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28일 : 87호

겨울도 다 지나간다는 믿음으로
겨울을 좋아하시나요? 물놀이를 좋아하는 저는 겨울은 대체로 재미가 없다... 고 생각하고 참 길다고 생각해서 심드렁하게 보내곤 합니다. 방한복은 다 거기서 거기라 매일 교복 수준으로 작업복에 해당하는 거기서 거기인 옷을 입고 다니고, 어깨를 움츠리고 다니다보니 목도 자주 결립니다. 출판업계 종사자들 특유의 근골격계 질환을 저 역시 갖고 있는데요 추워지면 연골 사이사이가 굳는 것 같고 어쩐지 더 뻐근한 것 같아요. 하지만 이 겨울을 무언가를 연습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을 이 책을 보면서 갖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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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좋아하시나요? 물놀이를 좋아하는 저는 겨울은 대체로 재미가 없다... 고 생각하고 참 길다고 생각해서 심드렁하게 보내곤 합니다. 방한복은 다 거기서 거기라 매일 교복 수준으로 작업복에 해당하는 거기서 거기인 옷을 입고 다니고, 어깨를 움츠리고 다니다보니 목도 자주 결립니다. 출판업계 종사자들 특유의 근골격계 질환을 저 역시 갖고 있는데요 추워지면 연골 사이사이가 굳는 것 같고 어쩐지 더 뻐근한 것 같아요. 하지만 이 겨울을 무언가를 연습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을 이 책을 보면서 갖게 되었습니다.
김화진, 정기현이 소설을 실었고, 영화평론가 정지혜, 번역가 황은주가 에세이를 썼습니다. 발행인 황예인의 에디터 노트도 일정한 온도로 뜨끈하게 끓어오릅니다. 해가 늦게 뜨는 겨울은 또 잠이 느는 철이기도 한데요, '걱정과는 달리 밥도 잘 해 먹고 잠도 푹 자고 그랬어요. 꿈도 하나 안 꾸고 아주 푹.'(128쪽)으로 마무리되는 정기현의 소설을 읽으며 괜히 기지개를 켜보게 되기도 하고, 황은주의 모스크바 여행기를 읽으며 애수에 젖어 아련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냥저냥인 계절도 차 한 잔과 길고 멋진 피아노 협주곡 한 싸이클이면 조금 더 보낼만하지 않을까요? 다 지나간다는 믿음으로 촉감이 좋은 앤솔러지를 쥐어봅니다.
- 알라딘 한국소설/시/희곡 MD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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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쪽 : 빛, 볕, 흐름, 소리...... 그런 것들이 담긴 문장을 손에 쥐고 나만의 겨울을 지나올 수 있었던 것처럼 누군가도 그럴 수 있다면 기쁠 것이다.

Q :
2006년 등단, 활동 20년차를 맞이한 것을 축하드립니다. <퀸 앤 킹>은 곽은영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인데요. 오랜만에 출간된 시집이기도 해서, 두 판형의 보랏빛 시집(<퀸 앤 킹> 일반판, <퀸 앤 킹> 더 쏙)을 처음 손에 쥐었을 때의 감상이 어땠을지 궁금합니다.
A :
감사합니다. 이 보랏빛 시집을 실제로 보게 되자 양손 깍지를 낀 느낌이었습니다. 딱 맞다. <난다>의 김민정 대표님이 대단하셔서 제가 상상만 했던 그 색을 구현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이 ‘시집’이라는 사물을 만들기에 힘을 더하신 모든 분들에게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판형도 두 개라 각자만의 매력이 있었어요. 그리고 사물로써 시집을 쥐자, 원고를 마무리했을 때도 생각이 났습니다. 눈 감고 누웠는데 얼음 바다를 깨고 솟아오른 유령선이 떠올랐어요. 이 유령선이 뭘까, 어딜 가나 지켜보니 시의 공간을 하나하나 거쳐 밤하늘을 넉넉하게 날았습니다. 꽤 오래 그 이미지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아마 저에게 보내는 위로였다고 말해봅니다. 토닥토닥. 잘해왔다. 78편 여정의 끝에 마침내 도착했구나. 이런 마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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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2006년 등단, 활동 20년차를 맞이한 것을 축하드립니다. <퀸 앤 킹>은 곽은영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인데요. 오랜만에 출간된 시집이기도 해서, 두 판형의 보랏빛 시집(<퀸 앤 킹> 일반판, <퀸 앤 킹> 더 쏙)을 처음 손에 쥐었을 때의 감상이 어땠을지 궁금합니다.
