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라는 거대한 시공간의 언어를 통과해나가면서 건져올린 것은 겨우 마음, (어쩌면) 대단하게도 마음이다. 돌이켜보건대 시대의 사명도, 시대의 책무도 아닌 시대의 마음을 매만지는 것을 비평의 일로 삼았던 것이지 싶다. 매 시대마다 훼손과 절망이 없었던 것 아니나 그때마다의 언어로 그 이후를 상상하고 구축해나가고자 했던 것처럼, 이 시대의 훼손과 절망을 건너는 일로서 마음을 헤아리는 일이 더없이 소중하게 여겨진다. 시대-감각-나를 거쳐, ‘시대의 마음’에 도달할 때, 각각의 ‘나’들은 ‘우리’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2023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