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版 ドラッカー·スクールで学んだ本当のマネジメント
藤田勝利 著
日経BP社 刊
2021
SHINBAN DRUCKER SCHOOL DE MANANDA HONTO NO MANAGEMENT
by Katsutoshi Fujita
Originally published in Japan by Nikkei Business Publications, Inc., Tokyo.
Copyright ⓒ 2021 by Katsutoshi Fujita
All rights reserved.
Korean Translation Copyright ⓒ 2022
by Katsutoshi Fujita, The Business Books and Co., L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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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나지윤
숙명여자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학 대학원에서 국제커뮤니케이션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잡지사 기자로 일했으며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 출판기획 및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사업을 키운다는 것》, 《시골 카페에서 경영을 찾다》, 《어쩌다 팀장》 등이 있다.
피터 드러커
어떻게 경영할 것인가
1판 1쇄 인쇄 2022년 6월 14일
1판 1쇄 발행 2022년 6월 21일
지은이 | 후지타 가쓰토시
옮긴이 | 나지윤
발행인 | 홍영태
편집인 | 김미란
발행처 | (주)비즈니스북스
등 록 | 제2000-000225호(2000년 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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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254-284-2 03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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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강하게 보이는 기업이라도
기본과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무너진다.
_피터 드러커
세기를 넘어서도
변하지 않는 경영의 본질을 찾아서
뛰어난 비즈니스 아이디어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끈다. 이 관심이 실질적인 수요로 이어지는 세상에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오랫동안 무너지지 않고 독보적인 위치를 지키는 기업을 만들 수는 없다. 기업의 생존은 실제로 어떻게 운영하고 만들어 나가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독창적인 비즈니스 아이디어라 한들 실행하는 사람들을 같은 방향으로 함께 움직이게 할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단언컨대 결과는 실패뿐이다.
피터 드러커에게 경영을 배우다
나는 오래전, 서른 살이 되던 해에 미국 유학을 결심했다. 7년 넘게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사비를 탈탈 털어 혼자 미국땅을 밟았다. 미국에서 경영의 모든 것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었다. 조직 혁신 업무를 담당했던 나에게는 늘 한 가지 의문점이 따라다녔다. 경영이나 사업에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할 때마다 각론이 지나치게 중시된 나머지 모든 것이 세분화되는 현상이 의아했다. 왜 대부분 기업이 경영이라는 큰 숲은 보지 않고 비용 절감, 단기적 수익 등 나무에만 현미경을 들이대며 돈과 시간을 쏟아붓는 걸까? 재정과 관련된 정책은 물론 기업에 중요하다.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나 업무 개선을 위한 방법론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날마다 컨설팅이나 벤처 사업을 진행하느라 악전고투하면서도 나는 본질적인 답을 찾고자 발버둥쳤다.
‘좋은 경영은 대체 어떤 조건을 갖춰야 실현할 수 있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면 조직의 효율성(수익성)을 아무리 높여도 언젠가는 한계에 부딪힐 터였다. 때마침 고수익을 내던 다른 여러 기업이 휘청거리고 대규모 사업 투자로 실적이 한순간에 악화되는 사례가 잇따라 나타났다. 그러던 중 나는 피터 드러커가 쓴 《매니지먼트》를 읽게 되었고, 거기서 다음과 같은 문장을 발견했다.
아무리 강하게 보이는 기업이라도 기본과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무너진다.
이 문장을 읽고 결심했다. 미국으로 유학을 가자고. 피터 드러커라는 사람의 경영 이론에는 내가 찾아 헤매던 답이 있으리라고 직감적으로 느꼈다. 그렇게 나는 경영의 기본과 원칙을 제대로 배우겠다는 일념 하나로 바다를 건너 캘리포니아주 클레어몬트 대학원대학Claremont Graduate University의 드러커 경영대학원Drucker School of Management에 들어갔다.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가 30년 이상 교편을 잡았던 그곳에서 나는 그의 사상을 계승한 개성 넘치는 MBA 교수들에게 경영 이론 전반을 배웠다. 또 피터 드러커를 만나 경영의 본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드러커 경영대학원에서 배운 내용은 세상에 넘쳐 나는 피상적인 경영 이론들과는 전혀 달랐다. 철저히 본질을 추구했으며 동시에 누구든 바로 실행해 그 다음날 일의 성과를 바꿀 만큼 실용적이었다.
