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형
현재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조직행동론, 경영전략을 가르치고 있다. 경영을 둘러싼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해마다 학생들과 세대차이까지 벌어지는 상황이라 그 간격을 어떻게 메울까 항상 고심중이다. 경영자만큼은 아니지만 경영학자도 늘 세상의 변화에 대한 민감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을 졸업한 직후 첫 번째 경력은 언론계에서 시작했다. 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리더들을 거의 매일 만나고, 질문할 권리를 가짐으로써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던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축적하게 되었다. 매일 스트레스를 받으며 글을 써야 했던 시간이 큰 자산이 되었음을 훗날 깨달았다.
경력 전환의 큰 계기는 1997년 외환위기였다. 당시 경제부 기자로서 많은 일을 겪으면서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 KDI국제정책대학원에 진학했다. 석사학위 취득 후 산업자원부에서 외신대변인 역할을 수행했다. 한국의 경제발전 및 기업성장의 역사, 산업정책의 특징 등을 해외언론인들에게 잘 설명함으로써 외환위기 극복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고 노력했다. 한국적 관점과 글로벌 스탠다드, 기자와 정책당국자로서의 입장을 융합하려 했던 시기였고 덕분에 입체적이며 통합적인 시각을 체득하게 되었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2001년 공무원을 그만두고 다시 같은 대학원 박사과정에 진학하여 전략적 리더십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국민대학교 경영학부에서 새로운 경력을 시작했다. 기자, 공무원을 거쳐 뒤늦게 교수가 되었지만 ‘천직’을 찾았다고 느낀다. 매 학기 첫 수업에 들어갈 때마다 설레고 행복하다. 그동안 《기업의 시대를 읽는 새로운 경영학》 《경영의 최전선을 가다》 등의 공저를 펴냈다.
나는 지난 50년 동안 경영자들을 관리하고 관찰해오며 배웠던 것들을 정리하려 했지요. 가장 힘들었던 것은 서두의 인용문을 선택하는 일이었습니다. (···)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버진그룹Virgin Group의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의 말을 선택했다는 것에 나는 만족합니다. “비즈니스는 사람들에게 풍요롭고 보람 있는 삶을 제공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 가치도 없는 일에 불과합니다.” 이 일을 하는 주체는 사람입니다. 또한 성장과 수익을 창출하는 주체 역시 사람이지요. 그러므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입니다.1
- 톰 피터스
너무 다른 신세대를
제대로 읽다
이 책은 ‘어른’들을 위한 책입니다. 띠지에는 CEO를 위한다고 썼지만 세상의 모든 어른들을 위한 책입니다. 여기서 어른이란 20세기를 열심히 살아온 기성세대, 지금 사회 각계각층의 리더, 또는 중간리더로 활동 중인 분들입니다. 나이 또는 직급으로만 규정할 수 없는 개념입니다. 지금까지 등장했던 ‘신세대’와는 차원이 다른 ‘신세대’를 맞아 오리무중에 빠진 분들을 위한 책입니다.
신세대와 일하기는 참 힘든 일입니다. 일본만화 《시바 아저씨》에는 과장의 말에 오로지 휴대전화 문자로만 대답하는 사쿠라 군이 등장합니다. 거래처 사람을 만나서도 억지웃음을 짓지 않고 남들 눈치 보는 일 없이 태연히 문자나 메일을 확인합니다. 이런 사례는 현재 한국의 직장에서도 수시로 나타납니다.
문제는 어른 또는 리더가 이런 새 친구들과 일을 해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입니다. 새 친구들은 일의 동료이기도 하고 시장의 주된 고객이기도 합니다. 어른은 괴롭습니다. 급격한 디지털기술의 전환도 힘든데 세대변화, 신세대 중심의 소비흐름을 이해해야 합니다. 언제부터인지 다수가 된 신세대 사원을 채용하고, 교육하고, 배치해야 합니다. 외계인만큼 이해하기 어려운 신인류와 함께 일을 해야 하는 분들, 무엇보다 내 아들딸들의 마음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궁금한 분들과 저의 신세대 탐사록을 나누고 싶습니다.
