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15일 : 11호
예술이 우릴 고통으로부터 건져줄 거라는 믿음
김은숙 극본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가 화제입니다. 십수년 전 학교폭력에 대한 사적복수를 시도하기 위해 가해자의 딸이 입학한 학교에 담임 선생님으로 부임하는 역을 배우 송혜교가 맡았는데요, 월간 <한국연극>의 ‘2022 공연 베스트 7’에 선정되어 단행본으로 출간된 진주의 희곡집 <클래스>에도 유예된 사적 복수에 대한 이런 대사가 등장합니다. "그 사람 결혼한대요, 어떻게 해요? 기다릴까요? 그 사람이 딸을 낳을 때까지?" (1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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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극본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가 화제입니다. 십수년 전 학교폭력에 대한 사적복수를 시도하기 위해 가해자의 딸이 입학한 학교에 담임 선생님으로 부임하는 역을 배우 송혜교가 맡았는데요, 월간 <한국연극>의 ‘2022 공연 베스트 7’에 선정되어 단행본으로 출간된 진주의 희곡집 <클래스>에도 유예된 사적 복수에 대한 이런 대사가 등장합니다. "그 사람 결혼한대요, 어떻게 해요? 기다릴까요? 그 사람이 딸을 낳을 때까지?" (108쪽)
졸업작품 제출만 남은 학생 B가 존경하던 극작가인 교수 A가 개설한 수업을 혼자 수강하는 기회를 얻습니다. B는 이 복수극 말고는 쓸 수 없다고 말하고, A는 이 소재가 얼마나 많이 말해졌는지에 대해 코멘트합니다. 작품보다 앞선 복수의 의도를 알아보는 A의 지적은 위엄있고 타당합니다. B는 그 타당함에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A와 부딪칩니다. 그런데 위계가 있는 공간에서 두 인물이 대등하게 부딪치는 게 가능한 일일까요.
A와 B 각자의 첨예함에는 각자의 옳음이 있습니다. 이 극의 작가 진주는 '대등한 논쟁 자체를 만드는 것', '포기하지 않고 말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이 극을 썼다고 인터뷰하기도 했습니다. (기사 보기) 이 극의 마지막 대사처럼, 상처난 자리가 입이 된다면 그 입은 꼭 이런 이야기를 시작하게 될 것입니다.
- 알라딘 한국소설/시/희곡 MD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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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쪽 : 차라리 이야기에 잡아먹혀. 이야기는 끝나도 인생은 안 끝나. 이야기가 위험해도 안전한 건 그런 이유야.
Q :
2022년 <저주토끼>가 부커상 후보로 지명되었습니다. 정보라 작가에게 2022년이 어떤 해였는지, 2023년이 어떤 해가 되길 바라는지 궁금합니다.
A :
2022년은 롤러코스터 같은 한 해였습니다. 기쁜 일들도 많이 있었지만 삶이 너무 순식간에 휙휙 변했고 시어머님이 장기입원을 하셨었고 남편도 몸이 좋지 않아서 병원 신세를 많이 졌고 그래서 걱정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러시아가 전쟁 일으키는 바람에 지금도 친구와 지인들이 많이 걱정됩니다……. 2023년은 조금 더 평온하고 조금 더 차분하고 모든 분들이 건강하고 안전한 한 해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전쟁이 제발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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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대부분 2010년대 초반 처음 발표된 작품이 <아무도 모를 것이다>에 수록되었습니다. 소설이 탄생한 시점과 독자가 만나는 시점 사이에 시차가 있는데요, 이 소설이 주로 이야기하고 있는 '복수'라는 정서가 현재적이라는 생각을 하며 읽었습니다.
A :
제가 복수 전문 작가는 아닌데요. ㅠㅠ 인과관계나 작용-반작용의 법칙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안 될까요… 〈Nessun sapra〉 〈금〉 〈물〉 〈머리카락〉 같은 사랑 이야기도 있는데요 ㅠㅠ (사랑이야기예요… 진짜예요……)
Q :
수록된 작품의 제목이 대체로 <나무>, <산>, <완전한 행복>처럼 한 단어, 단문인데요. 소설의 제목을, 특히 단편소설의 제목을 어떻게 정하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A :
제가 제목을 못 짓는 병에 걸린 지가 좀 오래돼서요. 그냥 이야기 속에서 가장 중요해 보이는 단어 혹은 제일 많이 보이는 단어를 가져다가 제목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Q :
2022년 <저주토끼>가 부커상 후보로 지명되었습니다. 정보라 작가에게 2022년이 어떤 해였는지, 2023년이 어떤 해가 되길 바라는지 궁금합니다.
