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대한 오래된 편견을 깨부술 도끼 같은 책!
17세기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시대를 앞서간 ‘최초의 페미니스트(proto-feminist)’
가브리엘 쉬숑의 숨겨져 있던 저작
《여성은 나약하고 가볍고 변덕스럽다는 속설에 대한 반론》은 ‘나약함’, ‘가벼움’, ‘변덕스러움’이라는 세 가지 부정적 속성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부당성을 지적하고 통쾌한 반론을 내놓는다.
구성은 간단명료하고 반론과 주장의 근거는 흠잡을 데 없으며 이를 풀어내는 어조는 강렬하다. 매혹적인 문장에 담아낸 강렬한 주장은 시간의 무게를 뛰어넘어 폭넓은 공감대를 이끌어내며, 반박할 수 없는 논지는 오늘도 일상에서 수없이 차별과 배제와 혐오를 맞닥뜨리는 여성의 현실, 비혼/비출산 등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둘러싼 오늘날의 상황과 완벽히 맞닿는다.
‘여성 문제에 관해 여성이 쓴, 가장 완전하고 설득력 있는 최초의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 이 책은 여성에 대한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프레임과 그 아래 깔려 있는 지긋지긋하고 케케묵은 편견을 깨부술 강력한 무기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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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나약하고 가볍고 변덕스럽다는 속설에 대한 반론> 책 이미지
디자이너의 말
번역가 성귀수 선생님이 발굴해 번역한 <여성은 나약하고 가볍 고 변덕스럽다는 속설에 대한 반론>을 위한 표지 회의 중이었습 니다. 무려 17세기에 여성의 주체적 삶과 인간으로서 동등함을 말한 가브리엘 쉬숑의 짧은 논고, 긴 제목...!
17세기에는 페미니즘이라는 용어나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음에도 가브리엘 쉬숑은 논쟁적인 글과 독자적인 삶의 방식으로 글과 삶 모두에서 의미 있는 물꼬를 텄습니다. 그녀는 어린 나이에 수녀 원에 강제로 들어갔지만 이를 되돌리고자 교황청에 찾아가 수녀 서원 파기라는 결과를 얻어내고 이후 독신으로 살면서 독자적인 삶을 구축했다고 해요. 가히 프로토 페미니스트라 불릴 만합니다.
이 책이 한국어로 번역됨으로써 한국 페미니스트 책 역사의 아랫단을 채워줄 수 있는 책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미 많은 페미니즘 서적들이 나와 있으니 그와 비슷한 풍의 자극적인 그래 픽을 하기보다 역사적 의의와 제목이 맞닿는 부분에 집중해 유물 같기도 하고 깨버릴 수 있는 것으로도 느껴질 석판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보통은 가능한 한 많은 표지 시안을 최대한 얻어내길 바라는데 이 편집자는 바라는 방향을 하나 말하곤 나머지는 많이 할 필요 없이 디자이너가 바라는 방향 한두 개만 주면 최대한 작업자의 의견을 존중해 선택하고자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공을 들여 하고 싶은 걸 해볼 수 있었어요.
긴 제목을 단정하게 정리한 타이포그래피로만 표지를 완성하고 그걸 수지판으로 만들었어요. 그 과정에서 음각으로 할지 양각으 로 할지 고민스러워 한 번 더 제작하는 바람에 시간이 더 들고 말았죠. 수지판은 레터프레스나 판화 등에 쓰이는 것이라 약간 단단해요. 그래서 석고판으로 만드는 과정에 적합할지 모르겠어 서 각종 공예에 도가 튼 ‘재영책수선’의 배재영 수선가에게 조언 을 부탁했더니 역시나 수지판은 석고 제작을 하기에는 너무 단단 해 작은 글씨는 떼어내다 깨질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실 리콘으로 한 번 더 틀을 만들어 그걸로 석고판의 모양을 잡기로 계획을 수정했습니다.
음각과 양각을 섞어 석고판 너덧 개를 만들어봤는데 막상 사진을 찍어보니 처음 만든 것이 제일 낫더군요. (웃음) 장마철이라 해가 나지 않아 사진 스튜디오를 예약해 능숙하지 않은 사진을 찍기도 하며 여러 모로 안 해보던 것들의 총집합으로 만든 표지입니다.
표지가 만들어진 과정
편집자의 말
책이 책이 되게 하는 방법은 책을 만드는 사람의 수만큼이나 많을 것입니다. 똑같은 책(/원고)이라도 어떤 편집자, 어떤 디자이너의 손에 맡겨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이 탄생하게 되죠. 그런 점에서,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작가이자 이른바 ‘페미니스트의 시조새’ 같은 존재로 여겨지는 가브리엘 쉬숑의 숨겨져 있던 저작이 이지선 디자이너의 손에 맡겨진 건 숙명과도 같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위드텍스트의 이지선 디자이너는 “책이 되게 하기 위해 별짓을 다 하는 사람”입니다. 이 말은 이지선 디자이너가 한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기도 한데요, 저는 그 말이 무척 인상적이었고 어쩌면 그 말에 끌려서 이 책의 표지를 의뢰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출간 준비 중이던 어느 날 디자이너가 저에게 “재미있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살짝 말해주었던 게 기억납니다. 그때만 해도 이런 ‘별짓’을 하고 있는 줄은 상상조차 못 했지요. 별짓의 결과물 자체도 훌륭했지만, 나중에 그 결과물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알게 되고 나서는 이 책의 표지를 좀 더 다른 눈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표지를 대하는 태도 자체가 달라졌다고 해야 할지도요.
디자이너가 실제 석고판을 제작하는 등의 수작업을 하면서 의도 한 바와 같이 이 책은 몇백 년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고 발굴되어 우리에게 도착한 책입니다. 또한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독자, 오래된 편견에 맞서고 자기 삶을 오롯이 살아내기 위해 “강렬하 면서 표현력 넘치는 언어”가 필요한 여성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 야 할 책입니다. 깨진 흔적, 긁히고 파인 상처들을 내보인 채로 오랜 침묵이 익숙하다는 듯이 전면 가득히 묵직하게 자리 잡고 있는 석판을 들추면, 생기 넘치고 강렬하며 오늘날 여성 모두가 공감할 만한 언어들이 펄떡거리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표지를 손에 쥐는 순간부터 시작되어 책을 읽는 내내 계속되는 사로잡힘과 두근거림을 여러분도 경험해보시길 바랍니다!
“나는 이 책이 단지 페미니즘 도서로 분류되어 읽히는 것을 거부하려 한다. 이 책은 오랜 세월 동안 인간을 과잉 대표해온 특수한 성, 그리고 남성이 전유해온 ‘지식’에 대해 거의 최초로 도전하고 나아가 ‘인간’의 범주를 확장시킨 보편적인 철학서로 읽혀야 한다.” 정희진 (여성학자)
“여성을 비방하는 자들의 오류를 지적할 근거가 부지기수이지만, 일단 우리는 강렬하면서 표현력 넘치는 언어를 동원해 그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실생활에서 떳떳하게 즐거움을 누릴 정당한 자유가 박탈될 수 있다는 점을 여자들은 모르지 않는다. 오히려 그럴 때마다 여자들은 무시로 일관하여 자신의 강한 정신력을 보여줄 것이며, 올곧은 행실로 심지를 확고히 하고 고결한
근기로 참다운 인생을 장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