왜 아직도 피터 드러커인가
이 책은 기본적으로 피터 드러커가 제시한 경영 이론에 대해 설명하지만 단순한 설명의 나열로 끝나지 않는다. 나는 그동안 많은 사람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많은 리더가 여전히 드러커의 철학에 공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이 부분부터 짚고 넘어가 보자. 1909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드러커는 독일에서 공부한 뒤 영국으로 건너가 은행, 보험회사, 증권회사 등에서 일했다. 1937년 미국으로 이주한 뒤로 경영 컨설턴트, 교육가, 작가로서 기업계와 학계에서 왕성하게 활동했다. 격동의 20세기를 100년 가까이 살았던 그는 30년 이상 교편을 잡고 삶을 영위해 온 미국 클레어몬트에서 2005년, 96세 생일을 눈앞에 두고 별세했다. 당시 내가 졸업한 이듬해였는데 클레어몬트에서 열린 학교장葬에 참석했을 때 쇄도하는 추모 메시지를 보며 그가 주변 사람들에게 큰 존경을 받았고 눈을 감는 마지막 순간까지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쳤음을 실감했다.
드러커의 경영 이론은 이미 세계 곳곳에 퍼져 있다. 잭 웰치, 빌 게이츠부터 스티브 잡스, 에릭 슈미트, 리드 헤이스팅스까지 글로벌 기업의 경영자들은 물론 학교나 정부 기관 같은 공공 기관의 리더들도 드러커의 책을 읽는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중에도 그의 이론을 경영의 토대로 삼는 회사가 많다. 국가, 업종, 조직을 불문하고, 또 시대를 뛰어넘어 이토록 많은 리더가 드러커의 이론을 지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경영 전반을 다루는 통합성과 일관성
드러커의 이론은 경영의 모든 것을 다룬다. 업무, 비전, 사업 환경 변화, 전략, 혁신, 마케팅, 리더십, 조직문화, 동기부여, 회계, 관리, 커뮤니케이션, IT 기술에 관한 것까지 그야말로 경영을 아우르는 주제 전체를 총망라한다.
이렇게 여러 주제를 광범위하게 다루다 보면 중심축이 흔들리곤 하는데 드러커의 이론만은 예외다. 아무리 다양한 분야를 다루더라도 중심축이 굳건하다. 그 중심축이란 그가 일관되게 탐구해 온 본질적인 주제인 ‘기업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사람과 세상은 경영과 매니지먼트를 통해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는가’다.
이처럼 드러커의 이론에는 통합성과 일관성이 있다. 경영학의 연구 주제가 지나치게 세분화된 나머지 본래 목적을 놓치기 쉬워진 요즘 시대에 이 점은 특히 더 주목할 만하다. 또 사람들이 “드러커 책을 읽으면 경영의 핵심을 종합적으로 배울 수 있다.”라고 말하는 이유다.
2.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
“곁가지는 건너뛰고 곧바로 본질을 건드린다.”
많은 사람이 드러커에 대해 내리는 평가다. 그는 어떤 일을 실행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 이른바 주제의 본질을 곧바로 짚어 낸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인간과 사회에 대한 폭넓은 교양을 갖춘 덕분이다. 그는 회계 숫자만이 아니라 심리, 사회, 역사, 철학, 경제, 문화, 정치 등 방대한 지식을 융합한다. 그런 다음 이를 토대로 ‘기업ㆍ조직ㆍ근로자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라는 고찰을 끌어낸다. 이것이 드러커의 방식이다. 그가 항상 “경영은 교양 과목이다.”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숫자만 중시하지도, 그렇다고 숫자를 경시하지도 않으면서(드러커는 기업 윤리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한편 통계 및 회계의 중요성도 말했다) 사람과 사회의 전체상을 조망했기에 그는 경영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드러커는 숨을 거두는 그날까지 경영, 역사, 정치, 문화, 심리, 예술 등 폭넓은 분야에 대한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다.
