アフターコロナのニュービジネス大全
AFTER CORONA NO NEW BUSINESS TAIZEN
Copyright © 2021 by Yohei Harada & Yoshio Koiwai
Original Japanese edition published by Discover 21, Inc., Tokyo Japan
Korean translation copyright © 2022 by DONGA M&B CO, LTD.
Korean edition published by arrangement with Discover 21, Inc. through Eric Yang Agency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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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코로나19로 드러난 ‘바뀌지 않는’ 일본
2020년은 전 인류가 ‘공통의 적’과 맞서 싸운 해로 역사에 새겨졌다. 그 적은 다름 아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COVID-19(이하 코로나19)이다. 코로나19와 함께 살아야 하는 시대를 맞아 생활, 비즈니스,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환경이나 상황이 격변했다. 이전과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졌지만, 세계는 코로나19라는 적에 억눌려 침묵만 하고 있지 않았다. 기업, 사회, 국가는 코로나 고통 속에 주저앉지 않고 코로나19를 극복하려 노력했고, 결과적으로 더 나은 기업, 사회, 국가를 만들어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어떨까? 급변한 환경이나 상황을 맞아 큰 의식 개혁이나 행동 변화가 일어났다고 할 수 있을까? 근본적으로 “바뀐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 필자인 고이와이 요시오(小祝譽士夫)와 하라다 요헤이(原田曜平)의 견해다.
코로나19로 급속히 확산했던 재택근무는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급제동이 걸려 후퇴할 조짐마저 농후하다. 2020년 첫 긴급사태 선언 때는 정부 요청으로 재택근무를 전면 도입한 기업들이 급증했다. 그러나 해제 후에는 원상태로 되돌아갔다. 일부 대기업이나 선진 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회사에서 이전과 같은 출퇴근이 일상이 됐다. 2021년에 두 번째, 세 번째 긴급사태 선언이 발효되었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출근 70% 감소’를 호소했지만 통근 혼잡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문제는 사회가 사무실 근무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인들 스스로가 회사에 출근해서 일하는 편이 더 낫다고 여긴다는 점이다. 온라인 회의, 온라인 영업보다 오프라인에서 얼굴을 보며 이야기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2020년 7월 노무라(野村)종합연구소가 아시아, 유럽, 미국의 주요 8개국 생활자들을 대상으로 재택근무 이용 실태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일본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재택근무를 한 사람이 전체의 9%였으나,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를 시작한 사람(22%)까지 합하면 31%다.
다른 나라 상황은 다르다. 중국 75%(전 35%, 후 40%), 미국 61%(전 32%, 후 29%) 등 일본보다 약 2배 또는 그 이상인 나라가 대부분이다.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재택근무 비율은 20%이고, 전면적으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사람은 5%에 지나지 않는다는 데이터도 있다. 정성적으로도 정량적으로도 일본은 재택근무 후진국이다.
필자는 일본에서 재택근무 도입이 늦어지고 있는 현 상황을 새삼 강조하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일본인은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바뀌는 것이 힘든 민족’이라는 점이다. 재택근무는 근무방식 개혁 측면에서 이전부터 도입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미국, 유럽, 중국에서는 재택근무를 합리적이라고 판단해 이용률이 높았다. 재택근무로 물리적인 이동이 없어지면 생산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산성에 대한 의식이 낮은 일본에서는 구호에 그치고 지지부진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도입이 빨라지는 듯했지만 ‘대면이 아니면 일을 할 수 없다’, ‘부하를 직접 눈으로 보며 감독하고 싶다’ 등의 이유로 많은 직장인들이 회사로 출근하면서 코로나19 이전의 통근 러시아워가 부활했다.
재택근무만이 아니다. ‘바뀌지 않는’ 일본은 사회 곳곳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비즈니스에서도, 정치에서도, 변화는 미미하고 표층적이다.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는 상황을 그저 지켜만 보며 언제 끝날지도 모를 재앙이 하루빨리 지나가기만을 묵묵히 기다린다. 유감스럽게도 이것이 일본인의 기질인 것 같다.
‘애프터 코로나’, ‘뉴노멀’ 같은 키워드가 세상을 뒤흔들고 있지만 새로운 세계에 대응하는 비즈니스나 생활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준비하려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사업가나 음식점 경영자들은 코로나 사태가 어서 끝나길 손 놓고 기도하고 있을 뿐이다. 다음 시대를 예의주시하며 행동하려는 사람은 유감스럽게도 소수일 뿐이다.
정체된 국내에서는 묘수가 보이지 않는다.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다면 세계 선진사례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개선책을 찾아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조차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실로 비관적이다. 애프터 코로나를 제대로 파악하려는 움직임은 더디고, 대다수 일본인은 그저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기만을 바랄 뿐이다. 시간을 과거로 되돌릴 수 없는데도 그렇게 되기만을 바라는 마음으로 꾹 참으며 살고 있다.
