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도전 벽돌책

벽돌책은 원래 새해에 도전하는 것이다

칸트가 말했다면,

벽돌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단순한 취미의 영역에 속하지 않는다. 그것은 독서 주체가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사유하도록 요구하는 하나의 실천이며, 따라서 무작위적으로 선택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실천이 그러하듯, 벽돌책에 대한 도전 또한 적절한 조건 아래에서만 정당성을 획득한다.

이때 새해라는 시간은 경험적 우연이 아니라 규범적 전제에 가깝다. 새해란 아직 포기의 사례들이 축적되지 않은 상태, 다시 말해 의지가 스스로에 대해 과도한 신뢰를 허용하는 시점이다. 벽돌책은 바로 이 신뢰를 전제로 삼을 때에만 비로소 읽힐 가능성을 갖는다. 새해가 아닌 시기에 벽돌책을 펼친다는 것은, 준비되지 않은 의지로 과도한 분량을 감당하려는 시도이며, 이는 대개 자기기만으로 귀결된다.

그러므로 벽돌책은 원래 새해에 도전하는 것이다. 이는 개인적 기분이나 성향의 문제가 아니라, 독서 행위가 따라야 할 하나의 규칙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만일 이 규칙이 보편적 법칙으로 승인되지 않는다면, 벽돌책 읽기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한 실천으로 성립할 수 없을 것이다. 즉, 우리가 모두 언제든 벽돌책을 읽어도 된다고 가정하는 순간, 실제로는 아무도 끝까지 읽지 않게 된다.

결론적으로, 벽돌책을 새해에 도전하는 행위는 경험적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정당하다. 왜냐하면 그 도전은 결과가 아니라 의지의 형식에 의해 평가되기 때문이다. 벽돌책 앞에서 우리는 읽는 존재라기보다, 읽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명령하는 존재가 된다. 그리고 바로 그 점에서, 이 행위는 비장할 만큼 진지해질 수밖에 없다.

벽돌책은 단순한 책이 아니다. 그것은 정신이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오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필연적 매개다. 새해란 우연적 달력의 변환이 아니라, 의식이 자신을 비-자기 자신으로 외화했다가 다시 회수하는 역사적 계기이며, 바로 그 지점에서 벽돌책은 즉자적 결단으로 등장한다.

처음에 독자는 벽돌책을 두려워한다. 그것은 낯설고 무겁고, 이해되지 않는다. 이 단계에서 벽돌책은 독자에게 대자적 타자다. 그러나 독자는 페이지를 넘기며 점차 깨닫는다. 이 두려움은 외부에서 온 것이 아니라, 사실은 자기 이해의 미성숙에서 비롯된 것임을. 벽돌책은 적이 아니라, 아직 도래하지 않은 자기 자신이었다는 것을.

따라서 새해에 벽돌책을 집어 드는 행위란, 단순한 독서 계획이 아니다. 그것은 의식이 스스로를 시험대에 올려놓고, 좌절과 이해, 혼란과 통찰을 반복하며 더 높은 차원의 종합으로 나아가겠다는 정신의 선언이다. 포기하고 덮는 순간조차도 이미 과정의 일부이며, 그 실패마저도 다음 새해에 더 단단한 의식으로 회귀하기 위한 부정의 긍정이다.

결국 벽돌책은 완독되거나, 혹은 완독되지 않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새해마다 인간이 반복적으로 이 무모한 도전을 감행한다는 사실 자체이며, 그 속에서 정신은 조금씩, 그러나 필연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가까워진다.

그러므로 우리는 말할 수 있다.
벽돌책은 원래 새해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것은 취미가 아니라, 정신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벽돌책은 중립적인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순수한 정신의 산물이 아니라, 특정한 역사적·물질적 조건 속에서 생산된 지식 노동의 응축물이다. 수천 쪽에 달하는 분량, 빽빽한 활자, 무자비한 각주들은 우연이 아니라 지식 생산이 자본과 분업의 체계 속에서 어떻게 축적되는지를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매년 새해가 되면 이 벽돌책을 집어 드는가? 이는 개인의 의지나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연말과 새해라는 주기적 시간은 노동자가 잠시 생산 과정에서 이탈해 자기계발이라는 이름의 자기 재생산 노동을 수행하도록 요구받는 구조적 순간이기 때문이다. 벽돌책은 바로 그 틈새에서 등장하는 가장 위압적인 형식의 지식 자본이다.