A :
감사합니다. 이 보랏빛 시집을 실제로 보게 되자 양손 깍지를 낀 느낌이었습니다. 딱 맞다. <난다>의 김민정 대표님이 대단하셔서 제가 상상만 했던 그 색을 구현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이 ‘시집’이라는 사물을 만들기에 힘을 더하신 모든 분들에게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판형도 두 개라 각자만의 매력이 있었어요. 그리고 사물로써 시집을 쥐자, 원고를 마무리했을 때도 생각이 났습니다. 눈 감고 누웠는데 얼음 바다를 깨고 솟아오른 유령선이 떠올랐어요. 이 유령선이 뭘까, 어딜 가나 지켜보니 시의 공간을 하나하나 거쳐 밤하늘을 넉넉하게 날았습니다. 꽤 오래 그 이미지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아마 저에게 보내는 위로였다고 말해봅니다. 토닥토닥. 잘해왔다. 78편 여정의 끝에 마침내 도착했구나. 이런 마음이었습니다.
Q :
<불한당들의 모험> 연작의 후반부가 이 시집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모험에 음악을 곁들인다면, 독자에게 어떤 음악을 권할 수 있을까요?
A :
제게 이렇게 위대한 음악을 언급할 기회를 주셔서 영광입니다. 넓게 골라보았습니다. 퀸 앤 킹의 1, 2부는 연작의 후반부입니다.
1부 Eurythmics, <Sweet Dreams>
Mozart, <Requiem in D Minor, K. 626 : 3. Sequentia: Lacrimosa> by Berliner Philharmoniker & Claudio Abbado.
Kelly Boesch, <“Betrayal”-A Surreal Journey Through Strange Beauty>
2부 Inger Marie Gundersen, <Will You Still Love Me Tomorrow>
Lady Gaga & Bruno Mars, <Die With A Smile>
3부는 <불한당들의 모험>은 아니지만 역시 모험이라 골라보았습니다. 이 곡들은 3부를 쓸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작품입니다. Michael Jackson, <Billie Jean>, <Dangerous>
번외로 불한당들의 모험, 연작의 중반부를 좋아해주신 독자님께도 권해드리고 싶어요.
PREP, <Cheapest Flight>
Q :
“세계를 이해할 수 없는데 거대한 서사는 써진다. 야릇한 일이지.”(「사건과 지평선」)라는 시의 한 줄처럼, 3부 ‘굳이 불러야 한다면 애별리고’를 읽으니 설산에서 모험을 하다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이 시로 모험을 한 후 다시 책상 앞에 앉아 주변을 두리번댈 시의 독자에게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A :
새로운 시작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설산에서 모험’은 정말로 아름다운 소개네요. ‘불한당들’의 모험은 완결되었지만 이 시작은 ‘모험’이라는 세계관의 확장이라고 보셔도 좋겠습니다. 제 시의 주체들은 살아내는 일 자체가 모험인 존재입니다. 덮어놓고 저지르고 위험해도 덤비고 반복된 실패를 경험하면서 배워갑니다. 그런 측면에서 3부의 인물들도 또다른 ‘불한당들’이라고 보셔도 좋고요. 저는 그들의 경험을 기록하고 그사이에 스며 있는 마음과 관계, 언어의 의미, 성장과 치유의 서사를 전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독자님의 하루하루가 아름답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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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선 눈사람이 녹아내리는 것을 구경하고 눈이 내리는 풍경이 있는 소설을 찾아 읽게 되는 겨울입니다. 어깨를 웅크린 채 묵묵히 출퇴근을 하는 한강의 인물들에 출퇴근 길에 만나는 사람들을 겹쳐봅니다. 그렇게 한강의 첫 장편소설을 다시 읽으며 1995년의 황곡을 향해 기차를 타고 가는 경험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휴대전화도 모바일 메신저도 없는 20세기에 사람들은 남겨진 사진, 메모, 말의 흔적을 쫓아 눈 덮인 산을 걸어갑니다.