아이디어로 가득 찬 비즈니스가 세계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반면 세계는 어떻게 움직였을까. 고이와이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해외 리서치・마케팅・PR 업무 전문회사 TNC는 해외 70개국 100개 지역의 장기 체류 일본인 여성 600명을 리서처로 섭외해, 현지 라이프스타일이나 트렌드를 리포트하는 서비스인 ‘라이프스타일・리서처(Life Style・Researcher)’를 운영하고 있다. TNC의 이런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2020년 3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 동안 15개국에서 약 200개 이상의 사례를 조사한 결과, 흥미로운 점이 발견됐다. 일본 이상으로 감염 상황이 심각해 ‘록다운(Lockdown, 봉쇄)’까지 단행된 도시가 적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코로나19에 대응하면서 애프터 코로나까지 내다본 아이디어 넘치는 비즈니스나 생활 스타일, 새로운 시도가 세계 각국에서 속속 생겨나고 있었다.
필자는 이러한 코로나19 비상사태 중 특히 덴마크, 중국, 태국 3개국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나 사회변혁 움직임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는 점에 주목했다. 북유럽은 코로나 이전부터 재택근무 등 근무방식 혁신을 적극 추진했다. 남녀평등 순위에서도,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SDGs) 달성도 순위에서도 매년 상위를 독점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덴마크는 시대를 선도하는 여러 새로운 정책에 계속 도전하고 있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이번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국민성에 힘입어 새로운 시스템이나 비즈니스가 많이 등장했다.
디지털 선진국을 꿈꾸는 중국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한 시책을 국가 주도하에 실시하거나, 민간이 놀랄만한 속도로 전개하면서 거대한 자국 시장에 빠르게 확산시키는 특성이 있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실험적인 시도를 포함해 새로운 것에 잇달아 도전, 뉴노멀 비즈니스나 생활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태국은 불교 국가다. 국민들이 불교 정신을 숭상해 ‘덕을 쌓는다’는 의식이 강하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식량 등을 나눠 주거나 힘들 때 서로 돕는 생활이 빠르게 확산했다. 그런 상부상조 정신은 옛날 좋은 시절의 일본을 보는 것 같다. 덴마크에서도 이웃과의 연대를 소중히 여기는, 인간미 넘치는 활동이 두드러졌다. 일본에서는 이 같은 사회적 선행이 사회 전체적인 운동으로 확산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일부에서 서로 돕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산발적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사회가 바뀌었다. 세계 각국은 저마다 변화에 적응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변화를 거부하고, 코로나19라는 폭풍이 지나가기만을 넋 놓고 기다리고 있다.
일본은 위기를 ‘참으며’ 지나가기만을 기다린다
세계는 ‘즐기면서’ 위기를 기회로 바꾼다
그럼 왜 일본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선택하는 걸까. 바뀌는 것을 좋다고 여기지 않는 ‘전례주의(前例主義)’ 사고방식에 ‘인내’라는 두 글자가 가세해 행동을 속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내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장, 또는 뉴스 프로그램 캐스터가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말이다.
일본 국민들은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지금은 일단 참아 주세요’라는 말을 지속적으로 들어왔다. 인내는 얼핏 보기에는 미덕처럼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타개책을 찾거나 새로운 도전을 하려는 의욕을 떨어뜨리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참으라는 말을 듣게 되면 전진이 아닌 정체를 택하게 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하루하루를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해외 나라들은 다르다. 제한된 생활이나 사회 속에서도 ‘뭔가 할 수 없을까?’, ‘어떻게 하면 역경을 극복할 수 있을까?’라고 전향적으로 생각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실행한다. 엄중한 상황 속에서도 결코 정체를 택하지 않는다. 전진, 변화를 선택한다. 고난 속에서도 즐거움을 찾아내려는 ‘엔조이’ 정신이 강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코로나 시기에 ‘즐기자’라고 하면 신중하지 못하다고 여길 게 뻔하다. 하지만 일본 이외의 나라에서는 ‘참는다’가 아니라 ‘즐긴다’는 것을 우선시한다. 그래서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샘솟고 있다.
그렇게 샘솟은 아이디어 중에서 다음 시대의 비즈니스로 이어질 씨앗도 나온다. ‘위기는 기회’라고 하듯, 막다른 상황에 몰렸을 때 지혜를 짜내면 종래에는 생각지 못했던 혁신적인 비즈니스가 떠오를 수 있고, 그것이 다음 세대의 표준으로 발전할 수 있다.
거듭 말하지만 ‘인내’라는 두 글자로 기회의 싹을 잘라 버리는 것이 일본의 현 상황이자 일본인이 처한 현실이다. 세계는 코로나19를 기회로 바꿔 비즈니스도 생활도 개선하려 하고 있는데, 일본만 시곗바늘이 멈춰 있다. 그 결과 ‘위드 코로나’뿐 아니라 ‘애프터 코로나’ 시대를 맞아서도 비즈니스도 사회도 국가도 주위 나라들보다 뒤처질지 모른다. 수년 후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그 격차가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크게 벌어져 있다는 사실만을 깨닫게 될 뿐이다.