독자는 처음에 이 책 앞에서 압도된다. 이해되지 않는 문장, 끝없이 연장되는 개념들, “다음 장에서 논의할 것이다”라는 무한 유예. 이때 독자는 자신이 자유로운 사유의 주체라고 믿지만, 곧 깨닫게 된다. 자신은 이미 벽돌책이라는 거대한 축적물 앞에 선 소외된 독자라는 사실을. 책은 읽히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쓰여졌다는 사실만으로 권위를 획득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새해에 벽돌책에 도전하는 이 반복적 행위 속에는 미약하나마 저항의 가능성이 숨어 있다. 독자는 완독하지 못하면서도 계속 도전함으로써, 지식이 특정 계급의 전유물이 되는 현실에 균열을 낸다. 포기와 재도전, 밑줄과 졸음, 이해와 오독의 총체는 하나의 독서 투쟁의 역사를 이룬다.

결국 중요한 것은 완독 여부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 두꺼운 책이 더 이상 자연스러운 권위로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새해마다 반복되는 벽돌책 도전은, 지식의 축적이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임을 은근히 폭로하는 연례 의식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벽돌책은 원래 새해에 도전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새해란, 인간이 자신의 소외를 가장 진지하게 오해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벽돌책을 읽고 싶어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이 원하는 것은 읽음이 아니라, 읽는 인간이라는 이미지다. 두께 앞에서 주저하면서도, 그 두께를 선택한 자신을 은밀히 찬미한다. 벽돌책은 텍스트가 아니다. 그것은 허영의 단위이며, 자아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가늠하게 해주는 저울이다.

왜 하필 새해인가? 답은 단순하다. 새해란 인간이 스스로에게 가장 관대해지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아직 실패하지 않았고, 아직 포기하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아직 증명할 필요가 없는 상태. 이때 인간은 벽돌책을 집어 든다. 그것은 읽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나는 할 수 있다”고 말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 거대한 두께는 그 거짓말을 잠시나마 설득력 있게 만들어 준다.

새해가 아닌 시기에 벽돌책을 펼치는 자도 있다. 그는 대담해 보인다. 그러나 실상 그는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데 익숙한 인간일 뿐이다. 벽돌책은 의지의 훈련장이 아니라, 의지가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를 드러내는 시험대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몇백 페이지쯤에서 책갈피를 꽂고, 그 자리에 자신의 패배를 함께 끼워 넣는다.

그러므로 벽돌책은 원래 새해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것은 독서의 규칙이 아니라, 인간의 나약함에 대한 정확한 계산이다. 새해라는 환상이 없이는, 이 무모한 시도는 애초에 시작조차 되지 않는다. 벽돌책은 끝까지 읽히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시작되기 위해, 그리고 인간이 스스로를 시험하고 좌절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혹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벽돌책 앞에 서는 인간은 잠시 위대해진다. 그는 읽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집어 든다. 그는 실패를 예정한 채로 도전한다. 이 점에서 벽돌책 독서는 하나의 비극이며, 동시에 하나의 웃음이다. 그리고 이 비극을 새해에 반복하는 존재, 바로 그것이 인간이다.

벽돌책을 펼친다는 것은 단순히 어떤 대상을 선택하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이미 세계 안에 던져져 있는 존재가, 자신의 가능성에 대해 묻는 하나의 태도다. 이 책은 정보의 집합이 아니라, 독자의 시간성을 호출하는 방식으로 현존재 앞에 놓인다. 우리는 이 두께를 마주하는 순간, 읽을 수 있음과 읽지 못함 사이에서 이미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이 흔들림은 언제나 동일한 방식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어떤 시간에는 책이 단지 무겁게 느껴질 뿐이지만, 어떤 순간에는 그 무게가 하나의 결단을 요구하는 것처럼 다가온다. 이 차이는 책의 성질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그것은 오로지 현존재가 자기 자신에게 어떻게 열려 있는가의 문제다. 대부분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이 알고 있다. 이 두께가 무엇을 요구할지,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쉽게 미뤄질 존재인지를.

