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없는 깨끗한 거리, 정시에 칼같이 움직이는 대중교통, 어디서나 터지는 와이파이와 냉난방 시스템, 소음이나 냄새를 허락하지 않는 무음무취의 공간, 친절하고 빠른 서비스업 종사자, 지극히 얌전한 아이들과 단정하고 건강한 어른들. 현대인은 인류 역사상 가장 청결하고 안전하며 질서 정연한, 그야말로 ‘쾌적한 사회’에 살고 있다. 하지만 이 쾌적함이 타인을 향한 노골적인 배제와 통제의 동력이 되고, 더 나아가 우리를 억압하고 병들게 하고 있다면 어떨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구마시로 도루는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에서 우리가 이룩한 질서와 청결, 효율과 균질화가 우리에게서 무엇을 앗아갔는지, 그리고 왜 이 최적화된 사회에서 개인은 더 불행해지고 있는지를 파헤친다. 이 책은 질서와 청결을 숭상하는 일본에서 출간 즉시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서점인과 독자들이 그해 최고의 인문서에 수여하는 ‘기노쿠니야 인문대상’(2021)을 받으며 화제를 모았다.
저자는 “모두가 쾌적함에 취해 숨이 탁탁 막히는 현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게 기묘하게 느껴진다”고 고백하며, 완벽한 시스템에 숨은 고충과 해악, 그 결과 우리가 맞닥뜨린 부자유를 지금이라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회학자 오찬호 역시 “쾌적함과 불쾌감이 동전의 양면처럼 떠돌며 정상과 비정상을 쉽사리 구분하는 풍토를 과감하게 짚어낸다”며 “‘사회적 청결’이라는 시대의 흐름이 차별과 혐오의 연료가 되고 있다는 저자의 목소리가, 한국 사회 곳곳에 스며들기를 희망한다”고 일독을 권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하지현 또한 “안전한 사회가 될수록 안심은 되지 않는 아이러니가 일본과 한국의 현재”라며, 이 책에서 “현대 사회에 대한 뼈 때리는 진단과 처방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975년생으로 신슈대학 의학부를 졸업했다. 사춘기 및 청소년 정신의학, 특히 적응 장애를 전공하며 현대 사회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오랫동안 진료해왔다. 개인의 문제로 여겨지는 예민함과 불안, 우울과 분노가 실제로는 어떤 사회적 조건 속에서 만들어지는지에 관심을 두고, 현대인의 사회 적응과 서브컬처를 주제로 여러 매체에 칼럼을 연재하며 집필 활동을 이어왔다.
자본주의적 질서와 사회 규범, 그리고 정신 의료가 맺는 관계를 추적해온 그는, 질서와 청결, 건강을 중시하는 쾌적한 사회일수록 개인이 더 쉽게 ‘문제적인 존재’로 분류되는 현실에 주목해왔다.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은 이러한 문제의식이 집약된 작업으로, 출간 후 서점인과 독자들이 그해 최고의 인문서를 꼽는 ‘기노쿠니야 인문대상’ 수상작(2021년)으로 선정되며 화제를 모았다.
국내 출간 도서로는 《로스트 제너레이션 심리학》, 《마흔에는 어른이 될 줄 알았다》가 있으며, 그 밖에 《인간은 어디까지 가축인가(人間はどこまで家畜か)》, 《인정받고 싶다는 강박(認められたい)》, 《젊음 지향 우울증 사회(‘若作りうつ’ 社会)》 등 다수의 책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