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시대의 가부장적 질서를 예리하게 비판한 페미니즘 문학의 고전. '심리적 리얼리즘의 선구자'로 꼽히는 19세기 영국 작가 조지 엘리엇의 자전적 소설로, 모성애와 포용력으로 부조리한 현실에 맞서는 여성상을 그린다. 작가가 어린 시절에 느꼈던 애정 결핍과 여성으로서 겪은 사회적 갈등이 이 작품의 원천이 되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세인트오그스는 인근 지역에서 상업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는 오래된 소읍으로, 가부장적인 전통 사회에서 산업자본주의 사회로 이행 중인 마을이다. 플로스 강가의 돌코트 물방앗간 주인 털리버 씨에게는 관습적이고 명예를 중시하는 아들 톰과, 모성애와 포용력을 지닌 딸 매기가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털리버 일가가 일순간에 방앗간을 잃고 파산한다. 가장인 털리버 씨마저 병으로 앓아눕자 아들 톰이 나서서 집안을 다시 일으키고자 한다. 매기는 집안 분위기에 눌려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하고 순종적인 여성성만을 강요당한다. 무력감과 결핍, 분노를 느끼던 매기는 아버지의 사업을 망하게 한 웨이컴의 아들이자 장애인인 필립과 사랑에 빠지는데..
조지 엘리엇(본명 '메리 앤 에번스')는 1819년 영국 워릭셔에서 농부의 딸로 태어난다. 산업혁명과 자본주의의 발전으로 번영과 안정을 누린 동시에, 청교도적 윤리와 가부장적 질서가 더욱 강화되었던 빅토리아 시대(1837~1901)가 곧 그녀의 삶의 배경이 되었다. 빅토리아 시대 영국 문학계는 여류 작가들을 폄하했고, 이러한 성차별을 인식한 엘리엇은 남성 필명인 '조지'를 사용하여 편견 없이 작품 그 자체로 평가받고자 했다.
1860년 작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을 비롯, 인물의 심리를 정교하게 분석하며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탐색하는 엘리엇의 문학은 심리적 리얼리즘에 기여하면서 헨리 제임스에게 큰 영향을 미쳤으며, 인간의 동기를 분석하는 데서 제인 오스틴에 비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