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 43호
나는 소문이 따르는 여자입니다
1930년대 일제 강점기. 세계를 누비며 유학 생활을 한 한경애라는 여성이 있습니다. 불의한 시대를 호사스럽게 살았다는 건 자랑스럽지 못한 이유가 있을 터, 이 인물은 친일파 집안의 부를 바탕으로 미국에서 곤충을 연구하는 유학생활을 한 것이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옐로우 레이디'로 불리고, 조선에서는 시대를 모르고 벌레나 연구하는 사치스러운 여성이라고 수군댑니다. 여가수 청희의 시체가 벌떼에 뒤덮여 발견되고, 곤충 연구자 한경애는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수사 자문을 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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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일제 강점기. 세계를 누비며 유학 생활을 한 한경애라는 여성이 있습니다. 불의한 시대를 호사스럽게 살았다는 건 자랑스럽지 못한 이유가 있을 터, 이 인물은 친일파 집안의 부를 바탕으로 미국에서 곤충을 연구하는 유학생활을 한 것이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옐로우 레이디'로 불리고, 조선에서는 시대를 모르고 벌레나 연구하는 사치스러운 여성이라고 수군댑니다. 여가수 청희의 시체가 벌떼에 뒤덮여 발견되고, 곤충 연구자 한경애는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수사 자문을 맡습니다.
2024년 봄 방영중인 타임슬립 로맨스 <선재 업고 튀어>의 원작이 <내일의 으뜸>이라는 소설이라는 것을 혹시 아실까요? 독서율 저하에 관한 기사를 얼마 전 보았는데요, 그럼에도 재미있는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갑자기 착하게 변한 상사가 알고보면 악령이라는 튀는 설정으로 드라마화 판권이 선판매된 소설 <직장 상사 악령 퇴치부>처럼, 이 소설도 출간 전 영상화 판권이 판매되었다고 합니다. 사람보다 벌을 사랑한 일제 강점기의 여성 괴짜 연구자, 드라마로 본 것처럼 표정에 눈에 선합니다.
- 알라딘 한국소설/시/희곡 MD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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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쪽 :
경애는 영순의 입이 벌어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끝이 갈라진, 이상하리만큼 침착한 목소리가 연지로 붉게 물든 입술에서 흘러나왔다.
"청희는 내 벗이었어요. 그리고 난 언제나 그 여자를 죽여버리고 싶었습니다."
Q :
2023 젊은작가상 수상 당시부터 <버섯 농장>을 읽고 소설집을 기다렸습니다. 진화는 '막 살아본 적 없다고, 누구에게도 손 벌리지도 않고 혼자 벌어서' (15쪽) 살았다고 상대방에게 분노하는 인물인데요, 이런 상습적인 '화'가 우리 시대의 표정이 된 것 같기도 합니다.
A :
삶은 자주 부당합니다. 최선을 다해도 그에 걸맞은 결과가 항상 나타나지는 않고, 때로는 나의 ‘최선’이 누군가에게는 그저 ‘무능’과 ‘불운’으로 치부되기도 합니다. 「버섯 농장」의 진화처럼 그저 핸드폰을 바꾸러 갔다가 사기를 당하기도 하죠. 이런 부당함 앞에서 가장 원초적으로 발생하는 감정이 분노인 것 같습니다. 분노가 ‘상습적’인 시대가 된 것은 ‘부당’이 만연하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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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2023 젊은작가상 수상 당시부터 <버섯 농장>을 읽고 소설집을 기다렸습니다. 진화는 '막 살아본 적 없다고, 누구에게도 손 벌리지도 않고 혼자 벌어서' (15쪽) 살았다고 상대방에게 분노하는 인물인데요, 이런 상습적인 '화'가 우리 시대의 표정이 된 것 같기도 합니다.
A :
삶은 자주 부당합니다. 최선을 다해도 그에 걸맞은 결과가 항상 나타나지는 않고, 때로는 나의 ‘최선’이 누군가에게는 그저 ‘무능’과 ‘불운’으로 치부되기도 합니다. 「버섯 농장」의 진화처럼 그저 핸드폰을 바꾸러 갔다가 사기를 당하기도 하죠. 이런 부당함 앞에서 가장 원초적으로 발생하는 감정이 분노인 것 같습니다. 분노가 ‘상습적’인 시대가 된 것은 ‘부당’이 만연하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Q :
관계의 이면을 굳이 들추는 데서 (누수로 버섯 곰팡이가 핀 벽을 굳이 들여다보는 것 같았습니다!) 소설의 긴장감이 만들어집니다. <대체 근무>, <간병인> 같은, 서로 돌봄과 배려를 주고 받는 사이라 해도 마음 안쪽을 들춰보면 다른 생각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말하지 않는, 관계 안쪽을 들추어보는 소설적인 눈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
저는 십대 후반부터 이십대 초반까지 꽤 오래 병원 생활을 했고, 그동안 위로와 돌봄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때 저는 몸도 마음도 부서지기 쉬운 상태였기 때문에, 사람들의 선의가 선긋기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습니다. “네가 잘 견디고 있어서 다행이다. 나라면 못 견뎠을 거야.” 그런 말들은 마치 “너는 이 병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이지만, 나는 아닌 것 같아. 그래서 너만 이 병에 걸린 거야.”라는 말처럼 들렸거든요. 부끄럽지만, 이 삐뚤어진 생각과 마음들이 제가 이야기를 상상하게 되는 동력이 된 것 같습니다.