동시에 다양한 주제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도출해낸 드러커의 경영 원칙이 수많은 경영자에게 본질을 꿰뚫는 조언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광범위한 연구 끝에 도출해 낸 정수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3. 이념과 실천의 균형
드러커는 대학에서 강의하는 한편 대기업, 중소기업, 비영리 조직, 스포츠팀, 학교, 병원 등 여러 조직을 대상으로 경영 컨설팅을 했으며 기업가 및 경영자들과는 오랜 시간 멘토로서 함께 일했다. 언뜻 보면 그를 상아탑에 갇힌 학자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학계와 거리를 두고 현장을 위해 줄곧 일해 온 사람이었다. 그는 애초에 경영의 개념이나 용어를 세상에 알리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학계로부터 자기 연구를 평가받는 데 목매지도 않았다. 오로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을 향해 글을 쓰고 말했다.
한마디로 그의 경영 이론은 이해해야 하는 단순한 이론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업무에서 성과를 도출하는 도구가 된다. 즉 ‘어떻게 이론을 현장에 적용할 것인가’, ‘적용하여 도출된 결과를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라는 현실적인 측면을 중시한다. 이렇듯 이념과 실천의 양립과 균형이야말로 드러커 이론의 특징이다.
4. 시대를 뛰어넘는 보편성
20세기를 살았던 드러커는 현재 일어나는 변화 속에서 미래를 바라보았다. ‘앞으로 2~3년간 수익을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 ‘경쟁에서 어떻게 승리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수십 년 동안 지속될 중요한 변화의 흐름은 무엇인가’, ‘기업이 앞으로도 꾸준히 발전하는 데 필요한 경영 원칙은 무엇인가’를 고민했다.
20세기에 드러커가 남긴 말은 지금도 유효하다. 수십 년 전에 출간된 그의 책을 지금 읽어도 자신의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 같다거나 현시대를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이 때문이다. 역사의 큰 흐름을 토대로 구축된 드러커 이론은 그만큼 설득력이 있고 시대를 초월해(오히려 시대가 변하고 있기에 더더욱) 우리에게 많은 깨달음을 준다. 이 또한 그의 이론이 가진 특징 중 하나다.
이처럼 드러커의 경영 이론에는 그만의 독보적인 특징들이 있다. 그것이 바로 동서양을 불문하고 수많은 리더가 여전히 그의 저서를 탐독하는 이유일 것이다.
내가 속한 세계를 경영한다는 것
우리는 인생의 많은 부분을 ‘조직’이라는 곳에서 보낸다. 기업, 지자체, 비영리 조직, 정부 기관만이 조직은 아니다. 학교와 커뮤니티, 나아가 가정까지도 사람들이 모인 곳이면 어디든 하나의 조직이라 부를 수 있다. 이렇게 우리는 늘 조직에 속해 있거나 조직과 함께 일하며 살아간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몸담은 조직을 어떻게 경영할 것인가는 인간에게, 나아가 우리가 사는 세상에 지극히 중요한 주제라 할 수 있다.
회사, 학교, 가족, 지자체 안에서 더불어 사는 우리 모두에겐 경영 능력이 필요하다. 사람이 함께 더불어 살며 협력하고 행복 추구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누구나 알아야 할 교양이 바로 경영이다.
경영은 이론이나 지식을 공부한다고 쉽게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 실무 경험을 쌓는다고 저절로 알게 되는 종류의 지식도 아니다. 조직을 책임지는 사람들은 성격과 업무 스타일이 각양각색이지만 공통된 기본과 원칙을 가지고 있다. 여러분이 그동안 몸담았던 조직, 함께 일했던 리더들을 떠올려 보기 바란다. 저마다 유형은 다르겠지만 일하기 편하고 동기부여도 잘 되어 좋은 결과가 나왔던 조직이나 리더가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은 성공하는 경영에 필요한 기본과 원칙이 무엇인지 실제 사례와 함께 알려 주고자 썼다.
이 책의 목차만 보면 마케팅과 회계 등 일반적인 경영서의 구성을 띠고 있지만 내용은 각각의 주제가 경영 이론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다루고 있다. 뒤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경영의 핵심 요소들은 인체 구조와 같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경영의 진정한 의미를 배우려면 각 분야가 어떻게 연계해 전체적으로 작동하는지 알아야 한다. 실제 기업을 들여다보면 부서 간 단절로 각 조직의 업무 능력이 뛰어남에도 전체적으로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경영의 부분과 전체를 아우르는 시각을 키워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경영이란 무엇인가’라는 큰 그림을 염두에 두고 각각의 주제를 읽어 주길 바란다.
