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의 말 |
가파른 고개를 넘으니 보이는 지름길,
그게 바로 공인중개사였다
어려서부터 우리 집은 정말 가난했다. 남들이 외식할 시간에 나는 급식비를 벌어야 했다. 살던 곳은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이었다. 지금은 KTX 광명역이 들어선 곳이다. 역이 들어서기 전에는 허름한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중에 보증금 300만 원짜리 단칸방이 부모님과 누나까지 우리 네 식구가 모여 살던 집이었다. 필자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여기서 살았다.
아버지는 법인 택시기사였다. 어머니는 주부인데 당뇨병을 앓으셨다. 지금도 혈액투석을 받고 계신다. 아버지가 벌어온 월수입은 70만~80만 원. 어머니 치료비를 내고 나면 사실상 생활이 안 되는 수준이었다.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돈벌이에 나섰다.
시작은 중고 거래였다. 네이버 중고 거래 카페 ‘중고나라’에 닥치는 대로 중고품을 올렸다. 당시 학생들 사이에서 노스페이스 패딩이 상당히 유행이었다. 여름에 친구들과 선후배에게서 패딩을 헐값에 사들였다. 그리고 겨울이 되면 웃돈을 붙여 중고나라에 올렸다. 이런 방식으로 꽤 큰돈을 벌었다. 나중에는 전자제품 등도 산 다음에 되팔았다. 요즘 말로 하면 ‘리셀러’였던 셈이다. 비슷한 시기에 주유소에서 5년간 아르바이트도 했다. 그렇게 돈만 벌면서 학창 시절 대부분을 보냈다. 그때 사업 노하우와 법인 운영구조를 몸소 익혔다.
운명의 순간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찾아왔다. KTX 광명역이 개통하면서 주변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투자자들이 우리 동네를 헤집고 다녔다. 옆집 아저씨는 단숨에 벼락부자가 되었다. 타고 다니던 마티즈는 에쿠스로 바뀌었다. ‘큰돈을 벌려면 부동산을 해야겠구나.’ 그때부터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준비했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쯤 땄다. 하지만 바로 개업하거나 중개법인에 취업할 수는 없었다. 군대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강원도 인제군 육군 장교 운전병으로 군 복무를 했다. 누군가는 군대에서 시간을 낭비했다고 하지만, 필자는 그곳에서 사회생활을 배웠다. 간부들을 태우고 다니다 보니 깍듯이 인사하는 습관이 몸에 완전히 스며들었다. 어른을 대하는 예의범절도 배웠다. 또 인간관계에서 조심해야 할 사소한 부분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선임들에게 ‘갈굼’당하지 않기 위해 하도 눈치를 본 덕분이다. 후임들을 대하는 과정도 배움의 연속이었다.
전역하고 얼마 후 중개법인에 입사했다. 그간의 경험을 최대한 살려 영업 전선에서 뛰었다. 그렇게 최연소 팀장이 된 동시에 억대 연봉을 달성했다. 당시 나이가 24살이었다. 다소 이른 나이에 분에 넘치는 돈을 벌게 되었다. 금전적인 여유가 성공의 척도라면, 이미 성공의 궤도에 올랐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후 정확히 2년 뒤인 26살에 퇴사했다. 주변에서 “미쳤냐”는 소리를 쏟아냈다.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해야만 했다.
2016년 빌딩 전문 중개법인 ‘빌사남’을 설립했다. 사무소는 서울 역삼동의 작은 주택이었다. 책상과 의자, 컴퓨터만 갖다 놓고 일을 시작했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건물 데이터를 수집하고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녔다. 기존에 하던 영업과 중개 활동은 계속 이어갔다. 동시에 국내 최초로 빌딩 실거래가 조회 시스템을 개발했다. 강의 사업도 시작했다. 회사의 이름이 점점 알려지면서 입사를 원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운 좋게도 필자와 뜻을 함께하는 유능한 전문가들이 힘을 보태주었다. 빌사남은 지금도 그렇게 성장해 나아가고 있다.
과거의 경험이 지금의 필자를 있게 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런데 공인중개사 모두가 필자와 같은 경험을 할 수는 없다. 일부러 힘든 길을 택해서 고생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 성공으로 가는 길은 셀 수 없이 많다. 필자는 이 가운데 직접 겪어봤고, 그중에서도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방법을 추천할 따름이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고 인생의 달콤함을 맛볼 수 있다면 그 얼마나 좋은가.
