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유작 『딕테』를 기다려 왔다니. 누군가에게 여전히 낯선 이름일 수 있지만, 2020년 이후부터 예술계와 문학계에서 우리는 그의 이름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기억하기로는 지난 2020년, 뉴욕타임스가 차의 사후 40년 만에 ‘늦은 부고(Overlooked)’ 연재 시리즈에서 차를 조명한 기사(링크)가 시작이었을 것이다. 뒤이어 2022년 한국계 미국 작가 캐시 박 홍의 에세이집 '마이너 필링스'(minor feelings)에 등장하면서 국내에서도 차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같은 해 휘트니 비엔날레에서는 차의 예술 작품을 재전시하며 『딕테』 전문을 읽는 마라톤 리딩 행사를 열기도 했다.
<딕테>에 대한 뜨거운 반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차학경이 어떤 인물인가를 먼저 짚고 나가야 할 것이다. 문학, 영화, 사진, 설치 작업, 연기, 행위예술…. 그를 단 하나의 장르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8년 남짓 활동하며 남기고 간 50여점의 작품만이 그를 설명할 뿐이다. 차는 1951년에 부산에서 태어나 11세에 미국으로 이주한다. 차와 차의 가족이 살아온 삶은 초기 한국인 디아스포라의 전형인 셈이다. UC 버클리 대학교에서 비교문학과 미술을 전공하고, 파리에서는 구조주의 언어학과 프랑스 영화 이론을 공부한 그는 1980년 뉴욕으로 거처를 옮겨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중 사진작가 리처드 반스(Richard Barnes)와 결혼한다. 1982년에는 『딕테』의 가제본을 완성해 부모님에게 보낸다....『딕테』는 그가 세상을 떠난 직후 출간됐다. 예술 작품들 중 유일하게 ‘책’의 형태로 남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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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테>와 함께 읽을 책들 +모두보기
저메이카 킨케이드 지음, 김희진 옮김
민음사
탈식민주의와 디아스포라 문학의 기수 저메이카 킨케이드가 직조해 낸 상실과 혐오의 역사.
카리브 지역의 탈식민주의와 디아스포라 담론을 심화한 작품일 뿐 아니라, 그간 제1세계를 중심으로 논의되어 온 페미니즘의 외연을 크게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으며,
전 세계 어디에나 도사리고 있는 제국주의적 기제와 식민 패권적 기획을 전복하려는 의지와 저항 정신을 담아낸 우리 시대의 선언문
- 박동명 MD
캐시 박 홍 지음, 노시내 옮김
마티
이민 2세대 캐시 박 홍은 미국에서 아시아인으로 살면서 겪는 감정을 마이너 필링스라 명한다. 도깨비바늘처럼 삶에 눌어붙은 이 성가신 것은 오로지 소수자만이 느낄 수 있다. 각자의 마이너 필링스-도깨비바늘을 가지고 살아가는 소외된 존재들에게 많은 공감을 일으킨 <마이너 필링스>. <딕테> 절판된 동안에 이 책이 소수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 임이지 MD
김지승 지음
난다
'딕테' 함께 읽기 강의를 진행하는 독립연구자 <아무튼, 연필> 김지승 에세이.
'이렇게 쓸 수밖에 없는 삶'을 적고 오려붙이고 다시 적는다. 여성, 글쓰기, 엄마, 몸과 질병, 나이듦, 소수자성에 대해 밀도 높은 문장으로 써내려간 실험적인 구조의 텍스트가 맞물린다.
- 김효선 MD
에이드리언 리치 지음, 이주혜 옮김
바다출판사
억압받는 주체들은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인가.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에이드리언 리치와 차학경은 억압받는 자들의 목소리를 계속 내기 위해 투쟁한다. 침묵을 겪어본 자들의 목소리를 되찾는 과정을 시를 통해 보여주었던 에이드리언 리치의 책이 <딕테>와 얼마나 가까운지를 찾는 것도 읽기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 임이지 MD
존 차 지음, 문형렬 옮김
문학세계사
차학경의 친오빠인 존 차의 법정소설. 1982년, 뉴욕의 한 빌딩 주차장에서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뒤를 이을 차세대 예술가로 주목받던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테레사 차(한국명:차학경)가 살해됐다. 모든 정황이 '그 남자'가 범인임을 가리키고 있지만 법원은 무죄를 선고하고, 그녀의 친 오빠는 존 차는 결정적 증거를 찾아내 진실을 밝히려 한다.
- 김효선 MD
마리야 김부타스 지음, 고혜경 옮김
한겨레출판
언어, 상징, 여성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가 공통된다는 점에서 <딕테>와는 느슨한 연결고리가 있는 책이다. <딕테>를 읽고 언어와 여성의 경험이 부딪히는 지점에 주목하고, 이 주제에 대해 깊이 파고 들어보고 싶어졌다면 이 책을 읽어봐도 좋겠다. <여신의 언어> 역시 오랫동안 잠들어 있다가 최근 복간되었다.