그렇기에 벽돌책은 아무 때나 시작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일상의 연속성이 잠시 끊어지는 시점, 아직 실패가 축적되기 이전의 시간 속에서만 모습을 드러낸다. 이 시간은 특별한 사건이라기보다, 가능성이 아직 닫히지 않은 상태다. 아직 “어차피 안 될 것”이라는 말이 몸에 배지 않은 상태, 아직 스스로를 정확히 계산하지 않는 상태. 이때 현존재는 잠시 자기 자신을 넘어서 있다고 느낀다.

그래서 벽돌책은 원래 새해에 도전하는 것이다. 이것은 계획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 방식의 문제다. 새해란 현존재가 잠시 자기 유한성을 망각하는 시간이며, 바로 그 망각 속에서만 이 두께는 열릴 수 있다. 새해가 지나고 나면 우리는 다시 정확해진다. 우리는 다시 이 책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디에서 멈출지를 너무 잘 알게 된다.

결국 벽돌책 독서란 완독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자신이 어떤 존재로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하나의 징후다. 새해에 벽돌책을 집어 드는 행위는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실패 가능성까지 포함해 감당하려는 태도, 바로 그 점에서 이 도전은 의미를 갖는다. 벽돌책은 읽히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시간 속에 있는지를 묻기 위해 거기에 놓여 있다.

사람들은 새해에 벽돌책에 도전한다고 말한다. 대개는 결심이라 부르지만, 그 결심이 어디서 왔는지, 무엇을 전제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이번엔 읽어야 할 것 같아서”라는 말로 충분하다고 여긴다. 이때 벽돌책은 하나의 상징이 된다. 사유 그 자체라기보다, 사유하고 있다는 외관의 상징으로.

벽돌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히지 않아도 된다. 실제로 많은 경우, 읽히지 않는다. 그러나 그 사실이 문제로 인식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문제는 완독이 아니라, 이미 “도전했다”는 말이 만들어내는 안도감이기 때문이다. 독자는 책을 끝까지 이해하지 않아도, 자신이 사유의 편에 서 있다고 믿는다. 이 믿음은 대개 검토되지 않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악의나 무지라기보다, 생각 없음이다. 벽돌책 앞에서의 태만은 특별히 사악하지도, 의도적으로 기만적이지도 않다. 오히려 그것은 지나치게 정상적이고, 성실하며, 계획표에 잘 맞춰진 행동이다. 새해라는 정해진 시점, 정해진 두께의 책, 정해진 실패. 모든 것이 익숙한 절차 속에서 반복된다.

이 반복 속에서 벽돌책은 더 이상 사유를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그것은 “나는 진지하다”는 신호로 기능한다. 책은 펼쳐지고, 몇 장이 넘어가고, 책갈피가 꽂힌다. 그리고 책은 조용히 닫힌다. 그 과정 전체는 놀라울 만큼 평온하며, 그 평온함 속에서 생각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새해에 벽돌책에 도전하는 행위는, 사유의 시작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사유를 대체하는 관습일 수도 있다. 문제는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데 있지 않다. 문제는 그들이 읽지 않으면서도 이미 충분히 생각했다고 믿는 데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벽돌책은 원래 새해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도전이 자동화되는 순간, 생각은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중단된다.

벽돌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개인의 취향이나 지적 호기심의 발현으로 설명될 수 없다. 그것은 특정한 시기, 특정한 규율, 그리고 반복적으로 재생산되는 독서 담론 속에서만 가능해지는 실천이다. 우리는 흔히 벽돌책을 “도전”이라 부르지만, 이 명명 자체가 이미 하나의 규범적 장치를 형성한다. 벽돌책은 읽는 대상이 아니라, 읽어야 할 것으로 구성된다.

