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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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

고선경 지음 / 열림원

"“그러니까 이 시 꼭 사서 간직해”"

2022년 등단. 첫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로 '독자들이 먼저 알아본 한국시의 미래'라는 평가를 받으며 큰 화제가 된 고선경의 두 번째 시집. 열림원 시인선 시리즈 ‘시-LIM 시인선’의 첫 번째 시집으로 출간되었다. 소다수의 기포처럼 솟아오르던, 짙고 파란 여름을 연상시키던 첫 시집을 지나서 얼어붙어 단단해진 토마토를, '사람의 것과 사람의 것 아닌 아름다움 /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폭설도 내리지 않고 새해>)를 내밀며 이렇게 시인의 말을 적었다.

아삭아삭할 겁니다
겨울을 견뎌 본 심장이라서요 (5쪽)

사주를 보면 남을 돕는 팔자를 가졌다는데 회사는 월급도 못 주고, 가스는 끊기고, 살 집은 없다. 답답한 마음에 신년 운세를 보러 간 내게 사주쟁이가 권한 개운법은 한정판 순금 부적. '단돈 칠만 원 / 없어 인마'라고 중얼거리며 화자는 (곤도 마리에적인 기적을 기다리며) 방 청소를 한다. 이제 화자는 훨씬 '가성비'있는 행운 아이템을 찾아낸다. '그러니까 이 시 꼭 사서 간직해 / 알았지?'하며 내미는 것은 토마토처럼 빨간 시집. 인터넷 서점 판매가 10,800원짜리 시집은 단돈 칠만 원 부적보다 훨씬 싸고 이런 마케팅이라면 기꺼이 유혹당하고 싶을 정도다. 1부를 여는 첫 시집 <신년 운세>의 이야기이다.

1부의 '신년 운세'부터 4부의 '팬레터-12월 31일'까지 한 해 내내 쓰다듬으며 슬프고 추울 때마다 막연한 행운을 기원하며 매만지고 싶은 부적 같은 시집이다. 시를 인용해 이 시집을 소개해본다. "참 귀엽죠? 귀여우니까...... 좋아하실 거예요. 어디에나 두루...... 잘 어울릴 거고요." <도전! 판매왕, 130쪽> - 시 MD 김효선

이 책의 한 문장

나는 열심히 부끄러워 봤어 동경하는 언니한테 편지 쓸 때 멋 부렸던 거 너 나를 이렇게 봤니 자지러지는 언니 앞에서 따라 웃었던 거 같은 반 아이들과 어울리고 싶어 발신자 표시 제한 문자를 보냈던 거 우리가 비슷하다는 게 위로된다 그렇지? 동의를 구할 때마다 뭔가가 켕긴다는 게 <눈도 내리지 않는데 고백>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