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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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이었던가.
어릴 적 친구가 작사가가 됐다는 얘기를 풍문으로 들었다.
‘동희가?’
재미있는 걸 병적으로 좋아하고,
민망한 건 진저리치며 싫어하던 그 동희가,
감성의 끝을 보여주는 노랫말을 쓴다고?
내가 하던 라디오 방송에서
장필순의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를 틀 때마다
내 친구가 가사를 썼다고 자랑하긴 했지만
그때까지도 동희와 노랫말이 전달하는 느낌을 잘 연결시킬 수가 없었다.
2005년이었나.
그녀가 특별 출연하는 공연이 있다고 해서
나들이 겸 들렀던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처음 그녀의 노래를 들었다.
잔잔하게 파고드는 목소리,
내 속을 비추는 것 같은 노랫말에
내 안으로 어떤 울림이 퍼졌다.
그날 동희에게 말했다.
“야, 너는 노래해야겠다.”
10대에 만났지만
20년이 지나서야 동희에 대해 알기 시작했다.
그녀의 오빠들이 내가 참 좋아하던 노래 <제비꽃>을 부른
조동진, 조동익이었다는 사실.
활발하고 화려한 웃음 뒤에 가려진 섬세하고도 따듯한 마음.
큰 걸 노리기보다 작은 걸 소중히 잘 챙기는 현명함.
강자보다 약자에게 향해 있는 눈길까지.
2015년 지금 이 순간, 뒤를 돌아보니…
사랑이 다가오려 할 때마다 두려웠던 것 같다.
이런 게 사랑일까.
이 사랑은 또 어떤 상처로 남을까.
이렇게 버거운 그리움들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살아가면 갈수록 막막하기도 했다.
원래 이렇게 외롭나.
이대로 살아도 되나.
그런 내게 동희가
강요하지 않는 말투로 손을 내민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몇 번,
그 손을 잡았고 부둥켜안았고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 염진영, <KBS 황정민의 FM대행진> 작가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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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부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어릴 적부터 그림은 항상 꿈같은 존재였을 뿐.
20대 초반 패션모델로 활동하다가
26살 무작정 뉴욕으로 떠났고
그곳에서 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어느 날 책을 한 권 선물 받으면서 운명이 송두리째 바뀌었어요.
선물 받은 그 책은 전 세계 아티스트들의 스케치를 엮은 책이었는데 그 책을 보는 순간 전 알았답니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내가 왜 뉴욕에 오게 되었는지를….
바로 그때가 운명 같은 순간이었어요.
그 이후로 무작정 그렸습니다.
어딜 가던 펜과 스케치북을 챙겼고
뉴욕 곳곳의 풍경과 사람들을 그리고 또 그렸어요.
길거리 한복판에 털썩 주저앉아 그리고,
커피숍, 지하철, 공원, 학교 등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열심히 그렸어요.
나와 같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그들에게서 많은 걸 배웠지요.
그림에 한창 미쳐 있던 그 당시의 ‘나’는 하루하루 너무 행복했답니다.
사실 그림을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어서 어떤 스킬이 필요한지 잘 몰라요.
어떤 형식이 있는지도 모르구요.
다행히 뉴욕이라는 스케치북은 그림을 그리는 데 어떤 스킬이나 형식도 요구하지 않을 만큼 자유로운 곳이었어요. 뭘 그려도 오케이인 곳이었죠. 그러니 무작정 그릴 수 있었던 거구요.
한국에 돌아와서 내 그림이 책 속에 담겼으면 하는 상상을 하곤 했어요. 누군가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풀어내는 것도 의미 있고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죠.
처음 동희 언니를 만났던 날이 기억나요.
시크하면서도 가까이 하기에 어려운 뮤지션이 아닐까 하는 생각과 달리, 굉장히 소탈하면서도 가끔은 말괄량이 소녀 같은 작사가이자 싱어송라이터였어요. 책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낼 수 있어 얼마나 즐거웠는지 몰라요.
전 평소 책을 읽거나 명상을 하거나 여기저기 걸으면서 아이디어를 많이 떠올리는 편인데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의 그림 작업을 하는 동안에는 언니의 음악을 최대한 많이 들으며 그림을 그려나갔답니다. 원고를 읽으며 그림을 그리면서 잊고 있던 사랑의 옛 추억들이 떠올라 새로운 경험이기도 했어요.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여러분도 저와 같은 아름다운 추억을 느끼셨으면 해요. 책을 읽는 동안 장필순 님의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를 들으며 사랑에 설레고 아파하고 더없이 행복했던 찰나를 마음껏 누리는 즐거움도 간직하신다면 좋겠어요. ‘나의 그림도 널 부를 수 있기를 기대하며….’