Q :
곧 <간병인>이 실린 2024년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도 출간 예정입니다.
첫 소설집을 엮은 작가로서, 올해 어떤 계획으로 독자를 만날지가 궁금합니다.
A :
첫 소설집을 엮으면서, 이야기 각각을 쓸 때에는 전혀 의식하지 못했던 어떤 패턴이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예를 들면 제 소설에 자주 낯선 사람이 침입하고, 인물들은 대체로 불화합니다. 이제부터는 저만의 속도와 리듬을 잃지 않으면서 조금 더 다양한 인물과 관계를 담을 수 있는 소설을 써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올해에도 웹진과 앤솔로지, 단행본 등으로 소설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꾸준히 독자분들과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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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젊은작가상 수상 작가인 <파주> 김남숙의 2020년에 출간된 소설집을 새롭게 읽고 있습니다. 2023년 출간된 소설 쓰기에 관한 에세이 <가만한 지옥에서 산다는 것>도 읽어본 적이 있는데요, 이 에세이의 서술자는 소설 쓰기에 종종 실패하고 어찌할 도리가 없을 때 술을 마셨습니다. 이렇게 막막해서 술이나 먹는 기분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소설집에 총 8편이 실려있고, 이 중 중간에 배치된 <캐치볼>이라는 작품을 특히 즐겁게 읽었습니다. “불구가 되면 이상하게 엄청난 생명력을 느낄 거야” 라는 문장이 나오는 단락에서 찌르르 열기가 느껴졌습니다. 어떤 계기에 더해 한 작가의 세계를 직진하다 후진하다 회전하면서 읽는 것은 제가 좋아하는 일입니다. 전반적으로 거칠고 찌르르한 소설들인데요, 아프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거겠지요? (ㅎㅎ) 다들 죽어가는데 그 상태에서 생명력이 느껴지는 고유의 맛을 차곡차곡 꼭꼭 씹어먹는 중입니다.
엣눈북스는 에세이 <인사는 잠깐인데 우리는 오래 헤어진다>와 그림책 <바다의 얼굴들>을 한 달 간격으로 연이어 출간하였어요. 신간 출간 간격을 최소 두 달 이상은 띄우려고 하는데 늘 그렇듯 마음대로 되지 않네요. 작은 출판사이다 보니 여력이 부족해 이렇게 신간이 연달아 나오면 고양이, 강아지, 햄스터 손이라도 빌리고 싶어지는 기분입니다. 게다가 두 권 모두 출간을 기념하여 여러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어 더욱 분주한 때를 보내고 있어요.
<인사는 잠깐인데 우리는 오래 헤어진다>는 색다른 형식의 낭독과 상영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2층 주택을 빌려 방문하신 분들이 차를 마시며 작가의 음성으로 낭독한 녹음 파일을 각자의 핸드폰이나 전자 기기로 듣는 시간을 가지고, 이후에는 모여 앉아 원고 집필과 제작기가 담긴 단편 영화 분량의 영상을 보게 됩니다. 영상이 끝나면 배경 음악을 만든 뮤지션이 연주를 들려주죠. 종이 위의 텍스트를 음성으로 영상으로 음악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함께 나누는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림책은 디지털 작업이 아닐 경우 원화 전시를 꼭 하는 편인데요. 전시를 통해 인쇄된 그림이 아닌 원본을 보는 재미가 그림책 출간 이벤트의 묘미가 아닌가 싶어요. 특히 이번에 전시를 하는 김목요 작가의 <바다의 얼굴들>은 연필 세밀화라 원화가 매우 섬세하고 아름다워요. 효창공원역 공간 plot에서 첫 원화 전시를 가지고 여름 즈음 <바다의 얼굴들>이라는 제목에 맞게 바다와 가까운 서점에서도 전시를 할 예정이에요. 에세이 낭독회는 4월 27일, 그림책 전시는 5월 6일까지 열리니 자세한 정보는 엣눈북스 SNS 계정에서(@atnoonbooks) 확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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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눈북스는 에세이 <인사는 잠깐인데 우리는 오래 헤어진다>와 그림책 <바다의 얼굴들>을 한 달 간격으로 연이어 출간하였어요. 신간 출간 간격을 최소 두 달 이상은 띄우려고 하는데 늘 그렇듯 마음대로 되지 않네요. 작은 출판사이다 보니 여력이 부족해 이렇게 신간이 연달아 나오면 고양이, 강아지, 햄스터 손이라도 빌리고 싶어지는 기분입니다. 게다가 두 권 모두 출간을 기념하여 여러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어 더욱 분주한 때를 보내고 있어요.
