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6일 : 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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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지금

여기에는 여기의 삶이 있다

미국 드라마(미드) 좋아하시나요? <아무튼, 미드>라는 책을 쓰기도 한 소설가 손보미의 신작 소설을 읽으며 미드 <굿 와이프>의 한 캐릭터를 떠올렸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해내는 수사관 '칼린다'(우리나라에서도 전도연 배우 주연 드라마로 다시 만들어져 이 역은 나나 배우가 맡았습니다.)와 이 소설의 주인공인 여성 경찰 '그녀'에겐 일을 해내는 것이 사회의 보편 윤리보다 우선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들은 정의구현을 위해 일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위해 일합니다.

여자 아이 납치사건을 수사하던 그녀가 자신이 지목한 용의자에게 자백을 강요해 억지 자백을 받아내는 동안 진범은 가족을 살해하고 자살했습니다. 언론의 포화, 조직의 비토 등을 두들겨 맞으며 사건 이후 유산을 겪은 그녀는 불면증에 시달리다 밤의 도시를, 도시의 민낯을 봅니다. 여자 화장실만 노리는 테러범, 구도심을 낙후된 모습 그대로 내버려두라는 측과 '세이프 시티'로 통제해달라는 측의 대립이 이어집니다. 남편의 동창인 신경과학자 임윤성은 '기억 교정'을 통해 이 범죄를 제어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 더 보기

94쪽 : 그녀는 자신의 얼굴에 붙은 긴 거즈를 손으로 한번 만져보았다. 이런 상처도 결국은 사라진다. 약간의 흔적이 남더라도, 그건 괜찮아, 그녀는 생각했다. 이 정도면 해피엔딩이 아닌가? 확실한 해피엔딩이다, 그녀는 생각했다.

작가는 지금 _3문 3답

Q : 신작 소설 <세이프 시티>는 낙후된 ‘엑스 구역’의 여성 화장실만을 표적으로 삼는 기괴한 테러사건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요, (알라딘 서점이 있던 동네(서울시 중구)도 현재 재개발을 두고 찬성파와 반대파가 서명을 나누어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이런 도시를 상상하게 된 계기, 작가께서 소설을 상상하며 머릿속에 그려본 도시 풍경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A : 저에게는 제가 살고 있는 도시-서울에 대한 두 가지 이미지가 있는데요. 하나는 높은 아파트 단지가 하늘을 가리고 있는 장면이에요. 이를테면 강남 쪽에서 강북 방향으로 반포대교를 지나갈 때요. 예전에는 탁 틔어 있어서 강과 그 건너편, 그리고 저 멀리 하늘이 보였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그 풍경을 고층 아파트 단지가 다 막아버렸어요.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동의하면서 이렇게 표현하더라고요. 마치 장벽 같다고요. 저는 그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한 가지 이미지는 순전히 제 상상인데, 도심 한가운데 오래되고 낡은 건물이 떡하니 버려져 있는 장면. 그 건물에는 갈 곳 없는 사람들이 몰래 모여 살고 있고요. 말하자면 슬럼화된 지역인데, 그런 장면이 떠오를 때가 많아요.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데요, 도심을 걷다가 ‘임대’라는 종이를 붙여놓은 빈 건물을 보면 마음이 좀 이상해져요. 뭔가 하나의 신호 같달까, 효용이니 이득이니 이익이니 이런 것들을 무섭도록 따지는사회의 일면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아마 이번 소설도 그렇고 전에 쓴 『사라진 숲의 아이들』도 그렇고, 이런 이미지를 따라 쓴 소설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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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MD는 지금 스마일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이 특유의 성격으로 원만하지 못한 삶을 살았고, 불행한 최후를 맞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가 미식서 <도문대작>을 집필했을 정도로 '먹'에 일가견이 있었다는 것은 몰랐습니다. 유배지에서 거친 음식만 먹는 동안 허균은 상상으로만 취할 수 있는 맛있는 음식을 글로 조각해냈다고 합니다. <잠 못 드는 밤의 궁궐 기담>의 현찬양은 허균의 먹성에 소설적 상상력을 더했습니다. 탐할 탐에 바를 정, 허균이 먹는 것으로 사건을 풀어내는 탐정이 되었습니다.

유사한 상흔을 지닌 시신들, 죽은 이의 위장에서 발견된 도리옥 관자. 아는 것을 모른다고 말할 줄을 몰라 고초를 겪은 허균은 먹는 것에서 진실을 찾아내는 탐정이 되어 억울한 자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합니다. MBC 드라마화가 확정된 작품이라고 하니 드라마를 기대하며 먼저 펼쳐봐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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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는 지금 : 다즐링

『아몬드』손원평 작가가 그리는 ‘저출산 고령화’의 미래는 어떨까요?

고령 인구가 지금의 두 배로 늘어나고, 청년 노동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들 때쯤,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노인들, 일자리 공백을 채우기 위해 들어오는 이민자들과 소수 유권자가 되어 정치적인 목소리를 잃고 인공지능과 경쟁해야 하는 청년들의 삶은 어떨까요?

『아몬드』, 『서른의 반격』 등에서 날카로운 시선과 섬세한 감성으로 우리 사회의 경계에 선 존재들을 조명해온 손원평 작가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 소설 『젊음의 나라』는 현재의 시대적 과제-고령화, 저출생, AI의 일상화, 급격한 기술 발전, 극단적 혐오와 차별, 늘어나는 외국인 이민자, 존엄사 등-가 현실이 된 미래 사회의 여러 단면들을 주인공 유나라의 일기를 통해 그려내고 있어요. +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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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가 소설

싱어송라이터, 병렬독서와 시집 읽기를 좋아하는 '아기 락스타' 한로로의 첫 소설이 출간되었습니다. 학교 동아리 신입 모집 마감 하루 전, 14살 소하는 게시판에 붙어있는 <자몽살구클럽>의 홍보지에 적힌 글귀를 보고 자몽살구클럽의 부원이 됩니다. 부원들은 '살구' 싶어 서로를 돕기로 결심합니다.

AKMU의 이찬혁도 솔로프로젝트 새 앨범을 발표 후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앨범 <항해>의 이야기와 함께 출간된 이 소설집 역시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한강 작가가 좋아하는 곡이라고 밝힌 명곡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가 수록된 바로 그 앨범으로 독서와 함께하기 좋은 음악, 음악과 함께 읽기 좋은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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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지 어떻게 보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