이 책은 드러커의 경영 이론을 단순히 학술적으로 정리한 책이 아니다. 이 책의 목적은 드러커가 이야기한 중요한 경영의 원칙들을 실무에 적용하고 실천해 성과를 내도록 하는 것에 있다. 드러커가 강조했듯 경영은 실천이다. 실천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가치가 없다.
나는 드러커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이후 15년 이상 실무 경험을 거쳐 이 책을 집필했다. 벤처 기업 임원으로서 사업을 추진하거나 기업 대상 경영 컨설팅, 리더 육성 사업, 강의 활동 등을 하면서 대학원에서 배운 내용을 현장에서 검증할 기회가 많았다. 이 책의 장마다 실린 사례는 내가 경험한 일들을 토대로 적은 것이다. 어느 조직에서나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례를 살펴보면 예외 없이 중요한 경영 원칙들이 숨겨져 있었다. 나는 지금껏 겪은 기업 경영의 실패와 성공 사례들을 모두 돌이켜 보면서 중요한 경영 원칙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경영한다는 것이 ‘내가 속한 세상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일’이라는 사실을 많은 사람이 깨닫기를 바란다. 현재 자기 위치에서 진정한 경영을 실천해 나간다면 각자가 속한 조직과 세상을 올바른 방향으로 바꿀 수 있음을 말이다. 경영은 바로 그런 일이다.
경영자, 중간 관리자, 실무자를 비롯해 경영을 공부하는 학생에 이르기까지 조직이나 팀을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데 관심 있는 독자에게 이 책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변하지 않는 경영의 원칙을 배우는 여정에 여러분과 함께하게 되어 무척 영광이다. 지금부터 누구나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교양으로서의 경영을 배우는 여정을 시작해 보자. 새로운 발견과 깨달음이 가득한 시간이 될 것이다.
조직을 이끄는 매니저manager로서 성과를 올리는 데 가장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 바로 매니지먼트, 즉 경영이란 무엇이며 어떤 일을 해서 어떻게 성과를 만들어 낼지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다수 매니저가 이런 고민 없이 하루하루 쫓기듯 그냥 일하곤 한다.
“A 기업의 저조한 실적은 경영 리스크 때문이다.”, “승진을 위해서 매니지먼트 역량을 키웠으면 좋겠다.”처럼 조직 내에서는 경영 혹은 매니지먼트라는 단어가 자주 쓰이다 못해 넘쳐 난다. 하지만 경영의 본질적인 의미를 알고 그에 맞게 쓰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또한 모든 사람에게 매니지먼트라는 단어가 같은 의미로 공유되고 있을까? 나는 그동안 수많은 기업가에게 컨설팅을 해 왔는데, 늘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매니지먼트의 정의를 남이 이해하기 쉽게 적어 보세요.”
그들 중 간단명료하게 매니지먼트를 제대로 정의한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 놀랍게도 거의 없었다. 그만큼 우리는 평소에 매니지먼트라는 용어를 일상적으로 쓰면서도 정작 그 뜻을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매니지먼트라는 용어는 관리자가 의사결정을 내릴 때 혹은 인사 평가를 할 때 흔하게 사용된다. 직원의 연봉이나 조직의 실적을 판단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매니지먼트는 비단 조직 안에서만 의미를 갖는 말이 아니다. 매니지먼트는 가족을 포함해 사람이 모인 곳이라면 어디에서든지 필요하며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런데도 정작 그 말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엉뚱한 해석으로 오해를 하기도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내가 미국으로 유학을 가기 전 근무했던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서는 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업무 재설계), KM knowledge management(지식 경영), SFA sales force automation(영업 자동화) 같은 용어가 흔하게 쓰였다. 이러한 기법들이 매니지먼트의 혁신을 이루어 낼 거라며 야단법석이었다. 중요한 내용이긴 했지만 나는 의구심을 떨치기 힘들었다. ‘좋은 경영, 좋은 매니지먼트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도 없이 방법론을 논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설령 업무 효율성이 일시적으로 높아진다고 해도 경영의 목적이 모호한데 방법론만 도입한다고 기업이 진정 성장했다고 볼 수 있는가? 내 대답은 ‘그렇지 않다’였다. 그래서 경영에 대한 제대로 된 정의와 매니지먼트의 목적은 무엇인지부터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매니지먼트는 ‘관리’로 번역되곤 한다. 하지만 관리라는 단어는 어딘가 고압적이며 차가운 분위기를 풍긴다. 실제로 기업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가 매니지먼트와 매니저를 ‘관리’ 그리고 ‘관리자’로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다. 매니저가 프로세스나 질서를 유지, 감시, 관리하는 사람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본래 매니저는 창조적인 업무를 하는 사람임에도 말이다. 이처럼 대다수의 사람이 가진 관리의 개념은 매니지먼트의 본래 뜻과는 거리가 있다.