주변국보다 늦긴 했지만 때를 놓친 것은 아니다
‘해외’와 ‘청년’이 돌파의 키워드
일본은 때를 놓친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코로나 사태가 아직 수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두 그룹과 격차를 줄이며 따라붙어 추월할 수도 있다. 일본인들은 당장 ‘인내’를 그만두고, 코로나 시대를 맞아 세계에서는 무엇이 이뤄졌는지, 지금 무엇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수많은 해외 선행사례를 토대로 비즈니스나 생활, 사회 구조를 업그레이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일본인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행위에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해외 사례를 참고해서 정리하거나 더욱 정교한 형태로 다시 가공하는 것은 상당히 잘한다. 그 특성을 발휘하면 코로나 이후 뉴노멀에서 비즈니스 주도권을 잡을 수도 있다. 무작정 참아서는 이룰 수 있는 게 없다.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우리의 한계를 극복하고, 기존 틀을 뛰어넘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하겠다.
그 마지막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열쇠가 코로나 사태 속에서 세계의 선진 사례를 집대성한 이 책이다. 앞서 언급한 세계 각국의 라이프 스타일・리서처가 총력을 쏟아 모은 정보 가운데 향후 비즈니스에 유효하다고 판단되는 사례들을 엄선해 수록했다.
물론 단순한 소개에 그치지 않고 트렌드가 히트한 이유의 분석과 함께 ‘해외의 비즈니스를 어떻게 현지화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접근법을 제안하는 데도 지면을 할애했다. ‘사례를 늘어놓았으니 나머지는 스스로 생각해 주세요.’라며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는 단순한 사례집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 제안을 힌트로 내일부터 당장 비즈니스나 새로운 생활 스타일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하라다의 ‘청년층 연구’ 시점이 일본의 비즈니스 적용에 상당히 도움이 될 수 있다. 하라다는 청년층 연구를 필생의 업으로 삼고 연구에 매진해 국내 제일인자가 됐다. ‘사토리 세대(편집자주: 높은 청년 실업률에 좌절해, 희망이나 의욕을 잃고 무기력해진 젊은층)’, ‘마일드 양키(편집자주: 목표 의식이 없고 문화적 소양이 결여된 기존 불량배들의 특성을 그대로 갖고 있지만 공격적 성향은 떨어지는 젊은층)’ 등의 신조어도 만들었다. 최근에는 ‘Z세대’ 연구를 하는 등 오랫동안 청년층 연구 및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활동에 주력해 왔다. 공저자인 고이와이와는 10여 년 전부터 해외의 밀레니엄 세대나 Z세대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둘이 함께 세계 각국을 돌며 현지 젊은이들의 집을 직접 찾아 조사하기도 했다. 각국 젊은이들의 최신 수요나 통찰을 추려내 여러 기업 마케팅 정책에 활용했다.
이렇게 쌓은 청년층 연구 시점이 왜 도움이 되는 걸까? 청년층이야말로 다른 연령층의 일본인이 갖고 있지 않은 ‘해외적인 사고방식이나 행동’을 할 수 있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디지털 네이티브’이고, 스마트폰과 SNS와 잠시도 떨어지지 않고 자란 세대다. 해외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아내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유연성도 갖고 있다. 그런 특성이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발휘되고 있다.
이를테면 10~20대 청년층이 코로나 사태 속에서 스트레스가 쌓여 정신적으로 피폐해졌다는 보도를 자주 본다. 하지만 언론은 다른 측면을 간과하고 있다. 10~20대 청년층은 인내만을 미덕이라 여기지 않고 SNS를 통해 해외 정보를 접하고, 그것들을 실천하며, 코로나 속에서도 생활을 즐기는 데 적극 도전하고 있다. 즉, ‘참는 것’보다 ‘즐기는 것’을 우선하는 점에서 일본 이외 세계 각국 사람들의 엔조이 자세나 사고방식에 가까운 마인드를 갖고 있다.
행복을 잡는 열쇠는 ‘탈미국 일변도’
비관을 희망으로 바꿔, 기존 스타일을 넘어서라
젊은이들이 코로나 사태 속에서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지냈는지 분석하는 것은 앞으로 일본 시장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고려할 때 상당히 유의미한 접근이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일본인이 어려워하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사고 요령이나 힌트를 청년층에서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외 사례와 국내 청년층 사례를 한데 아우르면, 향후 일본에 적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윤곽이 더욱 선명해진다. 해외 조사 및 마케팅 전문가인 고이와이와 청년층 트렌드 및 분석 권위자인 하라다가 손을 잡고 위드 코로나에서 애프터 코로나로 향하는 과정에서 태동한 사례를 분석하고 신규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의미가 여기에 있다.
되돌아보면 일본은 무엇이든 미국의 선행 사례만을 줄곧 뒤쫓았고, 그것을 국내에 들여와 적용하는 ‘타임머신 비즈니스’를 통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왔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올바른 것일까. 그렇게 미국만 모방해 왔는데 도대체 왜 매년 발표되는 세계 행복도 순위에서 주요 선진국 중 최하위를 헤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