50대인 저의 경우 신세대에 관심 갖게 된 계기는 2년 전쯤 찾아왔습니다. 당시 디지털전환의 흐름이 폭풍우처럼 몰아닥친다고 느꼈습니다. 일선 경영자보다는 덜하겠지만 경영학을 하는 사람들도 시대의 변화에 민감해야 합니다. 그래서 페이스북 친구들의 타임라인에 종종 소개되던 독서클럽 트레바리에서 디지털기술의 변화에 대한 책을 읽고 공부하는 모임을 주관한다기에 일단 가입부터 했습니다.
회원들의 주된 연령대는 20대, 30대였고, 저 같은 50대는 매우 드물었습니다. 활동분야가 무척 다양한 20여 명의 회원들이 모였습니다. 서로 ‘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면서 기술사상가 케빈 켈리Kevin Kelly의 《인에비터블》, 과학소설가 테드 창Ted Chiang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등과 같은 책을 읽고 토론했습니다. 몇 번의 친목모임도 가졌고요. 저는 당시 번개를 맞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4차 산업혁명을 공부하려고 갔는데 신인류를 발견한 것입니다. 20~30대의 젊은이들이 공부하고, 토론하고, 교류하고, 사고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새로운 인류가 탄생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캠퍼스에서 내가 늘 만나고 있는 제자들, 너무도 사랑스럽지만 종종 이해하기 힘든 모습을 보이는 가족, 일가친척 젊은이들의 모습이 겹치면서 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해야겠다는 의욕이 생겼습니다.
제가 이야기하는 신세대는 바로 ‘밀레니얼 세대’입니다. 학자마다 정의가 다르지만 대체로 1980년대 중반 출생부터 1990년대생을 말합니다. 미국에서는 일부 2000년대 초반생까지를 포함합니다. 한국의 각 기업, 조직으로 치면 대리와 사원급입니다. 이들을 알기 위해 책도 읽고, 유튜브도 시청하고, 소셜미디어 세계에도 더 깊이 들어갔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 같은 발칙한 책을 베스트셀러로 탄생시키고, 공정성과 진정성을 중시하며, 착한 기업을 열렬히 응원하는 세대입니다.
이들에 대해 어른 리더들은 여러 유형으로 반응을 합니다. 열심히 디지털기술을 익히면서 시대변화에 적응하려는 ‘노력형’, ‘꼰대 체크리스트’를 열심히 들여다보며 걱정하면서도 자신은 꼰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부정형’, ‘꼰대가 어때서!’라며 당당하게 후배들을 훈계하는 ‘확신형’ 등 다양한 모습이지만 사실 너무 다른 신세대의 등장에 살짝 길을 잃었다는 표현이 적당할까요.
이 책을 읽는 어른들에게 씁쓸한 진실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고, 장강長江의 뒷물결은 앞물결을 밀어내는 게 세상의 이치입니다. 그렇다고 신세대 젊은이에게 무조건 항복하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들도 약점이 있고 그들과의 대화법, 소통법이 따로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이 리더로서 조직의 성과, 개인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데 약간의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뒤늦게나마 이를 발견한 입장에서 아직 고민 중인 분에게 설명해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습니다.
이 책의 구성은 크게 두 파트로 나누어집니다. 첫 번째 파트는 밀레니얼 세대가 일으키는 변화를 살펴보면서 우리가 그들을 이해하고 함께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세계적인 현상으로 나타나는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과 함께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가 보이는 전반적인 특징까지 다루었습니다.
두 번째 파트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을 경영의 관점에서 크게 9가지로 정리해서 소개했습니다. 가장 궁금한 특징부터 먼저 읽어도 괜찮으며, 각 특징은 3가지 단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에피소드, 실제 현상진단 및 분석, CEO에게 드리는 조언입니다. 우선 에피소드에는 이전 세대가 경험하는 세대차이, 혼란, 갈등을 사례로 담았습니다. 저와 제 주변의 경험, 실제 인터뷰 내용 등을 토대로 재구성했습니다. 그다음으로는 실제 현상진단 및 분석입니다. 여기서는 밀레니얼 세대가 고객으로서,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가지고 있는 특징을 소개합니다. 예를 들어 너의 취향도 옳고 나의 취향도 옳다거나, 혼자지만 협업도 잘하는 등 언뜻 모순적인 것처럼 보이는 특징부터 진정성을 추구하며 성장을 중시하는 성향처럼 신세대에 대한 편견 탓에 미처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던 점들까지 밀레니얼 세대의 다양한 면면들을 소개합니다. 마지막에는 CEO에게 드리는 간단한 조언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아날로그 세대인 제가 밀레니얼 세대의 문화, 감각, 관심사 등에 눈뜨도록 도와준 페이스북 친구들, 2년 전 놀라움과 깨달음을 주었던 트레바리 ‘어떤 혁신’의 클럽장과 친구들, 이나리 대표가 진두지휘하는 일하는 여성 커뮤니티 ‘헤이조이스’에서 신선한 자극을 전해준 밀레니얼 세대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새벽마다 컴퓨터 앞에 앉아 딴세상 사람처럼 연구와 글쓰기에 몰두해온 저를 이해하고 응원해준 우리 집 세 남자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밀레니얼 세대인 두 아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 책의 숨은 조력자였습니다. 부모는 누구보다 자식을 잘 알지만 자식 세대는 잘 모른다는 걸 이번에 배웠습니다. 이 책은 무엇보다 그 깨침의 의미 있는 기록입니다.
