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5일 : 63호
탐정... 좋아하세요?
한국문학 사랑 선생님들은 어떤 시리즈물을 즐겁게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저는 홍민정 선생님의 고양이 해결사 깜냥 시리즈를 좋아하고요,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 시리즈 첫 권 '나의 눈부신 친구'를 재미나게 읽고서 시간이 좀 생기면 2부부터 독파하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얼마 전엔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1권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을 읽었고, 캐드팰 탐정이 활약할 2권을 읽기 위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정세랑 작가가 캐드펠 수사 시리즈 완간 30주년 기념 개정 복간에 추천사를 더하기도 했습니다. '엘리스 피터스가 육십대 중반에 이처럼 대단한 시리즈를 시작했다는 것을 떠올리면 마음에 환한 빛이 든다. 먼 길을 다녀와 켜켜이 쌓인 지혜를 품고 유적지를 직접 걸으며 작품을 구상했을 작가를 상상하고 만다...' 라는 작가의 말을 읽노라면 한때 금성이었던 도시, 경주를 누비며 작품을 구상했을 작가 정세랑을 함께 상상하게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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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사랑 선생님들은 어떤 시리즈물을 즐겁게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저는 홍민정 선생님의 고양이 해결사 깜냥 시리즈를 좋아하고요,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 시리즈 첫 권 '나의 눈부신 친구'를 재미나게 읽고서 시간이 좀 생기면 2부부터 독파하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얼마 전엔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1권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을 읽었고, 캐드팰 탐정이 활약할 2권을 읽기 위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정세랑 작가가 캐드펠 수사 시리즈 완간 30주년 기념 개정 복간에 추천사를 더하기도 했습니다. '엘리스 피터스가 육십대 중반에 이처럼 대단한 시리즈를 시작했다는 것을 떠올리면 마음에 환한 빛이 든다. 먼 길을 다녀와 켜켜이 쌓인 지혜를 품고 유적지를 직접 걸으며 작품을 구상했을 작가를 상상하고 만다...' 라는 작가의 말을 읽노라면 한때 금성이었던 도시, 경주를 누비며 작품을 구상했을 작가 정세랑을 함께 상상하게 되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시리즈를 기다린다는 건 한동안의 삶에 윤기를 더해줍니다. 당나라에서 금성까지 도달해 마침내 왕을 만난 설자은의 첫 이야기가 일종의 빌드업이었다면 2권부터는 본격적으로 설자은이 어떤 사람인지, 그의 식객인 목인곤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알아채고 상상하며 읽는 맛이 있습니다.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 않은 이민족 핏줄의 심부름꾼 삼생아들의 이름까지 바르게 불러주는 신라 탐정 설자은의 면모를 보며 '정세랑 작가 소설은 역시 이 맛이었지, 이래서 정세랑 작가 소설을 재미나게 읽은 것이었지.' 생각하며 마음이 환해졌습니다. 이 시리즈의 3권을 기다리며 저도 이 자리에서 열심히 소설을 쫓아 가보아야 하겠습니다.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출간 당시 알라딘과 진행한 인터뷰 문답은 여기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 알라딘 한국소설/시/희곡 MD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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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쪽 : 사로잡혀버리는 쪽을 가엽게 여겨야 해. 보기엔 다 같아보여도 구운 토기와 굽지 않은 토기처럼 강하고 약함에 차이가 나네.
