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트랙
2023년 5월 23일 전자책 발행
지은이 김나이
펴낸이 김은경
책임편집 이은규
편집 권정희
마케팅 박선영
디자인 황주미
경영지원 이연정
펴낸곳 (주)북스톤
주소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이로20길 3, 6층 602호
대표전화 02-6463-7000
팩스 02-6499-1706
이메일 info@book-stone.co.kr
출판등록 2015년 1월 2일 제2018-000078호
Ⓒ 김나이
(저작권자와 맺은 특약에 따라 검인을 생략합니다)
ISBN 979-11-93063-02-6
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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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움직이는 건 질문이지.”
영화 〈매트릭스〉 중에서
지금 이직하면 도망치는 걸까
지금까지 해온 일이 물경력이면 어쩌지
때론 번아웃에 빠지더라도 어떻게 잘 헤어 나올 수 있을까
내 일에서 좀 더 의미를 찾을 순 없을까
나를 위해 지속 가능하게 일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해가 갈수록 나는 성장하고 있는 걸까
동료가 복지라는데 함께 성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 이대로 괜찮을까
내가 가는 이 길이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나만의 실력, 나만의 전문성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하는 사람이라면 질문을 갖고 있기 마련입니다. 커리어 액셀러레이터로 일하면서 일대일로 4,000여 명, 크고 작은 세미나에서, 스타트업부터 대기업, 외국계 기업까지 많은 곳에서 다양한 직무로 일하는 수십만 명의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직장 생활 3년차~10년차인 사람들이 가장 많고, 10년차~15년차와 3년차 미만인 사람들의 비중은 우열을 가리기 힘듭니다. 연령대로는 20대 초중반~30대 후반까지가 95퍼센트 이상이겠네요. 모두 합치면 적어도 수십만 명 이상이 각자의 일 고민을 갖고 저를 찾아왔으니, 일하는 사람 모두가 질문을 갖고 있다는 게 틀린 말은 아니겠지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해가 지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을 보면서 복잡한 마음이 들 때도 있습니다. 각기 다른 고민은 결국 나다운 일, 성장, 전문성, 지속가능성으로 요약할 수 있거든요. 연령, 업종, 연차에 상관없이 모두가 저 범주에서 고민을 거듭합니다. 물론 각자 처한 상황과 맥락이 달라서 똑같다고도 할 수 없고, 해결법도 다르지요.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에게 일 고민이 생기고, 오죽 답답하면 외부 사람이자 생전 처음 보는 저를 찾아오시나 하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과 조직이 ‘왜’ 그 어느 때보다 ‘커리어’에 관심을 기울이는지, 그 핵심은 무엇일지, 근본적인 원인들을 짚어봤습니다. ‘왜’ 이런 변화가 시작되었는지, 어떤 행동들이 ‘왜’ 필요한지, ‘왜’ 지금인지 납득할 수 있어야 제대로 실행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젠 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간이 왔다’는 냉정한 현실을 파트 1에서 자세히 이야기하겠습니다.
커리어 액셀러레이터로서 스스로에게 질문하기도 합니다.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 모임, 콘텐츠도 많아졌는데, 일하는 우리가 조금이라도 행복해졌는가 하고요. 한탄만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작년에도, 올해도 변한 게 없는 건 아닌지, 내년에도 그러면 어쩌지 불안해지기도 합니다. 커리어 액셀러레이터로서 제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질문이 틀린 것은 아닌지, 질문만 한 것은 아닌지, 지금까지와는 다른 변화가 필요한 것은 아닌지, 저도 일 고민을 하는 셈이죠.
일 고민 해결에 효과가 있었던 제 인사이트와 더불어, 각자의 답을 스스로 꺼내볼 수 있는 질문을 많이 하려 합니다. 사실, 커리어나 일과 관련된 각자의 답은 이미 갖고 있을 겁니다. 다만 그 답들이 서로 엉켜 있을 수도, 마음도 의지도 있지만 현실적인 상황들이 복잡할 수도, 반대로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이 따라주지 않을 수도 있겠죠. 이 책의 질문들은 마음과 머리, 이상과 현실을 이을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중요하지만 막연하고 어렵게 느끼는 큰 질문과 이를 차근히 풀어갈 구체적인 질문들을 더했습니다. 나 자신, 내가 일하는 환경, 내가 일을 잘할 수 있는 환경, 현재 환경의 문제를 제대로 마주하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초점을 맞추고 빠르게 실행할 수 있도록 고심한 질문들입니다.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어디로 가려는지 출발지와 목적지를 제대로 정하지 못한 채 무작정 경로 탐색만 하지 않도록, 둥둥 떠다니며 손에 잡히지 않는 좋은 말 대잔치보다 방향성을 설정하고 달려갈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하우투도 전합니다.