신인류의 탄생
그들은 어느새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그들이 누구인지, 새로운 세대가 등장한 의미가 무엇인지 미처 알기도 전에 그들은 시장을 지배하고 조직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금 이 사회에서 자신이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40대, 또는 50대 이상의 세대가 그동안의 경험이나 사고체계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시장에서, 고객들 사이에서, 그리고 조직 내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들은 누구인가.
새롭게 등장하는 세대의 모습은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먼저 고객으로서의 그들이다. 자신들의 취향을 뚜렷하게 드러내면서 기존의 대량생산 제품을 거부하는가 하면, 자신들의 취향에 맞기만 하면 소셜미디어로 확산시켜 팬덤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들은 고객이면서 단순한 고객을 뛰어넘는다. 제품을 마케팅하는가 하면 제품의 개발까지 참여하고자 한다. 커뮤니티 등을 통해 자신들의 전문성을 융합하고 발전시켜 제품과 회사를 키우는 역할도 한다. 자신들이 보기에 옳지 않다면 사이버 세상에서 패러디하면서 응징하기도 한다.
그들은 제품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과거의 고객이 아니다. 유튜브와 같은 1인 미디어에서 자신의 의견과 취향을 나누고, 그것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때는 사업가로 일약 떠오르기도 하며,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와 부를 누리기도 한다. 또한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그들은 뛰어난 기술과 적응력, 협업능력 등을 갖췄으면서 동시에 기존 질서를 무시하고, 개인을 중시하며, 조직과 대등한 계약관계임을 내세우면서 기성세대를 꼰대로 만들고 기존의 조직문화를 뒤흔든다. 성공이나 출세 따위에는 관심이 없는, 도무지 열정 없는 모습인가 하면, 자신의 취향이나 주관을 고집스럽게 내세우고 양보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회사의 일에 대한 기본적인 에티켓이나 개념이 없는 듯하지만 디지털기술이나 새로운 변화에는 기가 막히게 적응하고 앞서간다.
새로운 세대를 가리키는 이름은 다양하다. 대략 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까지 기간, 즉 천 년이 끝나고 시작되는 전환점에 태어났다는 의미의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 디지털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의미의 ‘디지털네이티브Digital Natives’,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누리고 지배한다는 의미의 ‘넷제너레이션Net Generation’ 등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진 그들. 세계적인 저술가이자 경영전략 컨설턴트인 돈 탭스콧Don Tapscott은 “천 년의 끝에 태어나 새로운 천 년을 이끌어갈 세대”며 “최초의 글로벌 세대이자 디지털 세대”라고 불렀다.2 밀레니얼 세대를 10년 동안 계속 연구해온 린 랭카스터Lynne C. Lancaster와 데이비드 스틸먼David Stillman은 “향후 20년간 기업과 사회를 지배할 새로운 인류”라고 말하기도 했다.3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세계인구의 25퍼센트를 차지하며 경제질서를 새롭게 재편하기 시작한 밀레니얼 세대의 본격적인 등장이 시작됐다고 선언하면서, 이렇게 변화하는 현 시점을 “밀레니얼 모먼트”라고 표현했다.4
조안느 수잔스키Joanne G. Sujansky와 잔 페리-리드Jan Ferri-Reed는 《조직 내에 밀레니얼 세대를 유지하는 법》에서 지금 기업들이 밀레니얼 세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과거의 조직문화 및 인사관리 방법을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많은 손실을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거대한 고객으로, 그리고 조직 내의 주요한 구성원으로 비중이 높아지는 밀레니얼 세대를 기업들이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과거의 마케팅기법, 인사관리 정책 등을 모두 원점에 두고 새롭게 정립해야 하며, 무엇보다 기업의 주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고위임원들의 변화가 시급하다고 했다.5
미국, 유럽 등에서 그들에 대해 주목하고 연구하는 흐름은 몇 년 전부터 있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다. 지금 시작해도 늦었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과연 그들은 누구인가.