지난 경험을 통해 터득한 바를 하나만 더 언급하려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공인중개사는 엄연히 중개업 종사자지만 공급자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서비스업 종사자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공인중개사에게 성공의 핵심은 마케팅이다. 이 마케팅의 60%는 서비스 품질이 좌우한다. 부동산 중개 관련 지식은 나머지 40% 정도라고 본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딸 때 서비스 분야는 시험을 치지 않는다. 그러니 당연히 공부하지도 않는다. 대표적인 서비스직인 항공 승무원은 비행기에 오르기 전까지 몇 달 동안 고객 응대 방법을 교육받는다. 대형 백화점은 단기로 일하는 판매 직원에게도 서비스 방법을 가르친다. 공인중개사가 서비스직이라는 것을 체감하고 싶다면 외제차 매장에 가서 시승을 해보길 권한다. 딜러들은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고 90도에 가깝게 인사한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딜러들은 시승자를 위해 차문을 열고 닫아주기까지 한다. 오직 수천만 원짜리 자동차를 팔기 위해서다. 하물며 수억 원에 달하는 부동산을 파는 사람이 서비스를 등한시한다니. 그 자체로 난센스가 아닐 수 없다.
혹자는 “성공한 사람의 인생은 성공한 후에 포장되어 평범한 사람의 인생을 망친다”고 꼬집는다.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누누이 말하지만 필자가 성공한 사람이라고 단언하긴 힘들다. 단지 공인중개업에 남들보다 일찍 뛰어들었고,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를 일구었으며, 억 단위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남들이 이를 성공으로 평가한다면, 그 과정을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을 뿐이다.
결코 인생을 포장하고 싶지 않다. 훈계하거나 지시하고 싶지도 않다. 남들의 실패는 절대 바라지 않는다. 이 책을 펼친 독자들과 함께 성공 가도에 발을 올리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다. 성공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목적하는 바를 이룸”이라고 나와 있다. 그렇다면 아직도 필자는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이루고 싶은 꿈이 아직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비록 졸저지만 이 책을 통해 독자분들께 공인중개사 너머 더 큰 목표를 제안하고자 한다. 이제 시작이다.
빌사남 김윤수
차례
지은이의 말 | 가파른 고개를 넘으니 보이는 지름길,
그게 바로 공인중개사였다
1장 | 개업 전에 |
공인중개사, 지금 해도 될까?
다른 중개사무소에서 경험을 쌓아라
자신만의 전문 분야를 만들어라
부동산 종류별 특징을 알아보자
우리나라 공인중개사의 현재와 미래
2장 | 개업을 결심했다면 |
사무소 이름은 어떻게 지을까?
사무소 위치는 어디가 좋을까?
서울 내 부동산 중개업 ‘핫스폿’
중개사무소를 인수할 때 고려할 것
사무소 인테리어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3장 | 기본에 충실한 |
매물 확보가 고객 관리의 기본이다
고객의 성격에 따라 다르게 접근하라
공인중개사도 손님이다
최신 정보를 담은 소식지를 뿌려라
언론에 언급되면 전문가로 인식된다
언론 매체의 종류별 특징을 알아보자
4장 | 공인중개사 |
부동산 중개 플랫폼과 공인중개사 홍보 현황
유튜브를 왜 해야 할까?
유튜브 고수로 거듭나기
블로그는 여전히 필수다
인스타그램으로 소통하기
5장 | 실무에 유용한 |
공인중개사의 확인·설명 및 조사·확인 관련 판례
중개수수료 관련 판례
처분권자의 확인에 대한 중개업자의 의무 관련 판례
집합건물의 업종제한 관련 판례
가등기 및 가처분 후 임차인의 대항력 유무
계약금 관련 판례
기타 거래사고 관련 판례
공인중개사,
지금 해도 될까?
이 책을 펼쳐본 독자라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막 취득한 사람이 대다수일 것이다. 또는 자격증을 따놓고도 중개업무를 하지 않는 장롱면허 소지자도 있을 것이다. 간혹 자격증은 없지만 공인중개사라는 직업에 흥미를 느끼고 준비를 고민하는 사람도 있으리라고 본다. 어쨌든 독자들이 처해 있는 상황은 각자 다르다. 그러나 모두 똑같은 궁금증을 한 가지 갖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공인중개사를 해서 과연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
많은 돈이라는 건 지극히 상대적인 표현이다. 수입이 직장인 평균 연봉보다 조금이라도 높으면 많은 돈을 번다고 볼 수도 있고, 최소한 연 소득 1억 원은 찍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또는 기왕 공인중개사를 한다면 10억 원 정도는 벌어야 만족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럼 실제로 중개사는 얼마나 벌까?
