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깃털 수집가로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만화를 그리지 않는 여가 시간에는 새를 보러 다니며 땅에 떨어진 깃털을 줍는다.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는 장면과 입속을 맴도는 짧은 문장들을 엮어 만화를 만들며 《사진 한 장의 무게》 《아무런 맛이 나지 않을 때까지》 《다시 또 성탄》을 쓰고 그렸다.
2020년 12월 24일 저녁, 치즈와 잼에 캔맥주를 마셨다. 평소와 다를 것 없이 하루를 보내다가 그래도 크리스마스이브인데 싶어서 다이앤 잭슨의 애니메이션, 〈스노우맨〉을 틀었다. 데이비드 보위가 이야기를 시작하고 어린아이가 눈사람을 만들고 눈사람과 아이가 하늘로 날아오르자, 주제곡 〈Walking in the Air〉가 흘러나왔다. 보이소프라노의 목소리를 따라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풍경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순간 문득 나는 게 그리워졌다. 나는 날아본 적이 없는데. 그립다니? 이상했다. 마치 내 몸의 뼈들이 비행을 기억하는 것만 같았다.
혹시 아주 먼 옛날, 나와 연결된 어떤 존재가 하늘을 날았던 것은 아닐까 그런 시답잖은 생각들을 진지하게 하면서 공원을 걷다가 하늘을 보았다. 말똥가리 두 마리가 빙글빙글 돌며 점점 높게 날아오르고 있었다. 하늘과 땅과 바다, 이 행성의 모든 곳에 머무르는 존재가 파란 하늘에 찍은 검은 점이 되었다.
만일 내가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는 낯선 방문자라면 이곳의 주인을 새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순식간에 멀어지는 새들을 보며 나의 감각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그들의 세계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래, 나에게도 이카로스의 날개가 있었다면 하늘 높이 날아올랐을 것이다.
이 만화는 추락이 두렵지 않은 마음으로 쓰고 그렸다.