밀레니얼 세대는 이미 최대 고객층으로 등장해 모든 산업, 모든 기업의 전략, 마케팅, 제품생산 등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동시에 조직의 구성원으로 자리를 차지하면서 조직문화를 바꾸는 중이다. 무엇이라고 부르든 그들은 앞으로 10년, 심지어 20년까지 세상을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책에서는 그들을 ‘밀레니얼 세대’로 부르기로 한다. 최근 이 용어가 가장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를 특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디지털기술’이다. 나라별로 디지털기술의 발전속도에 차이가 있고 문화적 배경도 다르기 때문에 모든 나라의 세대구분이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만큼 세계적인 공통점을 갖는 세대는 역사적으로 여태껏 없었다. 글로벌화가 심화되고 IT기술의 발달로 세계가 연결돼 있어서다. 나라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더라도, 지금까지와 완전히 다른 신인류가 탄생하고 그들이 사회의 중심으로 진입해온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과거의 신세대와 구별되는 그들과 소통하지 못한다면 사업기회도 잡을 수 없고, 조직의 생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대 전체로 보면 밀레니얼 세대는 부모세대보다 가난해지는 첫 번째 세대라고 한다. 경제성장 측면에서 세계는 오름세를 지속해왔으므로 자녀세대가 부모세대보다 더 잘사는 것이 당연했었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는 세계경제의 흐름이 전반적으로 성장의 한계에 이른, 수축사회의 시기에 태어나거나 성장했다. 그래서 부모세대보다 소득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밀레니얼 세대가 경제적인 측면에서 갖는 복합적인 사고는 여기에서 기인한다. 부모세대만큼 치열하게 일한다고 해도 그만한 보상이 따르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자 그들은 소소한 행복에 만족하는 삶을 선택했다. 하지만 비교적 풍요로운 어린 시절을 보냈기에 궁핍함은 참기 어렵다. 풍족하게 지내고 싶지만 자신의 소득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돈을 많이 벌고 싶어도 돈을 벌기가 어렵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따라서 돈을 벌면 쓴다. 미래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기보다는 현재의 즐거움을 추구하면서 소비한다. 이토록 밀레니얼 세대의 경제관념은 복합적이다.
하지만 개별적으로 보면 또 다르다. 개인에 따라 부모세대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놀라운 성공스토리가 있다. 20대에 세계적인 백만장자 사업가가 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페이스북Facebook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나 에어비앤비Airbnb의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와 같은 해외의 사례를 들 필요조차 없다. 우리나라에도 사례가 적지 않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꿈꾸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들, 누군가와 패션스타일을 나누고 정보를 공유하는 앱만으로 수천억 원의 기업가치를 창출하는 그들. 이런 놀라운 현상을 만들어내는 그들은 누구인가. 수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이 불과 10년 전만 해도 낯설었던 풍경을 가능케 한 이들. 기성세대는 그들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먼저 인정해야 할 건 그들이 앞으로 세상을 지배할 것이고, 세상을 바꿀 것이며, 성공문법을 완전히 새롭게 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그들을 이해할 수는 없어도 함께 일해야 하고, 그들을 고객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여러분이 설 자리가 있고, 사업기회가 있고, 여러분의 조직은 생존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연구가 이루어지는 나라는 미국이다. 컨설팅사 액센츄어Accenture, 퓨PEW리서치센터,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딜로이트Deloitte 등 많은 기관이 밀레니얼 세대의 영향력을 분석하고, 어떻게 대응할지 고심하면서 보고서를 내고 있다. 액센츄어는 미국 밀레니얼 세대의 경제적인 영향력이 급증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향후 30년 동안 베이비붐 세대에서 밀레니얼 세대로 30조 달러 이상의 부가 이동할 것으로 예측했다. 부의 이동은 자녀의 주택구매를 위해 부모가 돈을 빌려주는 형태인 ‘부모대출’로 시작되어 앞으로 부모세대의 사망 및 상속을 통해 지속될 것이라고 한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밀레니얼 모먼트> 특집기사에서 영국, 중국, 일본 등의 밀레니얼 세대를 다루면서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면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조직운영을 성공적으로 하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딜로이트는 전 세계 30여 개국 8000여 명에 이르는 대졸 밀레니얼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보고서로 작성해 매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하고 있다.