공인중개사의 연봉
중개사의 연봉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자료가 있다. 2018년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발표한 연봉 통계치다. 이 자료에 따르면, 공인중개사 중 가장 많은 73.5%가 간이과세자로 조사되었다. 간이과세자는 개인사업자 중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연 매출액이 4,800만 원이 안 되는 소규모 사업자를 뜻한다(2021년부터는 매출액 기준 8천만 원으로 상향). 그다음으로 13.6%는 4,800만~7,200만 원을 버는 것으로 나타났고, 6.3%는 7,200만~1억 원으로 집계되었다. 1억 원 넘게 버는 사람은 6.6%였다.
그런데 해당 조사는 중개사무소를 운영하면서 발생한 매출을 기준으로 잡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매달 발생하는 영업비나 인건비, 임대료 등 고정비를 고려했을 때 정확히 이 수준으로 번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러분이 어느 정도의 연봉을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기대만큼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일 것이다.
더 암울한 자료도 있다. 한국직업정보시스템이 2018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공인중개사의 평균 연봉은 3,300만 원 정도라고 한다. 국세청이 발표한 2019년 근로소득자 평균 연봉은 3,744만 원. 직장인보다 못 버는 셈이다. 2021년 8월 국토연구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공인중개사협회 사무총장은 “11만 명에 달하는 개업 공인중개사 가운데 55%가 간이과세자인데 소득으로 보면 연간 1,500만 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4인 가족 최저 생계비가 월 290만 원, 연간 3,500만 원인데 공인중개사들은 도대체 살 수가 없다”고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
자격증 학원 업계에서는 억대 연봉자의 사연을 인용하며 공인중개사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소개한다. 일부 언론도 “2~3건 하면 대기업 연봉 나온다” “집값이 뛰는데 한두 건만 계약해도 대기업 연봉” “거래 1건에 7,900만 원 챙기기도” 등의 제목을 뽑아 중개사 자격증 취득 열풍을 조장한다. 그런데 적어도 수치로 확인되는 중개사의 소득은 직장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앞서 소개한 자료는 수년 전 통계도 포함된 데다 최근 급격한 집값 상승으로 수수료 수입이 올랐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개업 공인중개사가 11만 명을 돌파하며 역대 최다치를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그만큼 경쟁 또한 치열해졌다고 볼 수 있다.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이 책을 펼친 독자들이 우선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현실은 냉정하다. 부동산 중개업계는 결코 녹록하지 않다. 중개사 자격시험이 한때 ‘중년고시’라 불리며 각광받았지만, 모두에게 제2의 인생을 열어주는 건 결코 아니다. 최근에는 젊은 사람들도 중개사 자격시험에 많이 도전하고 있다. 취업난을 견디다 못해 단순히 도피할 생각으로 준비하는 것이라면 뜯어말리고 싶다. 자격시험에 쏟아붓게 될 돈과 시간을 입사 준비에 쓰는 게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중개사는 하는 만큼 번다
그렇다면 공인중개사를 접어야 할까? 아이러니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그럼에도 중개업계의 미래가 밝다고 본다. 일단 세상의 모든 직업 중에 중개사만큼 큰 규모의 자산을 다룰 수 있는 직업은 없다. 주식이나 채권 등 금융자산을 제외하고 부동산보다 가액이 높은 자산은 없다. 토지나 빌딩을 떠올려보자. 동네 주변에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중개하는 사무소가 많아서 그렇지, 공인중개사는 엄밀히 모든 부동산을 다 중개할 수 있다. 슈퍼카 딜러나 군수업자도 공인중개사보다 비싼 물건을 중개하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국부를 나타내는 국민순자산 중 부동산의 비중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통계청의 국민대차대조표에 따르면, 2020년 부동산 비율은 74%로 전년보다 확대되었다. 또 GDP 대비 토지자산의 배율은 5배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사실 거시적인 통계를 인용할 필요도 없다. 주변에서 끊임없이 오르는 집값만 봐도 부동산 자산의 규모가 얼마나 커지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다.
당연하지만 개업 공인중개사는 프리랜서다. 회사의 규율과 근무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 누군가는 이와 같은 자율성을 은근히 압박으로 느낄 수도 있다. 반면 적성에 맞다면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점은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한다. 동시에 본인의 역량과 투자한 시간에 따라 굉장히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앞서 중개사의 수입과 관련한 통계를 언급했지만, 더 정확히는 ‘하기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이만큼 사실을 잘 표현한 말도 없다.
통계에서 드러나듯이 1억 원 넘는 수입을 올리는 중개사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모두가 고소득자가 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수많은 공인중개사 사무소들이 특정한 지역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들은 대부분 비슷한 인테리어와 비슷한 색깔의 간판을 내걸고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당장 가까운 아파트 단지에만 가봐도 알 수 있다.
