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실린 글들은 감응학을 수립하기 위한 각론적 실천들이라 할 수 있다. 굳이 분과를 따진다면 예술학과 철학, 생명과학과 문학, 문화와 사회비평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지만, 실제로는 특정한 분과학문적 글쓰기를 지양하고 혼종과 교차를 통해 다양한 영역들을 재구성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이를 일종의 감응적 글쓰기라 명명한다면 이해하기 쉬울 듯하다. 이 가운데는 보다 이론적 논의에 천착하는 글도 있고, 예술이나 과학, 사회적 현상을 통해 감응의 실제적 사례들을 면밀히 고찰하려 한 글도 있다. 어쩌면 감응에 대한 서로 간에 상이한 시각차나 논점의 대립선도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말하건대 감응이란 느끼고 호응하는 것, 새로운 관계를 구성함으로써 또 다른 관계의 형성을 촉발하는 힘의 운동이다. 그런 점에서 여기 묶인 각각의 글이 차이를 드러내고 또 상호간의 충돌과 변형을 촉진한다면, 이는 그만큼 서로가 서로에 대해 감응되고 감응하는 관계 속에 있음을 뜻할 것이다. 이 점에서 감응의 사유는 언제나 또 다른 감응을 생산하는 긍정적 능력이라는 애초의 정의로 우리는 돌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