Q :
첫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에 이어 이번 시집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 도 벌써 SNS 피드에 놓인 장면이 눈에 들어옵니다. "참 귀엽죠? 귀여우니까...... 좋아하실 거예요. 어디에나 두루...... 잘 어울릴 거고요." <도전! 판매왕, 130쪽> 이렇게 판매하고 싶은, 시집 곁에 두기 좋은 아이템을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A :
제 책상 위에는 립밤, 핸드크림, 스노우볼, 피규어가 있는데요. 꽤 만족스러운 구성입니다. 특히 건조한 계절에 보습 제품은 필수지요. 여기서 뭔가를 더 추가한다면…… 혹시 모를 눈물을 닦기 위한 휴지는 어떨까요? 보습도 중요하지만 인생에는 약간의 제습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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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첫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에 이어 이번 시집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 도 벌써 SNS 피드에 놓인 장면이 눈에 들어옵니다. "참 귀엽죠? 귀여우니까...... 좋아하실 거예요. 어디에나 두루...... 잘 어울릴 거고요." <도전! 판매왕, 130쪽> 이렇게 판매하고 싶은, 시집 곁에 두기 좋은 아이템을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A :
제 책상 위에는 립밤, 핸드크림, 스노우볼, 피규어가 있는데요. 꽤 만족스러운 구성입니다. 특히 건조한 계절에 보습 제품은 필수지요. 여기서 뭔가를 더 추가한다면…… 혹시 모를 눈물을 닦기 위한 휴지는 어떨까요? 보습도 중요하지만 인생에는 약간의 제습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Q :
'이렇게 함께인데 영원히 함께일 수 없다는 건 너무나 영화적이지 않니' <시네마와 무비, 115쪽> 우리가 영화를 찍는 이 장면은 꼭 시의 독자가 겪은 일 같았습니다. '나를 이전 페이지에 남겨두고 떠난'(죽어 버려, 83쪽) 좋아하던 것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A :
너무 많습니다만, 해체한 밴드나 아이돌 그룹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그들의 음악을 여전히 들을 수 있지만 새로운 무대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저를 슬프게 해요. 그 시절을 함께하며 그 음악을 같이 좋아했지만 더는 만날 수 없게 된 친구들도 있지요. 쿠로미 인형이나 슬리퍼는 여전히 집에 남아 있고, 그 캐릭터는 이제 질렸어요. 좋아하는 감정이나 시절은 왜 자꾸 중단되는 걸까요? 그럼에도 도무지 중단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어 시를 쓰는 것 같습니다.
Q :
첫 시집의 '소다수'의 시원함과 두 번째 시집의 '겨울을 견뎌 본 아삭아삭한 심장'의 온도가 대조적입니다. 겨울을 통과할 시인의 애독자에게 계절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A :
안녕하세요, 고선경입니다. 두 번째 시집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이 출간되었어요. 겨울을 견뎌 낸 토마토의 풍미가 깊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우리의 심장도 그런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 엄마는 제 심장이 튼튼해지도록 토마토를 매일 갈아 마시게 했다고 해요. 올겨울은 이 시집과 함께 튼튼한 마음을 길러 보는 건 어떨까요? 기쁨과 슬픔이 단단하게 농축될 거예요. 저는 그러한 마음을 지닌 채 살아가는 여러분의 삶을 응원하는 팬이 될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따뜻한 겨울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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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연휴는 재미나게 보내셨을지 궁금합니다. 나이가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야 한다는 옛말이 있는데도 연휴에 모처럼 자주 안 보던 사람들을 만나면 설명하고 싶은 욕망을 도무지 참을 수가 없죠. '개구쟁이 스머프'의 등장인물 중 '똘똘이 스머프'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하는 어린이였던 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 추억의 만화의 캐릭터를 모르는 분들께 설명하고 싶은 유혹을 참지 못하고 싶습니다...) 가뜩이나 장년이 된 지금은 더더욱 세상만사를 설명하고 싶은 욕망, 설명하고 '설명충'이 되고 싶은 욕망을 갈무리하느라 입술에 힘을 꽉 주고 있습니다.
생각해 봐요. 벌레만큼 위대한 것이 있는지. 그 끈질긴 생명력과 적응력을 떠올려 보시라고요. 어차피 가만히 있어도 틀딱*, 맘*, 한**, 급식*, 진지* 소리 듣는 마당에 그냥 진짜 벌레가 되어 버리는 편이 여러모로 낫지 않나요? 사실이니까 비난을 들어도 아무 타격 없고.
(19쪽, 「설명충 박멸기」 발췌, 일부 글자를 * 처리했습니다...)
우리가 어느 날부터 몹시 설명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이유는 혀뿌리 안쪽에 촌충, 십이지장충 같은 설명-충이 생겨났기 때문이라는 '뻥'에서 이진하의 소설은 시작됩니다. 어차피 서로가 서로를 이렇게 미워하고 필연적으로 미움받는 시대를 사는 거 차라리 '충'이 되는게 좋다며 소설은 도발합니다. 우리 시대의 첨예함을 유머러스하게, 날카롭게 포착한 짧은 소설이 시원시원하게 표면을 베어냅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그 짧은 문자메시지에 답장하기 위해 얼마나 긴 시간이 걸렸을까요. 30분? 1시간? 비슷한 말을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차라리 마음을 꺼내서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런 일은 불가능하죠.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저에게 제 마음을 표현할 언어가 무척 부족하다는 것을요.
이런 일이 저에게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겠습니다. 우리는 텍스트가 수없이 쏟아지는 세상에 살지만 글을 읽고 쓰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우리가 쓰는 말의 범위는 점점 좁아집니다. 그러다보니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기는커녕, 어떤 문장이 좋은 문장인지조차 잊어가는 듯합니다.
