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6년 7월 15일 : 99호

라인G1

이 책이 지금

복수하고 싶을 때가 있나요?

인간이 2진법을 활용해 AI로 코드를 짜서 사주며 타로 같은 '믿음'의 영역에 대한 앱을 개발하는 것에 저는 늘 관심이 있습니다. 어떤 책에서 '라스푸틴'(제정 러시아 말기)이나 '정도령'(조선시대의 정감록) 같은 인물들이 유행하는 것은 '말세'의 징조로 봐야한다고, 불안한 이들이 신비로운 것을 찾아다닌다는 글을 읽은 기억도 있는데요. '오컬트'를 차용한 소설이며 영화가 유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로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잘못한 사람에게 법의 테두리 안에서 답을 받을 수 있다면 이런 불가능한 해결책, '회빙환'(회귀, 빙의, 환생)의 문법이 유행하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청예의 신간. 오컬트 미스터리 소설 <주와 연>은 우리 가정을 배신한 아버지의 잘못으로 나의 인생이 파괴되었다고 생각하는 딸 '오주희'의 복수극입니다. 오주희는 부적을 쥐고 죽음을 택해 아버지와 계모의 딸로 태어나 그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으로 복수하려 합니다. 문체가 철저하게 앞뒤를 재지 않는 17세 소녀의 말투라 그야말로 맹렬하고 찐득찐득합니다. 복수 하나만을 보고 여기까지 달려갈 자신이 있는지 소설을 읽는 내내 기력이 약한 저는 되묻게 되었습니다. + 더 보기

95쪽 : 복수는 말이야. 당했다는 사실을 평생 못 잊게 만들어야지. 복수는 사건이 아니라 기억이라고.

라인y1

작가는 지금 _3문 3답

Q : 『이자만큼 성실하게』의 말하는 사람, 37세의 시인 수진은 ‘60만 5천 원’ 때문에 난간에 서 있습니다. ‘빚투’, ‘주담대’로 가계대출 잔액이 6조 원이라는 최근 뉴스를 보니 이 60만 5천 원이라는 숫자가 아득히 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사람이 진짜 어려워지는 건 엄청나게 큰돈 때문이 아니라는 게 새삼 생각나기도 했고요. 이 숫자, 설정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A : 정말로 그때 60만 5천 원이 없었어요. 프리랜서로 살다 보니 “삶이 코인 같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데, 이상하게 큰돈이 모자랄 때는 오히려 담담해요. 어차피 없는 돈이니까요. 그런데 작은 돈이 없을 때는 달라요. 사람을 진짜 괴롭고 미치게 하는 건 아득한 억 단위가 아니라 당장 손에 없는 60만 5천 원이더라고요. 그걸 몸으로 배운 자리에서 이 소설이 시작됐습니다. + 더 보기

라인y1

한국문학 MD는 지금 스마일

서른 살이 되기 전부터 최승자의 시 덕분에 그 나이를 살아본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 (최승자 <삼십세>)) 우리들의 시인 최승자의 첫 시선집입니다. 시인의 '시력' 47년을 한 권의 시선집으로 엮는 작업에 동시대의 여성 시인 아홉이 (강성은, 김소연, 김행숙, 신해욱, 이민하, 이원, 이제니, 진은영, 하재연) 참여했습니다. 우리들의 시인을 읽으며 시인이 된 이들이 최승자를 만났던, 목도했던, 맞닥뜨린 순간을 에세이로 엮었는데, 이 별책이 또 마음이 미어지고 참 좋습니다.

읽고 싶은 책이기도 하지만 갖고 있고 싶기도 한 책입니다. 삼십세를 지나친 저는 이제 삼십세 부근의 그 격정은 조금 덜 느끼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시를 쭉 읽으며 시인의 후기작의 빈 배처럼 흘러가는 시들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좋은 시, 고전이 된 시는 여러 번 만나면 또 좋습니다. 지금 내게 최승자가 어떻게 읽히는지 시선집으로 새로이 만나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라인y1

출판사는 지금 : 공드리

모든 것은 영화 한 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퍼펙트 데이즈〉

이 영화는 특별한 사건이나 극적인 전환 대신 반복되는 하루의 풍경을 묵묵히 따라갑니다. 같은 시간에 눈을 뜨고, 같은 길을 걷고, 같은 음악을 듣는 일상 속에서 영화는 조용히 묻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가.”

영화를 보고 난 뒤에도 그 질문은 오래 남았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이 영화의 바깥에서도 계속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렇게 오마주 앤솔러지 『안도 조각』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안도 조각』은 영화를 재현하거나 줄거리를 변주하는 대신, 영화가 남긴 감각과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하루는 이야기될 수 없는가.”

각본집 겸 메이킹북인 『퍼펙트 데이즈 다이어리』가 독자를 영화의 내부로 초대하는 책이라면, 오마주 앤솔러지 『안도 조각』은 그 문을 통과한 독자를 다시 자신의 일상으로 되돌려보내는 책입니다.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견디기 위해 지켜온 작은 의식들, 무심코 지나쳤던 풍경들, 그리고 그 반복 속에서 미세하게 달라지는 감각들. ‘특별한 하루’보다 오늘을 무사히 통과했다는 사실 자체가 지닌 의미를 조심스럽게 기록하고자 했습니다.

각 작품은 ‘하루’라는 시간 단위를 중심으로, 최소한의 사건과 설명 속에서 인물의 감각과 리듬을 포착하는 데 초점을 두었습니다. 삶을 뒤흔드는 전환점이나 분명한 깨달음에 도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대신 손바닥 위에 내려앉은 먼지, 카메라로 남겨두는 사소한 기록, 나무 아래를 스치는 계절의 향기처럼 일상을 이루는 작은 순간들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우리는 그런 순간들을 ‘안도 조각’이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 더 보기

라인y2

함께 말하고 소설 읽기

출판사 민음사의 팟캐스트를 즐겨 듣는 독자라면 템포가 빠른 김화진 소설가의 말과 여백이 있는 정기현 소설가의 말의 리듬을 떠올려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편집자로, 소설가로, 문학하는 동료로 활동하는 두 소설가가 비슷한 시기에 책을 출간해 알라딘이 작가전을 열어 각자의 소설에 대한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두 소설가의 다름에 대해 정기현은 '말로 설명하기 힘든 묘한 감정들이 화진의 문장으로 쓰여 적중당할 때 늘 뜨끔하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라고 말했고, 김화진은 '정기현이 소설의 인물에게 겪도록 시키는 모든 일들이 신기합니다. 밭을 갈게 하고 멧돼지를 타게 하고 바람에 날려 보내거나 살인사건을 목격하게 하는 일 등 말이에요.' 라고 말했습니다. 멈춰서 계속 들여다보는 사람, 엉뚱한 일을 별안간 겪게 되는 사람. 동시대를 다르게 적고 있는 두 소설가의 이야기와 함께 이 끝에서 저 끝까지 함께 걷는 넓은 운동장을 상상해보게 됩니다.

라인G2
이번 편지 어떻게 보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