공인중개사 매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마케팅 활동은 천편일률적이다. SNS와 유튜브 등 광고 플랫폼은 다양해졌지만 만들어내는 콘텐츠는 거기서 거기다. 대부분의 경우 매물 소개에만 치중하고 있다. 게다가 직방과 다방 등 부동산 중개앱을 통한 매물 광고는 거의 업계 관행처럼 굳어졌다. 이들 중개앱은 점점 광고비를 올림으로써 중개사들의 영업이익을 지속적으로 갉아먹고 있다.
초기 투자자본도 적게 들어가다 보니 개업도 너무 쉽게 이루어진다. 일각에서는 ‘책상과 컴퓨터, 소파, 지도만 있어도 중개사무소를 차릴 수 있으니 실패해도 손해가 적을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다 보니 폐업률은 70%를 웃돈다. 한때 치킨집이 넘쳐나 ‘치킨공화국’이란 자조 섞인 신조어가 유행했는데, 이를 ‘중개공화국’으로 바꿔도 크게 무리가 없을 듯하다.
차별화만이 답이다
부동산 중개업의 현실이 지금과 같다면 당연히 전망이 밝을 리 없다. 너무 쉽게 창업하고 너무 쉽게 망한다. 창업 이후 영업 활동에는 특색이 없다. 남들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타파하는 중개사에게만 밝은 앞날이 기다리고 있다고 확신한다. 필자는 기존 방식과 다른 길을 걷기 위해 항상 노력했다. 사무실 인테리어부터 영업 방식까지 모든 것에서 차별화를 추구했다. ‘빌사남’이란 단어를 단지 중개법인 명칭이 아닌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고자 방법을 강구해왔다.
이러한 과정이 성공적인 결실을 맺었는지는 남들이 평가해주리라 믿는다. 일단 적어도 수치로 확인되는 측면은 긍정적이다. 2016년 (주)빌사남의 빌딩 투자 강연 사업을 시작으로, 2017년 빌딩을 전문으로 중개하는 (주)빌사남부동산중개법인을 설립했다. 2021년에는 상업용 빌딩 신축 리모델링 전문 건설사 (주)빌사남&KD, 상업용 빌딩 설계 전문 빌사남건축사사무소까지 설립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게 되었다. 3명으로 시작한 직원 수는 2021년 말 기준 약 110명에 달한다. 직원들 개개인의 실적도 나쁘지 않다. 팀장급 파트너들은 연평균 1억 원의 수익을 가져가고 있다. 자기 몫으로 무려 10억 원 이상을 가져가는 파트너도 있다.
이 자리까지 오는 여정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불가능한 목표를 좇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부동산 중개업의 현실은 험난하다. 그래도 공인중개사는 직업적으로 다양한 이점이 있고, 고소득을 올릴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무엇보다 앞으로 부동산 중개시장이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은 무궁무진하다. 중개사에서 뻗어나갈 수 있는 길이 굉장히 다양하다는 뜻이다.
우선 필자는 중개시장에서 국가 간 경계가 없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또 스마트폰으로 건물을 사고파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고 본다. 그렇게 되면 서울 집의 침대에 누워 뉴욕 도심의 빌딩을 거래하는 일도 가능해질 것이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동네 터줏대감이었던 중개사무소가 글로벌 중개의 거점이 되는 것도 충분히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다. 지금은 해외의 대형 중개업체들이 국내에 진출해 있지만, 반대로 국내 중개업체들이 해외로 뻗어나가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 밖에 건물에 투자하고 수익을 얻는 금융상품도 다양해질 것이다. 이미 소액 투자자들의 자금을 가지고 부동산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리츠 회사가 개미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한 핀테크 업체는 단돈 5천 원으로도 강남 빌딩에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기도 했다. 강남 빌딩을 주식처럼 쪼갠 뒤 플랫폼에서 수시로 사고팔 수 있게 한 것이다. 공인중개사도 이런 금융상품과 연계해 얼마든지 새로운 분야에 진출할 수 있다.
새로운 직업군을 창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공인중개사가 선택할 수 있는 직업군 중에는 콘텐츠 제작자도 있다. 필자 역시 공인중개사이자 유튜버다. 2019년부터 업로드를 시작한 유튜브 채널 ‘빌사남TV’는 이제 구독자 5만 명을 넘어섰다. 채널 운영을 위해 매일 콘텐츠 주제를 찾고 기획하고 있다. 카메라 앞에 서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단, 유튜브를 광고 채널로 활용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오직 유익한 영상으로 긍정적인 영향력을 널리 전파하겠다는 일념만 있을 뿐이다. 부동산을 활용해 만들 수 있는 콘텐츠는 무궁무진하다.