세대갈등과 세대 연구에 정통한 린 랭카스터Lynne Lancaster와 데이비드 스틸먼David Stillman은 《세대 간의 충돌》이라는 책에서 세대차이와 그 차이를 메우는 방법을 다룬 바 있다. 이들은 여러 세대에 대한 연구를 했지만 “밀레니얼 세대야말로 가장 획기적이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신세대”라고 규정한다. 전통 세대(1946년 이전 출생),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 출생), X세대(1965~1981년 출생)에 이어 밀레니얼 세대(1982~2000년 출생)로 구분하면서 X세대가 출현했을 때 기성세대에게 많은 충격을 주었지만 밀레니얼 세대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고 분석했다.6
또한 랭카스터와 스틸먼은 《밀레니얼 제너레이션》에서 밀레니얼 세대에 대해 분석하고 진단했다.7 이들은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을 ‘M팩터’라고 정의하면서 부모, 권능감, 의미, 높은 기대치, 빠른 속도, 소셜네트워킹, 협력 등 7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밀레니얼 세대는 이전 세대와 달리 부모와 무선탯줄로 연결되어 있다고 할 만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그들은 부모와 여러 가지 중요한 결정에 대해 상의하고, 진로에 대해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둘째, 밀레니얼 세대는 권능감이 강하다. 그들은 어린 시절부터 칭찬을 받으며 자랐고 원하는 것을 누릴 수 있었기에 무엇이든 성취하는 게 가능하다고 여긴다. 그래서 권리에 대한 요구가 당당하다. 셋째, 밀레니얼 세대는 삶에서 의미를 찾으려 하고 사회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 하기에 ‘임팩트’라는 개념을 좋아한다. 넷째, 밀레니얼 세대는 성취와 성공에 대해 높은 기대치를 가진다. 어린 시절부터 많은 경험을 하고 글로벌 개념이 발달해 회사와 자신의 역할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다섯째, 밀레니얼 세대는 컴퓨터, 인터넷, 모바일 등을 능숙하게 다루며 동시에 여러 일들을 하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 빠른 속도를 당연하게 여긴다. 인내심이 없다고 평가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섯째, 소셜네트워크에 익숙하며 이전 세대와는 차원이 다른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네트워킹하는 방식도 완전히 다르다. 그리고 수평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며 서로 협력하는 것에 익숙하다. 일곱째, 밀레니얼 세대는 모르는 상대방과 온라인에서 게임을 하면서 협업을 경험했기에 팀워크에 익숙하다. 따라서 그들에게 팀프로젝트 형식으로 일을 맡기면 더 잘 해낸다.
랭카스터와 스틸만의 분석은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삼았지만 그 특징의 상당 부분이 다른 나라 밀레니얼 세대에게도 적용된다. 그 이유는 디지털 전환이라는 큰 흐름이 세계 모든 나라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IT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전 세계가 하나의 ‘망(인터넷)’으로 통합되는 시기에 자란 세대여서 공통점이 많다. 따라서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을 디지털네이티브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더욱 그들을 이해하기 쉽다.
밀레니얼 세대가 세계적으로 공통된 특성을 보이는 것은 디지털기술에 의한 통합 때문이다. 디지털기술로 세대를 나눈다면 디지털네이티브, 디지털이민 세대, 아날로그 세대라고 할 수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디지털환경, 즉 컴퓨터와 인터넷, 소셜미디어, 스마트폰 등이 갖춰진 시대에 어린 시절을 보내 디지털기술이나 언어를 모국어처럼 익힌 디지털네이티브다.8 이 개념을 처음 제시한 마크 프렌스키Marc Prensky는 자신의 논문에서 “미국교육의 낙후성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 간과하는 것이 있다. 우리가 현재 가르치는 학생들은 우리의 교육시스템이 설계되던 당시의 학생들과 다르다는 점이다”라고 했다. 디지털네이티브는 정보를 주고받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정보를 처리하는 동시에 다른 일도 가능한 멀티태스킹에 능하다. 또 그들은 문자보다 그래픽, 비디오 정보를 선호하고 진지한 일보다 게임과 놀이를 선호한다.