- 2015년 어느 여름 날, 스케치북 앞에 앉은 김나래
1장
하나보다 둘이 좋은 이유
사랑이 가는 길
꼬깃꼬깃 구겨진 낡은 셔츠
그간의 이야기가 적힌 듯 곱지 않은 손
누구도 믿지 않을 듯 긴장한 눈 속 가득
그대 아픔이 보여요
나는 그런 사람 아니라고
기쁨만 줄 거라고 말 못 해요
이 마음은 그대로라 해도
우린 많이 다를지도 모르죠
다른 곳, 다른 사람, 다른 밥, 다른 이야기로
우린 살아왔으니
같아질 순 없지만
같은 곳을 보아요
사랑이란,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멀리 있어도 가까운 마음
1장
하나보다 둘이 좋은 이유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널 위한 나의 마음이
이제는 조금씩 식어가고 있어
하지만 잊진 않았지
수많은 겨울들
나를 감싸 안던 너의 손을
서늘한 바람이 불어올 때쯤엔
또다시 살아나
그늘진 너의 얼굴이
다시 내게 돌아올 수 없는 걸
알고 있지만
가끔씩 오늘 같은 날
외로움이 널 부를 땐
내 마음 속에 조용히 찾아와줘
널 위한 나의 기억이
이제는 조금씩 지워지고 있어
하지만 잊진 않았지
힘겨운 어제들
나를 지켜주던 너의 가슴
이렇게
내 맘이 서글퍼질 때면
또다시 살아나
그늘진 너의 얼굴이
다시 내게 돌아올 수 없는 걸
알고 있지만
가끔씩 오늘 같은 날
외로움이 널 부를 땐
내 마음 속에 조용히 찾아와줘
- 조동희가 쓰고 장필순이 노래하다, 성시경도 노래하다,
2014년 어느 가을 날, 아이유도 노래하다.
1장
하나보다 둘이 좋은 이유
눈이 많이도 내렸다
그해 겨울은
크리스마스까지만 함께 있어달라고 했는데
그 기도는 빗나갔고
마른 기침소리를 며칠이나 더 들을 수 있을까
불안하던 마음은
취하지 않고는 잠에 들 수가 없었다
누군가를 삶에서 정리하는 시간이란
뼈저리게 아픈 것이었다
어쩌면 난,
떠나보내는 일에 단련되었을지도 몰라
1장
하나보다 둘이 좋은 이유
하루는 봄, 하루는 겨울
이 밤을 가득 채우는 포근한 바람 향기에
괜히 내 맘 이리저리 설레고 일 없이도 분주해져
발 앞에 문득 떨어진 붉은 빛 꽃잎 하나로
나의 맘은 시간 위를 거슬러 가 지난날의 널 만나네
그때,
하루는 봄, 하루는 겨울 같던 너
사랑으로 내 맘은 늘 오르내렸고
함께했던 날들은 유리병 속의 시간
둘뿐이었지
영원을 믿었지
시간의 끈이 우릴 묶어주길
어쩜,
그때의 봄, 그때의 겨울날들은
나의 삶을 소중하게 빛내준 노래
가슴속의 이야기 다 흐려졌다 해도
하나뿐이네, 단 하나뿐이네
한없이 웃고 울게 해준 사람
하루는 봄, 하루는 겨울 같던 너
사랑으로 내 맘은 늘 오르내렸고
함께했던 날들은 유리병 속의 시간
둘뿐이었지
영원을 믿었지
그대의 봄과 나의 겨울 속에
1장
하나보다 둘이 좋은 이유
어느 날 음악동료인 이규호가 호출을 했다. 길고 긴 15년이란 시간동안 차곡차곡 준비한 2집 앨범을 녹음한다고. 여러 명이 함께하는 코러스를 도와달라고 했다. 녹음실에 들어서니 반가운 얼굴들이 가득했다. 규호가 평소 주위사람들을 얼마나 잘 챙기는지 그의 부탁은 누구든 발벗고 나선다. 나 또한 마찬가지.
‘뭉뚱그리다’
들이민 악보에 써 있던 다섯 글자. 이 웃긴 어감의 제목에 그만, 마음이 무너졌다. 뭔가, 어떤 곡인지 이미 알 것만 같았다.
‘아름다운 시절이다
푸르른 날들이다
뭉뚱그리고
오, 바보 같은 시절이다
무엇 하나 되살리기에 늦은 무덤이다’
녹음실에서 수십 번 이 노래를 부르고 부르다, 내가 뭉뚱그렸던 수많은 기억들이 살아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