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24
내 친구 재덕이
개정판 발행 2016년 3월 30일
전자책 발행 2018년 11월 20일
지은이 이금이 | 그린이 성병희 | 펴낸이 신형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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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금이 | 그림 ⓒ 성병희, 2002, 2006, 2018
ISBN 978-89-5798-625-7 05810
값 6,7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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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의 재덕이에게
재덕아, 바보라고 불리는 너를 처음 보았을 때 넌 아홉 살이었지만 학교에도 다니지 않는 마을의 천덕꾸러기였지. 그런데 널 볼 때마다 더러운 얼굴이나 옷보다도 맑은 눈망울이 먼저 보이곤 했단다. 화낼 줄도, 미워할 줄도 모르는 네 눈동자에 맑은 하늘이 가득 담긴 것 같았어. 그런 네 모습은 또 내 마음에 담겼지.
몇 해 전, 텔레비전에서 마음의 나이가 여덟 살밖에 되지 않는 기봉 씨의 이야기를 다룬 프로그램을 보았단다. 장애를 가진 가난한 기봉 씨는 이 세상 누구보다도 행복하고 순순한 모습이었어. 그 모습을 보면서 너를 만난 듯 가슴이 뛰고 눈시울이 뜨거워져 ‘재덕이가 나이 먹으면 꼭 기봉 씨 같을 거’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곤 했단다.
늙으신 어머니께 따뜻한 음식을 드리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리다 마라토너가 된 기봉 씨의 이야기는 영화로도 만들어졌지. 사람들은 그의 이야기를 보면서 많은 것을 가졌으면서도 행복해할 줄 몰랐던 자신을 되돌아보고 부끄러워했단다.
「우리 동네 재덕이」와 「내 친구 재덕이」, 그리고 「내 마음속의 재덕이」를 쓰는 동안 나도 그랬어. 네게 관심이 있으면서도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지 못했던 명구가 사실은 나였던 거야. 바보를 좋아한다고 하면 남들이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명구의 가슴 속에 너를 담은 채로 이야기를 맺을 수 있었던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르겠다. 요즘도 나는 욕심으로 마음이 무거워질 때면 너를 불러내 솔숲산으로 가곤 해. 너와 한참 동안 숲속을 뛰놀다 보면 어느덧 너를 닮은 미소를 지으며 산을 내려오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거든.
새롭게 다시 만든 이 책도 읽는 이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길 빌면서······.
2006년 가을
이 금 이
‘재덕아…….’
나는 처음으로 바보, 멍청이
라든가 인마 따위를 붙이지 않은
재덕이의 이름을 마음
속으로나마 불러 보았습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나는 상진이가 “저기 니네 동네 바보 있다.” 하는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고개를 휙 돌렸습니다.
재덕이를 우리 형이나 친척이라고 한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아무튼 재덕이 같은 바보가 우리 동네 아이라는 사실이 너무 창피했어요.
나는 학교 동네에 사는 상진이와 헤어져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나무 그늘 하나 없는 아스팔트길이 구불구불 이어져 있었어요. 작년까지만 해도 그늘이 끊기지 않을 만큼 나무들이 팔을 벌리고 서 있던 길이었는데 아스팔트 포장을 하면서 나무를 모조리 베어 냈습니다. 모롱이가 많은 길이라 나무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