비를 아끼는 몸으로 바뀐다는 뜻입니다. 뿐만 아니라 새로 들어오는 에너지는 최대한 체지방으로 저장하려고 합니다. 그래야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험한 기아 상태를 대비할 수 있으니까요. 이러한 칼로리 제한 상태가 지속될 경우 같은 음식을 먹어도 이전보다 지방으로 더 많이 저장되고, 고지방·고당분 음식에 대한 갈망은 높아집니다. 정체기는 금방 찾아오고 어느 순간 전처럼 덜 먹어도 살이 빠지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대한민국 30~40대 여성 기준 하루 평균 섭취 칼로리는 약 1,500kcal로 추정됩니다. 여기서 550kcal를 덜 먹는다는 것은 하루 섭취 칼로리의 3분의 1에 해당하며, 자칫 기초대사량 이하로도 먹게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비상 신호가 켜진 상태에서 다이어트를 중단하고 식사량을 원상 복귀시키면 당연히 살은 예전보다 더 잘 붙게 됩니다. 그래서 덜 먹는 방식의 다이어트는 반복하면 반복할수록 체중이 전고점을 뚫고 우상향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덜 먹고 초반에 살이 빠진 경험을 한 사람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또다시 다음에도 덜 먹는 다이어트 방식을 선택하게 됩니다. 실패의 원인이 많이 먹는 자기 탓이라고만 생각하면서요.
다이어트는 해야겠는데 평소 시간이 없다며 매일 점심을 굶고 운동하던 환자분이 계셨습니다. 게다가 힘들지 않으면 운동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면서 한 시간 내내 고강도 웨이트만 고집하셨죠. 그런데 아무리 운동해도 살은 빠지지 않고 혈당도 자꾸만 올랐어요. 왜일까요?
운동은 잘 활용하면 체중 감량과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혈당과 혈압을 낮춰주고 근육을 보존하며 식욕을 조절하는 효과도 있죠. 하지만 종종 매일같이 한두 시간을 운동에 투자해도 체중이 빠지지 않는다는 분들을 봅니다.
문제는 운동을 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평소 가벼운 신체 활동조차 없던 사람들이 갑자기 헬스장에 등록하거나 고강도의 개인 수업(일명 PT, Personal Training)을 받기 시작합니다. 근육이 회복될 틈을 주지 않고 매일 출석 도장을 찍기도 하죠. 그것도 저칼로리로 설계된 다이어트 식단을 먹으면서요. 들어오는 연료는 줄었는데, 소비는 급격하게 늘어납니다. 심지어 자는 시간을 줄여가면서까지 운동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원래 다이어트는 힘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요.
이렇게 제대로 된 영양 공급이나 충분한 휴식 없이 신체 능력에 맞지 않는 운동을 지속하면 어떻게 될까요? 부상 위험이 커질 뿐만 아니라 몸에 만성적인 스트레스로 작용합니다. 다이어트를 한다면서 스스로를 스트레스 상황으로 몰아넣는 겁니다. 문제는 이 스트레스가 체중 감량에 가장 큰 방해 요인일뿐 아니라 오히려 살을 더 찌우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분비되는 ‘코르티솔(cortisol)’이라는 호르몬 때문입니다. 단기적인 코르티솔은 위험한 상황이 닥쳤을 때 분비됩니다. 적을 만났을 때 빠르게 도망가거나 싸울 수 있게 해주죠.
그런데 하루이틀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코르티솔이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 체지방을 저장하고, 식욕은 늘리며, 전반적인 에너지 소비는 줄입니다. 근육은 점점 줄어들고 혈당과 혈압도 오르며 살도 더 잘 찌게 되지요. 이 때문에 덜 먹고 힘들게 운동하면서 쉼 없이 다이어트를 하면 정체기가 금방 찾아오고 조금만 운동이나 식사를 소홀히 하는 순간 원상 복구되기 쉽습니다. 그로 인해 운동 강박에 빠지는 사람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요.
앞 사례의 환자분은 저와 상의 후 운동 횟수와 강도를 신체 수준에 맞게 조절하고 점심도 잘 챙겨 먹게 되었습니다. 몇 개월이 지나자 폭식이 줄고 혈당도 떨어지며 내장지방 수치도 서서히 호전되었습니다. 이렇게 식사 제한과 고강도 운동을 병행하며 체중 감량에 실패했던 사람은 오히려 운동 강도를 조절하면 식욕과 체중이 안정을 찾기도 합니다. 혹시 지금 다이어트를 핑계로 자신의 몸을 혹사시키고 있지는 않나요?