태양빛을 보면 녹아내린다는 '검은 사슴' 설화를 듣고 자란 아이들은 이제 설화의 세계를 잊고 어른이 되어 일을 해 스스로를 먹여야 합니다. 사슴이 탄광 동굴에서 지상을 향해 오르고, 그 탄광을 향해 내려간 노동자들이 사고로 죽습니다. 거리를 달리는 사람, 얼어붙은 바다를 헤엄치는 사람의 움직임이 애처롭습니다. 한강의 첫 소설을 읽으며 1998년 첫 장편소설을 발표한 20대의 소설가가 말하고자 했던 삶을 향한 간절함을 최신작 <작별하지 않는다>(2021)에서도 여전히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뭉클하기도 했습니다. 겨울이 가기 전 작가의 '눈 3부작'을 기다리며 첫 소설집을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매해 한 권으로 “지금 한국소설이 어디까지 와 있는가”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책입니다. 한 해 동안 발표된 수많은 중·단편소설 가운데, 오직 작품성만을 기준으로 선택된 여섯 편의 소설이 이 책에 모입니다. 그 자체로 동시대 한국문학의 좌표이자 기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
2026년 제49회 이상문학상 대상작으로 선정된 위수정의 「눈과 돌멩이」는, 죽은 자와 산 자 사이의 약속이라는 익숙하면서도 위험한 설정을 통해 삶과 죽음, 애도와 기억이라는 오래된 질문을 새롭게 밀어붙이는 소설입니다. 설원이라는 고요하고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인물들은 끝내 명확한 답을 얻지 못하지만, 바로 그 모호함과 불확실성 속에서 이 소설은 독자를 강하게 끌어당깁니다. 심사위원 김경욱 소설가가 “이야기하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 소설”이라 평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번 작품집에는 대상작을 포함해 김혜진, 성혜령, 이민진, 정이현, 함윤이 등 각기 다른 문학적 결을 지닌 작가들의 다섯 편의 우수상 수상작이 함께 실렸습니다. 정치적 올바름과 사적 영역의 경계를 묻는 이야기, 세대 간의 균열을 게임이라는 장치로 풀어낸 소설, 폭력과 치유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윤리를 응시하는 서사 등 이 작품들은 지금 한국 사회와 개인이 가장 예민하게 마주하는 질문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건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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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학상 작품집은 매해 한 권으로 “지금 한국소설이 어디까지 와 있는가”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책입니다. 한 해 동안 발표된 수많은 중·단편소설 가운데, 오직 작품성만을 기준으로 선택된 여섯 편의 소설이 이 책에 모입니다. 그 자체로 동시대 한국문학의 좌표이자 기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
2026년 제49회 이상문학상 대상작으로 선정된 위수정의 「눈과 돌멩이」는, 죽은 자와 산 자 사이의 약속이라는 익숙하면서도 위험한 설정을 통해 삶과 죽음, 애도와 기억이라는 오래된 질문을 새롭게 밀어붙이는 소설입니다. 설원이라는 고요하고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인물들은 끝내 명확한 답을 얻지 못하지만, 바로 그 모호함과 불확실성 속에서 이 소설은 독자를 강하게 끌어당깁니다. 심사위원 김경욱 소설가가 “이야기하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 소설”이라 평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번 작품집에는 대상작을 포함해 김혜진, 성혜령, 이민진, 정이현, 함윤이 등 각기 다른 문학적 결을 지닌 작가들의 다섯 편의 우수상 수상작이 함께 실렸습니다. 정치적 올바름과 사적 영역의 경계를 묻는 이야기, 세대 간의 균열을 게임이라는 장치로 풀어낸 소설, 폭력과 치유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윤리를 응시하는 서사 등 이 작품들은 지금 한국 사회와 개인이 가장 예민하게 마주하는 질문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건넵니다.
작품집의 또 다른 읽을거리는 작가와 심사위원이 직접 나눈 ‘대담’, 대상 수상 작가 위수정의 ‘문학적 자서전’, 조연정 문학평론가의 ‘작품론’입니다. 작품이 쓰이기까지의 시간, 작가가 끝내 말하지 않기로 선택한 지점들, 그리고 그 침묵이 만들어낸 의미의 층위를 따라가다 보면, 소설을 다시 읽고 싶어지는 순간이 자연스럽게 찾아옵니다.
2026년 제49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눈과 돌멩이』는 단순한 수상작 모음집이 아니라, 지금 한국소설이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으며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선명한 장면입니다. 한 해의 문학을 제대로 읽고 싶다면, 이 책이 그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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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겨울의 이미지에 잘 어울리는 소설들이 실린 문학상 수상작을 함께 소개해봅니다. 2025 제19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인 이주란의 소설 <겨울 정원>의 '혜숙'은 청소를 하고 딸 '미래'는 소설을 씁니다. 이들은 가끔 겨울 정원의 언 배추 몇 포기를 보며 소주를 마시고 영화를 보다 잠이 듭니다.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없는 것은 아닌 겨울의 정동과 잘 어울리는 소설입니다.
2025 김승옥문학상 수상작인 최은미의 <김춘영>은 눈의 이미지가 전면적으로 소설을 감싸는 이야기입니다. 1980년 화운령 탄광촌 노동쟁의(사북항쟁을 연상케하는)를 겪은 여성 인물 '김춘영'의 기억을 아카이빙하는 연구자 '박정윤'은 김춘영의 눈에 의해 김춘영의 집에 고립되게 되고, 4월의 폭설을 피해 김춘영의 집을 찾아온 등산객과 군인들이 김춘영의 기억을 자극합니다. 다양하게 변주되는 눈의 이미지를 소설로 경험하며 가고 말(제발) 겨울의 끝자락을 소설로 짚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