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걸으며, 내일도 걸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마도 한곳에 머무는 걸 생래적으로 싫어하는 까닭이리라. 십 리도 못 가서 발병이 난다고 하는데, 나에게 허락된 십 리 안에서는 헤프게 돌아다니려 한다. 그래서 작은 극장도 운영해 보고, 스터디도 하고, 현장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어릴 적 말도 늦게 배웠고, 대학도 늦게 갔고, 늘 한발 늦는데, 지나고 보니 흐르는 강물에 늦고 빠르고 가 있을까 싶다. 매일 책 읽고, 원고 쓰고, 타오르는 불이었다가 사그라진 재가 되기도 하다 보니, 어느덧 나 스스로가 시간이 되어 흘러가고 있었다.
2004년 『작가세계』 평론 부문 신인상, 2006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평론부문 당선으로 본격적인 평론가의 길에 들어섰다. 이때부터 줄곧 ‘의도적으로’ 변두리에 위치해 있었다. 2008년 전통적인 소설 연구로 학위를 받았지만, 이후 작정을 하고 게임?대중문화?디지털?당황스러운 현상 등 범주화되지 않은 주변부만 염탐하며 15년여의 시간을 보냈다.
얕은 지식으로 부산외국어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짧은 생각으로 『오늘의 문예비평』 등 여러 잡지의 기획에 참여했다. 홀로 쓴 『이문열 소설과 이데올로기』, 『문화?백일몽?대증요법』, 『야곱의 팥죽 한 그릇』, 『플렛폼 리터러시와 사냥의 시간』 동인 들과 함께 쓴 『1990년대 문화 키워드 20』, 『인간 신해철과 넥스트 시티』, 은사님과 함께 쓴 『1930년대 문학의 재조명과 문학의 경계 넘기』, 『차이의 해석과 문화적 시선』 등 여러 권의 책을 냈다.
늘 경계에 서 있으려 한다, 엣지(edge) 있게.
작가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려는 것을 형상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작가가 천국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작가는 애초부터 천국을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글 쓰는 시간은 세계의 구석을 염탐하여 낚아채는 사냥의 시간이다. 사냥은 세계를 매끈하게 자르지 않고, 숨겨놓은 이빨과 발톱을 드러내어 세계를 찢어놓는다. 사냥은 단순히 목덜미를 물어뜯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내면을 교란하고 감각에 충격을 가하여, 순식간에 경계를 무너뜨리는 교감의 순간이다.
생각은 비평적이지만, 몸은 소설적으로, 관계는 시적이기를 바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