그러다 문득, 시를 따라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는 한국어의 보물창고라 할 만큼 풍부한 단어로 가득합니다. 따라 쓰는 것만으로 배우는 것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한 요즘은 구구절절 길게 표현하기보다, 짧고 간결하게 핵심을 짚는 것이 트렌드인 만큼 함축과 은유로 이뤄진 시는 꼭 맞는 텍스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시를 따라 쓰다보니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매번 같은 말만 반복해왔는데 다양한 표현이 가능해졌고, 매일 좋은 문장을 읽다보니 감수성도 깨어나는 듯했습니다. 『시로 채우는 내 마음 필사노트』는 이러한 경험을 나누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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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그 짧은 문자메시지에 답장하기 위해 얼마나 긴 시간이 걸렸을까요. 30분? 1시간? 비슷한 말을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차라리 마음을 꺼내서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런 일은 불가능하죠.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저에게 제 마음을 표현할 언어가 무척 부족하다는 것을요.
이런 일이 저에게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겠습니다. 우리는 텍스트가 수없이 쏟아지는 세상에 살지만 글을 읽고 쓰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우리가 쓰는 말의 범위는 점점 좁아집니다. 그러다보니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기는커녕, 어떤 문장이 좋은 문장인지조차 잊어가는 듯합니다.
그러다 문득, 시를 따라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는 한국어의 보물창고라 할 만큼 풍부한 단어로 가득합니다. 따라 쓰는 것만으로 배우는 것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한 요즘은 구구절절 길게 표현하기보다, 짧고 간결하게 핵심을 짚는 것이 트렌드인 만큼 함축과 은유로 이뤄진 시는 꼭 맞는 텍스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시를 따라 쓰다보니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매번 같은 말만 반복해왔는데 다양한 표현이 가능해졌고, 매일 좋은 문장을 읽다보니 감수성도 깨어나는 듯했습니다. 『시로 채우는 내 마음 필사노트』는 이러한 경험을 나누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이 책은 10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각 그리움, 사랑, 휴식, 자연 등 키워드로 분류했는데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순간에 맞춤한 시들을 모아두었습니다. 각자에게 더 필요한 부분부터 펼쳐도 좋고, 첫 장부터 차곡차곡 따라 써보아도 좋습니다. 또한 필사노트는 창비시선 500번 출간을 맞아 여러 시인들이 엄선한 시들로 구성되었습니다. 전문을 수록한 시도 있고 일부만 발췌한 시도 있습니다. 故신경림, 김용택, 정호승, 도종환, 안도현, 나희덕, 진은영 등 한국시단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시와 이장욱, 이병률, 신용목, 안미옥, 안희연, 황인찬 등 요즘 독자들이 열렬하게 호응하는 시인들이 고루 섞여 있으니 책장마다 색다른 마음과 마주할 수 있어요. 책 마지막에는 본문에 나오는 문장에 이어 자신만의 글을 써보는 새로운 형식의 노트가 부록으로 붙어 있습니다.
『시로 채우는 내 마음 필사노트』는 단순한 따라 쓰기를 넘어, 내면의 목소리와 마주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소중한 순간을 선사합니다. 또한 작은 실천이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을 북돋울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이 책이 바쁜 일상 때문에 잊고 지내던 마음들을 일깨울 수 있기를, 그것이 따스한 위로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 창비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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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봄 출간될 제16회 젊은작가상의 대상작이 보도되었습니다. <유원>으로 2020년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백온유 작가가 <반의반의 반>으로 대상을 수상했고, 강보라의 <바우어의 정원>, 서장원의 <리틀 프라이드>, 성해나의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 성혜령의 <원경>, 이희주의 <최애의 아이>, 현호정의 <~~물결치는~몸~떠다니는~혼~~>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2020년대에 활발하게 활동하며 좋은 작품을 쌓아온 작가들이 이름을 올려 수상작품집을 만날 봄을 미리 기대하게 합니다.
좋아하는 작가께 경사가 생기면 제 일처럼 기쁩니다. 봄을 기다리며 백온유 작가가 차곡차곡 쌓아올린 작품을 먼저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안쓰럽지 않은 기적의 아이 <유원>의 이야기와 (국립극단에서 연극으로 소개하기도 한 작품입니다.) 엄마를 간병하는 '영 케어러'이지만 기특한 청소년이라는 모습에 머물고 싶지만은 시안의 <페퍼민트>를 함께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