미국 부동산 중개업자 라이언 세르한트(Ryan Serhant)는 공인중개사의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직접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한다. 그는 부동산 업계를 조명하는 미국 리얼리티 쇼 <밀리언 달러 리스팅>에 나오는 출연진 중 한 명이다. 배우로 활동했을 만큼 잘생긴 외모와 상당한 재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창의적인 영업 스킬이었다. 자유의 여신상 코스프레를 하고 집을 팔러 돌아다니거나 각종 영화 콘셉트로 집을 소개하는 등 독특한 방식으로 중개를 했다. 그 결과 수십억 원짜리 집들이 그의 손을 거쳐 갔다.
라이언은 2020년 자신의 이름을 걸고 뉴욕에 부동산 중개법인을 세웠다. 그가 2008년 업계에 뛰어든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늦게 법인을 차린 셈이다. 하지만 SNS와 유튜브를 적극 활용해 회사를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성장시켰다. 지금 그의 회사는 미국 전역을 통틀어 가장 활발한 중개법인으로 꼽힌다. 라이언의 유튜브 방송은 뛰어난 영상미를 자랑한다. 각종 촬영기법을 동원해 초호화 펜트하우스가 더 화려하게 보일 수 있도록 연출한다. 라이언은 집 가운데 서서 유려한 말솜씨로 집을 속속들이 소개한다. 그 영상은 전혀 광고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집을 무대로 한 신개념 영상처럼 보인다.
그는 부동산 중개업자로 출발했지만, 대중은 이제 그를 성공한 방송인이자 사업가로 여기고 있다. 부동산 업계의 백종원이라고나 할까. 사실 라이언까지 갈 것도 없다. 미국의 45대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도 부동산 관련 사업으로 부를 축적했다. 트럼프 일가의 기업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The Trump Organization)’의 주요 사업 중 하나가 다름 아닌 부동산 중개업이다.
공인중개사의 활동 영역에 제한은 없다. 창의력과 실행력, 끈기가 있다면 뻗어나갈 수 있는 길은 무궁무진하다. 필자가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하나의 징검다리 정도로 생각하는 이유다. 이 정도 발전 가능성이 있는 직업이라면 해볼 만하지 않을까.
다른 중개사무소에서
경험을 쌓아라
부동산 중개업에도 전문 분야가 존재한다. 단독주택 전문, 아파트 전문, 토지 전문, 빌딩 전문 등이 그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공인중개사의 업무 분야가 의사나 변호사처럼 법적으로 구분되어 있는 건 아니다. 전문 분야를 갖기 위해 자격시험을 치르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객관적으로 누구에게나 인정받을 만큼의 중개 경험과 지식을 쌓아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유리한 방법은 전문 분야를 갖춘 부동산 중개법인에서 일하는 것이다. 중개사무소든 중개법인이든 그 안에서 최소 1년 정도 실무 경험을 쌓는 것을 추천한다.
어떤 중개사무소에서 일해야 할까?
• 중개법인
필자도 빌딩 매매 전문 중개법인에서 5년 정도 일했다. 지금은 빌사남의 경쟁 상대가 된 회사지만, 많은 경험을 쌓게 도와준 곳임은 틀림없다. 대다수 중개법인의 급여 체계는 인센티브제다. 기본급 없이 소속 공인중개사가 계약을 성사시키면 기여도에 따라 회사와 일정 비율로 나눠 갖는 식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경험을 쌓고 나면 나와서 개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퇴사율도, 이직률도 높다.
부동산 중개법인의 채용 공고는 각종 구인사이트에 수시로 뜬다. 인크루트, 잡코리아, 잡플래닛, 벼룩시장, 사람인 등에 들어가 ‘중개법인’이라고 검색하면 된다. 요즘엔 리멤버, 블라인드, 링크드인 등 헤드헌팅 플랫폼도 활성화되어 있어 회사와 연결점을 만들기가 더 쉬워졌다. 과거에는 공인중개사 자격증 유무를 따지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사회적 분위기와 공인중개사법 개정 등으로 자격증 소지자의 채용 비율이 높아졌다.
개인적으로는 가급적 중개법인에 도전해보길 권한다. 그 이유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직장 생활이라도 대기업에서 일하는 것과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 쉽게 말해 ‘노는 물’이 다르다. 중개법인에서 일하면 알게 모르게 경쟁도 심하다는 것을 느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