커리어 액셀러레이터로 일하기 전에는 자본 시장에서 일했는데요, 마지막 직장은 제이피모건(J.P.Morgan)이라는 글로벌 투자은행이었습니다. 기업의 이미지나 겉모습의 이면, 기업 안팎의 흥망성쇠, 시장 내 기업의 위상 등 기업의 진짜 가치와 지속 가능성을 살피는 훈련을 많이 했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에서 회사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이후 일 고민을 하고 계신 수많은 분들을 마주하면서, 한편으로는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고 제대로 해결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조직의 CSO로도 일하면서 ‘환경’의 중요성을 또 한 번 여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지금은 개인이 아무리 훌륭해도 조직(환경)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회사가 아무리 크고 자본이 많아도 조직 내 개인이 안주한다면, 성장에 한계가 있음을, 커리어 코칭을 하며 여실히 느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 동물이니 일하는 환경이 달라지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들어내기 어렵습니다. 일 고민을 토로하는 사람일수록 남 탓, 환경 탓하기보다 내 탓할 가능성이 더 높지만, 그럴 필요는 없어요. 나 자신을 향했던 시선을 돌려 나를 둘러싼 일하는 환경이 어떤 상태인지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더 필요합니다. 조직이라면, 리더라면 질문 속 ‘나’를 ‘우리 회사’로 바꿔 살펴봤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회사가 어떻게 했는지 보고 빨리 따라가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시대에, 어떤 자원을 갖고 있으며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정확히 파악해 우리 회사만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그 출발점은 우리 조직 구성원 개개인의 강점, 역량에 관심을 갖고 그것을 개발하는 것부터고요. 무작정 버티기보다, XX 회사에 다니는 A 말고, A가 다니는 회사 XX가 될 수 있도록 같이, 빨리, 제대로 성장하는 노하우도 놓치지 않길 바랍니다.
이쯤되면 눈치채셨으려나요. 제가 일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실행과 변화입니다. 일하는 사람들이 잘 지내셨으면 좋겠어요. 잘 지낼 수 있도록 변화를 주어야 할 것에는 변화를 주고, 작은 것이라도 실행하시면 좋겠습니다. 일하면서 떠오르는 질문을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자신의 답을 이야기해주었으면 합니다. 대답 대신 또 다른 질문이 이어질 수도 있고,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그럴싸한 대답은커녕 ‘그냥’ ‘내가 그러고 싶다는데, 뭐 어쩌라고’도 괜찮습니다. 대신 그 전과 후가 달라져야 합니다. 물리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요.
커리어 액셀러레이터라는 일을 창직할 때 여러 번 읽었던 책 중 하나인 《제로 투 원》을 최근 다시 꺼냈습니다. 저자 피터 틸(Peter Thiel)은 시장에서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는 메시지를 강조해요. 남들도 다 하는 시장에서 피터지게 경쟁하지 말고, 당신만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그 영역을 확실하게 구축하라는 이야기죠. 회사에서 일하든, 언젠가 회사를 떠나 나의 일을 하든 나만의 길을 고민하고 실행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따박따박 월급이 나오고, 안전한 울타리에서 많은 것을 누리는 평온함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지요. 지금은 무너지지 않길, 나에게 닥칠 일은 아니길 바라며 에너지를 쏟는 대신 이번만큼은 실행하고 변해보길 바랍니다.
‘이거 해서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라는 생각보다 ‘이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 다 이어지는 지점이 있겠지’라며 자신만의 길을 향한 시도와 실행, 잽을 계속 날려보세요. 저는 일 고민을 너무 많이 하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 책을 읽고, 제 세미나에 참석하는 것은 너무 감사한 일이지만, 한 해에 한두 번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실행’입니다. ‘얼마나 더 빨리 많이 실행해보는가’가 핵심입니다. 고민하는 시간에, 고민하는 것들을 그냥 실행해보세요. 할까 말까 싶을 때는 나에게 무엇이 득이 될까 너무 재고 따지지 말고 일단 한번 해보세요.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 현장을 관찰하며 탐색보세요. 실행으로 쌓는 일 근육과 일 경험은 검색이나 계획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일 자산이 됩니다. 더 많은 기회를 불러와요.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일이 확장될 수도 있습니다. 인생은 길고, 우리는 필연적으로 계속 일하겠지만 그 와중에 좀 더 신나게 일할 수 있을 겁니다.
지금, 시작하세요.
계속, 움직이세요.
저도 옆에서 같이 뛸게요.
열심 대 적당히, 개인 대 회사, 성장 대 안정.