특히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우량 기업일수록 관리를 과거에 이룬 성공을 유지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으로 여기고 그대로 이행하는 데 집중한다. 그렇게 조직원들이 주어진 규정 안에서만 일하다 보면 혁신을 일으키는 힘과 혁신을 이룬 후에 뒤따르는 보람이 저하되고 만다. 회사가 관리에 더 치중하면 할수록 활력 있고 창조적인 조직에서 멀어지는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다. 여러분이 몸담은 기업에서 다음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지 확인해 보기 바란다.
• 매니저나 직원이 제품이나 서비스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거나 고객가치를 깊게 탐구하는 일이 줄어든다(억지로 떠밀리듯 일한다).
• 사내의 권한, 규정, 관습, 제도 등이 우선되는 경향이 심해진다.
• 조직의 수직 구조가 견고해지고 수평적 관계가 줄어든다.
• 비전을 공유하고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야 하는 매니저가 현장 업무에 시간을 지나치게 뺏기는 플레잉 매니저playing manager로 변해 간다.
• 결국 직원 개개인은 성실하게 근무해도 조직 내부에서 참신한 아이디어나 혁신안이 나오기 힘들어지고 성과를 유지ㆍ향상시키기 어려워진다.
위의 항목은 회사가 직원들을 과도하게 규칙이나 시스템으로 관리했을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도입한 관리 시스템이 인간이 본래 가진 자발성 혹은 창조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드러커의 매니지먼트 이론은 이러한 현상을 극복하고자 했다.
사람이 가진 강점을 최대한 살려 경제적ㆍ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성과를 올리는 것이 경영의 본질이다. 물론 경영의 요소로서 관리와 통제도 일정 부분은 필요하다. 자원을 생산적으로 활용하고 직원이나 고객, 그리고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도록 명확한 규칙을 세워 관리하는 일도 필요하다. 실제로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보면 관리control에 대한 항목이 나온다. 경영 리스크를 피하고자 규칙이나 기준을 엄격히 세워 관리하는 일은 중요하지만 이는 매니지먼트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상황 변화에 따라 관리 방침은 언제든 유연하게 바꿔 나갈 수 있다.
여러 조직을 만나다 보면 어느 조직이든 “목표는 많지만 목적은 거의 없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규칙을 만들고 할당량을 늘려 관리를 강화하면 일시적으로 실적이 오르거나 직원들의 행동이 개선되는 성과가 나올지 모른다. 목표치를 달성하는 데 어느 정도 효과를 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매니지먼트를 관리의 동의어로 보는 건 대단히 잘못된 생각이다.
◆ 매니지먼트의 두 가지 역할
나는 위의 그림을 가지고 조직의 리더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러 조직이 똑같은 함정에 빠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주객이 전도되어 관리가 매니저의 중심 업무가 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기업가 및 리더로서의 업무가 부차적인 요소가 되어 버린 조직이 많았던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도입해도 기대만큼 성과를 낼 수 없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관리를 시작하는 조직은 없다. 사업을 시작할 때는 조직의 사명과 목적에 부합하는 가치를 창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이후에 사업을 영위해 나가는 데 필요한 요소들을 관리해야 한다. 관리란 가치를 계속 창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만약 매니저가 관리 업무에 과도하게 시간을 할애한 나머지 본인을 비롯해 직원들까지 창의적인 업무에 에너지를 쓰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관리하는 목적에 해당하는 가치 창출이 요원해지고 어디까지나 수단에 불과한 관리 업무만 눈덩이처럼 불어나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마저 저하될 것이다. 모름지기 사람이 모이면 관리가 중요해진다. 이는 조직이 가진 특성이기도 한데 매니저는 이러한 특성에 맞서 조직 본래의 사명, 목적, 가치를 직원들에게 상기시키고 업무 수준을 높일 책임이 있다. 이를 위해 경영이라는 교양을 배우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과 직장 환경이 급변하는 지금 시대일수록 탁월한 조직행동을 설계하는 경영에 능한 인재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 ‘관리자’의 역할은 불필요해진다. 그러나 이 책에서 다루는 ‘매니저’의 역할은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다. 기계처럼 변해 버리기 쉬운 조직에 창조성이라는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 바로 경영의 역할이다.