디지털네이티브란 나라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대체로 1980년 이후에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다. 그들에게 IT기술은 일상이며 자연스러운 것이다. 디지털기술의 발달은 세상을 더 편리하게 해주는 것일 뿐 두려움은 없다.
이에 비해 성인이 된 후에 디지털기술을 배우고 익혀서 사용하는 이들이 있다. 이 디지털이민 세대는 1960~1970년대에 태어나 성인이 되어 디지털기술을 접했기에 디지털언어를 따로 학습하고, 디지털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프렌스키가 예로 드는 디지털이민 세대의 특징에 따르면, 이들은 컴퓨터 화면으로 서류를 읽기보다는 프린트해야 편하고, 이메일을 보내놓고 “내 이메일 받았어?”라고 전화로 확인해야 직성이 풀린다. 이들에게 IT기술은 신기술이며 새로운 세상이다. 신문물로서의 컴퓨터, 인터넷, 모바일 등을 익히고 받아들이느라 노력하며 살지만 편하게 느끼기는 힘들다.
한편 아날로그 세대는 중장년 이후에 디지털기술을 접했기 때문에 디지털문화를 수용하지 못하거나 기술을 제대로 익히지 못했다. 이들은 컴퓨터와 인터넷을 활용하긴 하지만 아주 제한적이며 불편하게 느낀다. 모바일뱅킹이나 모바일결제를 아주 위험하다고 여길 뿐 아니라 되도록 자신의 개인정보를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입력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경영전략가 돈 탭스콧은 디지털시대에 태어난 세대를 이해해야 경영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9 디지털기술을 사용하고 디지털세계에서 시간을 보내며 사는 신세대는 사고방식, 행동, 가치관 등에서 완전히 다르다는 해석이다. 돈 탭스콧이 분석한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은 다음 8가지다.
첫째, 자유를 중시한다. 디지털세계에서 주도권을 쥐고 선택하는 데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는 어디에서든 선택의 자유를 원한다. 이것은 고객으로서의 자유, 조직구성원으로서 일터에서의 자유, 모두를 의미한다.
둘째, 개성에 맞게 맞춤제작한다. 이것은 그만큼 개인의 취향이 앞선다는 의미다. 대량생산 시대에 공급자 중심으로 판매가 이루어졌다면 이제 소비자가 취향에 맞는 제품을 선별해서 구입한다는 뜻이다. 모두를 위한 제품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제품을 추구하는 것이다. 시장은 고객의 취향에 따라 세분화되고, 오히려 스몰브랜드가 주목받는 현상이 나타난다.
셋째, 철저한 조사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는 밀레니얼 세대가 인터넷 세계에서 필요한 정보를 즉시, 정확하게, 풍부하게 습득하는 데 익숙하다는 의미다. 강의실에 앉아 교수의 강의를 듣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의 학생들은 사실 마음만 먹으면 교수보다 더 많은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그들은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를 찾는 능력도 뛰어나다. 최근 화장품이나 물휴지, 아기용 제품 등의 성분을 분석하고 공개하는 커뮤니티가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기업을 압박하는 사례들은 이런 특징을 반영한다.
넷째, 성실하고 약속을 지키며 선한 일을 하려 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전 세계적으로 사회를 개선하려 하고,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선한 영향력을 미치려 한다. 그들은 임팩트라는 개념을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영향력으로 여긴다.
다섯째, 협업에 익숙하다. 어릴 때부터 수십, 수백, 수천 명과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자라온 그들은 공동작업에 익숙하다. 뭔가를 함께하거나, 모르는 사람과 소통하며 의견교환을 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혼자여도 한편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그들에게는 자연스럽다.
여섯째, 일도 놀이처럼 즐거워야 한다. 게임을 하면서 자랐고, 성인이 되어서도 만화, 게임 등을 소비하는 세대다. 그들은 인터넷 세상에서 놀이를 즐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올리고, 가벼운 놀이를 한다.
