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시인이자 수필가, 작사가, 사진가… 전방위 분야에서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긴이로 나쓰오 작가는 늘 벅차오르는 감정과 혼돈에 이끌려 시나 그림, 사진집 등을 만들어 왔다. 일에서 충만감을 얻었고 자식 농사에서 책임과 기쁨을 얻으며 매 순간을 꽉 찬 느낌으로 살았다.
그런 그녀 앞에 자녀가 모두 독립하고 혼자인 삶으로 돌아가야 할 시기가 찾아왔다. 정주하는 삶 대신 여행자와 같은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온 그녀는 남은 생을 지탱해 줄 단단한 뿌리를 찾아 나서기로 결심한다. ‘지금까지는 글쓰기가 있어서 괜찮았다. 앞으로 내 삶에 뭐가 더 필요할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와 같은 누구에게나 들어맞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시인의 텃밭》은 작가가 그 출발점에서 쓰기 시작한 원고이다. 우선 나고 자란 집으로 터전을 옮기고 고독과 같은 감정에 휩쓸리지 않게 할 무언가를 찾기로 한다. 때마침 ‘풍요로운 감각’을 훅 불어넣어 주는 6평 텃밭과 ‘자연농’이라는 존재를 마주한다. 다른 것에 의존하지 않고도 홀로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해주는 ‘작은 우주’를 만난 셈이다.
봄부터 이듬해 봄까지 정확히 1년 동안 정리한 작가의 텃밭 생활을 통해 우리는 만년의 작가가 밭을 일구며 어떤 시적 순간을 줍고 경험하는지를 생생히 들여다본다. 그 안에서 새롭게 배우고 또 새롭게 실패하는 시인 긴이로 나쓰오의 시선을 따라간다. 《매우 초록》 노석미 화가의 말처럼 이 책 처음과 끝에는 다른 긴이로 나쓰오 씨가 있다.
일본의 시인이자 수필가, 작사가, 사진가. 1960년 미야자키현에서 태어났다. 일찍이 선과 악, 흑과 백처럼 정반대인 것들이 사실은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 시선으로 세상과 사람, 사물을 바라보며 오랜 기간 탐구해 왔다. 1982년 작사가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1985년에 첫 시집 《황혼의 나라黃昏.》(국내 미출간)를 출간했다. 이후 단조로운 일상을 재치 있는 시선으로 기록한 《따분한 노트つれづれノ.ト》(국내 미출간) 시리즈를 비롯해 여행기, 사진 시집, 수필 등 160권이 넘는 책을 꾸준히 지었다. 지금은 태어나 자란 곳으로 돌아가 작은 텃밭과 정원을 가꾸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