경영을 단순히 관리라고 파악하면 목표관리제도나 평가시스템 같은 관리 방법이 만병통치약처럼 느껴진다. 기계적으로 조직에 도입하기만 하면 당장이라도 성과가 나올 것만 같다. 그러나 경영을 창조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전혀 다른 과제들이 떠오른다. 사회, 인간, 조직, 기술, 심리, 역사, 통계 등 폭넓은 분야를 배워야 할 것이다. 회사나 조직은 결국 살아 있는 인간이 모인 집단이기 때문이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성과를 내도록 하려면 인간과 사회에 관한 폭넓은 식견과 감성이 필요하다.
이 책은 총 일곱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드러커의 경영 이론 중 그가 생전에 끊임없이 강조했던 일곱 가지 주제를 고르고 드러커 경영대학원에서 배운 수업 내용을 담았다. 각 주제 간 관련성을 보여 주기 위해 서로 연결시킨 그림으로 만들었다(다음 그림 참조). 이 그림이야말로 경영의 본질적인 의미를 전달하는 데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든다. 눈치 빠른 사람은 바로 알아챘겠지만 이 그림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다. 경영의 각 주제는 혈관이나 신경계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인간의 몸과 마찬가지로 하나씩 떼어서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 드러커의 일곱 가지 경영 핵심
먼저 제1장에 나오는 ‘자기경영’은 인간으로 치면 심장에 해당한다. 아무리 업무 능력이 탁월하고 지식이 많아도 매니저 자신의 의도, 가치관, 강점 같은 인간적인 부분을 직원들에게 전달하지 못하면 조직은 성장하지 않는다. 직원이 높은 정서지능을 가진 능력자라도 매니저의 진심이나 열정을 100퍼센트 느끼긴 어렵다. 그러므로 매니저는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필요가 있다. 직함이라는 가면을 쓴 내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래야 자신의 생각이나 가치관을 상대방에게 온전히 전할 수 있다. 인간에게 심장이 무엇보다 중요한 기관이듯 자기경영은 조직을 경영하는 데 가장 필수적인 요소다. 제1장에서 자기경영이 어떤 상황에서 필요한지를 생생한 사례를 곁들여 설명할 것이다.
제2장에서는 리더가 어떤 관점에서 조직의 목적을 설정하고 방향을 잡아야 하는지 알아본다. 앞의 그림의 두뇌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사고는 두뇌의 영역이지만 심장에서 멀리 떨어지면 문제가 발생한다. 조직의 목적을 생각하는 ‘사고’와 인간적인 ‘열정’이 분리되면 리더로서 조직의 목적에 진심으로 관여하기 어려울뿐더러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메시지도 만들지 못한다. 제2장에서는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인재가 조직이나 팀을 이끌게 되었을 때, 목적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범하기 쉬운 실수를 다룬다. 여러분의 경험과 비교하며 읽어 주기 바란다.
제3장과 제4장에서 다룰 마케팅과 혁신은 고객가치 창조와 연관된 내용으로 드러커의 경영 이론에서 무척 중요한 주제다. 민간 기업이든 비영리 조직이든 모든 조직의 목적은 고객가치를 창조하는 것이다. 고객가치를 창출하는 데 실패하면 아무리 위대한 목적을 설정해도 그 조직은 성과를 낼 수 없다.
인간 형상의 팔에 해당하는 이 두 가지 주제는 고객가치 창조라는 같은 목적을 갖지만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고객이 ‘지금 원하는 가치’를 파악해서 그것을 제공하는 것이 마케팅이라면 고객조차도 미처 인식하지 못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혁신이다.
마케팅은 고객의 목소리를, 혁신은 사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토대로 이루어진다. 고객가치를 창조하려면 두 가지를 균형 있게 실천해 나가야 한다. 팔 역시 다른 신체 부위와 마찬가지로 홀로 움직이지 않는다. 목적, 가치관, 소망, 열정과 연관되어 동작을 취한다. 아무리 획기적인 마케팅 기법을 도입하고 혁신을 한다 해도 조직의 사명과 목적, 조직원의 가치관과 동떨어져 있다면 소용이 없다. 실행하는 당사자가 마음이 내키지 않는데 고객의 마음이 움직일 리 만무하다. 마케팅도 혁신도 결국 조직의 목적이나 직원의 보람과 연결된다.