일곱째, 속도가 중요하다. 그들에게 세상은 얼마나 즉각적인가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의사소통은 즉각 수백, 수천, 수만 명과 이루어진다. 채팅앱을 통해 문자를 보내고 즉시 답이 오지 않으면 초조해하는 것도 즉각적인 의사소통에 익숙해서다. 모든 것이 빠르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다보니 인내심이 부족하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여덟째, 혁신을 사랑한다. 그들에게 기술의 발달은 일상이며 공기와 같이 익숙하다. 짧은 기간 내에 새로운 제품이 나오고, 새로운 기능이 선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몇 개월 전에 나온 제품도 구식으로 여겨진다.
돈 탭스콧이 분석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도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글로벌화가 심화되고, 디지털기술의 발달이 전 세계를 빠르게 평준화하면서 많은 특징들을 공유하게 됐다. 그런데 이 밀레니얼 세대들을 직장인으로 한정시킨다면 또 어떤 특징을 보여줄까?
직장인으로서의
밀레니얼 세대
밀레니얼 세대의 진출은 기업에서도 두드러진다. 1980~1990년대생은 지금 가장 활발하게 취업하는 중이고, 조만간 조직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최근 몇 년간 신입사원을 많이 뽑은 기업의 경우 밀레니얼 세대가 30퍼센트에 육박한다. 밀레니얼 세대가 조직에 진입하면서 조직문화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조직의 세대갈등은 언제나 있어왔으나 지금은 훨씬 심층적이고 근본적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언제부터인가 ‘꼰대’라는 호칭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등장하더니 나이 든 선배나 상사가 거의 공공의 적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젊은 직원들에게 피드백하기가 겁난다는 선배와 상사들의 하소연이 적지 않다. 꼰대가 되지 않는 길은 그냥 입 다물고 있어야 하는 건가 생각하니 자괴감이 든다는 임원들도 있다. 직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조직문화에 대해 의사소통하며, 전략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건만 세대가 다른 구성원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것이다.
일부 조직은 젊은 직원들과의 거리감을 없애보려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복장을 자율화해 청바지와 운동화를 입으라고 권하기도 하고, 직급을 없애고 ‘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그 효과는 기대 이하다. 심지어 ‘청바지 꼰대’라는 냉소 어린 비아냥까지 들린다. 조직의 리더들 사이에 꼰대 공포감이 감돈다.
기업에 신입사원으로 진입한 그들은 전 세대와 크게 다른 행동을 보이면서 기성세대를 당황케 하고, 조직문화에 큰 균열과 갈등, 그리고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처음에는 소수의 별난 신입사원에 국한되는 모습이라 여겨졌지만 점점 그 규모가 커지고 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해지면서, 그들을 이해하고 연구해 적절하게 대응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고객으로서의 밀레니얼 세대를 분석하려는 작업은 진척이 있는 데 비해 조직구성원으로서의 밀레니얼 세대를 분석하는 작업은 그리 많지 않다. 사실 고객을 구성하는 밀레니얼이 바로 조직의 신입사원인데도 말이다.
그나마 글로벌하게 밀레니얼 세대의 직장인을 분석하려는 노력은 딜로이트가 하고 있다. 딜로이트가 작성한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밀레니얼 직장인들의 44퍼센트가 ‘기회만 주어진다면 2년 내에 직장을 떠날 것’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로 리더십 계발의 기회부족 및 승진제외, 일과 개인생활의 균형, 근무환경 유연성, 비즈니스가치를 둘러싼 중요한 이슈를 들었다.
