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시작

<녹스>라는 책

오빠가 죽었을 때 나는 책의 형식으로 그를 위한 묘비명을 만들었다.
이것은 그것에 가능한 한 가깝게 한 복제본이다. - 앤 카슨

표지를 재단합니다.

<녹스>는 시인이자 번역가, 고전학자인 앤 카슨이 1978년부터 2000년까지 22년 동안 한 번도 얼굴을 보지 못하고 헤어져 지내던 오빠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만든 책입니다.

인쇄된 낱장을 접습니다.

이 책은 처음에는 하나의 수첩이었습니다.
앤 카슨은 오빠와 자신의 유년을 담은 사진,
먼 곳에서 오빠가 어머니에게 보냈던 편지,
미처 모르고 지나쳤던, 살아있던 오빠의 역사를 수집합니다.

낱장을 순서대로
배치합니다.

그리고 카툴루스라는 고대 로마 시인의 시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오빠의 죽음과 함께 떠올린 상념들을
쓰고, 그리고, 인쇄하고, 찢거나 날카롭게 오려내어
풀로 붙이면서 하나의 수첩으로 완성합니다.

한 장씩 모아
하나의 뭉치로 만듭니다.

이렇게 완성된 비망록이 책의 형태를 띄게 될 때,
매끄러운 보통의 책과는 달라야만 했는지도 모릅니다.

모아둔 낱장을 풀로 붙입니다.

최초의 수첩이 만들어지는 방식을 그대로 재현할 수는 없지만
복제본은 먼 우회로를 거쳐 한 권의 책이 되어갑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는 기계의 영역을 벗어나
사람의 손으로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압착하여
단단하게
고정합니다.

일정한 크기에 맞춰 자릅니다.

네, 제가 그 책을 쓴 것은, 오빠가 죽었을 때 저는 그를 22년 동안이나보지 못했고, 그는 저에게 불가사의였고, 다른 나라에서 갑자기 죽었고, 그래서 저는 그에 관한 이야기의 파편들을 그러모아서 무언가 담을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야 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그 책은 파편들에 더 이상 가닿을 수 없게 된 후에야 어떤 사람을 담으려는 시도라는 의미에서 애가이지요.- 앤 카슨

<녹스>를 만든 분들

<녹스>의 옮긴이 윤경희
제작을 맡은 활판공방
대표 박한수, 장인 권용국, 김평진
<녹스>를 펴내는 출판사 봄날의책

<녹스>

앤 카슨 지음, 윤경희 옮김 | 봄날의책

시인이자 번역가, 고전학자 앤 카슨이
22년 동안 헤어져 지낸 오빠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쓴
'밤(nox)'이라는 비가(悲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