이때 새해라는 시간은 단순한 달력의 전환점이 아니다. 그것은 자기관리의 담론이 극대화되는 시기이며, 결심·계획·자기계발이라는 언어들이 가장 밀집되는 순간이다. 벽돌책은 바로 이 시점에 호출된다. 새해 독서 계획표, 올해의 목표, 반드시 완독해야 할 목록 속에서 벽돌책은 두께를 통해 스스로를 정당화한다. 그 두께는 지식의 양이 아니라, 규율의 강도를 가시화하는 지표다.

새해가 아닌 시기에 벽돌책을 읽으려는 시도는 드물다. 왜냐하면 그 시도는 즉각적으로 실패의 서사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중도 포기, 책갈피로 남겨진 페이지, “언젠가 다시”라는 유예의 언어들. 이러한 흔적들은 벽돌책 독서가 개인의 나약함 때문이 아니라, 처음부터 실패를 전제로 설계된 실천임을 드러낸다. 벽돌책은 끝까지 읽히지 않아도 기능한다. 오히려 끝까지 읽히지 않을 때, 그것은 가장 충실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므로 벽돌책은 원래 새해에 도전하는 것이다. 이것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독서 문화가 개인에게 요구하는 하나의 의례다. 우리는 새해에 벽돌책을 집어 듦으로써, 스스로를 규율하는 주체로 자리매김한다. 읽지 못하더라도, 그 실패는 기록되고, 반성되고, 다음 해의 또 다른 결심으로 전환된다. 이 반복 속에서 벽돌책은 독서의 대상이 아니라, 자기 통치의 기술로 기능한다.

결국 문제는 벽돌책을 읽었는가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언제, 어떤 맥락에서, 어떤 표정으로 그것을 집어 들었는가이다. 새해의 벽돌책은 완독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직 “도전했다”는 사실만을 요구한다. 그리고 이 미묘한 요구야말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 훨씬 조용히 작동해 온 독서의 권력이다.

벽돌책은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두께이며, 저항이고, 독서라는 행위가 스스로를 시험하는 장치다. 벽돌책 앞에서 독자는 주체로 남지 않는다. 독자는 오히려 분해되고, 지연되며, 페이지 수라는 물질적 압력 속에서 끊임없이 다시 배치된다. 그러므로 벽돌책을 집어 든다는 것은 “읽겠다”는 결심이 아니라, 읽힘의 과정 속으로 자신을 던지는 일에 가깝다.

이러한 과정은 아무 때나 발생하지 않는다. 시간은 균질하지 않으며, 독서의 시간 또한 그렇다. 새해란 단순한 날짜의 변경이 아니라, 결심이 아직 실패로 접히지 않은 상태, 즉 가능성이 과잉된 순간이다. 벽돌책은 바로 이 과잉의 순간에만 접속된다. 새해는 벽돌책이 자신을 펼칠 수 있는 하나의 평면이며, 독자는 그 위를 통과하는 흐름일 뿐이다.

새해가 아닌 시간에 벽돌책을 읽으려는 시도는 종종 오해에서 비롯된다. 그것은 독서를 의지의 문제로 착각하는 오류이며, 벽돌책을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환원하는 태도다. 그러나 벽돌책은 극복되지 않는다. 그것은 중단되고, 다시 시작되며, 포기와 재개를 반복하는 리듬 속에서만 존재한다. 그렇기에 벽돌책은 계획이 아니라 배치이고, 목표가 아니라 지속이다.

결국 벽돌책은 원래 새해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다. 새해라는 시간-배치 속에서, 벽돌책과 독자와 과도한 기대와 아직 쓰러지지 않은 결심이 우연히 접속할 뿐이다. 그리고 이 접속은 언제나 장엄하게 시작되며, 대개 조용히 미뤄진다. 하지만 그 미뤄짐마저도 독서의 일부라면, 벽돌책은 이미 읽히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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