수만 가지 경우의 수 앞에서 갈팡질팡,
고민하기 싫을 때도 많지만, 이젠 머뭇거릴
시간이 없습니다. 시대적 배경, 일하는 방식의
변화, 개인의 욕망과 결핍까지, 세 요소들의
삼각 함수를 자세히 뜯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예전의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고,
나만의 답을 끌어낼 수 있는 질문에
이젠 꼭 답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성장, 의미, 재미, 인간관계,
워라밸, 돈 중 현재 나에게
우리 회사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나는 일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가요? 성장, 의미, 재미, 인간관계, 돈, 워라밸 중 두 가지만 택해 그 이유를 적어보세요.
지금 내게 주어진 그 두 가지에 점수를(5점 만점) 매겨볼까요.
왜 그 점수를 주었나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 두 가지를 각각 어떻게 정의하고 있나요? 예를 들어, 성장과 의미를 택했다면 나에게 성장은 무엇이고 의미는 무엇이라 정의하나요?
나는 이 회사에서, 우리 회사는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나요?
나에게는, 우리 회사에는 성장과 보람의 기회가 있나요?
이 회사에서 일의 의미를 찾을 수 있나요?
3년 후에도 이 회사가 있을까요?
3년 후에도 이 회사에 다니고 있을까요?
3년 후 이 회사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직장 생활 10년차 이하에 해당하는 사람이라면, 취업할 당시를 떠올려봅시다. 가고 싶은 일터에 한 번에 가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했나요? 그럴 수 있었다면 참 다행이고 한편으로는 능력자일 텐데요. 사실 이런 경우는 5퍼센트도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졸업한 사람일수록 취업이 더 어려운 게 현실이죠. 실제로, 얼마 전 한 기업의 신입 사원 교육을 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교육 참석자의 70퍼센트가 다른 회사에서 경력을 쌓고 들어온 ‘중고 신입’이었거든요. 기업은 경력직 같은 신입을 원하니 졸업을 미루는 것은 당연하고, 어디서든 1년에서 3년 정도 경력부터 쌓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가 저성장 단계에 진입하면서 많은 기업이 비용과 채용을 줄이고 구조 조정을 하는 터라, 기업에서 일하는 개인도 만만치 않은 상황을 지나고 있는 것이죠.
“지금까지 경제가 좋았던 적이 없잖아요. 회사가 더 이상 나의 보호막이 될 수 없고 나의 시장 가치를 생각해야 하는데, ‘세상은 계속 진화하고 변화하는데 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 이 회사에 계속 다녀도 될까’ 걱정될 때가 많습니다.”
“이 회사에서의 1년 후, 혹은 3년 후가 전혀 기대되지 않아요. 더 늦기 전에 저의 전문성을 살리고 진짜 실력을 갖추고 싶은데, 이 회사에서 계속 일하면 1년 후 제가 성장했을지 잘 그려지지 않아 이직을 고민하게 됩니다.”
“대개 결과는 정해져 있고 그것을 위해 명분을 만드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납득되지 않지만 그냥 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하고요. 이렇다 보니 업무를 통한 성장이나 성취감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시장에서 치열하게 일하는 친구들을 보면 제 실력은 외려 퇴행하는 것 같습니다.”
저성장이 일상이다 보니 반대로 성장을 향한 개인의 마음은 조급해집니다. 어떻게 해야 더 빨리 성장하고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지 마음은 급한데, 팬데믹으로 인해 확 달라진 세상에 우리 회사는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으니 개인의 불안이 한층 더 심해지죠. 실제로 국내 유통 대기업에서 일하는 A는 온라인화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 회사를 계속 다녀도 될지 고민했고, 화장품을 마케팅하는 B 역시 세상은 빠르게 바뀌는데 기존대로 중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가격 덤핑을 고수하다 방향을 잃고 헤매는 회사의 정책에 의문을 품기도 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열정’이 없어 퇴사와 이직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실력을 뾰족하게 만들 수 없는 회사에서 버티는 것에 의미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헤어질 결심을 하는 것입니다.
한편, 같은 이유로 정반대의 선택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니, 나의 일터가 언제 어떻게 무너질지 모르니, 어떻게든 안정적인 선택을 하려는 니즈도 늘고 있죠. 공무원, 공기업, 전문직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은 이 불안의 수요를 방증하는 것일 텐데요. 회사 밖에서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의 동료이기도 했던 Q를 볼까요. 그는 오전 8시 출근, 오후 5시 퇴근을 가능한 칼같이 지키며 삽니다. 업무 시간 중에는 화장실도 뛰어갔다 올 정도로 집중하며 바쁘게 일하지만 퇴근 이후에는 업무용 메신저나 이메일에 절대 접속하지 않는다고요. 그 시간에 데이터 분석이나 경제 공부를 하고 좋아하는 운동도 배우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여유를 함께한다고 해요. 일을 굉장히 열심히 잘했던 만큼, 임원들과 주말 골프도 치고 눈도장을 찍으며 인정과 승진을 바랄 법한데, 그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가 궁금했어요.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봤자 원하는 성과가 안 나오거나 임원 바뀌면 끝이잖아. 근본적으로 이 회사에서 내가 바꿀 수 있는 것도 없고. 앞으로 나는 내 인생 열심히 살려고.”