대략 80kg이었던 여성분이 3개월 동안 피 나는 노력 끝에 무려 15kg을 빼신 적이 있습니다. 너무나도 놀라운 결과죠. 우리는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이렇게 몇 달 안에 큰 폭으로 감량해야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매일같이 체중계 숫자에 일희일비하죠. 하지만 이렇게 ‘급하게 빼는 방법’은 살찌는 체질로 바뀌는 지름길입니다. 극소수를 제외하고 이런 변화를 유지할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요요 없이 몸을 바꾸는 일에는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적정한 다이어트 속도는 일주일에 체중의 0.5~1%씩 2~3개월 동안 5%가량만 줄일 수 있어도 성공적이라고 봅니다. 그 이상을 위해서는 6개월 이상 장기전으로 가야 합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대부분이 실망합니다. ‘고작 그 정도?’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하지만 이렇게 속도 조절이 필요한 이유 역시 우리 몸의 비상 신호 때문입니다.
비만이든 정상 체중이든 평소 유지해오던 체중의 10%를 2~3개월 이내에 단기로 감량하면 기초대사량이 약 15% 감소하게 됩니다. 문제는 기초대사량뿐 아니라 활동 시 대사량 또한 약 25%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결국 같은 활동을 해도 예전에 비해 24시간 동안 소모하는 칼로리가 적어집니다. 뿐만 아니라 식욕이 늘어나고 만족감과 포만감은 줄어듭니다. 이 때문에 살을 뺄수록 감량 속도가 더뎌지고, 오히려 전보다 더 먹게 되면서 줄어든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집니다. 정체기와 요요의 원인 중 하나죠.
인체는 이렇게 자신의 평소 체중을 유지하려는 경향성이 아주 강합니다. 여러 연구자들이 이러한 대사량의 변화를 막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고안해보았지만, 아직까지 단기간 감량으로 인해 켜지는 비상 신호를 막는 확실한 방법은 없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요요가 오고 체중의 변화가 반복될수록 혈압, 혈당, 지질 수치 등이 더욱 잘 상승하면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그래서 첫 다이어트가 정말 중요합니다. 물론 인체의 유지 체중은 조금씩 변할 수 있습니다. 어느새 정신 차려보면 살이 찐 것을 발견하는 것처럼 말이죠. 빠지는 것도 그렇게 되어야 합니다. 빠른 변화가 없어 답답할 수는 있어도 다이어트를 평생 반복하고 싶지 않다면 애초에 단기간에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1-4] 체중 감량 후 발생하는 식욕과 에너지 소비의 변화1
체중 감량 후 발생한 에너지 격차를 줄이기 위해 인체는 식욕 관련 호르몬을 조절해 배고픔을 늘리고, 대사량을 줄여 에너지 소비를 줄인다. 이러한 신체 변화로 인해 다이어트 후 유지가 어려워진다.
안타깝게도 사례의 그분이 저를 만났을 때는 이미 예전 몸무게로 돌아온 상태였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뺀 체중이 다시 복구되는 데에는 3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식사량도 예전에 비해 줄인 상태였고, 운동도 꾸준히 유지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분은 다시 살이 찐 이유와 앞으로의 다이어트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져 계셨습니다. 저와 함께 이야기하며 기존 다이어트의 문제점들을 이해하고, 다시 전과 같은 빠른 감량 시도는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더디더라도 천천히 해나가기로 결심했죠. 단기간 빠른 감량 후 요요를 감수할지, 느리더라도 천천히 평생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할지 우리는 결심해야 합니다.
“곤약밥 효과 있다던데요? 간헐적 단식은요? 저탄고지는요? 72시간 단식은요? 애사비는요? 공복 유산소는요?”
저에게 쏟아지는 무수히 많은 질문은 대부분 과학적 근거가 있다기보다 누군가의 추천이나 이른바 ‘~카더라’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평생 할 수 있거나, 특별한 부작용이 없다면 해보셔도 됩니다.”
특정 방법으로 체중 감량에 잠시 성공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추적 관찰을 해보면 대다수가 1년 이내에 다시 체중이 증가합니다. 왜 힘들게 뺀 체중을 유지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