<인사는 잠깐인데 우리는 오래 헤어진다>는 색다른 형식의 낭독과 상영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2층 주택을 빌려 방문하신 분들이 차를 마시며 작가의 음성으로 낭독한 녹음 파일을 각자의 핸드폰이나 전자 기기로 듣는 시간을 가지고, 이후에는 모여 앉아 원고 집필과 제작기가 담긴 단편 영화 분량의 영상을 보게 됩니다. 영상이 끝나면 배경 음악을 만든 뮤지션이 연주를 들려주죠. 종이 위의 텍스트를 음성으로 영상으로 음악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함께 나누는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림책은 디지털 작업이 아닐 경우 원화 전시를 꼭 하는 편인데요. 전시를 통해 인쇄된 그림이 아닌 원본을 보는 재미가 그림책 출간 이벤트의 묘미가 아닌가 싶어요. 특히 이번에 전시를 하는 김목요 작가의 <바다의 얼굴들>은 연필 세밀화라 원화가 매우 섬세하고 아름다워요. 효창공원역 공간 plot에서 첫 원화 전시를 가지고 여름 즈음 <바다의 얼굴들>이라는 제목에 맞게 바다와 가까운 서점에서도 전시를 할 예정이에요. 에세이 낭독회는 4월 27일, 그림책 전시는 5월 6일까지 열리니 자세한 정보는 엣눈북스 SNS 계정에서(@atnoonbooks) 확인해 주세요.
신간 출간과 행사가 마무리되는 것과 동시에 숨 돌릴 새도 없이 다음 책을 준비하고 있어요. 여러분, 엣눈북스가 올해 10주년을 맞이했답니다! (짝짝짝) 그래서 10주년을 기념한 책의 원고 작업이 한창인데요. 내용을 살짝 스포 하자면 “왜! 꼭! 이야기여야만 하는가!”라는 엣눈북스의 태생적이며 운명적인 질문에서 시작된 책입니다. 이야기를 좋아해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되었고 어쩌다 보니 이야기가 주축이 된 출판사를 운영한 지 십 년이 되었습니다. 십 년의 여정과 그간의 고민이 녹아든, 조금 거창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엣눈북스의 정체성과 철학이 담긴 책이라고 할까요. 10주년 기념 도서는 <모 이야기>로 볼로냐 도서전 라가치상을 수상한 최연주 작가님이 그림을 그리셔서 더욱 사랑스러운 책이 될 예정이랍니다.
엣눈북스가 1인 출판사라고 하면 놀라시는 분들이 많아요. 작은 출판사라 힘에 부칠 때도 많지만 그러하기에 더욱, 십 년을 버텨왔다는 자부심이 크답니다. 엣눈북스의 신간들과 십 주년 기념 도서. 많이 기대해 주세요!
- 엣눈북스(atnoon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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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서점에는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라는 분류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어른이 읽어도 좋을, 문학 분류에 속하는 책을 분류하는 카테고리인데요, 오늘은 이 분류에서 요즘 날씨와 어울리는 푸릇푸릇한 나무 책을 골라 놓아보았습니다. (아침 출근길엔 마침 비가 내려 헤이즈 선생님과 윤하 선생님의 목소리로 듣는 비 오는 날 플레이리스트에 더해 <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시간에 온다>를 띄워보낼까 했는데요. 어느새 해가 쨍쨍하고 역시 봄 날씨는 변덕입니다 ^^; )
비 온 다음엔 나무 색이 참 좋죠. 나무 냄새 맡으며 걷는 것을 추천합니다. 책에 의하면 부채 모양 연초록 싹이 나오면 은행나무고 하트 모양 잎이 달린 나무에서 솜사탕 향기가 나면 계수나무라고 하는데요, 외국인 눈에야 우리가 각자각자 동양인1이지만 우리 친구 얼굴은 내눈엔 너무나 다르고 고유하게 생긴 것처럼! 각자각자 다른 나무였구나 주변을 새롭게 둘러보면 새로운 숲이 새롭게 펼쳐질 것입니다. 사진 한 장을 함께 띄웁니다. 요즘 알라딘 서점 입구엔 요렇게 등나무가 우거져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