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14일 : 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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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지금

김인숙의 여성 고딕 서사

<안녕, 엘레나> 김인숙 장편소설. 독일어로 두려움과 불안을 뜻하는 '앙스트' 시리즈로 출간되었습니다. 소설의 첫 장편이 강렬합니다. 빛을 뿜는 듯한 자작나무 숲에 서서 손녀는 차에 타고 있는 존재. 한때 할머니였던 죽은 사람을 생각합니다. 그는 지금 할머니를 버리로 가는 길입니다. 한때 곡교동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이었단 '산1번지' 대저택에서 쓰레기를 모으던 할머니가 깔려 죽고, 이 쓰레기집의 처분을 두고 쓰레기집의 소유를 원하는 존재들이 맞붙습니다. 쓰레기 집, 귀신 들린 집을 혐오하는 사람들에게 아랑곳하지 않고 집은 그곳에 존재합니다. + 더 보기

236쪽 : 비밀은 결코 폐기 처리 되지 않는다. 쓰레기가 될망정 어딘가에 쟁여진다. 부패하고 냄새를 풍기고 벌레가 꼬일망정 결코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리고 누군가가 그걸 뒤지고, 찾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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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지금 _3문 3답

Q : <퍼즐 바디>는 ‘초록색 빛’을 맞은 피시험체들의 몸이 퍼즐처럼 분리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눈동자가 분리되는 등장인물이 씻을 수 있어 좋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고 말하는 대사에 어쩐지 공감이 가기도 했습니다. 저도 등뼈를 좀 빼서 펴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하는데요. 김청귤 작가도 탈부착을 원하는 퍼즐이 있을지,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을지 이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 질문자님께서도 그렇듯이, 저도 눈이 건조하거나 눈에서 이물감이 느껴지면 눈동자를 빼서 뽀득뽀득 닦고 싶다거나, 허리가 아프면 뒤틀린 척추를 가지런히 정돈하고 싶어지는 것 같아요. 게다가 저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허리가 좋지 않거든요. 아파서 누워 있을 때 건강한 허리를 갖고 싶다, 운동 잘하는 사람이 내 몸에 빙의해서 건강하게 만들어주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가 신체를 마음껏 뗐다 붙였다 하면서 손볼 수 있으면 어떨까? 하면서 ‘퍼즐 바디’라는 설정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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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MD는 지금 스마일

법조인이자 추리소설가인 도진기의 장편소설입니다. 친구 양길과 떠난 필리핀 여행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게 된 '지훈'의 약혼자 '선재'는 그의 시신이 현지에서 급히 화장되어 증거가 인멸되었다는 것, 양길이 지훈의 사망보험금의 유일한 수익자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정의로운 심판을 기대하며 선재는 법으로 억울함을 풀고자 하지만 법이 궁금해하는 건 완벽한 법리일 뿐, 실체적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됩니다.

법에 문외한인 평범한 소시민이 오로지 살인자에게 법의 심판을 받게 하려는 의지로 동분서주하는 과정이 탄탄한 법정 미스터리로 전개됩니다. 전년도 조사에 따르면 한국 유권자는 10점 만점에 3.8점을 주었을 정도로 법원을 거의 신뢰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법리 뒤에 숨은 정의를 찾아나서는 이 미스터리 소설의 메시지가 시선을 끄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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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는 지금 : 문학과지성사

<동시대 문학사> 시리즈는 2025년 12월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문학과지성사가 새롭게 기획한 비평 앤솔러지입니다. 1910년부터 2020년까지의 한국문학사를 시대순 개괄이라는 틀에 박힌 방식으로 기술하는 대신, 특정한 테마별로 조망하면서 시대마다 논쟁을 촉발했던 질문들을 제시합니다.

동시 출간된 이 시리즈의 1차분은 2015년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문학장에서 지난 10년간 가장 활발하게 논의되어온 ‘나’ ‘젠더’ ‘사랑’ ‘폭력’이라는 네 가지 키워드를 필두로 삼았습니다. 기획위원으로 참여한 문학평론가 우찬제, 조연정, 강동호, 김형중을 포함해 현시점 한국문학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문학평론가 열아홉 명이 지난 1년간 각 키워드에 맞는 주제와 질문들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를 담았습니다. +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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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니의 리듬

이제니 시인의 시를 읽고 있으면 시는 음악이지, 음악이 맞지 끄덕이게 됩니다. <그리하여 흘려 쓴 것들>에 수록된 <발화 연습 문장 - 남방의 연습곡>의 일부를 가져왔습니다. '가느다란 빗줄기에도. 흔들리면서. 흔들리면서. 너는 줄곧 말했기 때문에. 굴 속에 앉아서. 낮고 길고 깊은 굴 속에 앉아서. 너는 어렴풋이 곡예에 어울리는 어떤 음조와 음보의 느낌을 가만히 떠올려본다.' 물결의 속도로 밀려오던 시가 마무리되면 음악이 귓가에 남습니다. <그리하여 흘려 쓴 것들> 이후 7년 만에 신작 시집이 출간되었습니다. 아름다운 시 언어로 ‘생의 리듬’을 직조해온 이제니가 우리 안으로 끊임없이 돌아오는 ‘사랑’과 ‘기억’의 리듬을 적습니다.

시인은 이 시집을 “돌아가신 엄마를 애도하는 시집인 동시에, 애도의 나날을 건너오며 품어온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과 함께 보르헤스의 비선형적으로 흐르는 시간과 공간의 중첩에 대해 사유해 봄으로써, 시간은 지극히 주관적인 개념으로, 과거를 품은 미래로서 다시 또 반복해서 경험하고 감각하게 된다는 것, 이로써 세계와 존재 사이에 흐르는 영속적인 관계에 대해서 써 내려간 시편들”이라고 소개합니다. 반복되고 중첩되는 이제니의 말로 흔들릴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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