A :
2022년은 롤러코스터 같은 한 해였습니다. 기쁜 일들도 많이 있었지만 삶이 너무 순식간에 휙휙 변했고 시어머님이 장기입원을 하셨었고 남편도 몸이 좋지 않아서 병원 신세를 많이 졌고 그래서 걱정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러시아가 전쟁 일으키는 바람에 지금도 친구와 지인들이 많이 걱정됩니다……. 2023년은 조금 더 평온하고 조금 더 차분하고 모든 분들이 건강하고 안전한 한 해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전쟁이 제발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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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갑자기 세상이 얼어붙었습니다.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한반도까지 닿았다고 하는데요, 이 얼어붙은 계절에 어울리는 소설을 함께 소개해봅니다. 화려한 이미지와 바이올린 음률을 함께 상상하게 하는 하지은의 환상소설에서 겨울의 에단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수많은 잔가지들이 현처럼 늘어서 있고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지휘자가 침묵으로 지휘봉을 대신하며 차갑고 흰 바람이 노래하는 곳 그곳은 얼음나무 숲"
퍼플레인은 갈매나무 출판사의 장르문학 전문 브랜드입니다. 2021년 12월, 남유하 작가의 호러 단편집 《양꼬치의 기쁨》을 시작으로 전삼혜 작가의 중편 SF 《붉은 실 끝의 아이들》, 듀나 작가의 미스터리 단편집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 그리고 2023년에는 정보라 작가의 환상문학 초기 단편선 《아무도 모를 것이다》를 펴냈습니다. 기이하고 불가해한 이야기, 전복적이고 도발적인 상상력으로 퍼플레인에서만 만날 수 있는 개성 있는 장르 소설을 펴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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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레인은 갈매나무 출판사의 장르문학 전문 브랜드입니다. 2021년 12월, 남유하 작가의 호러 단편집 《양꼬치의 기쁨》을 시작으로 전삼혜 작가의 중편 SF 《붉은 실 끝의 아이들》, 듀나 작가의 미스터리 단편집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 그리고 2023년에는 정보라 작가의 환상문학 초기 단편선 《아무도 모를 것이다》를 펴냈습니다. 기이하고 불가해한 이야기, 전복적이고 도발적인 상상력으로 퍼플레인에서만 만날 수 있는 개성 있는 장르 소설을 펴내고자 합니다.
정지아 작가님의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고 덕분에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내가 알고 있던 가족, 친구, 지인들을 다시금 바라볼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미처 잘 몰랐던 부분들이나 내 기준으로만 판단하고 단정지었던건 아니였는지에 대해서도... 삶을 일깨워준 좋은 책이라 보네요.
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꾸준히 따라 걷던 독자들이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새로 엮인 세계에서 만나는 매력이 앤솔러지 소설에 있습니다. '안전가옥 FIC-PICK' 시리즈는 메타버스를 주제로 이경희,전삼혜,임태운의 이야기를, '자이언트 픽'은 우정도 환대도 아닌 '사랑'을 주제로 이유리, 김서해, 김초엽, 설재인, 천선란의 소설을 소개합니다.
비천한 신분의 천재 바이올린 연주자 바옐과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다정하고 친절한 피아노 연주자 고요의 갈망과 동경이 음악처럼 뻗어나가는 이야기와 함께 한 나무가 타오르며 얼어붙은 나뭇가지가 떨어진 자리에 다시 나무가 생겨나 만들어졌다는 전설의 '얼음나무 숲'을 함께 상상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출판사는 지금 : 퍼플레인
《아무도 모를 것이다》는 2022년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른 《저주토끼》의 문학적 뿌리라 할 만한 정보라의 초기 환상문학 계열 작품들을 모은 단편집입니다. 마술적인 환상성 속에 냉엄한 현실 인식이 드리운 9편의 초기 발표작과 1편의 미발표작을 엄선했습니다.
한국 문학에 새로운 비를 내릴 퍼플레인의 행보는 계속됩니다. 2023년에도 퍼플레인에서만 읽을 수 있는 기이하고 매혹적인 이야기들로 찾아뵙겠습니다.
― 퍼플레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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