딜로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개인의 가치관과 목표가 중요하다. 그래서 직장을 선택할 때조차 자신의 가치관과 조화를 이루는지를 따진다. 그들은 비즈니스의 초점을 이익추구보다는 사람, 제품, 기업의 가치에 맞춘다. 따라서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이 속한 조직의 재무적 성과보다 조직의 지향점을 더 우선시하며 자신의 가치와 업무능력을 개발하는 것 역시 중요하게 생각한다. 기업의 리더들은 이런 밀레니얼 세대의 인식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딜로이트 보고서는 밝혔다.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과 가치관이 유사한 고용주를 원하며, 수익창출도 중요하게 여기지만 조직이 너무 수익에만 치중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딜로이트글로벌의 CEO 푸닛 렌젠Punit Renjen은 “한 세대 전만 해도 많은 전문직들이 고용주와의 장기적인 관계를 지향했고 대부분은 상사의 업무지시에 ‘노No’라고 대답하는 것을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러나 밀레니얼 세대는 보다 독립적이고 조직의 목표보다 개인의 가치를 우선시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밀레니얼 세대 사원에게 상사가 시키는 일에 무조건 복종하라고 지시하는 것은 매우 강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직장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 영향을 끼치는 요인을 묻는 질문에서 밀레니얼 세대들은 개인적 가치와 윤리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그들은 개인적 가치관에 반하는 일을 하도록 요구받을 때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러한 경향은 회의실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니어 밀레니얼(초급 관리자)에게서 더욱 두드러졌다. 그들은 조직의 타깃과 목표를 달성하는 것만큼이나 개인적 가치를 판단의 준거로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밀레니얼 세대는 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들은 부모님 세대가 야근, 주말근무 등 장기근로를 통해 오늘의 경제발전을 이뤘고, 덕분에 자신들이 어려움 없이 자랄 수 있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부모님 세대처럼 장기근로를 하면서 가정을 희생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밀레니얼 세대는 힘든 일을 지속하거나 어려운 상황을 견디는 데 익숙하지 않다. 더구나 일하느라 개인의 생활을 희생하는 삶은 선택하려 들지 않는다. 자신들은 휴가를 내서 여행을 다니고 주말이면 자전거를 타고 강변을 달리는 등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면서 살고 싶어 한다.
이런 특성은 유연근무제 등 근무환경의 유연성을 선호하는 현상과 연결된다. 근무하는 시간과 장소를 선택할 자유를 갖는 것은 밀레니얼 세대에게 큰 의미가 있다. 조사에서 밀레니얼 세대 중 75퍼센트가 ‘생산성이 가장 잘 발휘될 수 있는 장소에서 근무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그곳이 집이든 카페든 자신이 일하고 싶은 장소를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란다.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의 역량을 개발하고, 성장하고픈 욕구가 강하다. 새로운 업무방식, 역량계발, 멘토링을 받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싶어 한다. 보고서에서 63퍼센트에 가까운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들의 ‘리더십 역량이 완전히 계발되지 않았다’고 느끼고 있었다. ‘2년 내 현재의 고용주를 떠날 것’이라고 대답한 사람의 71퍼센트가 현 조직 내 리더십 역량의 계발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들은 어린 시절부터 많은 것을 경험했다. 디지털기술과 인터넷환경에 힘입어 전 세계와의 연결을 당연하게 여기며 자랐다. 무엇이든 검색만 하면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대학생활을 하면서 세계여행, 인턴십, 어학연수 등을 통해 해외경험도 풍부하게 한다. 하지만 입사를 하는 순간 어린아이 취급을 받는다.
그들은 자신보다 디지털기술의 역량이 떨어지고, 세상 돌아가는 상황에 대한 업데이트도 안 되어 있는(있다고 보이는) 어른들로부터 어린아이 취급을 받으면서 절망한다. 직장에 비합리적인 문화가 관행이라는 명목으로 존재하고, 더 쉬운 방법이 있는데도 어렵게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지만 어른들은 이런 문제를 개선할 마음도 없고, 가르쳐줘도 모를 것 같다. 그런데 어른들은 자신들에게 지시하고 훈계하며 야단까지 친다. 밀레니얼 세대는 이럴 때 마음을 닫아버린다. 꼰대라는 용어가 밀레니얼 직장인들 사이에서 가장 큰 공감을 얻는 이유다.
밀레니얼 세대는 소셜미디어에서의 연결을 중시한다. 그들의 선배는 부모, 친척들이 좋은 직장이라고 인정하는 곳에 취업하면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소셜미디어에서 친구들이 ‘좋아요’라고 반응하는 곳을 선호한다. 소셜미디어에서의 평판은 밀레니얼 세대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들에게 자랑거리, 놀 거리, 의미 등이 될 만한 스토리를 연결해주는 것이 좋다. 그들은 자신의 회사에서 하는 멋지고 희귀한 행사, 직원들에게 부여되는 복지정책 중 자신들의 취향에 맞아떨어지는 것, 조직의 역사와 관련이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을 때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공유한다.
지금까지 밀레니얼 직장인에 대한 딜로이트 보고서는 매년 출간되면서 약간씩 변화하는 세계적 트렌드를 반영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 직장인은 어떤지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