제3장과 제4장을 읽으며 마케팅과 혁신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기를 바란다.
제5장에서는 회계를 다룬다. 경영진에서 말단 직원에 이르기까지 회계 처리 능력, 정보 활용 능력이 뛰어난 조직은 빠르게 움직인다. 매출, 비용, 이익, 자본 등을 직감적으로 파악하여 새로운 기술에 관심을 두는 회사는 시스템의 도입ㆍ활용ㆍ검증도 신속하게 이루어져 정보 교환이나 커뮤니케이션도 수월하게 해낸다.
제6장은 조직원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다룬다. 제5장부터 제7장까지, 인간 형상의 하반신을 담당하는 부위 중 몸을 지탱하고 중심을 잡는 부위인 ‘몸통’에 해당한다. 제6장에서는 좋은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 필요한 핵심 요소들을 다른 주제와 연관 지어 설명할 것이다.
제7장은 디지털 시대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다룬다. 아무리 비싸고 좋은 IT 기술, 정보시스템이라도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은 조직에서는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이 장에서는 정보와 기술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물론 두 다리가 튼튼해야 다른 부위에서 힘을 낼 수 있다. 그렇지만 다리를 단련하는 것이 경영의 목적은 아니다. 다리가 튼튼해야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경영의 목적을 실현하고 고객의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오늘날 조직에서 다리를 다른 부위보다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매우 우려스럽다. 어떤 직장인이 인간의 형상 그림을 보며 “우리 회사는 오른발만 비대하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처럼 제5장과 제7장을 읽을 때는 몸담은 조직에서 건강한 조직문화와 공통의 목적의식을 가지고 회계와 기술,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을 다루고 있는지 확인해 보기 바란다.
이 책에 담긴 매니지먼트의 일곱 가지 주제들은 인체 구조와 마찬가지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 점이야말로 내가 배운 드러커식 매니지먼트의 특징이자 더없이 귀중한 가치라 할 수 있다.
차례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 관심 있는 주제의 장부터 차근차근 읽어 보기 바란다. 지금부터 매니지먼트라는 깊고 넓고 촘촘하게 연결된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자기경영’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이를 ‘자기 관리’로 해석하면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거나 운동을 하는 것처럼 규칙적으로 자신을 관리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 쉽다. 그러나 피터 드러커의 경영 이론이 다루는 자기경영의 본질적인 의미는 이와 다르다. 글자 그대로 ‘나라는 희소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성과를 올린다’는 뜻이다.
드러커는 《피터 드러커의 자기경영 바이블》에서 이렇게 밝힌 바 있다.
일류가 되려면 우선 자기 강점을 알아야 한다. 그런 다음 일하는 방식, 학습 방법, 가치관을 알아야 한다. 자신을 알면 내가 어디에 필요하며 어디에 공헌해야 하는지가 명확해진다.
매니저가 일단 ‘나’라는 자원을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조직의 리더로서 팀원들의 역량을 살리고 성과를 올리는 비전과 원칙을 세우게 된다는 말이다.
안타깝게도 요즘은 대다수 매니저의 심신 피로도가 극에 달해 있다. 과도하게 세분화된 업무 규칙, 번잡한 사무 처리, 감정 소모적인 인간관계, 잦은 인사이동과 순환근무 탓이다. 그들은 본래 자신이 지향하던 바와 동떨어진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드러커는 “자기 자신을 경영하지 못하는 사람은 조직 경영에도 실패하게 된다.”라고 일관되게 이야기했다. 드러커 경영대학원에서 자기경영 강의를 담당하는 제러미 헌터Jeremy Hunter 교수는 수많은 학생과의 토론에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많은 매니저가 자기 외부 업무에 치중한 나머지 자기 스스로를 경영할 여력이 없다.”
자기 내부의 감정이나 의도가 억눌려 본래의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면 아무리 탁월한 말솜씨로 훌륭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도 상대방이 ‘이 사람이 진심으로 자기 생각을 말한다’는 인상을 받지 못한다. 조금 과장하면 그저 성능 좋은 인공지능 스피커가 말한다는 느낌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말하는 내용에 감탄할 수는 있어도 감동하지는 않는다. 결과적으로 조직 전체를 움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