- 김경영 MD
안드레아 롱 추 지음, 박종주 옮김
위즈덤하우스
앤디 워홀이 극으로 만들어주길 간절히 바랐으나 끝내 실패한 솔라나스의 잊혀진 희곡 〈니 똥구멍이다Up Your Ass〉를 재해석한 이 책은 병적이고 부정적인 실존 상태로서의 ‘여성Femaleness’을 옹호한다. 여성의 정의와 여성됨을 끊임없이 되묻는 작업은 고정관념과 전형성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공유하고 있다. 낯선 방식으로 익숙한 개념을 되짚는 데에 힌트를 줄 것이다.
- 임이지 MD
샤를로트 델보 지음, 류재화 옮김
가망서사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반나치 활동을 하다가 체포되어 아우슈비츠에 수감되었던 프랑스 극작가 샤를로트 델보의 회고록. 여성들의 집단 기억으로 아우슈비츠의 진상을 드러낸 이 회고록은 국가 권력과 남성의 목소리로 쓰인 '대문자 역사' 속에 여성들의 자리를 마련해 냈다는 평을 받았으며 그 철학적, 정치적 가치는 시대를 넘어 꾸준히 재해석되고 있다.
- 박동명 MD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글항아리
자전적 글쓰기 분야의 독보적 작가인 비비언 고닉의 <사나운 애착>은 여성, 유대인, 도시하층민으로 자란 작가의 삶과 어머니에 대해 다룬다. 여성과 어머니는 떼어낼 수 없는 주제 중 하나이다. (왜 그런지는 여성만이 알 것이다.) 타협도 미화도 없이 적나라한 비비언 고닉의 문체는 미술계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한 실험적인 예술가 차학경 그리고 그의 어머니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에 양분을 제공해준다.
- 임이지 MD
조앤 디디온 지음, 홍한별 옮김
책읽는수요일
제목 그대로의 상실. 조앤 디디온은 남편의 죽음과 딸의 병을 통해 상실의 과정을 자신만의 언어로 탐구한다. 애도의 과정은 개인적이고 복잡하다. 하지만 이 개인적인 감정을 어떻게 집단으로 확장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차학경은 식민지 역사와 디아스포라 정체성 위에서 상실, 과거의 고통으로 구성된 현재를 자기만의 모양으로 재편하고자 한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다른 세계로 확장되는 과정을 체감할 수 있다.
- 임이지 MD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지음, 배수아 옮김
봄날의책
기이한 문장과 예측할 수 없는 구조로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작가,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그의 대표작 <달걀과 닭>을 통해 존재의 본질을 탐구한다. 자서전, 소설, 역사, 시 등 다양한 장르가 상호텍스트적으로 구성된 <딕테>는 이해하기보다 음미해야한다. 리스펙토르의 책도 그러하다. 사실 본질은 모호하기에 텍스트들이 정형화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 임이지 MD
캐시 박 홍 지음, 정은귀 옮김
마티
몸, 모-음, 맘(mom), 마-음, 미-음, 마-ㄹ. 세계는 ㅁ으로 구성되고 ㅁ으로 지탱된다. 세대에서 세대로 받아쓰며 새로쓰기 되는 ㅁ의 목소리들을 번역하는 캐시 박 홍의 서사는, 부정합과 균열의 틈새에서 새어 나오는 그의 시어들은 낯선 듯 낯설지 않은 눅진한 일렁임을 전한다. 그래도 여전히 읽기가 망설여진다면 정은귀의 ‘옮긴이 후기’부터 먼저 읽어보길 권한다.
- 황인석 편집장(문학사상)
에밀리 정민 윤 지음, 한유주 옮김
열림원
한국계 이민자 시인 에밀리 정민 윤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역사와 현대의 일상적 폭력을 연결해 시간을 초월한 여성들의 고통을 증언한다. 실제 증언을 시 형태로 변형시켜 'found poetry(찾은 시)'라는 낯선 형식을 시도하기도 한다. 작가는 텍스트를 변형하고 재배열하면서 글자 사이 공백으로 더듬거리는 효과를 내어 그 과정에서 지워진 것들과 여전한 불편함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 이지현 편집자(문학사상)
루시 딜램 지음, 송섬별 옮김
오월의봄
여성의 자유와 해방에 관한 목소리는 지난 수백 년간 지구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18세기에서 21세기까지, 한국에서 러시아, 이집트, 독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시간과 장소를 아우르는 이 역사는 결코 단일하지 않다. 페미니스트들이 상상하는 미래란 근본적으로 복수의 것이며, 그 다양한 상상력들은 역사로 남았다. 지구 전체로 시야를 확장할 때, 페미니즘'들'은 더욱 많은 영감과 용기를 줄 것이다.
- 이다연 편집자(오월의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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