Q의 이야기를 들으니 ‘Quiet Quitting’이 떠올랐습니다. ‘Quiet Quitting’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그대로 번역하면 ‘조용한 퇴사’인데요, 정해진 업무 이상으로 일하지 않는 소극적 업무관을 뜻합니다. 돈 받는 것만큼만 일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 같은데요, 원래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취업 포털 사이트 ‘사람인’에서 2021년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0대는 59.2퍼센트가, 50대는 40.1퍼센트가 월급 이상의 성과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요. 20대는 78.5퍼센트가, 30대는 77.1퍼센트가 월급 받는 만큼만 일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대다수가 택한 업무관이고 시대가 변했으니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 끝에 있는 건 개인의 행복이 아닌 번아웃, 피로감, 무기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해봐야 나에게 돌아오는 것도 없는 것 같고, 오로지 책임감 때문에 출근길에 올라야 할 때, 정해진 일을 해낸다기보다는 언제라도 사표 내고 짐 쌀 수 있다는 있다는 마음에 더 무게 중심이 쏠려있는, 대다수가 그렇다면 명백한 사회문제인 상황인 거죠.
지금처럼 널리 알려지지도 않았던 때,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마음 한구석이 짠했던 것도 기억합니다. 겉으로 보기엔 주변 사람들 대다수가 ‘적당히 일할 거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일을 시작할 때부터 그런 마음으로 일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Q처럼 열정을 불태우며 일을 시작했지만 어떤 계기로 회사 일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사람들이 훨씬 많습니다. ‘회사는 회사일 뿐’이라며 일하는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는 분들도 많아요. 퇴사를 결심하고 인사부와 면담하는 그 순간조차도요. 그렇게 외면하다 진짜 이유를 잊기도 하고요.
일이라는 주제를 놓고 이야기하자면, 말하는 사람의 수만큼이나 그 입장과 상황도 다양합니다. 수많은 입장 차에도 불구하고, 개인이든 회사든 제가 함께 해결책을 찾아나서는 출발점은 하나입니다. ‘나는 일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가’에 대한 기준과 자신만의 정의가 필요하다고요. 내 기준에 맞는 일을 그 기준에 부합하는 일터에서 할 수 있어야 좋은 회사라고 설명하면서요.
나의 기준을 찾아야 한다, 나를 잘 알아야 한다, 자신에게 끝까지 질문해보라 같은 말들이 식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내가 나를 잘 아는 것과 별개로 회사가 내세우는 가치나 기준을 찾고 맞춰가는 게 너무 모호하거나 방대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조직에 개인과 같은 기준과 변화를 요구하는 게 어불성설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중요하고 꼭 찾아야 하는 이유는 ‘개인화’가 우리의 삶 전반을, 그래서 일까지도 바꾸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이라는 주제를 놓고 이야기하면
그 입장과 상황도 다양합니다.
그럼에도 개인이든 회사든
해결책을 나서는 출발점은 하나입니다.
‘나는, 조직의 구성원은 일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가.’
산업 사회의 키워드가 ‘표준화’였다면, 정보 사회는 ‘개인화’의 시대입니다. 하나의 일을, 한 회사에서 평생 할 거라는 생각은 접는 것이 오히려 안전합니다. 대다수 사람이 은퇴할 때까지 열두 번 이상 일자리를 옮기고, 인간의 수명은 백세 이상인 반면 기업의 수명은 2022년에는 16년, 점차 줄어 2027년에는 12년이 될 전망이라고요. 우리가 사회에 첫 발을 내딛고 정년퇴임하기까지의 평균 사회생활 기간이 대다수 일터들의 수명보다 긴 시대가 된 것이죠.
표준화 시대에서는 커리어 코스 역시 표준화되어 있었습니다. 소위 말해 스펙을 잘 쌓고, 조직 내에서 사다리를 차근히 밟고 올라 부와 지위를 획득하는 것이 바로 표준화 시대의 성공이었습니다. 목적지까지 일직선으로 뻗은 길을 따라가기만 하면 취업과 사회적 지위, 경제적 안정을 얻는다는 암묵적인 믿음이 있었어요. 이에 걸맞게 각 회사는 기준에 맞는, 정규 분포 안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채용했습니다. 회사에서 주위를 한번 둘러볼까요. 특별히 튀는 사람, 별로 없지 않나요. 둥글둥글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